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표지이야기 > 표지이야기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6년04월12일 제605호
모니터 너머 연예뉴스 전쟁!

하루 500여건, 주요기사는 국민 50명중 1명이 보지만 온통 부실투성이…포털 사이트와 온라인 연예매체·연예담당 기자·네티즌 모두가 지쳐버렸네

▣글·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사진·윤운식,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컴퓨터 바탕화면은 항상 고요하다. 그러나 인터넷 브라우저를 켜는 순간, 소리 없는 전쟁은 시작된다.눈길이 머무는 그곳, 화살표가 손가락으로 바뀌는 그곳에서 벌어지는 인터넷 뉴스 전쟁은 21세기 전쟁답게 분초를 다투는 ‘마우스 왼쪽 버튼 전쟁’이다.


△ 하루 500여 건, 주요 기사는 국민 50명 중 1명이 보지만 온통 부실투성이 포털 사이트와 온라인 연예매체·연예담당 기자·네티즌 모두가 지쳐버렸네

치열한 전쟁터에서 가장 높은 전투력을 갖고 연예뉴스는 매일매일 네모난 모니터 안에서 게릴라전을 치르고 있다.

언론사에 길이 남을 ‘파란 닷컴 사태’

‘파란닷컴 사태’. 21세기 대한민국 언론사에 오를 법한 이 단어는 2004년 7월 신생 포털 사이트 파란닷컴이 5개 스포츠신문과 맺은 독점계약을 가리킨다. 이 사태는 온라인에 말 그대로 ‘파란’을 일으켰다. 그 ‘파란’은 파란닷컴이 주요 포털 사이트 이용자 대다수를 흡수했다는 것이 아니라 스포츠신문이 빠진 국내 포털 사이트의 연예·스포츠 뉴스 빈자리를 온라인 매체가 대체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말한다.

2004년 7월 이후 지금까지 마이데일리, 스타뉴스, 조이뉴스24, TV리포트, 고뉴스, 쿠키뉴스, 노컷뉴스, 뉴스엔 등 20여 개의 온라인 매체가 자생적으로 혹은 기존 언론에 의해 생겨났다. 네이버, 다음, 야후코리아, 엠파스 등 포털 사이트와 기사공급 계약을 맺은 이들 매체는 하루에 40~100건의 기사를 송고하고 있다. 하루에 한 개의 포털 사이트가 내보내는 연예뉴스는 사진기사와 종합언론사 송고분을 포함해 500여 건에 이른다.

그중 포털 사이트 첫 페이지 뉴스 박스에 올라가는 연예기사는 하루 뉴스 박스 전체 기사 중 15% 정도인 10여 개. 주요 포털 사이트의 경우 뉴스 박스에 올라간 기사는 100만 클릭을 넘긴다. 뉴스 박스에 선택되는 하루 10여 개의 연예뉴스는 적어도 전국민 50명 중 1명에게 읽히고 있다는 뜻이다. 그날 화제가 되는 연예기사의 주인공은 단숨에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오르거나 인기검색어에 등재된다. 포털 사이트의 ‘가장 많이 본 뉴스’나 ‘가장 많이 본 기사’ 순위를 살펴보면 연예계 주요 기사가 있는 날의 경우 연예기사가 50%를 넘나들고 별다른 화제가 없어도 10~30%는 차지한다. 이 중 60~70%는 온라인 매체의 기사다.

가십성 기사가 연예계의 플랑크톤이라고는 하지만 영화배우의 신인 시절 일화 한 토막이나 TV 프로그램에서 탤런트가 건넨 농담 한마디, 몇몇 네티즌 사이에서 오가는 공방 등의 기사가 전 국민 50명 중 1명에게 읽힐 만큼 중요한 소식일까. 포털 사이트에서 폭발적으로 소비되는 온라인 연예기사는 파급력 면에서 오프라인 스포츠신문 시절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늘어났지만 파급력을 좇아 건수 늘리기에 급급해 파란닷컴 사태 이후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매체 급증과 함께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을 더 많이 드러내며 임계점에 다다랐다.

“수면부족과 만성 피로에 시달린다”

포화상태에 다다른 온라인 연예뉴스가 변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포털 사이트 뉴스시장에서 가장 먼저 감지되고 있다. 미디어다음 임선영 미디어팀장은 “최근 기사에 대한 꼬리말 등을 통해 연예기사 만족도를 살펴보면 단순 홍보성 기사나 가십에 대해서는 네티즌의 평가가 더 이상 긍정적이지 않음을 알 수 있다”며 “문화 트렌드와 스타 저널리즘 등을 다룬 연예기사에 대한 네티즌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포털 사이트는 더 이상 온라인 연예기사와 관련해 기사량을 늘릴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 지난 4월3일 성균관대에서 열린 남성그룹 SG워너비의 3집 음반 발매 관련 기자회견 모습. 최근 기자회견장에는 수십개 매체 100여명의 취재단이 참석한다.

네이버 박정용 미디어서비스 유닛장은 “올해 초만 해도 연예뉴스를 공급하던 2개 매체와 계약 기간이 종료된 뒤 연장을 하지 않았다”며 “이는 연예기사의 비율을 지금보다 조금 더 줄여간다는 의사결정에 따른 결과”라고 밝혔다.

온라인 연예매체의 과도한 경쟁의 한가운데에는 갑작스러운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연예담당 기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있다. 연예기사를 독점해온 스포츠신문은 지하철 무가지로 한 번 흔들리고 파란닷컴 사태와 온라인 연예매체의 등장으로 설자리가 좁아졌다. 스포츠신문에서 일하던 연예담당 기자들은 예기치 못했던 고용불안을 겪게 됐다. 동시에 기자가 부족했던 온라인 연예매체는 스포츠신문 기자들을 대거 영입하기 시작했고 <굿데이>와 <스포츠투데이>, <일간스포츠>의 연예담당 기자들은 온라인 매체로 대거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포털 사이트에 전적으로 의지한 온라인 연예매체도 고용이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연예담당 기자 중에는 온·오프라인 매체를 오가며 2번 이상 직장을 옮긴 기자들도 있다. 퇴직금은 물론이고 급여에도 확신이 없는 기자들은 연예담당 기자로서의 앞날이나 온라인 연예매체의 수명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한다.

온라인 연예매체와 포털 사이트는 네티즌의 눈을 가장 쉽게 사로잡는 방법으로 속보와 기사량을 선택했다. 그러나 기자 8명 안팎으로 구성된 온라인 연예매체는 하루 수십 건에 이르는 기사량을 소화해내야 하기에, 기자는 하루에 보통 5개에서 많게는 15개에 이르는 기사를 토해내고 있다. 수면 부족과 만성 피로에 시달린다는 한 온라인 매체 기자는 “보도자료를 빨리 처리하고 다른 매체에서 기사를 먼저 써도 늦지 않게 따라가려면 하루 종일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며 “충분히 취재하거나 고민하고 기사를 쓸 시간은 없다”고 털어놓는다.

네티즌의 이중성도 문제

보도자료가 오면 바로 내용을 복사해 기사로 만들고 첨부한 사진을 붙여 송고한다. 지난 3월 한 여성 탤런트가 연극무대에 선다는 기사는 오전 10시37분부터 39분까지 2분 동안 3개의 기사가 올라왔고 그날 8개의 기사가 포털 사이트를 장식했다. 제목부터 사진, 내용까지 같고 조사만 몇 개 다른 기사가 몇 분 간격으로 3~4개씩 올라오는 일은 하루에도 여러 번이다. 경쟁 매체에 새로운 기사가 올라오면 전화 한 통으로 사실 여부만 확인한 뒤 먼저 나간 기사를 베껴 내보낸다. 연예인 이름으로 검색하면 똑같은 기사가 쭉 나오거나 똑같은 오타가 동시에 발견되는 것도 이런 정황 때문이다.

연예기사가 다른 분야의 기사에 비해 기사의 질 부족 문제가 거론되는 것은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기사 공급을 시작한 연예매체들의 한계다. 다른 언론매체에 비해 신입 기자의 진출입이 쉽고 기사 작성과 취재 등에 대한 충분한 교육 없이 바로 현장에 투입해 기사를 쓰게 하고 있다. 신입 기자들은 기자로서의 기본기를 익히기도 전에 속보와 기사 건수 압박에 시달린다.

‘기사’가 아니라 상업적인 목적의 ‘콘텐츠’로 취급되는 문제는 연예 관련 사진기사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보도용 연예인 사진이 ‘킬러 콘텐츠’가 되면서 보도용과 돈 내고 보는 감상용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한 연예매체가 보도용으로 촬영한 연예인 사진을 모바일 콘텐츠로 판매해 연예매체와 연예기획사 간에 대립이 발생하기도 했다.


△ 온라인 매체 ‘마이데일리’의 편집국 풍경. 파란닷컴의 스포츠지 독점 계약 이후 온라인 매체가 대거 등장했다.

‘읽으면서 욕하는’ 네티즌의 이중성도 연예뉴스 전쟁의 한 축이다. 대다수의 네티즌은 함량 미달의 기사에 대해서는 악플 달기를 주저하지 않으면서도 클릭을 멈추지 않아 해당 기사가 조회 수에 따라 연예기사 페이지에 중요한 기사로 올라가는 데 한몫한다. 최근에는 포털 사이트마다 네티즌 게시판을 전면 배치해 네티즌이 올린 연예인의 소싯적 사진이나 ‘다리 긴 여자 연예인 여기 다 있다’는 식의 사진이 가십 기사를 위협하고 있다.

온라인 연예매체 확산의 긍정적인 기능도 있다. 스포츠신문이 오랫동안 독점해온 연예 관련 정보와 자료가 연예매체의 급증과 함께 공개적으로 돌아가면서 특정 매체와 연예인의 결탁이나 기사 거래, 접대문화 등은 거의 사라졌다. 연예계도 더 체계적인 홍보 시스템을 구축하는 계기가 됐다. 한 대형 연예기획사의 홍보담당자는 “보도자료를 정기적으로 보내는 기자는 40~50명 정도로 종합일간지와 온라인 매체를 따로 관리하고 있다”며 “인터넷은 작은 거리도 기사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온라인 매체를 통한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기자들이 머리 맞대야 할 때

그러나 동시에 연예기획사나 영화홍보사, 방송사의 홍보를 좇아가기에 급급하다는 문제도 있다. 우후죽순 생겨난 각종 ‘발표회’가 그렇다. 영화는 찍기 전에 한 번, 찍자마자 한 번, 개봉 전에 한 번 발표회와 기자회견을 연다. 촬영현장 공개도 필수다. 가수들은 쇼케이스와 음반 발표 기자회견을 때마다 하고 드라마는 방송국과 제작사가 손잡고 호텔을 빌려 제작발표회와 종방연을 거창하게 연다. 일정을 따라다니다 보면 뿌려주는 자료와 열어주는 발표회에 길들여져 비판 기능을 잃어버리기 마련이다.

전환점에 선 온라인 연예뉴스의 방향 조정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연예매체 관계자들은 “포털 사이트와 온라인 연예매체에 끌려가기보다 현장에 있는 온라인 연예담당 기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연예기사의 방향성과 연예담당 기자들의 근로환경, 재교육 등에 대해 논의하며 온라인 연예기사의 긍정적인 면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온라인 연예기사가 지금처럼 무의미한 속보 경쟁을 계속한다면 1~2년 동안 쌓아올린 온라인 연예매체가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프라인 신문 중심인 언론계가 온라인 매체 기자들에 대해 일방적으로 비판만 하지 말고 노동환경 조사와 고용, 재교육 등에 관심을 가져야 현재 언론계의 중요한 이슈인 ‘포털 저널리즘’ 문제를 합리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다.


△ 연예매체가 많아지면서 제작발표회와 촬영현장 공개 등이 많아졌다. 이영애 주연의 <친절한 금자씨> 촬영현장.(사진/ 씨네21 오계옥 기자)

포털 사이트의 뉴스 편집에 대한 인력 보강 문제도 시급하다. 지난해 4월 5개 포털 사이트은 ‘포털 뉴스 운영과 편집에 대한 공통 기준’을 마련해 뉴스 자정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통 기준은 △다양한 시각의 전달 △인격권, 명예훼손의 위험이 있는 기사 지양 △네티켓과 댓글 문화 정착 노력 △쌍방향 뉴스 △사회적 책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 등이다. 언론단체와 시민단체 등이 포털 사이트 뉴스 편집자의 자질 문제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해 기자 출신 뉴스 편집자가 늘어나고 있다.

“편집의 전문성 더 강화돼야”

민언련 이희완 인터넷분과장은 “포털 저널리즘 등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이뤄지면서 뉴스 편집자 문제는 어느 정도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도 포털 사이트 뉴스 편집 방향이 만족할 만큼 이뤄지고 있지는 않다”며 “특히 선정성과 상업성이 짙은 연예뉴스 편집의 전문성은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2년 동안 벌어진 온라인 연예뉴스 전쟁에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 포털 사이트와 온라인 연예매체, 연예담당 기자, 네티즌 모두 연예뉴스 전쟁에 지쳐버렸다. 그러나 여전히 포털 사이트는 전문적이고 차별화된 연예기사에 관심이 있고 온라인 연예매체는 안정성을 확보하고 싶어하며, 연예담당 기자는 괜찮은 온라인 연예기사를 쓰고 싶은 욕심이 있고 네티즌 역시 흥미로운 연예기사를 읽고 싶어한다. 이는 소모적인 전쟁에 종지부를 찍고 기사 자체로 진검승부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는 방증이다.


‘뒷북’으로 전락한 공중파

연예 전문 케이블·위성 채널·동영상 서비스가 시간차 공격

한국방송 <연예가중계>가 일주일에 한 번 ‘발빠르게’ 연예가 소식을 전해주던 때가 있었다. <연예가중계>와 문화방송 <섹션TV 연예통신>, SBS <한밤의 TV연예> 등 연예정보 프로그램은 각자의 개성과 정통성으로 20% 중반을 넘나드는 시청률 경쟁을 펼치며 오랫동안 ‘연예인과 시청자의 만남의 광장’ 역할을 톡톡히 해온 방송사의 효자, 효녀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이들 프로그램도 최근 1~2년 연예뉴스 춘추전국 시대를 거치며 시청률은 10%대로, 주목도나 관심도는 그보다 더 아래로 내려앉았다. 막강한 힘을 자랑했던 공중파 연예정보 프로그램의 자리를 시간차 공격으로 위협하고 있는 매체는 연예 전문 케이블·위성 채널과 각종 연예정보 프로그램, 기존 언론사의 동영상 서비스다.

2004년 12월 24시간 연예정보 전문채널을 표방한 YTN STAR가 문을 열었다. 개국 당시 국내 연예뉴스 시장이 할리우드 규모도 아닌데 24시간 연예뉴스 방송이 가능할까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가 많았다. 그러나 1년 반이 지난 지금 ‘연예계 X파일’ 등 굵직한 연예계 사건에 대한 관심을 타고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섰다고 자평하고 있다. YTN STAR를 비롯해 꾸준히 연예뉴스를 해온 ETN의 방송 내용은 TV채널에서 방송되고 몇 시간 뒤면 포털 사이트에 제공돼 케이블 TV나 위성방송에 가입하지 않아도 손쉽고 빠르게 연예뉴스를 영상으로 볼 수 있다.

Mnet과 KM, MTV코리아 등 음악채널도 연예정보 프로그램 경쟁에 뛰어들었다. Mnet은 ‘와이드 연예뉴스’를, KM은 ‘특종 KM 뉴스’를 채널 간판 프로그램으로 걸어놓고 청소년 등 젊은 층을 상대로 시청률 사냥에 나섰고 이들 프로그램은 케이블 TV에서 각각 0.3%와 0.2%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전파를 타고 있다.

신문사, 통신사 등 기존 언론사와 언론사 닷컴의 영상 진출 역시 제작이 쉬운 연예정보 프로그램을 매개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연합뉴스와 국민일보 쿠키방송의 연예인 인터뷰, 연예계 현장소식 영상 등은 포털 사이트에 실시간 제공돼 포털 사이트의 연예뉴스 영상 공급에도 한몫하고 있다.

공중파 연예정보 프로그램 관계자는 “실시간 포털 뉴스와 매일 방송하는 케이블 채널이 이미 쓸고 간 뉴스에 뒷북을 치는 경우가 많아 최근에는 자사 프로그램과 관련된 뉴스를 많이 내보내기도 한다”며 “방송사별로 각자 프로그램의 특성에 맞게 오락이면 오락, 교양이면 교양 등으로 색깔을 분명히 해 다른 매체와 차별화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