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연료로 인한 오염 때문에 생존마저 위협받는 아오모리현 주민들
다가오는 환경재앙, 농산물 주문량 급감하고 어민들의 우려도 높아져
▣ 로카쇼무라= 글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 통역 황자혜 전문위원 jahye@hanmail.net
로카쇼무라에 대한 전세계의 고민은 군사적 위험성과 국제정치적 영향 측면으로 쏠리고 있지만, 정작 핵시설 주변 시민들은 환경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아오모리현의 전체 주민들을 상대로 ‘핵연료 저지 1만인 소송 원고단’을 이끌고 있는 야마다 기요히코(49) 사무국장은 “핵 확산 위협이나 군사적 위협은 오히려 눈에 띄지만, 방사능 위험은 세계적으로 눈치를 못 채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일본 전국에서 모이는 사용후 핵연료가 3천t에 이르기 때문에 만약 대형사고가 나게 되면 일본 전체에 영향을 주는 재앙적 수준의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본격 가동이 이뤄지기 전인데도 벌써부터 태평양의 오염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면서 “아오모리현 옆 이와테현 양식업자들이 걱정의 목소리를 높일 정도”라고 덧붙였다.
안전하다면 왜 높은 배기탑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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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카쇼무라 북쪽에 위치한 작은 마을 도리에 걸려 있는 반핵 포스터. 일본원연에 반대하는 구호 가운데 ‘생명은 방사능이 싫다’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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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일본원연 쪽이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테러 대책이라는 이유로 건물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알 수 없다. 핵 확산 관련성이나 사용후 핵연료에 관한 정보 등이 전혀 없어 사고가 난 뒤에야 대책을 세울 수 있다. 사고가 안 나면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 수 없는, 이 구조가 진짜 문제다.”
시설 주변에서 농사를 직접 짓는 사소우 세이에츠(39·미치노쿠농산 유한회사 대표이사)는 ‘재처리 공장에 대해 연구하는 농업자의 모임’ 대표다. 1994년부터 가족과 함께 운영하는 이 회사는 3만 평 정도의 땅에서 쌀, 마, 토마토 등을 재배한다. 그는 “무엇보다 건강이 가장 걱정”이라고 했다. 그는 또 “우리가 재배하는 농산물이 방사능에 오염됐을 수 있다는 나쁜 평가나 이미지 때문에 가격이 폭락할 수도 있다”면서 “모임 회원들인 주변 농민들이 무농약으로 재배한 쌀을 도쿄와 오사카 지역 고객에게 직접 판매해왔는데 재처리 공장 얘기가 자꾸 알려지면서 앞으로는 그만 사겠다고 하는 고객들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그는 주변 농민들과 함께 “관련 피해를 보상하라”며 일본원연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그는 또 아오모리현에서 나는 농산물을 안심하고 먹을 수 없다는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핵폐기물을 태운 뒤 대기로 내보낼 때 쓰는 배기탑의 높이가 150m나 되는 점과 해양 배수관이 11km나 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일본원연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그렇게 안전하다면 왜 배기탑을 그렇게 높게 해놓고 배수관을 태평양까지 연장해서 버릴까. 150m로 해놓으면 바로 아래 시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괜찮을지 모르지만 대기 중으로 퍼지면서 시설에서 떨어진 주민들은 오히려 그 오염물질을 호흡할 가능성이 커진다.”
기자가 “한국에서는 로카쇼무라 주민들의 1인당 소득이 높아지는 등 핵시설이 들어선 이후 생활이 나아졌다고 알고 있다”고 말하자, 그는 “로카쇼무라 주민들의 1인당 소득이 아오모리현에서 가장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자세히 따져보면 그것은 주민 전체의 소득이 올라갔다기보다는 일본원연의 관련 업체 직원들이 모두 근처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고 꼬집었다.
주변 어민들의 염려도 크다. 취재진이 로카쇼무라 북쪽의 도리 마을에 들어서자 ‘핵연료로부터 어장을 지키는 모임’ 사무실이 눈에 띄었다. 사무실 밖에 붙여진 포스터에는 ‘생명은 방사능이 싫다’는 등의 구호가 쓰여 있었다. 태평양이 바라다보이는 이곳은 처음 로카쇼무라에 핵시설이 들어설 때부터 찬성과 반대의 목소리가 격렬하게 나뉘면서 가족과 친척들 사이에서도 반목이 생길 정도로 갈등의 골이 깊었던 곳이라고 한다.
철새 이동경로도 바뀌었다
일본원연 쪽에서는 재처리 공장의 가동이 이곳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이런 말을 믿지 못하고 있었다. 한 시민단체가 핵 복합단지에 둘러싸인 오부치 호수에서 1만 장의 노란 엽서를 띄웠는데 대부분이 이 어촌으로 흘러들어왔다고 한다. 그 뒤 주민들의 생각은 많이 변했다. 그렇지만 현재 일본원연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많아지면서 어업이 시들해졌고, 이런 결과에 대해 조직적인 문제제기를 하는 움직임은 눈에 띄게 사라졌다.
이곳 마을에서 ‘핵연료로부터 지역주민을 지키는 모임’ 회장을 맡고 있는 나카무라 간지로(75)는 “처음 로카쇼무라에 시설이 들어설 당시 주민투표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며 “로카쇼무라 핵복합단지 시설은 민주주의 원칙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방식으로 추진된 곳”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신문에서 로카쇼무라 관련 기사를 읽을 때마다 플루토늄을 태운다고 광고하지만 탁상공론일 뿐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결국 고준위 핵폐기물도 로카쇼무라에 묻힐 게 뻔하다”고 내다봤다.

△ 야마다 기요히코는 군사적 측면뿐 아니라 대량의 방사능 유출 등 환경적 측면에 대한 관심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중·저준위 핵폐기물 시설 문제와 관련해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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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적인 삶을 꿈꾸며 삼나무집에 살아온 무카이나카노 이사무(88)는 “매년 겨울철에 날아왔다가 봄에 시베리아로 돌아가는 철새를 관찰해왔는데 이동경로가 많이 달라졌다”면서 “핵 관련 시설과 배기탑 쪽을 건너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달력에 빽빽하게 적어놓은 관련 철새 경로를 취재진에게 공개했다.
핵시설 주변에서 원예업을 하고 있는 기쿠카와 게이코(57)는 “로카쇼무라가 잘 살게 됐다는 얘기가 있지만, 사실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빈부의 격차만 심해져 로카쇼무라의 생활보호대상자 수는 아오모리현에서 가장 많다”며 “영세 자영업자들이나 농민들의 삶의 질이 그대로인데다 이제는 생존의 위협마저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일본원연 쪽이 아오모리현 등 지방자치단체에 내는 특별세금의 쓰임새와 관련해 그는 “주민생활과는 상관없는 도로를 뚫는 것은 현 의원들이 하고 있는 건설업을 도와주는 결과만을 가져올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아이들의 미래를 담보로 벌이고 있는 재처리 공장의 가동은 지금이라도 중지돼야 한다”면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회보다는 시민사회가 나서야
아오모리현에서 만난 스와 마스이치 의원(일본공산당 아오모리현 의원)은 “재처리 공장의 가동은 시간문제”라고 내다봤다. “전체 의원 47명 가운데 자민당과 신정회, 공명당, 신정파 등 핵시설 추진파가 41명을 차지해 압도적이고, 반대파는 사민당 3명과 공산당 2명 그리고 무소속 1명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의회보다는 시민사회가 나서기를 바라면서 일본 전역에서 재처리 공장 가동 반대를 요구하는 75개 단체의 공동서명을 받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만들어 이 문제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로카쇼무라 핵 복합시설 단지는 태평양과 시베리아 철새들의 도래지로 널리 알려진 아름다운 오부치 호수를 끼고 있다. 1월30일 취재진이 오부치 호수를 찾았을 때도 시베리아 백조들이 떼지어 놀고 있었다. 지역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들러 과자 부스러기를 먹이로 주어온 탓인지 취재진을 발견하자 백조들을 앞다퉈 몰려오기 시작했다. 재처리 공장의 가동은 이들의 삶에도 영향을 끼칠 게 분명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