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 = 글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 통역 황자혜 전문위원 jahye@hanmail.net

<한겨레21>이 광복 60주년을 맞아 일본 현지를 찾았다.

평범한 일본인 가정 한 곳을 찾아 그들의 일상을 밀착 취재하고, 그들한테서 8·15와 전쟁 얘기를 직접 들어보자는 의도였다. 인터뷰 대상으로 섭외된 가정은 도쿄도 아키시마시에 살고 있는 시노하라 이쇼 가족이었다. 1920년대에 태어나 태평양전쟁을 직접 겪은 할아버지 시노하라 가즈오(78)와 전후인 50년대에 태어나 70년대 초반 대학생활을 한 ‘전공투’ 세대인 아들(54) 부부, 그리고 전쟁을 역사이야기로 여기는 20대 대학생인 손자 타이가(20), 손녀 유키(22)까지 모두 3대를 취재했다.

딸 유키는 취재를 시작하기 이틀 전 급성맹장 수술을 받아 본격적인 취재를 하지 못했다. 취재는 8월3일부터 4박5일동안 이뤄졌다. 그들의 목소리를 가감없이 직접 전달하기 위해 그들이 직접 말하는 방식으로 기사 작성이 이뤄졌다.

취재 결과 한국의 8·15는 단순하고 강렬한 데 비해 일본의 그것은 다양한 색깔을 띠며 한국에 비해 한참 희미해보였다. 세대별로 이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사뭇 달랐고, 관심 역시 현저히 떨어졌다. 한국에서는 초미의 관심사인 독도 문제에 대해서도 그들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중국·동남아시아 등 군국주의 일본의 ‘가해’ 대상에 대해 기억하는 일본 사회의 흐름은 거의 없었고,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피해’에 대한 강조가 8월 초순의 일본 미디어의 주된 흐름이었다. 그마저도 의회 해산 이슈에 밀려 푸대접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가 전공투 세대로 사회참여 의식이 강하고, 어머니 역시 일본 전교조 소속 교사인 이 진보적인 집안은 개인적인 차원에서 군국주의 일본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충분히 하고 있었다. 아들 타이가는 고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방학을 이용해 원폭이 떨어졌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여행한 뒤 여행기를 <한겨레21>에 보내왔다.

이리에 아키라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10년 전인 1995년 일본의 과거 문제와 관련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사적 차원의 과거관과는 다른 공적 차원의 과거관이 만들어져 있지 않은 데서 일본은 현재와 같은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10년이 지난 일본사회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말이다.

19세기 말 ~ 현재 일본 역사 연표

1894 대청 선전포고

1904 대러시아 선전포고

1909이토 히로부미, 하얼빈에서 암살

1910 한국(대한제국) 병합

1914 일본, 독일에 선전포고

1918 제1차 세계대전 종전, 국제연맹 가입

1923 관동대지진

1927 금융대공황

1931 만주사변 발발

1932 만주국 건설

1936 군사 쿠데타

1937 중일전쟁 발발

1941 일본군 진주만 공습, 미·영에 선전포고

1945.8.6~9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투하

1945.8.15 일본 항복

1946 극동 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 시작

1948 극동재판, 최종판결

1949 유가와 히데키 노벨물리학상 수상

1951미-일 안전보장조약 조인

1960 미-일 안보조약 개정 반대 학생 시위대, 국회 돌입

1964제18회 도쿄올림픽 개최

1965 한-일 기본조약 성립

1972 연합적군파, 아사마 산장사건

1973 제1차 오일쇼크

1978 중-일 평화우호조약

1980연간 자동차 수 1천만대 돌파, 세계 1위

1981교황 바오로 2세, 일본 방문

1993 총선에서 자민당 과반수 미달, ‘55년 체제’ 붕괴

1995 고베 대지진, 옴진리교가 지하철 독극물 살포사건 벌임

		[표지이야기] 시노하라 가족의 8 · 15…26 광복 60주년을 맞아 평범한 일본인 가정을 찾아 그들의 일상을 밀착 취재하고, 그들한테서 8·15와 전쟁 얘기를 직접 들어보았다. 시노하라 가족 3대의 8·15는 각자 빛깔이 달랐다. 병사로 참전했던 할아버지는 천황이 우주에 있는 존재인지… [도전인터뷰] 방송 3사가 담합해 우릴 죽이려 한다…84 지상파 3사가 얘기하는 시장 질서라는 게 뭔가. 그건 지금까지 우리만 해왔는데, 너희가 왜 끼어드냐는 것이다. 하지만 그 질서는 우리가 개입하기 이전에 이미 다 깨졌다. 한국만 코리아풀이라는 시스템이 있다. [특집] “후자광 전투가 자랑스러워요”…38 러시아와 중국 오지에서, 일제시대의 기억을 더듬는다. 중국 후자좡 마을에는 조선의용군의 격렬한 전투가 있었다. 이 전투를 생생하게 기억하는 이 마을에 최근 김학철, 김사량 두 문인의 기념비가 세워졌다. [라이트&트렌트] 모여라~친절한 여름 야채 보양식…76 더운 여름에는 입맛 잃고 몸이 허해지기 쉽다. 그래서 개고기, 삼계탕 등 걸쭉한 보양식을 찾는다. 끝맛이 왠지 개운하지는 않다… 이런 느낌을 가졌다면 야채로 몸을 보하는 건 어떨까? 가지, 풋콩, 토마토, 호박, 오미자로 요리해보자. [사람과 사회] 자활근로대, 부랑아들을 짓밟다…46 경찰청과 지방자치단체들이 부정한 그 존재의 흔적을 찾아냈다. <한겨레21>은 국가기록원 문서를 통해 1980년대 국가 공권력이 도시 빈민을 한 지역에 강제로 집단 수용한 뒤 강제 노역을 시키던 ‘자활근로대’의 실체를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