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는 ‘강함’으로 DY는 ‘신중함’으로 변신하며 침체된 여당의 메시아 자처
자신들이 외치는 구호를 시대정신과 비전으로 연결지을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GT냐 DY냐, DY냐 GT냐. ‘2·18 전당대회’를 앞둔 열린우리당의 관심은 단연 김근태(GT)·정동영(DY) 두 전직 장관에게 쏠린다. 40대 기수론, 영남권주자론, 민주당과 합당론 등 많은 쟁점들이 뒤섞이면서 9명의 주자가 당권을 놓고 경쟁 중이지만 당원들의 정서는 1년6개월 만에 당에 복귀한 두 사람 가운데 누구에게 당 의장을 맡길 것이냐는 화두로 수렴된다. 여당 안에서 개혁 블록과 실용 블록, 당권파와 비당권파를 구분짓는 상징적 존재이자 유력한 대권주자인 두 사람이 위기에 빠진 열린우리당을 살리고, 당면한 5·31 지방선거를 넘어 2007년 대통령 선거전까지 여당의 명운을 좌우할 리더이기 때문이다.
GT “심정이 절박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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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윤운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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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와 DY. 두 사람은 초반부터 선거전술, 당의 위기 진단과 극복 방안, 당·청 관계 재정립, 5·31 지방선거, 민주당과 통합론, 2007년 대통령 선거 등 핵심 쟁점들을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거듭하며 당원 및 대의원의 지지와 결단을 호소한다. 저마다 몰락한 열린우리당에 ‘갱생과 부활의 복음을 전할 메시아’라고 외치는 것이다.
두 전직 장관은 대비되는 정치 스타일을 선보이며 초반부터 신경전이 한창이다. 지나치게 신중한 언행으로 ‘정치권의 햄릿’ 또는 ‘뒷북’이란 평가를 받아온 GT는 공세적인 파격 행보를 거듭한다. 1월2일 당 복귀 신고 회견장에서 ‘손가락 경례’를 하고, 15일 당 의장 출마회견을 100명이 넘는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하는 방식으로 치른 그는 DY를 거칠게 몰아치며 싸움을 걸고 있다. “정동영 장관을 당 의장으로 뽑는 것은 화장을 고치는 것일 뿐”이라며 당권파 책임론과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며 당의 간판, 노선을 다 바꾸자고 외친다.
DY는 정반대로 변신했다. 2004년 47석 초미니 정당 열린우리당의 의장으로 ‘몽골기병론’ ‘영등포 농산물 공판장 당사 이전’과 같은 발빠르고 역동적인 행보를 보였던 그는 신중한 처신으로 스탠스를 잡았다. 장관직에서 물러난 뒤 산사에 머물며 숙고 기간을 보내고 GT보다 나흘 늦은 1월6일 조촐하게 당 복귀 신고식을 마쳤다. GT의 공세적 도발에도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며 수비에 치중하는 듯한 모습이다.
두 거물의 이런 변신은 복잡미묘한 선거전술이다. GT의 공세는 기자·지식인 등 오피니언 리더로부터 도덕성·개혁성 등에서 후한 점수를 받았지만 동료 의원과 국민들에게는 “샌님 같다”는 소극적 이미지가 강하고, 대중성·조직력 등이 DY보다 뒤처지는 후발주자로서 반전을 위한 임팩트 효과를 겨냥한 ‘변신술’이다. 핵심참모, 동료·후배 의원들은 “공세적 행보와 강한 이미지 구축”을 주문했고, GT 스스로도 “심정이 절박하기 때문”이라고 변신 이유를 설명한다. DY와 진검승부를 통해 이미지 변신을 이뤄내지 못할 경우 당권 장악과 2007년 대권행보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물론, 여당의 미래조차 불투명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는 나름대로 심각한 상황 진단에 기초한 행보인 것이다.
DY의 변신 역시 여론지지도, 조직력 등 객관적 전력에서 앞서는 상황에서 당권 장악 이후 단합된 분위기 속에서 당을 이끌려는 ‘수성’ 심리가 크게 작동하고 있다. 심사숙고하는 정치인, 성숙한 이미지를 덧붙이려는 의도도 녹아 있다. 2004년 1~5월에 열린우리당 의장으로 지지율 상승을 주도했지만 노인 폄하 발언, 장애인 목욕사건 등으로 추락을 경험했던 전례를 반추하고, 이미지 정치에 몰두할 뿐 콘텐츠가 없다는 비판론을 잠재우려는 전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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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붕괴의 공포심 해소방안은?
이미지 변신을 위한 선거전술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당원들의 최종 선택은 콘텐츠의 경쟁력으로 결판날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은 당연히 여권이 직면한 주요 난제들을 놓고 차별성을 드러내며 경쟁하고 있다. 먼저 열린우리당의 지지율 하락 등 당면한 위기의 원인과 재건을 위한 처방을 놓고 각을 세운다.
GT는 당 지지율 하락을 주류인 당권파, 즉 실용주의를 내걸고 당을 사실상 이끌어온 ‘DY계’의 실패로 규정한다. 해법은 당권파 물갈이, 곧 당의 간판·인물·노선을 완전히 바꾸고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라는 개혁 정체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GT의 결론은 범양심세력의 연대, 개혁 정통성, 그리고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자신을 당 의장으로 선택해 여당에 2002년 노풍에 버금가는 변화와 반전의 새바람을 일으키자는 것이다. 당연히 DY를 당 의장으로 선택하는 것은 그냥 앉아 죽자는 것으로 당과 개혁세력 전체의 운명을 위태롭게 한다는 논리로 발전한다.
반면 DY는 패배주의 늪에 빠져 여당답지 못한 행태를 거듭해온 무능이 위기의 본질이라고 진단한다. 자신을 겨냥한 당권파의 책임론도 일축한다. 오히려 2005년 4월 전당대회에서 공허한 실용·개혁 논쟁으로 여당 내 갈등과 패배주의를 촉진한 분열주의에 화살을 돌리며 아름다운 경쟁을 통한 당 지지율 1위 회복, 당·정·청 유기체론으로 힘있고 유능한 여당 건설이 위기 탈출의 핵심이라고 역설한다. 물론 의장직선제를 관철해 2004년 1월 경쟁과 협력을 통해 당 의장에 선출된 뒤 ‘몽골기병론’을 앞세워 한 자릿수 당 지지율을 38%까지 끌어올린 경험과 추진력을 갖춘 자신이 당을 이끌 적임자라고 자신한다. 캐치프레이즈를 ‘Again 2004’로 설정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위기의 원인과 해법을 둘러싼 이런 차이점은 당내 주류로 평가받으며 대세론을 형성해온 DY로는 더 이상 감동도 변화도 없다며 ‘판갈이’를 통한 대역전극을 꿈꾸는 GT의 상승 욕구와 일단 수성에 성공한 뒤 힘있는 당 의장으로 다시 여당의 능력과 힘을 보여주며 대권가도까지 줄달음질치려는 DY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최전선이다.
DY와 GT가 격돌하는 또 다른 화두는 5·31 지방선거 참패 이후 여당 붕괴 상황, 2007년 대선 패배라는 원초적 공포심 해소 방안이다. 바로 5·31 지방선거 대책과 2007년 대선 전략이다.
GT는 범양심세력, 범민주세력 대연합을 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 정국을 돌파할 회심의 카드로 제시한다. 수구냉전, 과거회귀 세력인 한나라당이 강고하게 뭉쳐 있는 현실에서 지방선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수구냉전, 기득권 고수 성향이 있는 세력을 제외한 모든 양심인사와 정치세력이 폭넓은 연대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세력으로 한나라당과 충청 지역주의 성향을 보이는 국민중심당을 제외한 민주당, 민주노동당, 인물로는 고건 전 총리, 강금실 전 법무장관, 박원순 변호사,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을 구체적 연합 대상으로 설정하고 있다.

△ 제2의 노풍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인가. 김근태 전 장관이 1월15일 당 의장 출마 기자회견을 한 뒤 지지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한겨레 김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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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연합을 어떻게 이뤄낼 것인가
GT는 민주화 운동의 역정을 걸어온 자신이 정치권 진출 이후 일관되게 대연합론을 주창했고, 모든 기득권을 버릴 자세가 돼 있는 만큼 당 의장이 되는 것은 곧 양심세력과 민주세력 내부에 대연합 성사에 대한 기대를 높일 것이라고 자신한다. GT는 최근 고건 전 총리가 대연합론에 호응하며 만나겠다고 말한 것을 희망의 구체적 신호로 해석하며 당원들에게 자신의 구상을 설득하고 있다.
DY는 ‘한나라당이 10년간 독식하면서 변화를 거부해온 낡은 지방권력 심판론’으로 5·31 지방선거를 돌파하고, 그 힘을 바탕으로 ‘수구 3각 편대’에 대항한 ‘미래 3각 편대’를 결성해 대선전에 뛰어들어 개혁 3기 정권을 창출하는 플랜을 제시한다. 냉전수구, 개발독재 향수 세력의 연합체인 ‘박근혜 + 이명박 + 뉴라이트’ 세력에 맞서는 미래세력·평화세력·민주개혁세력이 대통합을 이뤄 대선을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DY는 특히 미래세력과의 연대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정 장관의 핵심 참모는 “GT의 범양심세력 대연합과 큰 틀은 같지만 과거 산업화 세력처럼 미래 한국 사회를 먹여살릴 능력과 전문성을 갖춘 미래세력과 연대하지 못한다면 현실적인 비전을 제시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면서 “결국 보다 나은 공동체를 꿈꾸는 최고경영자, 시민단체 등 각계 전문가를 주요한 미래세력으로 설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들 사이에 ‘개혁세력 무능론’이 퍼지고, 이명박 서울시장 등 한나라당 대표선수들이 ‘일 잘하는 정부’ ‘성과로 승부’하며 2007년 대선 판도를 이끌려는 현실에서 단순한 개혁강화론이 아니라 일할 능력을 갖춘 미래세력이 맞선다는 DY의 독특한 해법인 것이다. DY는 당 의장에 선출되면 ‘미래로 가는 연대기구’를 만들고, 5·31 지방선거에서 광범한 인재 영입을 통해 3대 세력의 연대 가능성을 시험하겠다고 약속한다.
GT와 DY, 두 사람 모두 절망하는 당원들에게 이렇게 희망의 복음을 전하며 자신을 찍어달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이들의 구상이 현실화돼 당을 위기에서 구하고, 5·31 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 2004년의 영광이여 다시 한 번? 정동영 전 장관이 1월11일 전당대회 출마 기자회견에서 당 지지율 1위를 재탈환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 한겨레 이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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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노풍도 ‘again 4·15’도 미지수
일단, 여당의 위기는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국정 운영 능력에 대한 총체적 실망감이 정체성과 지향점이 서로 다른 거대 여당 의원들의 무능과 갈등, 분열상과 겹치면서 지지율 동반 하락으로 이어진 구조적 병폐다. 노 대통령의 탈당을 결사반대하는 두 사람 가운데 누가 당 의장이 된다고 해도,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국민적 신뢰가 회복되지 않고, 열린우리당 의원 144명의 정체성 혼동과 각개약진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과연 기사회생할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것이다.
정영태 교수(인하대 사회과학부)는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 중도우파적인 사회경제 정책과 대외정책 노선, 이념과 정책적 스펙트럼이 서로 다른 의원들이 한데 뭉쳐 있는 다계급적 정당 구조와 역학관계를 갖고 있다”면서 “새 당 의장이 일정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는 있지만 주도권을 잡고 당을 확 바꿀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GT와 DY가 제시한 ‘부활의 복음’이 갖고 있는 내재적 한계들도 넘어야 할 벽이다. 일단 ‘패자부활이 가능한 따뜻한 시장경제’ ‘사회적 대타협의 리더십’ 실현을 역설하는 GT는 급속한 변화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을 폭발시켜 반전과 급상승을 이뤄낼 잠재력이 있다고 자평한다. 하지만 그가 ‘제2의 노풍’에 버금가는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002년 당시 노무현은 강고한 지역주의를 깨는 상징으로 시대적 과제인 지역구도를 타파할 아이콘으로 여겨졌고, 노사모로 대표되는 조직화된 ‘광팬’의 지원이 있었다. 더욱이 이회창의 집권을 막으려는 호남 유권자의 전략적 선택과 젊은 층의 투표 열기가 수반됐다. 하지만 GT는 아직 당내에서도 확고한 공감대와 독자적 이미지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 1월10일 열린우리당 여성위원회의 신년 인사회에 참석한 GT와 DY. 이들에겐 자신의 정치적 구호를 구체적 비전과 현실적 업적으로 만들어야 할 과제가 놓여 있다. (사진/ 한겨레 이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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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구체적 비전과 현실적 업적
강한 추진력을 무기로 유능한 여당을 만들겠다는 DY의 해법 역시 대중성과 2004년 지지율 급상승의 경험에 호소하는 측면이 강하다. 물론 DY는 소득, 일자리, 지역, 산업, 교육, 남북 간 불평등 등 국민이 고통받고 있는 5대 양극화 과제에 대해 여당이 의제화하고 해법을 제시하면서 국민적 지지와 기대를 모아낼 수 있다는 좀더 구체화된 경로를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초반부터 양극화 해소를 위한 사회적 대타협과 양보를 호소했지만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대기업과 거대 노조를 설득하는 데 실패해 고전하고 있다. 당 의장이 된다고 해서 당장 국민적 지지와 공감대를 이끌어낼 가시적 성과가 나올 수 있겠냐는 의문이 남는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폴앤폴의 조용휴 대표는 “대선을 2년 앞둔 2001년 초 노무현의 지지율은 2.5%에 불과했고, 국민경선을 앞두고도 겨우 9%였지만 지역주의 타파와 기득세력에 저항한다는 확고한 상징성이 있었고, 시대정신을 업었기 때문에 대통령이 됐다. 그런 점에서 김근태, 정동영 두 사람의 낮은 지지율은 별 문제가 안 된다”면서 “두 사람의 한계는 자신이 외치는 구호를 시대정신과 비전으로 연결지을 방법을 찾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태 교수도 “이명박 서울시장은 국민들이 도저히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청계천 사업을 도발적 과제로 제시하고 현실화해 당장 눈에 보이는 가시적 성과를 내며 부상했다”면서 “그런데 여당 주자들은 아직 그런 도발적인 과제를 제시하지도, 그렇다고 ‘국회의원 소환제’를 전격 도입하는 등 정치적 민주주의를 심화시킬 용기나 결단력도 보여주지 못한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결국 GT, DY 두 사람 모두 자신이 내건 정치적 플랜을 국민적 감동으로 현실화할 수 있는 구체적 비전과 현실적 업적을 보여줘야만 여당을 위기에서 구하는 메시아로, 확실한 대통령감으로 우뚝 설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