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로 시작된 추리소설가 미야베 미유키(‘미미 여사’) 붐은 2006년 <모방범> 1, 2, 3권, <용은 잠들다> <스텝파더 스텝> 출간으로 이어졌다. <모방범>은 세 권을 합쳐 3만2천 부(1권은 1만5천 부)를 찍었다. 11월부터는 북스피어에서 ‘미야베 월드’라는 이름으로 <마술은 속삭인다> 등 총 3권이 연이어 출간되었다.
온다 리쿠의 소설 또한 약진했다. 북폴리오 원미연 과장은 “온다 리쿠의 판타지 소설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는데 흥행을 자신할 수 없어 출간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온다 리쿠의 ‘장르 밖’ 소설인 성장소설 <밤의 피크닉>이 반가웠다. 그리고 상황이 무르익었다는 생각에 지난해에는 <삼월은 붉은 구렁을> 등 그의 대표판타지 소설을 출간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또한 출간 붐을 이루었다. 2005년 낸 <호숫가 살인사건> <게임의 이름은 유괴> <레몬>(이상 노블하우스)이 꾸준한 인기몰이를 했는데 나오키상을 받은 <용의자 X의 헌신>(현대문학)이 2006년 8월 베스트에 오르며 기염을 토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에서 비슷한 시기 <환야>, 연말에 <편지>가 출간됐다.
‘요괴소설’ 분야의 책을 개척한 손안의책의 <우부메의 여름>도 뜻밖의 선전을 했다. “2004년 낼 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미스터리 시장이 5천 부가 안 넘는데 이런 요괴물을 많이 보지는 않을 것이다, 라는 판단에 초판 1500부를 찍었다.”편집부 이주영씨의 말이다. 그런데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나가 현재 1만 부가량이 팔렸다. 쇄로는 6쇄에 해당한다. ‘교고쿠도 시리즈’ 후속작 <망량의 상자>도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성장소설로 시작해 판타지로 나가다
성인 시장의 다른 한곳에는‘라이트 노벨’ 시장이 있다. 지난해에는 ‘하루히 시리즈’(대원씨아이)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애니메이션이 견인한 ‘하루히’ 시장은 1권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이 지난해 4만1851권이 팔렸다. 지금까지 총 7권이 출간된 ‘하루히 시리즈’는 지난해 모두 21만5672권이 팔렸다.
일본 문학은 냉정과 열정 사이에 있다. 20~30대 여성 독자들이 ‘공감’하며 열정적으로 읽는 ‘냉정한 감성 소설’(YES24 자료에 따르면 <반짝반짝 빛나는>의 구매 독자 중 여성이 82.9%에 이른다)과 가벼한 유머 터치의 옴니버스(<공중그네> <플라이 대디> 등)가 베스트를 만들어낸다면, 추리나 판타지 등 마니아들이 냉정하게 읽는 ‘열정적 장르소설’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 YES24의 문학담당 이지영씨는 “처음 소개되는 작가가 시장에서 반응을 얻는 속도가 빨라졌다. 무라카미 하루키, 요시모토 바나나 등의 인기도 여전하지만 인기 작가군이 오쿠다 히데오, 미야베 미유키 등 새로운 작가들로 변화하는 양상이다. 그런데 베스트 순위에 든다 해도 한 달을 넘기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정보가 빠른 독자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그 규모는 크지 않다는 것. 그러므로 장르소설로 진화하는 2007년 시점에서 ‘베스트’라는 잣대로는 일본 문학의 ‘전성기’를 판단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가벼운 터치에서 장르소설로 넘어가는 데는 ‘작가’가 다리 구실을 한다. 이다혜 <씨네21> 기자는 “일본 작가들은 여러 종류의 소설을 쓰는 사람이 많다. 온다 리쿠나 미야베 미유키 등이 그렇다. 한 작가를 좋아하다 보면 그 사람의 책을 찾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장르소설을 읽게 된다”고 말한다. <밤의 피크닉>으로 시작해 온다 리쿠의 판타지를 읽고, <용의자 X의 헌신> 이후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을 읽는 것이다.
제3의 니혼 웨이브의 특징은 이 장르의 다양함에 있다. 문화평론가 이명석씨는 “개인적으로 최근에 본 영화가 일본 영화더라.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메종 드 히미코> <유레루> 등에서 기대하는 정서가 일본 소설을 읽을 때 바라는 정서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좀체로 찾을 수 없는 마음에 맞는 영화이기에 열광할 수밖에 없다. 일본의 장르 소설도 마찬가지다.
30대에겐 하루키, 10대에겐 하루히
문화평론가 김봉석씨는 “아직도 우리나라에 소개되지 않은 가능성 있는 작가들이 많다”며 이 물결이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이 지난해 10여 권 나왔지만 그의 전작은 70~80권에 이른다. 한국 콘텐츠가 아직까지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점도 있다.”
10대 독자들이 많은 라이트 노벨의 ‘장르 친화성’도 이 물결을 미는 힘이다. 이들의 일본문화와의 친화성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해 창간된 ‘젊은 감성 일러스토리 소설 무크’ <파우스트>의 최유성 편집장은 라이트 노벨의 독자들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다른 독자들보다 적극적이고 호불호를 강하게 표현한다. 원서를 찾는 비율도 높다. 이들은 웹에서 정보 공유가 활발하고 조직적이다.” 무엇보다 “한국 대학입시에서 제2외국어로 일본어를 선택하는 비율이 44%가량”(선정우·<파우스트> 1호 기획 대담)이라 ‘원초적’으로 일본에 익숙한 10대들이 많다. 30대가 하루키의 충격을 두고두고 이야기하듯이 이들은 하루히를 회상할 것이다.

△ 서울역 앞에 문을 연 일본 중고서적 전문점 ‘북오프’. 소설책을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이곳은 일본 소설을 원서로 읽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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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학 내에도 ‘일본’이라는 지뢰는 숨어 있다. 일본에 대한 감정은 냉정과 열정, 그 사이가 없다. 지난 1월17일 미국의 한인들이 교재 채택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는 <대나무숲으로부터 멀리>(so far from the bamboo grove, 한국판 <요코 이야기>) 사태는 그 감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반일 감정’은 일본 소설을 읽는 사람들에게로 향하기도 한다. 라이트 노벨을 많이 읽는 이혁진(ID 산왕·29)씨는 “평소 일본 문학, 영화 등 일본 문화에 친밀감을 표하던 네티즌이라면 아주 극단적 예로 독도 망언 같은 거라도 나오면 노심초사하게 된다. 공격 대상이 되기도 하고, 아주 쉽게 ‘일빠’ 같은 편견에 찬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고 말한다.
편집자들도 ‘지뢰’를 밟을까봐 노심초사하기는 마찬가지다. <삼월의 붉은 구렁을>(온다 리쿠, 북폴리오) 앞에 붙인 독자의 이해를 위한 일러두기 2번은 이렇다. “원문에 몇 차례 등장하는 한국해는 본래 일본해를 옮기면서 바꾸었다. 동해가 가장 정확한 표현이나 일본의 동쪽 바다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으므로 피했다.”편집자로서의 고충이 느껴진다. 한 일본 문학 편집자는 “(많은 소설의 배경인) 도쿄가 태평양을 면해 있는 게 다행”이라고 말한다. 그는 한 일본 소설을 편집하면서 소설 내 든든한 기둥 역할을 한 노인이 과거 2차 대전에 복무했던 사실이 번역에서 누락된 것을 확인했는데 새로 번역해 넣어야 하나를 고심했다. 특히 “전쟁 때 힘들었는데 우리는 헤치고 나갔다” 투의 연설도 없는 채로 나갔다. 정신의 나약함을 꾸짖는 말이 우리에게는 전범의 ‘정신 무장’ 연설로 보이기 때문이다.
일본해를 한국해로 표기한 사연
일본 소설이 ‘뜨면서’ 과열 경쟁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손안의책은 기이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이주영씨는 요괴소설 중 괜찮은 책을 놓고 출간을 할까, 말까를 하던 차에 판권을 문의한 결과 다른 곳에서 이미 계약이 돼 있었다. “‘망설여지는 책이었는데 딴 데 거라니 후련하네’와 ‘근데 뭘 믿고’라는 생각이 오갔다.”(‘손안의책’ 블로그)
한국에서 특히 강세를 보이고 있는 나오키 수상작이나, 한국에서 인지도를 높인 작가의 경우 선인세의 하한선이 500만엔(5천만원)이라고도 한다. 실지로 135회 나오키상 수상작 미우라 시온의 <마호로역 앞 다다심부름센터>가 이 수준에서 계약됐다. 이른바 거대 출판사들도 일본 책의 출판에 적극적으로 발벗고 나섰다. 랜덤하우스코리아, 민음사 계열사인 황금가지, 웅진 임프린트 노블마인이 적극적이다. 선인세를 올린다는 비판도 있지만 장르문학의 향방에서는 긍정적인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문화평론가 김봉석씨는 “규모가 있는 출판사들은 자본을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시리즈를 구성할 수 있다. ‘스카페타 시리즈’ 등 추리소설 시장에서 이미 그런 역할을 했다. 역할 분담을 잘하면 긍정적이다”라고 말한다. 적어도 일본 문학 시장의 파이를 넓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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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영화도 넘나든다
영화 2006년 100편 중 10편이 일본 원작… ‘한국화’가 관건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지리적 근접성 때문에 정서가 가깝고, 자본주의 발달이 빨라서 트렌드가 앞서며, 시장이 커서 문화적 다양성도 풍부한 일본 문화에서 한국 영화가 소재를 찾는 일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그것을 ‘일류(日流)의 역풍’이라고 염려할 이유도 없다. 한국 영화가 한 해에 100편 넘게 제작돼 소재의 빈곤에 허덕이면서, 다양한 소재가 축적된 일본 문화에서 대안을 찾은 것이다. 일찍이 <올드보이>의 원작이 일본 만화였고, <내 머리 속의 지우개>의 원작도 일본 드라마였다. 심지어 <파이란>도 일본 소설에서 나왔다.
두드러지는 것은 양적 증가다. 2000년에서 2005년 사이에 5편이 일본 원작을 썼지만, 2006년에는 10편 이상이 일본 원작에서 나왔다. 2007년에도 마찬가지다. 일본 소설 원작의 <어깨너머의 연인>과 <소년은 울지 않는다>가 촬영을 마쳤고, <비룡전>과 <반도에서 나가라> 등이 제작에 돌입한다.
일본원작의 한국영화에도 희비의 쌍곡선이 그려진다. 일본 만화 원작의 <미녀는 괴로워>는 500만 관객을 동원했고, 일본 드라마를 옮긴 <사랑 따윈 필요 없어>는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남겼다. 작은 차이가 크게 흥행을 좌우했다. <미녀는 괴로워>를 제작한 KM컬쳐 류은숙 실장은 “자잘한 해프닝 위주였던 원작을 강한 드라마로 완전히 바꾸었다”고 말했다. 뚱녀가 전신 성형을 통해 미녀가 된다는 설정만 가져오고, 가수라는 직업과 라이벌 캐릭터 등은 원작을 재창조했다는 것이다. 반면에 <플라이 대디> <사랑 따윈 필요 없어>는 원작을 충실히 옮긴 편에 속한다. 이 작품들은 이준기와 문근영이라는 톱스타를 캐스팅했지만 흥행에 실패했다. 류은숙 실장은 “원작이 유명할수록 원작의 명성에 눌려서 원작을 반복하는 실수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의 정서는 같지만 다른데, 다른 측면에 주목해 원작을 재창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일본 원작으로 흥행에 성공한 <올드보이>와 <내 머리 속의 지우개>도 원작의 얼개만 남기고 내용을 상당히 바꾸었다. 그것을 ‘한국화’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사랑 따윈 필요 없어>를 제작한 싸이더스FNH는 일본 소설 <어깨너머의 연인>의 제작을 마치고 5~6월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조윤미 싸이더스FNH 실장은 “원작의 ‘센’ 캐릭터를 우리가 공감할 수위로 조절했다”고 말했다.
일본 소설 등이 영화화에 매력적인 이유는 한-일 간의 문화적, 역사적 유사성에도 있다. <미녀는 괴로워>는 한국을 넘어선 동아시아의 성형 열풍이라는 공통의 사회적 이슈가 있었기 때문에 일본 만화의 한국 영화화가 가능했다. MK픽처스가 라스칼엔터테인먼트와 공동 제작하는 <소년은 울지 않는다>는 일본 소설 <상흔>이 원작이다. <소년은 울지 않는다>는 한국전쟁 직후 10대들이 밀수시장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이야기다. 원작의 배경은 2차 세계대전 직후의 일본인데, 한국적 상황으로 옮긴 것이다. 이렇게 전쟁의 폐허를 겪은 공통의 경험이 일본 소설을 한국 영화로 옮기는 기반이 되었다. 봄부터 촬영에 들어가는 <비룡전>에서도 유사성이 발견된다. <비룡전>은 재일동포 작가 김봉웅의 희곡 <초급혁명강좌 비룡전>을 다인필름이 영화로 옮기는 작품인데, 일본의 전공투 세대를 한국의 80년대 운동권으로 바꾸었다. 드라마에서도 일본 원작이 인기다. <연애시대>에 이어 <하얀 거탑>이 화제를 모으고 있고 <지뢰진>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 등이 제작 준비 중이다. 하지만 일본 원작의 수입이 무역수지 적자로만 이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는 5천만원의 판권료를 지불했지만, 270만달러에 영화를 일본에 되팔아 26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올드보이>도 마찬가지 경우였다. 이렇게 동북아의 문화가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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