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표지이야기 > 표지이야기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7년04월05일 제654호
주상복합, 한국 자본주의의 결정판

타워팰리스 이후 5년, 우후죽순으로 확산되는 성채… 그들만의 공동체를 만들고자 하는 소득 상위계층의 욕망

타워팰리스 이후 5년이 흘렀다. ‘한국 주거문화의 혁명’이라는 찬사와 ‘그들만의 주거공간’이라는 비아냥을 한 몸에 받으며 등장한 주상복합 아파트가 처음 입주민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2년 10월이었다. 그 뒤 5년 동안 한국 사회는 누가 더 높은가 키재기 경쟁을 벌이는 초고층 건물들과, 700세대가 채 못 되는 주상복합 아파트 청약에 8조원이 넘는 돈이 몰려드는 이상 과열 현상을 물끄러미 지켜봐야 했다. 우악스런 건물의 모습에 도시의 모습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고, 우리 삶의 모습도 조금씩 변해갔다. 주상복합이 보여주는 한국 사회의 변화는 어떤 것일까. <한겨레21>이 타워팰리스 ‘그 후 5년’의 사회사를 분석해봤다. 편집자


△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전경.(사진/ 한겨레21 류우종 기자)

▣ 글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지하철 6호선을 타고 삼각지역에서 내려 9번 출구로 나오면 육중한 무게감의 초고층 빌딩 더미가 눈앞에 쏟아지듯 안겨온다. 정열(51)씨는 이곳에 자리한 주상복합 아파트 ‘파크자이’의 입주민이다. 정문을 따라 중앙 로비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를 거쳐 B동 3층에 자리한 59평짜리 그의 집에 들어서니 시원하게 뚫린 거실에 방 4개가 자리잡고 있다. 건물에는 주민 전용 헬스클럽, 골프연습장 등이 마련돼 있고, 아이들을 편하게 맡길 수 있는 놀이방도 준비 중이다. 그의 작은딸 방 옆으로 트인 테라스에 서니 저만치 자리잡은 용산 미군기지 터가 한눈에 들어온다.

1995년 이후 서울시 사용승인 261개

그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42평짜리 아파트 롯데캐슬을 떠나 지난 2005년 말 이곳으로 옮겨왔다. “여러 가지 생각이 있었죠. 원래 제 고향이 용산이어서 예전에 살던 곳으로 오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아이들 통학에 편한 곳으로 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용산 미군기지 이전 이후 부동산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어떤 집을 선택해야 할까, 고민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정씨는 “앞으로 주상복합이 한국 주거문화의 주요 트렌드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모든 문화는 상류층부터 시작하지 않습니까. 50년대 고급 주택은 기와집이었고, 이후 마당이 딸린 2층짜리 양옥집, 70년대를 거치면서 아파트가 한국 주거문화의 주류가 됐습니다. 이제는 주상복합이죠.” 그는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을 1기로 수료한 부동산 전문가로, 그가 살고 있는 파크자이 1층에 부동산 중개업소 ‘자이D&C’를 운영하고 있다.


△ 서울 용산구 삼각지에 자리한 주상복합 ‘파크자이’에는 입주민들을 위한 골프 연습장 시설도 마련돼 있다. 한낮에 찾아가서 그런지 이용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사진/ 한겨레21 윤운식 기자)

정씨의 호언장담은 과연 사실일까. 지난 5년 동안 우리 주변에서 주상복합 건물들이 크게 늘어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삼각지를 거쳐 한강대교를 지나거나, 마포대교에서 여의도 쪽으로 차를 몰 때, 혹은 낮은 다세대 주택이 빽빽이 들어섰던 건국대 주변을 배회할 때 육중한 주상복합 건물 더미에 익숙해진 스스로를 발견하곤 난감해진다. <한겨레21>은 1995년부터 지난 12년 동안 서울에서 건축허가를 받은 주상복합 건물 목록의 정보공개를 청구해 그 자료를 분석했다. 과정은 쉽지 않았다. 우리나라 건축법과 주택법에는 ‘주상복합’이라는 용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별도의 용어 정리가 없기 때문에 주상복합이 어디에 몇 동이 들어섰는지 통계가 없다. 그렇다 보니 주상복합이 바꾼 도시의 모습과 그것이 우리 삶에 미친 영향에 대한 사회학적 분석도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일상에서 매일처럼 만나게 되는 건물의 우악스런 외양을 떠올리면, 그 무관심이 놀랍기까지 하다.

<한겨레21>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주상복합이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그에 해당하는 건물을 건축행정전산시스템을 돌려 추출해야 했다. <한겨레21>은 서울시의 도움을 받아 △1995년 이후 서울에서 사용승인을 받은 건물 가운데 △상업지역 또는 준주거지역에 자리잡고 있으며 △주거와 상업 용도가 복합돼 있고 △주거가 20세대 이상인 건물의 목록을 뽑아냈다. 추출 결과 1995년 이후 서울에서 사용승인을 받은 주상복합 건물은 모두 261단지였고, 2007년 2월 현재 69단지가 건축되고 있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확한 통계를 뽑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했지만, 90% 이상 정확한 자료일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 분석 결과 주상복합의 대중화 경향을 뚜렷이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에서 사용승인을 받은 주상복합 단지는 1995년 1개를 시작으로 슬금슬금 늘어나 1999년 14개, 2002년 22개로 폭증했다. 그 추세는 꾸준히 이어져 2003년 42단지, 2004년 60단지, 2005년 38단지, 2006년 54단지가 각각 서울시에서 사용승인을 받았다. 공사 착공에서 완공까지 걸리는 시간을 3~4년으로 잡을 때, 건설업계에서 주상복합 열풍이 불기 시작한 것은 1999~2000년 무렵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2002년 타워팰리스 입주 시점까지 일반인들은 피부로 느끼지 못했지만, 업계에서는 주상복합이 앞으로의 대세임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었던 셈이다(그래프 참조).


정부도 용적률 완화 등 혜택 베풀어

주상복합은 부유층의 ‘전유물’일까. 지역 편중 현상이 관찰되긴 했지만, 그 차이는 앞으로 점점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건축되고 있는 단지를 합친 330개 주상복합 단지 가운데 강남 ‘빅3’라 불리는 강남구(47개), 서초구(46개), 송파구(27개)에 자리한 주상복합은 120개로 전체의 36.3%를 차지했다. 이에 견줘 금천구에는 1단지, 성동구와 강북구에는 각각 2단지, 도봉구에는 4단지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서울 곳곳에서 추진되는 뉴타운 사업이 마무리되고 성북구 하월곡동, 동대문구 청량리동 등 옛 성매매 집결지 터의 개발이 끝나면 강북 여러 지역에서도 고급 주상복합 단지가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주상복합 건물에 대한 연구로 서울대에서 박사학위(지리학)를 받은 정은진씨는 2006년 7월 펴낸 <서울시 주상복합건물의 주거 특성>에서 주상복합이 사회적 대세를 이루게 된 배경을 “국가와 자본이 닦아놓은 길에 주택 수요자들의 투기적 수요가 겹쳐 발생한 현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국가는 1981년부터 상업지역(나중에 준주거지역으로 확대)에 ‘주택 외의 시설과 주택을 동일 건축물로 건축하는’ 건물에 건축 제한을 완화하는 조처들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정부는 용적률(건물의 바닥 넓이의 합을 건물이 들어서는 전체 터의 면적으로 나눈 값) 완화, 상가 의무 비율 완화 등의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았고, 상업지역에 지어진 주상복합은 사실상 아파트와 똑같은 주택이면서 주택법이 정한 주택 규모의 상한 규제나 분양가 규제를 받지 않았다(이후 규제는 다소 강화된다). 건설업체들은 일반주거지역이던 땅의 용도를 준주거지역이나 상업지역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그 터에는 어김없이 수십 층 높이의 주상복합이 들어섰다. 600m짜리 초고층 빌딩이 들어설 예정인 서울 용산역사 뒤편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애초 용적률 250%짜리 일반주거지역이었지만, 개발 계획이 확정되면 용적률 허용치는 최대 1천%까지 올라간다. 그 터에 초호화 주상복합 건물을 지어 팔아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은 자본의 당연한 논리일 것이다. 그 용도 변경으로 발생하는 개발 차익이 수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2004년 3월, 8조원의 시중자금을 끌어모은 용산 미군기지 터 아래쪽의 시티파크와 그 옆의 파크타워의 신축이 가능했던 것은 그 터를 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용도 변경해준 국가의 ‘허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가와 자본의 개입이 모든 것을 설명해주지는 않는다. 서울 양천구의 주상복합 아파트 파라곤에 사는 김수미(36·가명)씨는 “예전보다 주상복합이 많이 대중화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가 영등포구 문래동에 있던 아파트에서 주상복합으로 이사온 것은 지난 1월이다. “강남에 있는 아파트로 입주할 예정이거든요. 1년 동안 잠시 살 집이 필요했는데, 아무래도 주상복합이 생활에 편리하다고 해 이곳으로 이사왔습니다.” 김씨의 32평짜리 아파트의 전세가는 2억3천만원. 주변에 있는 다른 아파트의 전세가에 견줘 그리 비싼 편은 아니다. “편리한 게 여러 가지 있죠. 아파트 내에 아이들 독서실이 있고, 아기를 맡길 수 있는 ‘키즈방’(놀이방)도 있고, 헬스시설도 있어요.” 근처에는 대형마트 홈에버와 현대백화점이 들어서 있고, 현대백화점에는 영화관 CGV도 입점해 있다. 김씨는 “건물 안이나 주변에서 모든 게 해결되고, 안전이 보장되는 점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 경기도 화성 동탄 신도시 한가운데에 66층짜리 주상복합 메타폴리스가 들어설 예정이다. 터 파기 공사가 한창이었다.(사진/ 한겨레21 류우종 기자)

중산층까지 주상복합 흐름에 합세

그동안 환기의 어려움, 비싼 관리비, 화재시 긴급 대피 문제 등을 이유로 주상복합의 거주 여건이 생각보다 좋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지만, 입주민들의 거주 만족도는 꽤 높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주상복합 선호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것은 안전과 사생활 보장이다. 문제는 ‘누구로부터’ 사생활을 보장받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경희 중앙대 주거학과 교수팀이 2004년 <한국가정관리학회지>에 발표한 ‘초고층 건물의 입주자 관리, 공유공간 만족도와 지역공동체 의식의 관계’를 보면 주상복합 거주자(조사 대상 166명)들의 지역 공동체 의식은 66.1점(100점 만점)으로 입주를 기다리는 예정자(66명)들의 점수(51.3)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 도곡동 타워팰리스 D동에 사는 김민(25·대학생)씨는 입주 초부터 타워팰리스에서 생활해온 ‘타워팰리스 토박이’다. 경기 안성에서 약국을 경영하는 부모님이 우연히 분양 기회를 얻어 입주에 성공했다. 그는 “남들에게 주소를 얘기할 때마다 곤란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냥 도곡동까지 쓸 때가 많죠.” 김씨는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군에 입대했다. 23사단 예하 81mm 박격포 부대였다. 자원 입대자들이 많아 지방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때 ‘갈굼’을 좀 당했죠. 주민들 사이의 관계요? 좋은 편이에요. 그다지 끈끈하다고 말할 것은 없겠지만. 이를테면 동창회에 갔는데 성공한 친구끼리 반갑게 인사하는 광경을 생각하면 맞지 않을까 싶은데요.” 김씨와 함께 타워팰리스 C동 3층 커피숍에서 차를 한 잔씩 마시고 계산을 하려는데 돈을 받지 않았다. “저희는 입주민들이 이용하는 시설입니다.” 결국 찻값은 입주자 카드로 김씨가 결제했다. 나중에 관리비에 포함돼 청구된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나라의 주거문화는 주변과의 관계성을 점차 배제하고 개인 또는 배타적 공동체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쪽으로 발전돼왔다. 주상복합은 이를 극대화한 주거 형태다. 사회 양극화가 심화될수록 소득 상위 계층은 점점 그들만의 공간으로 몰려들고,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한데 어울려 의사소통할 기회는 점점 줄어든다. 그들은 집으로 향하는 골목길에서도 마주칠 수 없고, 엘리베이터에서 눈인사를 나눌 수도 없으며, 회사가 끝난 뒤 아이들을 찾으러 들른 어린이집에서도 만날 수 없다. 주상복합에 대한 선호는 사회 갈등을 ‘외면’하고 의사소통을 ‘회피’하려는 사회 병리적 현상의 징후로도 읽힌다. 주상복합은 이미 상류층들을 흡수했고, 그 흐름은 중산층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

올 3월 부동산 시장의 화두는 ‘3세대 복합단지’라는 이름이 붙은 지방 주상복합 단지들의 고분양가 논란이었다. 신영대농개발은 충북 청주시 흥덕동 대농지구에 짓는 주상복합 ‘지웰시티’를 평당 1280만원에 분양하려다 청주시와 갈등을 빚었다. 분양가는 평당 140만원이 깎인 1140만원으로 결정됐다. 청주에서 주택 평당 분양가가 1천만원이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기 화성시는 동탄 신도시에서 평당 평균 분양가 1560만원을 주장하는 건설 프로젝트 회사 메타폴리스에 “분양가를 낮출 것”을 권고할 예정이다. 3월21일 <한겨레21>이 찾은 동탄 신도시는 새 아파트로 들어오는 입주민들의 이삿짐 행렬로 활기를 띠고 있었다. 메타폴리스 공사 현장은 273만 평의 광대한 대지 위에 펼쳐진 동탄 신도시의 한가운데 숨겨진 듯 자리잡고 있었다. 한창 터 파기 작업을 벌이고 있는 포클레인의 소음에 귀청이 따가웠다.

한국 사회 반세기 동안의 고민

그 터 1만5411평에는 앞으로 지하 5층, 지상 55~66층의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4동이 들어설 예정이다. 신문들은 주거·비즈니스·쇼핑에서 문화·오락·공공 서비스까지 모든 것을 갖춘 자족형 미니 도시가 부동산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는 기사들을 쏟아냈다. 주상복합을 향한 한국 사회의 욕망은 이제 명확한 하나의 흐름으로 굳어지고 있는 듯했다. 주변의 20~30층짜리 아파트들을 거느린 66층짜리 메타폴리스는 그 안의 사람과 밖의 사람을 구분하고, 배제하며, 차별할 것이다. 화성시청 1층의 중앙 로비에는 하늘에서 본 동탄 신도시의 축소 모형이 전시돼 있다. 모형 한가운데 우뚝 솟은 66층짜리 건물군은 한국 사회가 지난 반세기 동안 고민해왔으면서도 끝내 해결하기를 포기한 어떤 문제들을 압축해 보여주고 있는 듯했다.


법에도 없는 건물

주택법 시행령에서만 주거 면적 90%·300세대 미만 규정

‘주상복합’은 우리가 생활 속에서 자주 쓰는 일상용어가 됐지만, 정확한 의미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현행 주택법과 건축법이 무엇이 주상복합인지 아직 정의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견줘 건축법 시행령은, 아파트는 ‘주택으로 쓰이는 층수가 5층 이상인 건물’로, 오피스텔은 ‘업무를 주로 하는 건축물이고, 분양 또는 임대하는 구획에서 일부 숙식을 할 수 있도록 한 건축물’이라고 명확히 정의 내리고 있다.

우리 법 체계에서 주상복합의 정의를 간접적으로라도 읽을 수 있는 구절은 주택법 시행령 15조 2항이다. “도시 지역 중 상업지역 또는 준주거지역 안에서 300세대 미만의 주택과 주택 외의 시설을 동일 건축물로 건축하는 경우에는 (주택법상) 사업계획 승인 대상에서 제외한다.” 이 경우 전체 건물의 연면적에서 주거가 차지하는 면적은 90%를 넘지 말아야 한다. 사업계획 승인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말은 공원·놀이터 등의 주민복리시설을 짓지 않아도 되고, 평수 제한, 분양가 규제(분양가는 자율화됐지만 일반 주택의 경우 분양 모집 승인 단계에서 어느 정도 규제를 받는다) 등을 받을 필요도 없다는 것을 뜻한다. 전체 면적의 90%가 주택이지만, 주택이 받아야 하는 규제를 하지 않겠다는 엄청난 ‘특혜’ 규정인 셈이다.

그 때문에 서울 곳곳의 상업지역과 준주거지역에서는 타워팰리스 같은 호화판 주상복합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설 수 있었다. 법안에 ‘300세대’라는 제한 규정이 생긴 것은 주택법이 아직 주택건설촉진법이던 2003년 6월30일이다. 이후 300세대가 넘는 대단위 주상복합들은 주택법 규제에 편입됐고, 호화주택 논란은 어느 정도 잦아들 수 있었다. <한겨레21>은 주택법의 규정에 따라 주상복합을 △상업지역 또는 준주거지역에 자리잡고 있으며 △주거와 상업 용도가 복합돼 있고 △주거가 20세대 이상인 건물로 정의했다. 주거가 20세대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은, 20세대 이상의 주택이 모여 있어야 공동주택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세운상가가 주상복합의 원조?

도심 인구 감소 막기 위해 1981년부터 규제 완화하며 생겨나

대중들에게 주상복합은 ‘타워팰리스’ 이후 각인되기 시작한 사회 현상이다. 그렇지만 한 건물에 상업시설과 주거시설을 한데 묶는다는 발상이 시작된 것은 건축사에서 매우 오래된 일이다. 우리 기억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주상복합은 당대 최고의 건축가 김수근의 설계로 1967년 완공된 세운상가였다. 한 건물에 상가와 주거용 아파트에 엘리베이터까지 갖춘 18층의 주상복합 타운을 짓는다는 계획은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 ‘한강의 기적’을 위해 용트림하던 한국 사회를 뒤흔든 대사건이었다. 준공 테이프를 끊을 때 박정희 대통령과 부인 육영수씨도 참석했다. 하지만 그 시절 근대화를 상징하던 건물들이 그렇듯 영광은 길지 않았다. 1970년대가 지나며 흉물스런 모습의 세운상가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듯 쏟아지기 시작했다. 세운상가는 이제 실패한 건축 기획의 대명사로 한국 건축사에 기록돼 있다.

국가가 나서서 ‘주상복합’이라 부르게 되는 건물에 각종 건축 규제를 완화하기 시작한 것은 1981년부터다. 서울 종로와 중구 등 도심 지역에서 진행되는 인구 감소세를 막아보자는 명분이었다. 양재섭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연구원이 2001년 발표한 <서울 도심부 주거실태와 주거확보 방안 연구>를 보면 “1980년에서 2000년까지 서울시 인구는 18% 증가한 데 견줘, 종로와 중구의 인구는 43%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이후 국가는 주택건설촉진법 시행령을 거듭 개정해가며 주상복합 건물의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초석을 닦기 시작한다. 대표적 규제 완화는 주택 비율의 확대였다. 주택 비율이 50% 수준이던 시절 잠실의 한라시그마타워, 서울 보라매공원의 나산스위트 등 본격적인 주상복합 건물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70%로 완화되면서 도곡동 우성 캐릭터빌과 대림 아크로빌이 탄생했다. 다시 주거 비율이 90%로 올라가면서 대우 트럼프월드와 도곡동 타워팰리스 등 주상복합 시대가 열리게 됐다.

그러나 애초 정책 목표와 달리 주상복합은 서울 도심의 줄어드는 인구를 방어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주상복합이 들어선 곳은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빅3 지역이다. 주상복합은 이제 상류층들이 모여사는 배타적인 고급 아파트촌으로 그 의미가 변하고 있다. 그 추세를 뒤좇으려는 듯 주상복합 열풍은 지방 중심가와 신도시 등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권영덕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상복합은 전체 도시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배타적인 상류층들의 주거단지로 굳어졌다”며 “방치됐던 주상복합에 대한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