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협상 결렬로 포항 건설노조 파업은 꼬여가는데 열쇠 쥐고도 책임 회피…이번 사태에서 보여준 무기력은 민영화 이후 지배구조와 이구택 회장의 한계
▣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찬반투표가 마무리된 건 투표 개시 1시간 만인 오후 4시 반께였다. 운동장에 설치됐던 투표함 10개가 단상으로 옮겨지고 개표작업이 시작됐다. 이리저리 어지럽게 몰아치는 바람에 투표용지가 날아갈 것을 염려한 노동조합 집행부는 개표요원들 주위에 사수대를 동그랗게 둘러세웠다.
“이런 ×같은 협상안에 찬성표를?”
사수대의 인간 고리 안에서 둥글게 머리를 맞댄 개표요원들이 바쁘게 손길을 놀리며 찬성표와 반대표를 구분해 100장 단위로 묶어나갔다. 바람막이 안에서도 행여 투표용지를 잃어버릴 것을 걱정한 듯 분류된 투표용지를 발로 꽉 밟고 있는 개표요원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2천 장이 넘는 투표용지의 분류가 마무리될 즈음 뜻밖의 결과가 입에서 입으로 웅성웅성 번져나갔다.

△ 9월13일 포항지역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포항 근로자종합복지관 운동장에서 단체협상안 찬반투표에 앞서 투표자 명부를 확인하고 있다. 투표 결과 반대가 64.5%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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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께 개표작업 종료 선언과 함께 결과가 발표됐다. “총 투표자 2056명, 찬성 34.7%, 반대 64.5%….” 운동장에선 일제히 ‘와!’ 하는 함성이 허공을 갈랐다. 최규만 노조위원장 직무대행은 “이로써 단체협상안 잠정안은 부결됐음을 선언한다”고 밝혔고, 함성이 다시 운동장을 가득 메웠다. 포스코 본사 점거, 하중근 조합원 사망으로 올여름 노동계를 뜨겁게 달궜던 포항지역 건설노동조합의 ‘포스코 사태’가 또다시 교착 상태로 빠져드는 순간이었다. 노사 단체협상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가 치러진 9월13일 포항시 근로자복지회관 운동장에는 가을비가 흩날리고 있었다.
공부가 부족했던 탓인지, 정치적 촉수가 둔감했던 때문인지 투표 결과와, 그에 대한 조합원들의 반응 모두 내겐 좀 뜻밖으로 여겨졌다. 단체협상안에 대한 투표에 들어가기 전 집행부의 협상안 설명 때 “이런 ×같은 협상안에 찬성표를 찍으라는 말이가?” “이게 간단하게 분회 토론하고 말 사안이가?” 같은 격앙된 목소리가 터져나오긴 했지만, 대체적인 분위기는 “마땅한 대안이 없지 않느냐. 일단 잠정안을 수용하고 계속 싸워나가자”는 것으로 여겨졌다. 투표 직전 분회별로 이뤄진 토론에서 “부결되면 계속 싸워나갈 것이고, 가결되면 반장들 책임 아래 100% 고용되게 하겠다”는 집행부의 잠정안 설명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읽혔다. 이날로 무려 75일이나 파업을 끌어온 데 따른 누적된 피로, 집행부의 대거 구속 사태, 일부 노조원의 이탈 분위기, 추석이 임박했다는 시점도 더 이상 파업 대오를 지켜나가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낳은 요인이었다.

△ “사용자이면서도 사용자가 아니다.” 포스코 사태에서 사용자 단체의 한 축을 맡고 있는 포항전문건설기계협의회 대표단이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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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밖의 단체협상안 부결 뒤 포항지역 건설노조는 파업을 계속 이어갈 방침이고, 사용자 쪽은 현재 수용한 안마저 버겁다는 태도여서 꼬인 실타래가 쉽게 풀리지는 않을 전망이다. △조합원 차별 금지(노조원 우선 채용 포기) △임금 5.2% 인상 △토요 근무 할증 강화를 위주로 짜인 단체협상안에 대해 노조 쪽은 “개악된 수준”이라고 분개하고 있으며, 사용자 쪽은 “잠정된 합의안마저 지키기 어려워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맞받고 있다. 단체협상안에 명시된 사항 외에 포스코 본사 점거 사태와 관련한 68명의 무더기 구속과 포스코 쪽의 손해배상 소송 제기, 조합원의 사망에 따른 격앙된 감정, 오랜 싸움 끝에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했다는 실망감은 문제를 노사 차원에서 해결하기엔 너무나 어려운 지경으로 만들어놓았다.
원청업체의 결정 없이 해결되나
노동계 안팎에선 포스코 사태 초기부터 문제풀이의 ‘열쇠’는 포스코가 쥐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포스코가 노사 교섭의 직접적인 당사자는 아니지만, 복잡한 다단계 하도급으로 이뤄지는 건설현장의 업무 특성상 발주처인 포스코나 원청회사인 포스코건설의 가이드라인 설정 없이는 협상이 겉돌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예컨대 파업 사태 초기에 주요한 쟁점으로 불거졌던 주40시간(주5일제) 실시에 따른 토요일 휴무 문제를 보자. 노조 쪽은 토요일 ‘유급’ 휴무를 주장했지만, 사용자 쪽인 전문 건설업체들은 포스코나 포스코건설로부터 그에 상응한 공사 단가를 받지 못한 상태에선 노조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는 처지였다. 이렇게 대부분의 쟁점들이 노사 교섭의 테두리를 넘어 포스코로 연결되고 있지만, 포스코 쪽은 “우린 ‘제3자’일 뿐”이라며 표면상 일정한 거리를 두었다. “노사 당사자가 아닌 터에 노조와 협의에 나서라는 건 법을 넘어 교섭에 임하는 것이어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논리였다.

△ 포항지역 건설노조의 일부 조합원들이 파업 대열에서 이탈했지만, 포항제철소 안 공사 현장의 정상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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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식 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이에 대해 “형식적인 법 논리로 봐선 맞는데, 법에 맹점이 있다”고 말했다. “원·하청 관계 회사들의 노사 문제에서 전략적인 결정은 (노사 당사자를 뛰어넘는) ‘윗단위’에서 이뤄진다. 원청이나 발주회사가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 배 본부장은 “(포스코 쪽의 ‘제3자’ 주장 발언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라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면 자기 회사 근로자들만이 아니라 휘하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까지 일정하게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를 당했을 때 원청회사가 책임지도록 하는 데서 볼 수 있듯 ‘포괄적인 책임’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항지역 건설노조의 사용자 쪽인 박두균 메인테코 대표는 “우린 사용자이면서 사용자가 아닐 수 있고, (노조) 조합원들은 노조원이면서 노조원이 아닐 수 있다”고 푸념했다. 박 대표는 포항지역 건설노조의 사용자 단체의 두 갈래 중 하나인 포항전문건설기계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개별 회사 단위로 뭉친 노조가 아니라, 지역을 기반으로 한 노조여서) 오늘은 A회사 소속이었다가 내일은 B회사 직원으로 일할 수 있다. A회사가 부도나면 B회사로 가면 그만이란 생각들을 한다.” 사용자 쪽 또한 일반적인 노사 관계와는 확연히 다르다고 박 대표는 설명한다. 원·하청 관계에 얽힌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어서, 발주회사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라는 것이다. 사용자 쪽의 이같은 한탄 또한 포스코 없이 교섭 당사자인 노사 차원에서 문제를 풀기는 어려운 실정이란 실토로 들렸다.
외면하면서도 은밀히 개입한 정황도
사실 포스코 쪽이 완전히 팔짱을 끼고 있었던 건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쥔 포스코가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포스코 관계자는 “겉으로 대놓고 말하지는 못해도 우리라고 가만있었겠느냐”며 노사 협상 과정에서 포스코가 일정하게 관여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사망한 하중근 조합원의 유가족과 협의를 벌이는 과정 등 중요한 고비마다 포스코가 참여한 정황도 일부 알려져 있다. 최규만 노조위원장 직무대행은 “협상이 잘 진행되다가 사측(사용자 쪽)이 ‘밖’에서 온 전화만 받고 나갔다 들어오면 (협상이) 안 되는 일이 잦았다”며 그 배후로 포스코를 지목했다. 명백한 물증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노조 쪽의 주장은 제쳐두더라도 포스코가 여러 통로로 개입하고 있다는 정황은 분명해 보인다. 포스코 사태 초기에 불거져 지금도 쟁점으로 남아 있는 대체인력 투입 시비, 포항시·경찰 관계자들이 참석한 대책회의를 열었던 점 등도 ‘제3자일 뿐’이라는 포스코 쪽의 주장을 무색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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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준 회장의 포항제철 시절 포스코는 근로조건, 여성고용 등 현안에서 선도적으로 나서는 편이었다. 1973년 6월9일 포항 1용광로에서 쇳물이 처음으로 터져나오고 있다.(사진/ <포스코 35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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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쪽으로선 여러 통로로 이렇게 문제 해결을 시도하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포항지역 건설노조 파업에 따른 피해와 손실은 해당 전문 건설업체들에만 머물지 않고, 포스코 쪽 또한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포스코의 관여 방식이 이해당사자의 한 ‘주체’로서가 아니라 하청업체들을 압박하는 ‘배후’로 비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제3자’라는 표면적 불개입과 달리 실질적으론 ‘내밀한 역할’을 한다는 정황은 극도의 불신을 낳고, 문제를 풀기 어렵게 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포스코가 ‘제3자일 뿐’이라며 답답할 정도의 불개입 노선을 견지한 것은 노동법 체계 때문에 나설 수 없다는 상황 논리 외에 포스코의 소유지배구조와도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민영화(2000년) 뒤 포스코 또한 다른 민간회사와 마찬가지로 이윤 추구를 최대 과제로 내세울 수밖에 없는 처지”라며 “특히 외국인 지분율(60~70%)이 높아 고배당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에 (원가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하청업체들을 배려하는 쪽으로 협상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관리형’으로 일컫는 ‘이구택 회장 체제’의 한계도 거론된다. 포스코 계열사 관계자는 “포스코 회장직은 대단히 ‘정치적인 자리’인데, (서울대 금속공학과 출신의) 이 회장은 엔지니어로 승승장구해온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형으로 정치력은 부족하다”고 말했다. 박태준, 김만제 등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춘 전임 회장들 시절에 쌓아놓은 영광을 지켜내는 ‘관리’를 넘어 새롭게 부닥친 문제를 ‘돌파’해내는 수준에 이르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포스코 사태 장기화로 절박한 처지에 빠진 이들은 노사 당사자인 조합원과 전문 건설업체(포스코의 하청업체)들이지만, 포스코의 곤경 또한 호락호락하지 않다. 노조의 찬반투표가 치러지기 직전 들른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파이넥스’(포스코가 자체 개발한 새로운 제철법) 공사현장에서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파이넥스 공장 지연은 엄청난 손실
‘파이넥스 프로젝트’는 포항제철소 안 14만㎡(4만2천 평) 터에 연 150만t의 쇳물을 뽑아내는 공장을 짓는 사업이다. 파이넥스 제철법은 기존 용광로 방식과 달리 소결공정(철광석을 용광로에 넣기 좋게 일정한 크기로 만드는)과 코크스공정(유연탄을 잘 타도록 만드는)을 거치지 않고 철광석(FeO)을 쇳물(Fe)로 만드는 방식이어서 투자비나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한다. 포스코 설비투자기획팀의 서상일 팀리더는 “기존 용광로 방식에 비해 투자비는 92%, 비용은 85%에 불과할 정도로 경제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포항제철소에 있는 용광로 4개 가운데 주력인 연산 300만t짜리에 견줘 쇳물 생산 규모는 적어도 훨씬 앞선 공법의 미래형 공법이라는 것이다. 파이넥스 제철법은 포스코의 인도 제철시장 진출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예정이며, 100년을 웃도는 용광로 제철법을 대체하는 획기적인 방식이라고 포스코 쪽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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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 파업 장기화의 원인으로 이구택 회장의 한계도 거론된다. 그는 ‘테크노크라트’형으로 정치력은 부족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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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는 2003년 연산 60만t 규모의 파이넥스 데모플랜트(시험공장)를 완공해 시험생산에 성공한 데 이어 2004년 8월 상용화 파이넥스 공장 착공에 나서 올해 말 완공을 앞두고 있다. 포항제철소 안의 34개 건설현장 가운데 15개가 파이넥스와 관련돼 있을 정도로 파이넥스 공사는 포스코의 핵심 사업이며, 따라서 노조 파업에 따라 가장 큰 타격을 입는 대상이다.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쇳물은 하루 32억원치에 이른다고 하니 두세 달에 걸친 공기 지연의 기회비용은 2천억원을 웃도는 셈이다. 노조의 찬반투표가 있던 날 건설현장에서 만난 파이넥스프로젝트관리팀 관계자는 “파이넥스 공사현장에 나와 있는 일부 이탈 노조원은 200명 정도(정상 규모 2천 명)뿐인데다 그나마 ‘크리티컬 공정’(주요 공정)을 할 이들은 없다”며 “공사 기간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안타까워했다. 핵심인력들이 아니어서 구조물 설치만 할 뿐 배관, 케이블 같은 주요 공사는 전혀 이뤄지지 못한다는 설명이었다. 포스코가 노조 파업 사태에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다.
이장원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사 관계는 ‘교섭’만을 위해 있는 게 아니며, ‘산업평화’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산업평화가 없는 ‘그 동네’ 문제를 푸는 데 포스코가 같이 나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건설노조가 ‘기업노조’가 아니라 ‘지역노조’이긴 해도 아파트 건설현장과 달리 상당한 동질성을 띠기 때문에 타협의 틀이 마련되지 않으면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지불능력이 떨어지는 협력업체들의 처지를 감안할 때 발주처인 포스코가 나서지 않고는 ‘힘’과 ‘힘’이 부딪치는 악순환은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건설현장의 노사 문제를 규율하는 법과 제도적 미비점을 감안할 때 포스코만 비난하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포항제철소 건설현장에 형성돼 있는 먹이사슬의 꼭대기로서 나눠져야 할 짐은 외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타오르는 철강은 차갑게 식었는가
미국의 저널리스트인 조셉 제이 인너스·애비 드레스는 포항제철소 건립 과정의 온갖 난관과 비화를 담은 책의 제목을 ‘IGNITING STEEL’(타오르는 철강)로 붙이고, 머리말에서 그 이유를 “포항제철의 경영 스타일과 기업철학에 가슴이 뜨거워짐을 느껴서”라고 밝혔다. 포스코가 하청업체들의 노사 문제에 ‘외면’으로 일관할 경우 ‘IGNORING STEEL’(무시하는 철강)로 불릴지도 모른다.
노조의 파업 찬반투표가 이뤄지기 전 포항제철소 안 공사현장 이곳저곳에는 단체협상안의 가결을 예상한 듯 이런 글귀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여러분 오랫동안 고생하셨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게 돼 반갑습니다.” 찬반투표 부결로 무색해진 플래카드를 떼낼 필요 없이 그대로 써먹을 수 있는 묘안은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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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고소득 노동자들일까 사용자 “전국 평균보다 41% 높아”… 노조 “월 180만~190만원선”
포항지역 건설노조 조합원들의 한 달 수입은 얼마나 될까? 일부 언론에 알려진 것처럼 일용직치고는 엄청난 고소득을 올리고 있을까?
포스코 설비투자기획팀의 서상일 팀리더는 “포항지역 건설 근로자들의 임금이 다른 지역에 견줘 높으면 높았지, 결코 낮지 않다”고 말했다. 포스코건설 플랜트사업본부 사업지원팀의 한동식 부장도 “포스코 사업장에선 1983년부터 퇴직금공제부금 제도를 도입해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분들도 퇴직금을 받게 했다”고 밝혔다. 포항전문건설기계협의회 쪽은 포항제철소 건설현장의 노임 단가가 전국 평균보다 41%나 높다고 주장했다.
포항지역 건설노조 쪽은 이에 대해 극히 일부가 많이 버는 경우도 있지만, 평균 월수입으로 따지면 180만~190만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조 쪽은 ‘2005년도 설치업체 임금협정서’를 내밀었다. 여기에는 기능공 9만7천원(일당), 조공 A급 8만4천원, 조공 B급 8만1천원, 조공 C급 자율(현장 무경험자)로 돼 있었다. 최고 일당이 9만7천원인 셈이다. 노조 쪽은 빠짐없이 일해 한 달에 25일 정도 하는 걸로 계산해보면, 고소득인지 아닌지 금방 알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연장근무를 하면 한 달에 300만원 이상 버는 수도 있지만, 날씨 탓에 쉬는 날을 감안해야 한다. 더욱이 건설업종의 특성상 연간 대략 8~9개월 정도 일할 수 있다는 사정까지 고려하면 평균 수입은 더 떨어진다. 노동자들이 노임 단가 인상 못지않게 안정적인 일감을 통해 고정 수입을 올리는 방식을 바라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배규식 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포스코는 (노임 단가를) 최대한 높여서 얘기하고, 거꾸로 노동자들은 낮춰 제시하는 수가 많아 노임 단가라는 게 들쑥날쑥하다”며 “객관적인 임금 수준을 산출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배 본부장은 “몰아서 한꺼번에 일해 이틀치를 하루에 받은 걸 일당으로 계산할 경우 실제와는 상당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노사 간 신뢰는 이렇게 ‘기초 통계’에서부터 어긋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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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취는 우리가 당했다” 사용자이면서도 사용자가 아닌 공동 협상단의 한숨
포항지역 건설노조의 협상 상대방인 사용자 쪽은 ‘포항전문건설기계협의회’와 ‘포항전문건설전기협의회’로 나뉘어 있다. 기계협의회 쪽에 33개, 전기협의회에는 31개 업체가 들어 있다. 광양제철소 쪽과 달리 포항제철소 현장에선 이처럼 사용자 단체가 두 갈래로 나뉘어 있는 것은 포항 지역의 전기업체 수가 기계업체 못지않게 많기 때문이다. 두 협의회는 올 단체협상을 앞두고는 ‘공동 협상단’을 꾸려 대응했다.
기계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박두균 메인테코 대표를 만나기 위해 9월13일 협의회 사무국을 두고 있는 포항 해도2동 그랜드오피스텔 201호로 들어서자 10여 명의 사용자 대표들이 사무실 안의 자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된 노조의 단체협상안 찬반 투표를 앞두고 협의를 벌이는 중인 듯했다. 사용자 쪽 대표들은 노조의 투표에서 가결(결국 부결로 결론)을 조심스럽게 관측하면서도 무거운 분위기였다.
김용근 (주)현창산업 대표는 “올해는 임금을 동결했으면 했는데, 5% 이상 올리기로 했다”며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언론에 강한 불신을 드러내며 명함 교환조차 거부한 한 업체 사장은 “× 같은 노조, 공산당보다 더하다”며 노조 쪽을 향해 맹비난을 퍼부었다. 그는 “여기 며칠 상주하며 취재해봐라. 노조원치고 단칸 셋방 사는 사람 없다, 보통 ‘그랜저’ 끌고 다닌다”고도 했다. 발언의 진위 여부를 떠나 노사 간 갈등과 불신의 깊은 골을 실감케 했다. 여기저기서 “노조가 조합원 우선채용권을 악용해 전횡을 일삼았다” “착취라고? 착취는 우리가 당했다”는 격앙된 목소리도 들렸다.
문제 해결의 열쇠를 포스코가 쥐고 있다고 보지 않느냐는 지적에 박 회장은 “포스코가 이해당사자가 아닌데 어떻게 나서겠느냐”고 말했다. 박 회장은 “조달청에서 발주한 공사 현장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해서 청사를 점거하고 청장이나 대통령을 나오라고 할 순 없지 않느냐”는 비유법을 들었다. 포스코와 맺고 있는 관계 때문인지는 몰라도, 포스코의 역할론에 대해선 일단 부정적인 듯했다. 그러면서도 박 회장은 “건설노조 조합원은 조합원일 수도 아닐 수도 있고, 또 전문 건설업체는 사용자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건설현장 업무의 특성상 기업단위 노사와는 다른 특성을 띠고 있다는 어려움의 토로였다.
노조 쪽의 찬반 투표 부결 뒤 전화로 연결된 이연우 포항전문건설기계협의회의 사무국장은 “허탈하고 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교섭 대표단이 전권을 갖고 협상안에 임해야지, 잠정안이 이렇게 부결되면 (사용자 쪽은) 언제 어떻게 누구와 (협상을) 하라는 것이냐”며 답답해했다. 사용자이면서 포스코의 하청(포스코건설)의 하청인 전문 건설업체 대표들 역시 노조 못지않게 지치고 힘든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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