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윤형 기자/ 한겨레 사회부 charisma@hani.co.kr

함미형(40)씨는 임대아파트 주민이다. 그는 2005년 7월19일 서울시 SH공사가 만든 ‘당산 SH Ville’에 입주했다. 그는 “우리 임대아파트는 무늬만 임대아파트”라며 웃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산 SH Ville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지어진 중형 50년 공공임대아파트다. 함씨네 집의 분양 면적은 무려 35평. 전용면적(25.8평)으로 치면 국민주택 규모에 딱 걸치지만 그래도 어엿한 30평대 중형 아파트다. 이 아파트의 소유주는 서울시지만, 함씨는 “그래도 내 집”이라고 마음먹기로 했다. “평수가 넓어서 분양 아파트와 거의 차이가 없거든요. 만족하고 있습니다.”

집을 넓혀가려는 서민을 위해

함씨는 이곳에 이사오기까지 서울 중계동에서 전세 생활을 했다. 여느 중산층 가정과 마찬가지로 오매불망 바라던 꿈은 ‘내 집 마련’이었다. 그렇지만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집값을 감당할 수 없었다.

△ 경기 용인 구갈지구 강남마을 8단지 노인회 할머니들이 “우리 아파트가 최고”라며 웃는 모습으로 포즈를 취했다. 이 아파트는 30년 이상 임대가 가능한 국민임대아파트다. (사진/ 박승화 기자)

“정말 화나더라고요. 2~3년마다 집값이 배로 오르는데 배겨낼 수가 있어야죠.” 결국 함씨는 생각을 조금 바꿔보기로 했다. 인터넷을 뒤지다, 서울 당산동에 평수가 넓은 공공임대아파트가 분양된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처음에는 좀 망설였지만, “집을 재테크의 수단으로 보지 말자”는 남편의 설득에 마음이 움직였다. 함씨의 집은 현재 보증금이 4430만원, 한 달 월세가 56만9천원으로 월세가 조금 부담스러운 편이다. 그렇지만 SH공사에서는 보증금을 많이 내면 월세를 깎아준다. 그는 돈 1억4천여만원을 SH공사에 맡겨두고 월세는 내지 않는다. 사실상의 전세고, 마음을 좀더 편히 먹는다면 싼값에 내 집이 생긴 셈이다. 주변 아파트의 전셋값은 1억8천만원 정도. SH공사는 시세의 80% 수준에서 보증금을 정해 서민들의 부담을 줄였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권선희(39)씨도 “지금 아파트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중구 신당동의 14평(전용면적 11평)짜리 50년 공공임대아파트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었다. 그는 “아이들이 어릴 때는 큰 불편이 없었다”고 말했다. 큰아이 진호(13)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고민이 시작됐다. 옛날 집은 다섯 식구가 모여 살기에는 너무 좁았다.

물론, 그의 평생 소원도 내 집 마련이었다. 주택 청약을 130번이나 부었지만, 집을 사기에는 늘 돈이 모자랐다. 고민하던 권씨는 SH공사를 찾아 “집을 좀 넓혀갈 수 있는 방법이 없겠냐”고 물었다. 뜻밖에 길이 생겼다. “머잖아 35평짜리 임대아파트가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그는 망설이지 않고 서류를 넣었다. 권씨는 그동안 모아둔 돈에 은행 대출 2천만원을 합쳐 보증금을 마련했다. 널찍한 거실에 방이 3개, 화장실은 안방과 거실에 각각 1개씩 2개가 나왔다.

큰방은 권씨와 남편이 같이 쓰고, 다른 두 방은 아이들의 침실과 공부방을 만들었다. “집이 갑자기 커져서 좋다”던 진호는 집에 친구들을 데려오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될 수 있는 한 오래 살려고요.” 권씨는 “10년쯤 뒤에 돈이 모이면 집을 살 계획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주택 보급률은 2002년 100%를 돌파했다. 그렇지만 자가 점유율은 1970년 71.7%에서 2000년 현재 54.2%로 수직 낙하했다. ‘양극화’가 사회의 화두가 된 지 오래지만,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양극화는 ‘집 가진 부자’와 ‘집 없는 서민’을 나누는 양극화다. 집은 우리나라에서 ‘사람이 사는 곳’인 동시에 ‘가장 확실한 재테크 수단’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임대주택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복합적이다. 우리나라 사람 2명 가운데 1명은 어떤 형태로든 다른 사람의 집에 세들어 살면서도,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임대아파트’는 피켓 들고 구청 앞으로 달려가야 하는 혐오시설 취급을 받는다.

2012년까지 국민임대아파트 100만호

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싹튼 것은 1989년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을 목표로 한 영구임대아파트가 지어지면서부터다. 2003년 현재 전체 임대주택 재고 98만6천 가구 가운데 영구임대아파트는 20% 수준인 19만77가구에 불과하다. 그래도 사람들은 ‘임대’ 하면 ‘영구 임대’를 떠올린다. 진정수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단기간 대량 공급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극빈층의 주거가 한 곳에 대단지화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파트가 지어진 지 17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자활 의지가 있는 서민층은 대부분 빠져나가고, 기초생활수급자·장애인 가구·소년소녀 가장 등 극빈층 등이 빈자리를 채우게 됐다. 홍인옥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집을 반드시 소유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이제 깨야 한다”고 말했다. 2005년 이낙연 민주당 의원의 국감자료를 보면, 도시근로자 가구가 돈을 모아 서울에서 아파트를 사려면 33평짜리는 30년, 25평짜리는 23.2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난다. ‘8·31 대책’ 이후에도 부동산 가격은 종잡을 수 없고, 사람들은 청약통장을 싸들고 ‘판교 로또’를 꿈꾸는 중이다.

△ 서울 용산구에 마련된 국민임대주택 홍보관에서 시민들이 도우미의 설명을 들으며 본보기집(왼쪽)을 구경하고 있다. 도우미 노현아씨는 “홍보관을 찾은 사람들은 그동안 임대주택에 대해 가졌던 편견에서 벗어나게 된다”고 말했다.(사진/ 류우종 기자)

결국 대안은 임대주택이다. 임대주택도 사회 변화에 맞게 빠르게 진화해왔다. 신문을 펼쳐보면 정부는 “주택을 거주 개념으로 바꿔야 한다”며 △10년 공공임대 △중·대형 임대등 다양한 임대주택을 내놓고 있다. 10년 공공임대아파트는 5년 공공임대아파트처럼 ‘중산층의 내 집 마련’을 위한 징검다리로 만들어졌다. 의무 임대기간이 끝난 뒤 분양 전환된다. 판교에서 분양 예정인 25평짜리 10년 공공임대아파트는 보증금 1억5천만원에 월 임대료가 30만~40만원 수준이다. 서민들에겐 부담스런 수준이지만, 전문가들은 “10년 뒤 분양 전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중산층에게는 분당 전세 수준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한다. ‘8·31 부동산 대책’ 때 도입된 중·대형 임대도 큰 관심을 끈다. 판교에서 8월에 분양되는 중·대형 임대는 고소득 계층의 수요를 끌어들이기 위한 고급 임대아파트다. 국민임대주택 규모 이상으로 지어지기 때문에 40~50평대 아파트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별도기사 *** 참조).

서민들에게는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으면서 분양 전환되지 않는 △영구임대주택 △50년 공공임대주택 △국민임대주택 △(최근 도입된) ??? 등의 ‘사회적 주택’이 좋은 대안이다. 정부는 2012년까지 국민임대아파트 100만 호를 짓겠다고 호언장담한 상태다.

가장 큰 변화는 평수의 확대다. 2000년 현재 우리나라 전체 주택 재고(1431가구) 가운데 최저 주거 기준에 못 미치는 집은 전체의 23.1%인 330만 가구다. 사람들이 임대아파트를 기피하는 이유는 10평 남짓한 좁은 평수 때문이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지난 2004년 2월 서울 시내 임대아파트 거주민 1021명을 상대로 벌인 ‘거주자 주거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영구임대주택은 49.4%, 공공임대주택은 42.2%가 최저 주거 기준보다 좁은 곳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가 싫다면 다가구 매입 임대주택도

가장 발빠르게 변화에 나선 것은 서울시다. 서울시는 2005년 8월 “임대주택에는 저소득층이 산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기 위해 앞으로 18평(전용면적 12평) 이하의 국민임대아파트를 더 이상 짓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대신 들어서는 것은 22~33평형 아파트다. 특히 중산층이 선호하는 33평형의 건립 비율을 최대 30%까지 넓히고, 장기적으로는 40평대 임대아파트도 지을 예정이다. 서울에는 현재 장지·발산·은평·천왕·강일·상암·신내·세곡·우면·항동·도봉·신정 등 14곳(3만1천가구)이 임대주택단지로 예정돼 있다(표 참조). 주공에서도 (구체안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11~24평까지 짓게 돼 있는 국민임대주택의 평수를 더 늘릴 것을 검토하고 있다. 전용면적이 60㎡(18.1평)보다 큰 국민임대아파트에는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2004년 기준 311만3천원) 수준의 중산층도 입주할 수 있다.

△ 50년 공공임대아파트인 ‘당산 SH Ville’ 주민 권선희씨 집은 35평짜리 널찍한 중형 아파트였다. 권씨는 “아파트 구조가 너무 잘돼 있어 만족한다”며 웃었다.(사진/ 류우종 기자)

사정이 조금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20평 안팎의 중·소형 국민임대아파트도 좋은 주거 대안이 된다. 김재필(39)씨는 “아파트에 처음 입주하던 날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가 사고를 당한 것은 1990년 12월15일이다. 그는 출근길 버스에서 내리다 뒤에서 덮쳐온 화물차를 피하지 못했다. 그때 그는 스물여섯이었고, 태어난 지 48일 된 아기와 부인이 있었다. 그는 척추가 부러져 하반신 마비가 됐다. 운전자는 자동차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고, 보상을 해주는 대신 9개월 실형을 사는 길을 택했다. 부인은 얼마 못 가 집을 나갔다.

김씨는 처음 인천시 부평구 갈산동에 들어선 영구임대아파트(11평)에 살다 2004년 8월 국민임대아파트 입주에 성공했다. 그는 이제 인천시 부평구 삼산주동아파트 4단지 주민이다. 아파트 입주 뒤 재혼을 약속한 김형자(32)씨와 살림을 합칠 수 있었다. 보증금은 1435만원, 임대료는 17만5260원이다. 아파트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장애인의 편의를 위해 구조 개선을 했다. 화장실 문은 휠체어 너비에 맞춰 넓어졌고, 바퀴가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방문에 턱을 없앴다. 큰방에서 김씨와 형자씨가 함께 생활하고, 작은방은 아들(16)이 쓴다.

실제 거주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국토연구원이 2004년 9월 국민임대주택 입주자 1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국민임대주택 100만 호 건설 실현방안 연구’)를 보면 입주자의 47.2%가 집에 대해 ‘만족’ 또는 ‘매우 만족’한다고 밝혔다. ‘보통’이라는 답변은 42.7%, ‘불만족’은 10.1%밖에 없었다. 이에 견줘 영구임대주택 주민(조사 대상 707가구)에 대한 비슷한 조사(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서울 강서구 ‘저소득층 집중 거주에 따른 문제점 및 개선방안 연구’)에서는, 주민들이 자신의 주거에 대해 ‘저소득층 주거지역’(23.6%)이나 ‘소음·악취 등 불량주거지역’(21.6%) 등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의 생활권을 벗어나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옮기기 싫은 사람들은 다가구 매입 임대주택을 알아보면 된다. 다가구 매입 임대주택은 도심 곳곳에 소규모 다가구 임대주택을 매입해 임대하는 방식이다. 김영윤(##나이?)씨는 2004년 12월 서울 강서구 가양동 화곡7동 다가구 매입 임대주택으로 이사왔다. 그는 초등학교 2, 3학년에 다니는 두 아들과 같이 살고 있다. 방 둘에 거실이 딸려 있는 방은 15평이다. 보증금 290만원에 월세 5만원을 낸다. 그는 “이곳 월세는 근처의 4분의 1 수준”이라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시선

건설교통부는 지난 2004년 말부터 서울 강서·관악·노원·영등포·중랑 등 5개 구에 75채(503가구)의 다가구 주택을 매입해 이 사업을 시범 운영했다. 한국주거학회가 2005년 2월 시범업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입주 뒤 주택 규모(평균 9.96평 → 14.61평)와 도시가스 보일러(53.3% → 93.3%) 등 생활 형편이 나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건교부는 2015년까지 매년 4500가구를 사들여 원하는 주민들에게 영구임대주택 수준(보증금 250~350만원, 월 임대료 8~10만원)에 공급할 예정이다.

그렇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아파트의 품질이나 평수가 아니다. 그것은 사람들의 시선이다. 전문가들은 “예전처럼 저소득층만 몰려 사는 대단위 단지를 만드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소득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사는 ‘사회 통합’(소셜 믹스·Social Mix)형 주택이 도입되고 있다(별도 기사 ‘빈부의 철조망을 허물어라’ 참조). ‘당산 SH Ville’의 김은정 부녀회 총무는 “우리는 스스로 중산층이라 생각하고 전세 가격만 놓고 봐도 별 차이가 없는데, 주변에서는 우리를 여전히 임대아파트 주민으로 보는 시선이 있다”고 말했다. 임대주택에 대한 시선을 바꾸려면, 단순히 평수를 늘려 짓고 고급 마감재를 쓰는 것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은 ‘영구임대아파트’라는 괴물을 만들어낸 정부의 탓이지만, 수십 년 동안 내 집 마련의 논리와 관성 속에 살아온 우리 사회가 함께 감당해야 할 짐이기도 하다. 새로운 임대주택 정책은 이제 시작이다.

		국민임대주택 구경하세요 참여정부가 내놓은 사회적 주택, 청약자격은 소득 기준 국민임대주택은 참여정부가 야심적으로 내놓은 ‘사회적 주택’이다. 국민임대주택은 저소득층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과 국민임대주택 기금을 지원받아 짓고, 임대 기간은 30년 이상이다. 정부는 참여정부 임기 동안 50만 가구, 2012년까지 50만 가구를 더 지어 2012년까지 모두 100만 가구를 완성할 예정이다. 2004년 현재 전용면적 18평 이하로 28만1996가구(주공 26만5396가구·지자체 1만6600가구)가 지어졌다. 정부는 집을 짓기 위한 땅을 마련하기 위해 그린벨트를 풀어 택지를 마련하는 것을 뼈대로 한 ‘국민임대주택건설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7월1일 시행했다. 임대주택 건설을 꺼리는 지자체와 환경 파괴를 우려하는 환경단체들의 반발로 택지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청약 자격은 소득기준이다. 전용 50㎡(15.1평) 이하 소형 평형은 무주택 세대주로서 월평균 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50%(2004년 기준 156만6천원)에 못 미쳐야 한다. 소형 평형은 청약 저축에 가입하지 않아도 되고, 1순위는 아파트가 들어서는 지역의 시·군·구 거주자다(표 참조). 전용면적 50~60㎡(18.1평) 중·소형 주택은 청약주택에 가입한 무주택 세대주로서 월평균 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70%(2004년 기준 217만9천원) 이하여야 한다. 1순위가 되려면 청약저축을 24번 이상 내야 한다. 전용면적 60㎡이 넘는 주택은 월평균 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100%(311만3천원)에 못 미쳐야 한다. 임대료는 주변 전세 시세의 65~80% 수준에서 정해진다. 서울시 등촌동의 22평(전용면적 15평)의 보증금은 2500만원에 월 임대료 20만2천원이고, 의왕시 내손동의 같은 평수 아파트의 보증금은 1477만6천원에 월 임대료 19만7천원이었다. 입주자가 원하면 보증금을 더 맡기는 대신 월세를 덜 낼 수 있다. 서울 용산(02-794-1664)과 경기도 수원(031-271-0748)에 홍보관이 마련돼 본보기 집을 둘러볼 수 있다. 연중 무휴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천차만별 임대주택 영구임대·공공임대·국민임대아파트의 차이를 아십니까 임대주택이라고 다 같은 임대주택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임대주택 제도는 사업 주체·지원 자격·사업비 부담 방식 등에 따라 복잡하고 까다롭게 나뉜다. 가장 대표적인 임대주택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이 거주하는 영구임대아파트다. 1989년에 처음 도입돼 4년 동안 19만77가구가 만들어졌다. 가난한 사람들이 몰려 살아 주변 지역이 슬럼화됐다는 지적이 있지만, 임대보증금 200만~300만원에 5만~6만원의 임대료만 내면 되는 영구임대아파트는 도시 빈민들에게 여전히 매력적인 주거지로 여겨진다. 2004년 현재 영구임대아파트 입주 대기자는 4만5248가구(주공 기준)에 달한다. 그 뒤로 도입된 임대아파트가 공공임대아파트다. 공공임대아파트는 정부 재정·기금·공공택지 지원을 받아 공적 관리를 받는 주택을 뜻한다. 청약저축 가입자들이 입주 신청을 할 수 있고 국가유공자·철거민 등에게 특별 분양의 기회를 준다. 공공임대아파트는 분양 전환이 안 되는 50년 공공임대아파트와 5년이 지나면 분양 전환이 가능한 5년 공공임대아파트로 나뉜다. 그렇지만 5년(2년6개월이 지나면 분양 가능) 공공임대아파트는 “사실상 분양아파트”라는 지적이 많아 공공택지에서는 더 이상 지어지지 않는다. 그 대신 도입된 게 10년 임대 뒤 분양되는 ‘장기 임대아파트’다. 참여정부가 2012년까지 100만 호를 짓겠다고 약속한 국민임대아파트도 있다. 정부는 국민임대아파트 100만 호, 장기 임대아파트 50만 호를 만들어 임대주택 재고율을 선진국 수준인 10~1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민간임대주택은 민간 건설업체에서 공급하는 임대주택을 뜻한다. 국민주택기금 지원을 받아서 지으면 공공임대주택의 규정에 따르기 때문에 민간이 지어도 공공임대주택라고 부른다. 기금 지원을 받지 않으면 특별한 규정이 없다. 다양한 임대아파트가 있지만 서민들의 주거 안정이라는 ‘사회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임대아파트는 분양 전환이 안 되는 △영구임대아파트 △50년 공공임대아파트 △국민임대아파트 3가지뿐이다. 전문가들은 “임대주택의 종류가 저마다 달라 임대보증금·임대료 등이 천차만별”이라며 “효율적인 임대주택 관리를 위해 영구임대·50년 공공임대·국민임대 주택 등은 통합 관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