Home > 표지이야기 > 표지이야기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8년02월28일 제699호
월평균 고대·기독교 행사 1.4회 참석

이명박 6년 행보 분석…서울시 봉헌·고려대 기독화 등 공과 사를 혼동하는 발언 많아

▣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당분간 기독교 행사와 고려대 동문(교우) 모임, 그리고 현대그룹 쪽 친목행사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2007년 10월 중순,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 쪽에서는 이런 방침을 정했다. 대선전이 한창이던 때다. 하루하루가 민감한데, 자칫 ‘텃밭’만 챙긴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한 결정이었다. 뒤집어 보면 그전에는 꼼꼼히 챙겼다는 뜻이다. ‘과연 얼마나 챙겼기에….’

소망교회와 고대에서의 당선인 연설


△ 2008년 1월9일 한기총 주최로 서울 장충동 앰배서더호텔에서 열린 ‘국민화합과 발전을 위한 기도회’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이 기도를 하고 있다. (사진/ 사진공동취재단)

<한겨레21>이 이 의문을 풀어봤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2년 6월(서울시장 취임)부터 올 1월까지 기독교와 고려대 관련 행사에 참여하거나 기여한 횟수를 찾아봤다. 서울시의 공식 자료와 일간지 보도, 기독교 전문지, 고려대 교우회(동창회)의 <교우회지> 등 활용 가능한 데이터베이스는 모두 참고했다. 고려대 교우회와 한나라당 쪽도 취재했다. 그 결과 찾아낸 기독교 관련 공식 행사 참여 횟수는 모두 50회였다. 대부분이 환영사나 만찬사였지만, 교회에서의 간증도 적지 않았다. 2005년 11월11일 서울 연세중앙침례교회에서 열린 ‘영적성장대회’에서 간증할 때는 “(청계천은) 하나님이 해주신 것이기에 준공식을 할 때 먼저 목사님을 모시고 준공 예배를 드리고 테이프를 끊었다”고 절절하게 외쳤다. 포항, 대구, 마산 등지의 지방 교회 간증에 참석하기도 했다.

고려대 관련 행사 횟수는 44번이었다. 상당수가 고려대 각종 교우회(동창회)나 학교 당국에서 초청한 특강이었지만, 재학생들과 ‘햄버거 내기’ 테니스를 치기 위해 들른 때(2006년 11월14일)도 있었다. 지난해 2월3일에는 경영대 정시모집에 합격한 학생 10명에게 “꼭 등록하라”고 직접 전화를 거는 뜨거운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양쪽 행사 참여 횟수를 합치면 모두 94회다. 서울시장 시절부터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그리고 당선인 신분으로 있는 동안 매월 평균 1.4회인 셈이다. 웬만한 애정과 노력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기독교와 고려대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대선 막바지에 고려대·기독교·현대 관련 행사에 직접 참석하지 않는다는 일종의 ‘삼불(三不) 정책’은 꼼꼼히 지켜졌다. 2007년 10월30일 열린 ‘고대 100주년 기념 61학번 동기회’에는 부인 김윤옥씨가 대신 참석했다. 그해 11월8일과 28일에 각각 열린 고대경제인회 ‘고대 경제인의 밤’과 고대 울산교우회 주최 ‘울산교우회 정기총회’에는 축전을 대신 보냈다. 기독교 관련 행사도 학술세미나(10월29일 교회갱신목회연구원 세미나 강연) 참석이 유일했다.


△ 이명박 대통령이 1월4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고려대 교우회 신년교례회에서 인사말을 한 뒤(위) 참석자들과 건배를 하고 있다(아래/ 사진공동취재단).

이 원칙은 12월19일 밤에 자연스럽게 ‘해제’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해 12월27일 소망교회에서 열린 ‘이명박 장로 당선 기념 예배’에 참석해 “5년 동안 저를 위해 기도 많이 해달라. 그러면 잠시 한눈을 팔아도 금방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 소망교회 교인으로서, 장로로서 부끄럽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1월4일과 24일에는 “대통령 취임 이후는 못한다”며 고려대 교우회 신년교례회와 고려대 경영대 ‘글로벌 500’ 출정식에도 참석했다.

고려대 신년교례회에서는 “저는 고대 61학번으로 지금까지 기억돼왔고, 5년 동안도 그렇게 기억해주고, 5년 뒤에도 그렇게 대해달라. 고대 출신 대통령이 잘했다는 소리를 들어야 이 다음에 후배들의 고대 지원에 영향을 줄 것이다”라고 말해 동문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대통령직 잠시, 장로 영원?

이명박 대통령은 그동안 기독교인이라는 사실과 고려대 출신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자랑스럽게 드러냈다. 이른바 ‘서울시 봉헌 발언’으로 세간에 알려진 2004년 5월30일 봉헌사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직 때이던 그날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청년학생 연합기도회에서 “서울의 회복과 부흥을 꿈꾸고 기도하는 서울 기독청년들의 마음과 정성을 담아 수도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다”는 봉헌사를 올렸다. 소장파 목회자들의 모임인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의 이상화 사무총장은 “기독교적 언어에서 봉헌의 의미는 하나님이 다스리는 공간으로 바꾸겠다는 뜻”이라며 “기독교적 정신인 정직과 사랑, 봉사를 현실에서 실천하겠다는 것인데, 이를 정치적 행위로 해석하면 혼란이 생긴다”고 말했다. 기독교적 의미에서의 봉헌의 의미를 ‘받들어 바친다’는 현실적 정치행위로 해석해 생긴 괴리라는 것이다. 기독교와 비기독교 사이의 ‘언어장벽’인 셈이다. 그러나 비기독교인의 처지에서는 서울을 기독교의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뜻으로도 들릴 수 있다. 기독교의 보수화와 현실 정치참여를 비판한 <정치교회>를 쓴 김지방 <국민일보> 기자는 “아무리 기독교 집회였다고 해도 공개적인 자리에서 서울시장이라는 공적인 직함을 이용해 종교적 신념을 여과 없이 표출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07년 9월19일에는 “교회 장로로서 정치하기가 쉽지 않다”며 “대통령직은 잠시이고 하나님을 믿는 우리는 영원하기 때문에 어쩌면 대통령직보다 (장로라는 직책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기독교인 조찬기도회 자리였다. 이 대통령이 장로를 맡고 있는 소망교회를 10년째 다닌다는 이아무개(58)씨는 “이명박 대통령은 평소 장로 활동을 할 때부터 ‘하나님을 믿는 우리는 영원하기 때문에 장로라는 자리가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며 “평소에 하던 말이기 때문에 확대해석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지지율 1위의 대통령 후보라는 공적인 위치에서 대통령이라는 세속 권력과 장로라는 사적 신앙생활의 비중을 따진 이 발언은 보는 시각에 따라 위험수위를 넘는 것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


△ 이명박 대통령이 1월9일 서울 장충동 앰배서더호텔에서 열린 ‘국민 대화합과 경제발전을 위한 특별 기도회’에서 연설한 뒤(왼쪽) 연단에서 성경책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오른쪽/ 사진공동취재단).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정치학 박사)는 “개인적인 종교나 출신 학교는 1차적인 관계망인데, 이를 정치라는 2차적 관계망에 투영하면 이성이나 논리로는 풀기 어려운 혼란스러운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치와 종교의 분리는 근대 민주주의 역사의 결과다. 정교분리의 원칙이 처음 천명된 헌법은 미국 독립헌법이었다. 미국은 국교(성공회)를 강요하는 왕권에 맞서 자신들의 종교(프로테스탄트)를 지키기 위해 신대륙으로 떠난 청교도들이 세운 나라였기 때문이다. 일본 패망 이후 더글러스 맥아더가 일왕을 살아 있는 신으로 규정한 메이지헌법을 평화헌법으로 뜯어고치면서 가장 강조한 부분도 ‘정교분리’였다. 이에 강한 영향을 받은 한국도 정교분리를 엄격한 원칙으로 세웠다.

너무 밀착되면 서로 부담돼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그동안 한 말들을 모아보면 기독교적인 세계관을 현실 정치까지 확대한 현장을 자주 접하게 된다. 2005년 9월12일 한기총의 청계천 복원 준공감사 예배에서 이명박 당시 시장은 “청계천 복원은 보이지 않게 드린 무릎기도를 하나님께서 받고 이루신 것”이라고 했다. 2007년 9월19일 한나라당 기독교인 조찬기도회에서는 “10년 동안 정권을 못 잡게 한 것도 하나님의 뜻이며, 이번 대선도 결과는 하나님이 만들어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려대 기독교우회에서는 ‘서울 봉헌’ 발언보다 지난 2006년 12월21일 ‘자랑스러운 고대 기독교우상’ 수상 발언이 더 유명하다. 이 대통령은 제1회 수상자로 선정된 기쁨을 “서울시장 재임 기간 동안 기도와 염려로 지켜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며 “고려대학교의 발전 속도 이상으로 고대 전체가 기독교화되면 좋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기독교를 믿는 교우들로 구성된 고려대 기독교우회는 모토가 ‘예수 믿는 고대’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02년 기독교우회장에 선임된 이후 4년간 회장 자리를 맡았다. 이 대통령은 매해 12월에 열리는 고려대 기독교우회 주최의 ‘송년의 밤’ 행사는 빠트리지 않고 참석해왔다. 이 대통령이 고려대 기독교우회에 가지고 있는 애정과 행사의 성격을 감안하면 소감의 취지에 어느 정도 이해가 가지만, 그럼에도 고려대 전체를 기독교화한다는 것은 오해를 살 우려가 있는 발언이다.


△ 성탄절인 2007년 12월25일 서울 강남구 소망교회에서 성탄축하 예배를 마친 교인들이 교회를 나서고 있다. (사진/ 한겨레 김진수 기자)

김윤재 정치컨설턴트(미국 변호사)는 “국민들은 당선인과 기독교가 분리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갖게 된다”며 “특정 종교에 대한 편향을 우려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고려대 ‘사랑’은 정부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확인되고 있다. <한겨레21>이 이명박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인수위원과 청와대 수석비서관,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등 49명의 출신학교를 분석해본 결과 고려대가 7명으로 14.3%를 차지했다. 이를 국민의 정부(3.9%), 참여정부(3.7%)의 경우와 견주면 차이가 두드러진다.

대통령의 기독교적 신념이 정부에 배어들 가능성도 있다. 이명박 당선자가 인수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섬기는 정부’라고 표현한 것이 대표적이다. ‘섬긴다’는 표현에는 기독교적인 가치가 배어 있다. 기독교 목회자들과 기독교를 믿는 경제인들 사이에는 ‘서번트 리더십’(섬기는 리더십)이란 경영방식이 널리 알려져 있는데, ‘섬기는 정부’는 이 연장선에서 나온 개념으로 볼 수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양쪽이 건전한 긴장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려대도, 기독교도 이 대통령과 너무 밀착되는 모습을 보일 경우 서로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기독교도인 김지방 기자는 자신의 책에서 “장로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그 기간은 5년이다. 하지만 교회는 10년, 100년 아니 최후의 심판이 있을 때까지 이 땅에서 세상과 함께 호흡하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해야 한다”며 “만약 타 종교나 비기독교인의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 행동을 한다면 장로 대통령이 물러난 뒤 그 후유증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고대주의, 고려대 편견 강화될 것

고려대 출신의 박상훈 박사도 “이른바 ‘고대주의’를 내세우고, 이를 통해 자신의 이득이나 욕구를 채우려는 이들이 등장하게 되면 고대인 모두가 그럴 것이라는 편견이 강화될 것”이라며 “이런 현상은 대통령과 고려대를 위해서도, 한국 사회를 위해서도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월9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주최 ‘국민 대화합과 경제발전을 위한 특별기도회’에서 “2002년도 서울시장 임기를 시작할 때 4년 뒤에 시민들에게 과연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인가를 생각했는데, 이제는 5년 이후에 퇴임하는 날 국민들이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를 생각한다”며 “기독교뿐만 아니라 종교가 다른 사람에게도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런 바람은 이 대통령 혼자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