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표지이야기 > 표지이야기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6년12월06일 제638호
재벌과 관료 놀라운 사랑 이야기

공정거래법 개정 따지자 “삼성의 요구사항”이라 말하는 이 나라의 공무원…재벌이 관료를 주무르고 관료가 경제 정책을 주무르는 ‘관벌시대’ 도래

▣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2004년 9월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국정감사에선 특별소비세 폐지를 둘러싼 논란이 쟁점으로 불거졌다. 재정경제부는 법 개정안에서 32개 특소세 품목 가운데 24개를 과세 대상에서 빼기로 했고 여기에는 모터보트·요트, 프로젝션 TV, PDP(벽걸이 TV용 영상장치) TV, 골프용품, 고급시계, 고급사진기, 모피재킷 등이 포함돼 있었다.

배기가스 기준 강화는 왜 미뤄졌나

재경부가 당시 특소세 폐지 명분으로 ‘내수 활성화’를 내건 데 대해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이 “대부분 수입되는 고가품인데 어떻게 내수 활성화가 되느냐”고 반박하자, 재경부 쪽의 명분은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 육성에 필요하다’는 쪽으로 바뀌었다.


△ 관료사회는 공익을 대변하고 있는 것일까. 과천 재정경제부 건물 앞을 한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

이에 심 의원은 모터보트·요트를 비롯한 특소세 폐지 품목들의 국내 중소기업 시장 비중이 매우 낮다는 분석 자료를 제시해 재경부 쪽을 다시 몰아세웠다. “특소세 폐지는 과거의 예에서 보듯이 세율 인하 후 대기수요의 일시적인 구매 실현으로 나타나는 소비 증가 외에 장기적인 내수 진작 효과가 미미하다”는 재경위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도 덧붙였다. 그러자 정부 쪽의 폐지 명분은 이제 ‘(일본) 소니와 PDP 가격 경쟁이 붙었다’로 바뀌었다. 일본과 PDP 가격 경쟁을 벌여야 하는 국내 업체(재벌)들을 밀어줘야 한다는 뜻이었다. 재경부의 명분은 왜 고비마다 자꾸 바뀌었던 것일까?

특정 업체와 연결성이 뚜렷한 정책 결정에서도 의아스러운 정황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정부는 2004년 7월1일 경제장관간담회를 열어 이날 시행될 예정이던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에 포함된 경유 상용차 배출가스 ‘유로3’의 적용 시점을 2개월 미루기로 전격 결정했다. 아무런 예고조차 없이 시행 ‘당일’ 방침을 뒤바꾼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현대자동차는 앞서 배기가스 배출 기준 강화로 자체 매출 손실 3천억원, 부품업체 매출 손실 2천억원을 합해 모두 5천억원의 손실을 입을 수 있다며 기준 적용의 유예를 요청한 상태였다. 나중에 드러난바 현대차의 추정 손실은 지나치게 부풀려진 것이었다. 당시 정부 정책이 결정될 때 ‘수도권 대기오염 중 차량 배기가스가 85%를 넘고 그중 경유차 배기가스의 비중이 88%에 이른다’는 환경과 국민건강적 요인은 얼마나 감안됐을까?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무역학과 교수)은 11월28일 <한겨레21>과 만난 자리에서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공정거래법) 개정과 관련한 ‘충격적인’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재경부 주도로 재벌 계열 금융회사의 계열사 지분에 의결권을 일부 인정해주는 쪽으로 법을 바꾸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던 2001년의 일이었다. 김 소장(당시엔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은 “(재경부 쪽의 법 개정 방향은) 금융과 산업의 분리 원칙을 어기는 것이고 수혜자는 삼성 하나뿐인데, 왜 그렇게 막무가내로 몰고 가냐”고 따져물었다. 이때 재경부 쪽 책임자가 바로 변양호 금융정책국장이었다. 김 소장, 장하성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와 함께 비공개 자리에서 따로 만난 변 국장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김 교수님, 양해해주십시오. 이건 ‘삼성의 요구사항’입니다.”

김 소장은 “그때 받은 충격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재경부 국장급 관료들 가운데 변 국장은 그래도 나름대로 생각 있고 합리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런 변 국장에게서 ‘삼성 요구사항이니 양해해달라’는 말을 들었으니…. 재벌로부터, 특히 삼성으로부터 자유로운 관료는 없구나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 재벌 관련 이슈들이 관료사회를 거치면서 재벌 쪽으로 굴절되는 정황이 많다. 과천 정부청사 전경.

금산법 개정안의 수상한 부칙

며칠 뒤 삼성 사람들과 만난 김 소장은 더 놀라운 경험을 했다고 증언했다. “공정거래법 11조를 개정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데, 변 국장 입에서 나온 문장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고 똑같았던 것”이다. 삼성에서 만든 자료가 재경부 관료들한테 전달돼 그걸 갖고 법 개정의 이유를 주장한다는 심증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고 김 소장은 한탄했다. “2002년 은행법 개정으로 산업자본의 지분 소유한도를 4%에서 10%로 올릴 때도 관료들의 논리는 똑같았다. 은행이 외국(자본)에 넘어가면 안 된다는…. 특정 그룹 또는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의 정책보고서에 나오는 논리 그대로였다.”

공정거래법 11조는 결국 삼성의 바람대로 바뀌었다. 재벌 계열 금융사의 계열사 주식에 대해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해 30%까지 의결권을 인정해주기로 한 것이다. 1986년부터 유지돼온 금융과 산업의 분리 원칙에 파열구가 생기는 순간이었다. 삼성 총수 일가에게 이는 ‘쥐꼬리’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할 수 있는 지렛대를 놓치지 않는다는 것을 뜻했다. 금융과 산업 자본의 분리 원칙은 시장경제 질서의 한 축으로 대부분 나라에서 채택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관료사회가 과연 ‘공익’을 대변하고 있는지 의심하게 하는 예다.

재벌(삼성)과 관료사회(재경부)가 관계를 맺는 지점에서 의혹덩어리 뒷이야기를 풍성하게 남긴 사례로 빼놓을 수 없는 게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금산법) 개정안이다. 삼성과 얽혀 하도 자주 거론되다 보니 일반인들에게까지 법 이름만큼은 어느 정도 알려진 게 ‘금산법’이다. 이 법에서 문제가 된 제24조는 공정거래법상 기업집단, 쉽게 말해 재벌 계열 금융사는 동일 계열사의 지분을 5%까지만 소유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으로 돼 있다. 이 또한 금융과 산업 자본 분리 원칙에 따른 것이다.

이상한 점은 지난해 금산법 개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재경부의 태도였다. 재경부가 지난해 7월 내놓은 금산법 개정안은 한 달 앞서 나온 박영선 열린우리당 의원 안과 달리 ‘5% 초과 지분의 의결권만 제한하고 보유는 허용’하도록 돼 있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나중에 드러난바 재경부 개정안의 ‘부칙’ 조항에선 개정안 ‘시행 이후에’ 취득한 초과 지분에 대해서만 문제 삼도록 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삼성 계열 금융사의 지분 초과 보유는 기왕에 이뤄진 것이니 눈감아준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현행 법에선 불법이던 게 돌연 합법으로 둔갑하는, 삼성 쪽에서 볼 땐 최상의 시나리오였다. 삼성 계열 삼성생명과 삼성카드는 각각 삼성전자, 에버랜드 주식을 7.2%, 25.6%를 보유해 수년째 금산법(제24조)을 어기고 있다. 재경부 안의 부칙은 곧이어 열린 국무회의에서 중대한 파문을 일으키는 빌미가 된다. 문제의 국무회의가 열린 날은 지난해 7월5일. 한덕수 당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이 금산법 개정안의 본문을 설명한 뒤 노 대통령이 질문을 던졌다. “일부 부칙 조항이 특정 재벌(삼성)에 면죄부를 준다는 지적이 있던데 설명을 해보라.” 질문을 받은 한덕수 부총리는 우물쭈물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자 노 대통령은 이정우 당시 정책기획위원장에게 대신 설명을 지시했고, 이 위원장은 재경부 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꼬집었다..


△ 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 개정안 마련 과정에서 드러난 재경부의 행적은 의문투성이다. 올 2월 국회에서 열린 금산법 청문회.(사진 / 한겨레 이종찬 기자)

당시 이 위원장은 국무회의에 재경부의 금산법 개정안이 상정된다는 사실을 전날 밤 12시께에야 전해듣고 부랴부랴 사태 파악에 나섰다. 그는 재경부 개정안의 부칙에 중대한 내용이 담겨있다는 사실을 간파한 뒤 당일 국무회의에 앞서 노 대통령에게 이를 보고했다. 노 대통령이 부칙에 대한 질문을 던진 것은 바로 이런 배경에서 비롯됐다.

기업하기 좋은 상법이라고?

여기서 중요한 점은 한덕수 당시 부총리가 부칙에 관한 설명을 제대로 하지 못한 데 있지 않다. 경제부총리에게 쏠리는 업무의 중량에 비춰볼 때 법안의 부칙에까지 일일이 신경쓸 겨를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핵심 쟁점이 되는 중대한 사항을 왜 부칙에 둬 법안을 마련했고, 또 무엇 때문에 ‘비밀 작전’을 펴듯 국무회의에 안건으로 상정했느냐 하는 점이다. 나중에 해명한 대로 재경부는 “객관적으로 법안을 마련했고 경제를 위해서 그랬던 것”일까? 금산법 개정안은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이며, 삼성 금융계열사들의 불법 상태는 계속되고 있다. 우연인지, 필연이었는지 참여정부 개혁 진영의 상징이던 이정우 위원장은 금산법 파문 직후에 위원장직에서 물러나 청와대를 떠나게 된다.

금산법에 얽힌 크고 작은 미스터리는 이 밖에도 많다. 법 개정 과정에서 재경부가 애초 주장과 달리 삼성 쪽 인사를 만난 것으로 드러났고, 법 개정안에 대한 삼성 쪽의 법률검토 의견서를 받아 이를 법 개정의 유력한 배경 자료로 활용했다는 점이 그런 예다. 재경부가 문제의 부칙은 법제처에서 만든 것이라고 했던 주장이 사실과 달랐던 점은 의구심을 더했다. 지난해 10월4일 재경부 국정감사장에서 이와 관련한 의혹을 제기한 박영선 의원에 대해 한덕수 당시 부총리는 “재경부를 모독하지 말라”고 강력히 반발했다가 다음날 박 의원 쪽의 팩스 물증 제시에 당황해하며 “도에 지나친 말을 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너그러이 양해 바란다”고 사과했다. 재벌, 특히 삼성과 얽혀 있는 쟁점에서 재경부를 중심으로 한 관료사회가 한쪽으로 기우는 정도를 넘어 원칙을 비틀고 적극적으로 왜곡시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은 지나친 비약일까. 공정거래법과 금산법 개정안에 더해 생명보험사 상장 방안, 상법 개정안, 출자총액제한제 존폐와 순환출자 금지 방안 등 지난해부터 올해에 이르기까지 주요 경제정책 사항들은 예외 없이 재계 목소리를 그대로 대변한다는 의심을 사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출자총액제한제는 사실상 무력화되는 길을 걷고 있으며 순환출자 금지 방안은 재경부에 의해 저지되는 양상이다. 금감위 주도로 마련된 생보사 상장 방안은 애초 방침과 달리 ‘상장 때 계약자 몫은 없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삼성으로선 내심 쾌재를 부를 만하다. 지난해 구성된 법무부 산하 상법개정특위는 제1모토로 ‘기업하기 좋은 상법’을 내걸었다. 상법은 경제법의 기본으로 상거래의 원칙을 담는 그릇임을 감안할 때 한쪽으로 편향됐다는 지적을 받기 딱 알맞다. 상법 개정 방향과 관련해선 차등의결권, ‘포이즌 필’(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경영진이 임기 전에 물러날 경우 거액의 퇴직금을 지급하기로 한다는 조항을 회사 정관에 넣어 경영권을 방어하는 방법) 등 기존 주주의 경영권 방어 장치를 강화해주자는 제안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기우로 돌리기 어려워 보인다.


△ 박영선 열린우리당 의원(왼쪽)과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삼성 관련 최대 이슈인 금산법 개정안 마련 과정에서 재경부·삼성과 날카롭게 맞서왔다.(사진 / 한겨레 이종찬 기자)

김상조 소장은 관료사회가 재벌의 이익 쪽으로 편향되는 정황을 보이는 배경으로 두 가지를 든다. 첫째는 의사결정 과정의 불투명성 탓에 재벌에 우호적인 정책 방향과, 현직 또는 퇴직 때의 경제적 이익을 교환할 수 있는 ‘토양’이 조성돼 있다는 점이다. 이보다 더 근본적인 두 번째 배경은 관료들이 이념적으로 재계 쪽 논리에 매몰돼 있다는 점이다. ‘재벌의 성장 없이는 한국 경제의 미래가 없다’는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대항적 사고나 고민이 없는 것의 발로라는 지적이다. “1960~70년대 개발연대 시절엔 관료사회가 가장 많은 정보와 우수 인재들을 확보한 집단이라 정책 방향이나 국민경제의 어젠다(의제) 설정에서 재계를 이끄는 입장이었다. 그렇지만 최근에 와선 정보나 능력 면에서 기업이나 기업연구소가 관료들을 압도하고 있다. 관료가 재계 쪽의 요구를 벗어나기 힘든 상태다. 정보와 능력 면에서 재계에 포섭돼 부지불식간에 재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함정에 빠지고 있다.”(김상조 소장)

금산법 개정안 마련 과정에서 재경부와 날카롭게 맞섰던 박영선 의원은 “(관료의 재벌 이익 대변에 대해) 관료가 부패했거나 투명하지 못한,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사무관이 된 순간부터 의사결정권자가 되기까지 약 20년 동안 접하는 이들이 주로 재벌이나 건설업자들이고, 반대쪽 목소리를 들을 기회가 많지 않다 보니 빗방울에 돌이 뚫리듯 그쪽 논리에 젖어들 수밖에 없다는 걸 (법안 심의 과정에서)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재벌 위하는 게 민족자본 지키는 길?

참여정부 들어선 특히 삼성의 힘이 압도적으로 두드러진 반면 정치권력은 든든한 지지기반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권자에 의해 뽑힌 ‘정치권력’이 ‘관료사회’를 통해 ‘재벌을 비롯한 경제주체들’을 적절히 관리하면서 시장의 ‘폭력성’을 완화하고 ‘공익’을 추구하는 민주주의 모델은 교과서 논리에 머물 뿐이다. 현실에선 거꾸로 재벌의 이해관계가 관료사회를 통해 관철되는 모양새다. 정치권의 힘이 점점 떨어지는 정권 말기 ‘레임덕 현상’이 뚜렷해질수록 ‘정치권은 관료사회에 압도당하고, 관료사회는 재벌에 압도당하는’ 가치전도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형식적으로라도 노동과 자본의 중립지대에 서 있어야 할 행정부가 태연스럽게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제1모토로 내거는 게 현실이다. “참여정부 초기 재계 주도로 토종 자본과 외국 자본의 대립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관료들이 재벌과 결탁하는 데 따른 심리적 장벽이 자연스럽게 허물어졌다. 재벌을 위하는 게 ‘민족자본을 지키는 구국의 행동’으로 여겨지게 됐다.”(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김상조 소장은 관료사회에 대한 민주적 통제 장치의 핵심으로 두 가지를 꼽는다. 사전적 정책결정 과정의 정보를 공개하는 일과, 사후적 판단이 가져온 결과에 대해 정치적·행정적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 둘 중 어느 하나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관료사회가 자연스럽게 기득권에 포섭되고 결과적으로 사회적 역동성은 떨어지게 된다. “형식적 민주화 시대에 들어선 지금 (재벌에 대한 억제력으로 작동할 수 있는) 시민사회와 노조가 성숙되지 않는 한 재벌에 지속적으로 밀리고 재벌의 이해를 대변하는 의사 결정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김기원 방송통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난감한 현실의 타개책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삼성 인력이면 국무회의도 가능?

2000년 이후 현안과 관련있는 재경부·공정위 공직자들 집중 영입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삼성의 인력으로 국무회의도 운영할 수 있다?” 지난해 참여연대가 분석 발표한 ‘삼성의 인적 네트워크 해부’ 보고서를 보면, 삼성에 영입된 분석대상 278명(관료·법조·정치·학계 등) 중에서 관료 출신이 101명(34.4%)으로 가장 많다. 1995년 이후 지난 10년간 삼성 임직원이나 사외이사 등으로 영입된 사람들인데, 취업 47명, 사외이사 37명, 재단이사 15명 등이다. 부처별로는 재정경제부가 20명으로 가장 많고, 금융감독기구 18명, 국세청 12명, 공정거래위원회 7명, 산업자원부 7명 순이다. 감독기관 출신의 경제관료가 영입 1순위다.

삼성은 특히 2000년 이후 ‘삼성 현안’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는 재경부·공정위 등 경제부처 공직자들을 집중 영입하고 있다. 2001년 이후 금융정책 담당부서에 근무한 경력이 있는 6명의 재경부 관료가 빅딜·재벌개혁 논의가 한창이거나 공정거래법 개정을 전후로 삼성에 취업했다. 김영섭(에스원 사외이사) 전 재경부 금융정책실장, 이수휴(삼성중공업) 전 재무부 차관, 이윤재(삼성화재보험) 전 청와대 경제수석실 비서관 등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고 참여연대는 분석했다. 삼성은 자동차산업에 진출한 직후인 1995년부터 불과 1년 사이에 산업자원부(당시 통상산업부) 관료 4명을 잇달아 영입했다. 이재용씨 경영권 세습 문제가 불거져 세금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국세청 관료들을, 삼성의 지배구조 및 금융법안과 관련해 논란이 일어날 때는 재경부 등 금융감독기구 출신 관료를 적극 영입했다. 흥미로운 건 외교통상부나 행정자치부 등 삼성의 주요 현안과 거리가 있는 부처의 공직자를 영입한 경우는 한 명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개혁연대 최한수 연구팀장은 “삼성의 고위 공직자 영입이 기업의 직접적인 생산활동과 별로 관련이 없는 감독기구 출신에 집중돼 있는 것은 사업 수행 또는 경영권 승계 등에서 발생하는 법률적 위험요소를 관리하고 재벌·금융 정책 등 경영환경을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려는 목적이 강하다. 공직자는 공익을 위해 활동한다는 이유로 고급 정보를 접하게 되는데, 이들이 삼성에 취업하면서 공익을 위한 정보가 사익에 봉사하는 위험한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공직자, 특히 경제관료 영입은 우수 인력 확보를 넘어 그 공직자가 공직 수행 과정에서 획득한 정보와 인적 네트워크를 흡수하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