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표지이야기 > 표지이야기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5년11월30일 제587호
‘그들’의 프랑스가 뛰쳐나왔다

3주 동안 온 세계를 흔들었던 소요사태, 얼굴 드러낸 유럽공동체의 분열
알제리계 이민 2세대 가족의 삶을 통해 이민자 문제의 본질을 들여다본다

▣ 파리 글=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파리는 조용했다.

지난 10월27일부터 시작된 파리 교외지역(방리뉴)에서 있었던 차량 방화 소요가 11월16일 밤 파리를 찾았을 때는 완전히 가라앉았다. 아니나 다를까 바로 다음날 프랑스 정부는 소요사태가 끝났고, 치안이 정상적으로 회복됐다고 발표했다. 3천여 명의 체포와 9천여 대의 불에 탄 차량. 지난 3주 동안 온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소요사태는 의외로 달랑 2개의 수치로 압축됐다.

물론 사태를 보는 눈은 다양하다.

“경제적 빈곤 때문이다.”(정성배·파리사회과학대학원 명예교수)

“일자리와 주거 문제, 경찰 행정이 빚어낸 사태다.”(클리너·밀노부아세 디렉터)

“불량배들의 난동이다.”(파리의 한인 교민)


공통된 것은 이유가 뭐든 간에 ‘내 얘기를 들어달라’는 호소였다. 그리고 방리뉴의 빈곤계층, 실업자, 불량배, 외국계 이민자 등 누구든지 간에 ‘그들’로 불린다는 것이다. 프랑스 사회엔 통합되지 않은 그들이 있다. 그들은 차별받고 있다며 길거리로 뛰쳐나왔고, 프랑스의 주류 사회는 그들이 위험하다고 다시 방리뉴와 감옥으로 몰아넣었다. 두 개의 프랑스가 존재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통합정책이 뭔가 잘못돼가고 있다는 데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모두가 평등하다는 프랑스혁명의 이념과 달리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라시드 네카즈 알레 프랑스 회장은 “프랑스 공화주의 모델의 종언”이라고 조금 과장해서 말했다.

프랑스만의 문제도 아니다. 방리뉴 사태에 독일, 벨기에, 영국 등 많은 나라들이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했다. 차이는 있지만 유럽 모두의 문제다. 특히 이제 무시할 수 없이 불어난 아랍의 이민자들을 향해 ‘유럽’의 문화와 가치, 공동체의 균열을 가져올지 모른다는 불안과 경계심에 가득 찬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방리뉴의 청년들을 “쓰레기 같은 인간”이라고 부른 사르코지 장관이 되레 지지율이 상승하고, 비상사태법 연장에 대한 78%의 지지는 이러한 시선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파리가 조용한 것은 소란을 덮어버렸기 때문이지, 해결된 것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

프랑스의 이민자 문제의 파편이 이번 방리뉴 소요사태로 드러났다. <한겨레21>은 파리 교외에 사는 한 알제리계 이민 2세대 가정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프랑스, 더 나아가 유럽이 지닌 이민자 문제를 들여다봤다. 이들 가족과의 인터뷰 내용은 아지(Haddj)가 바라보는 1인칭으로 기술했음을 밝혀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