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팽창 불가피 하다” 75%, “강남권·특목고 학생 유리”70%
▣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이혜온 인턴기자 eon2222@hanmail.net 박수진 인턴기자 lenne21@freechal.com
대학별 본고사가 재도입된 1994년 고3 교실에서는 ‘가혹한’ 서울대 입시를 빗댄 ‘만득이’ 시리즈가 유행했다. 난생처음 시골에서 서울 나들이를 온 만득이가 소문으로만 듣던 서울대를 구경가기로 했다.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에서 내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만득이는 근처에서 붕어빵을 파는 아저씨에게 교통편을 묻게 된다. “아저씨, 서울대 어떻게 가요?” 붕어빵 장수는 ‘서울대 앞’(!)에서 붕어빵을 판다는 자부심에 가득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특별한 방법은 없네. 국·영·수에 치중하고 주관식에 대비하게!”
초인급 ‘내공’ 쌓아야 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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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교육학부모회가 주최한 서울대 본고사 부활기도 규탄 집회. (사진/ 박승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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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났지만, 대한민국 고3들은 여전히 ‘국·영·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붕어빵 아저씨의 조언을 금과옥조로 여기며 산다. 논술·구술·심층면접 등 표현만 바뀌었을 뿐, 대학쪽에서 요구하는 것은 결국 ‘그것’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학생들이 먼저 알기 때문이다. 서울대와 주요 사립대학들은 이제 한술 더 떠 2008년부터 여러 교과 내용을 한 문제 속에 섞어 학생들의 창의력·사고력을 시험하는 ‘통합교과형 논술고사’를 실시하겠다고 ‘2008학년도 이후 입시안’에 못박았다.
이제 학생들은 존 메이너드 케인스와 애덤 스미스의 경제학 이론을 설명한 영어 논문 한 토막을 읽고, 지문 내용을 토대로 미적분이 포함된 고차방정식을 푼 다음, 그 해답이 나오게 된 원인과 과정을 2천자 내외로 논해야 한다. 서울대에 가려면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3번 출구에서 내려 5511번 지선버스를 타는 것으로는 확실히 부족한 게 맞다. 이제 아이들은 국·영·수를 넘어 국·산·사·자·영을 한데 버무려 이해하는 ‘초인’급 내공을 쌓아야 한다.
당장, 교육사회단체들이 들고 일어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학벌 없는 사회·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 등이 모여 만든 ‘본고사 부활저지 살인적 입시경쟁 철폐 교육시민단체 공대위’(공대위)는 6월29일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통합교과형 논술 강화를 뼈대로 한 서울대 등의 입시안은 내신 위주의 학생 선발이라는 대입제도 개선방안을 뿌리째 흔들고 사교육 확산과 특목고 열풍을 부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교조 교사 4명은 “본고사 부활을 획책하는 서울대와 주요 사립대학의 입시안은 당장 폐기돼야 한다”며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철야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부랴부랴 칼을 뽑아들고 나섰다. 정부·여당은 7월6일 당정회의를 열어 서울대가 통합형 논술을 강행하면, 여러 행정·재정적 제재를 가하기로 하고, 그동안 교육시민단체들이 주장해온 ‘본고사·기여입학제·고교등급제’를 금지하는 이른바 ‘3불 정책’ 법제화를 검토하기로 했다. 그러나 서울대는 “우리는 본고사를 부활할 생각이 없다”며 “대학의 일은 대학에 맡기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 틈바구니에 낀 고1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추냐”며 퀭한 눈으로 하루하루 쏟아지는 언론 보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마디로 아비규환이다.
“대학 힘 커져 통제할 수 없게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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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 대치동에 있는 한 입시 전문학원. 학부모들이 입시설명회를 진지하게 듣고 있는 동안 다른 방에서는 학생들의 수업이 한창이다. (사진/ 박승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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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시장은 어떤 반응일까. <한겨레21>은 문제를 조금 쉽게 접근해보기로 했다. <한겨레21>은 논술 전문 교육기관 ‘이슈투데이’의 도움을 받아 7월5일부터 이틀 동안 사교육 시장에서 나름대로 입지를 구축한 유명 강사와 고교 교사 등에게 ‘통합형 논술’에 대한 긴급 설문조사를 벌였다. 민감한 발언에 대해서는 익명을 사용하기로 해 솔직한 답변을 유도하려고 애썼다. 시장의 흐름을 피부로 느끼는 이들이 정부, 교육시민단체, 서울대 사이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공방을 읽을 수 있는 유용한 분석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정부와 서울대 사이의 핵심 쟁점인 “통합형 논술이 본고사인가”라는 질문에는 20명 가운데 70%인 14명이 “그렇다” 또는 “그렇다고 봐야 한다”고 답했다. “그렇지 않다”는 4명, “예시 문항이 없는 상태에서 판단할 수 없다”는 2명에 불과했다. 정부와 서울대가 뭐라 말하든 시장에서는 통합형 논술을 본고사로 파악하고 있다는 뜻이다. 굳이 2005년 1학기 고려대 수시모집 수리논술 문제(X에 관한 이차방정식 X2-2aX+2a2-8=0이 적어도 한개의 양의 실근을 갖도록 하는 실수 a의 범위를 구하시오)의 예를 들 필요조차 없다. 신영 정일학원 평가이사는 “대학들이 통합형 논술이 본고사가 아니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사정은 이해하지만, 너무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각 대학들이 밝힌 2006년 수시 논술고사 안을 보면 이런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논술 본고사화의 가장 큰 특징은 문항 수가 많아진다는 데 있다. 2005년 정시의 경우 각 대학들은 1200~1600자 범위에서 글 한편을 쓰라는 전통적인 형태의 논술 문제를 출제한 데 견줘, 본고사화가 많이 진행된 수시 논술의 경우 경희대(2~5문항), 서강대(3문항), 성균관대(3~10문항), 이화여대(8~10문항) 등 적게는 3개, 많게는 10개의 문항을 내기도 했다. 성균관대 등 일부 대학에서는 논술 시험을 보면서 아예 원고지를 사용하지 않는다. 한 강사는 “처음에는 교육부가 힘을 갖지만 결국 대학의 힘이 커져 대학을 통제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교육 팽창 불가피 75%
교육시민단체들의 분석도 비슷하다. 지난해 10월 ‘고교등급제·본교사 부활 저지와 올바른 대입제도 수립을 위한 긴급대책위원회’는 ‘2005년 논술고사 면접고사 문제유형 분석’에서 “고교 교육과정을 넘어선 문제가 대부분으로 대학별로 시행하는 논술·심층면접 고사는 본고사식 지필고사와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철호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부소장은 “이런저런 말을 하기 앞서 일단 문제를 한번 보시라”고 말했다(그림 참조).
‘학교 정규수업으로는 통합교과형 논술에 대비하기 힘들어 사교육 팽창이 불가피하다’는 교육시민단체들의 주장에도 75%인 15명이 “그럴 것”이라고 동의했다. 3명은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고 2명만이 반대 의견을 말했다. 한 유명 논술 강사는 “학교 선생님들이 노력해보지도 않고 ‘우리는 논술을 지도할 수 없다’고 자포자기하는 게 문제”라는 의견을 내놨다. 준비가 불가능한 이유로는 △교사들의 자질·준비 부족 △교과목별로 분화된 교육제도 △고교 교육과정을 뛰어넘는 문제 수준 등을 꼽는 의견이 많았다. 몇몇 강사들은 “실제 이런 ‘퓨전 논술’은 학원에서도 제대로 가르치기 힘들다”며 “솔직히 나도 준비가 안 됐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지방 학생들이 불리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85%인 17명이 동의했다. 2명은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고, 1명은 “인터넷 등의 확산으로 정보 공유가 쉬워졌다”며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정보 부족 △사교육을 받을 기회 부족 등이 주요 이유였다. 한 강사는 “지방에는 우수 학생이 부족해 ‘규모의 경제’가 없다”는 분석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이를테면 강사 한명을 하루 모셔오는 데 200만원이 든다고 합시다. 서울에서는 강의를 들으려는 학생이 50명이면 4만원씩만 내면 되지만, 지방은 듣는 애들이 많아야 10~20명입니다. 부담이 늘어나죠. 6주 단위로 심화 프로그램을 하려 해도 부담 능력이 없어 강사를 모셔올 수 없는 구조가 됩니다.”
반대로 ‘강남권 고등학교나 특수목적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유리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70%인 14명이 동의했고, 5명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1명만이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목고가 유리한 이유로는 △내신의 불리함을 극복할 수 있어서 △사교육 기회가 많아서 △우수 학생들간의 경쟁 때문에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한효석 한겨레문화센터 논술 강사는 “특목고가 유리하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부유한 특목고 학생들이 고가의 사교육을 구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재수생들을 대상으로 논술 수업을 하고 있는 강남의 한 학원. 논술학원을 찾아 상경하는 지방 학생들도 늘어나고 있다. (사진/ 박승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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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가 반칙했다?
‘시장에서는 수능과 내신의 변별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통합형 논술이 최소한의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처’라는 대학쪽의 주장에 대해서도 대체로 동의하는 편이었다. 14명이 “동의한다”고 말했고, 4명은 “동의하긴 하지만, 그런 식의 접근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2명은 “뭐라 말하기 힘들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학생들의 학업 부담이 이전에 비해 무거워졌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75%인 15명은 “그렇다”고 말했다. “수능 부담이 줄어 비슷해졌다”는 응답이 3명, “부담이 줄 수도 있다”는 답은 2명뿐이었다. 한 논술 강사는 “나도 사교육에 종사하지만 교육의 뿌리는 학교 교육인데, 이런 식으로 사태가 풀리는 게 안타깝다”며 “입시제도가 복잡해지면 유리한 것은 결국 돈 많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철호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부소장은 “교육에 대해 말할 때 모두가 솔직하지 못한 게 오늘의 위기를 불러왔다”고 말했다. 한국의 입시는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세 사람이 모여 하는 ‘거짓말 게임’이다. 학부모들은 자기 아이가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만을 바랄 뿐 다른 문제에는 별 관심이 없다. 명문 대학들은 그런 사회 풍토에 기대어 별다른 노력 없이 학교의 위상을 확대재생산해줄 우수 학생을 뽑으려 한다. 정부는 입시 부담을 덜고, 지나친 사교육 열풍을 잡고, 대학에 어느 정도 학생 선발의 자율권을 주는 등 ‘모두를 만족시키는 대안’을 쏟아낸다. 셋 중의 한명만 반칙을 해도 가까스로 다다른 균형은 금방 와르르 무너진다. 이공훈 학벌 없는 사회만들기 상임운영위원은 “이번에는 서울대가 ‘통합형 논술’ 카드를 빼들고 반칙을 한 꼴”이라고 말했다.

△ 김진표 교육부총리(왼쪽에서 두 번째)가 7월7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만나 입시제도 개혁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7월7일 기자회견을 열어 2008학년도 서울대 입학전형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 한겨레 황석주 · 김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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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육이 이렇게 왜곡된 근본적 원인 가운데 하나가 ‘대학 서열화’라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보수 언론들은 ‘국가 경쟁력’을 외치고 교육 당국과 이해관계자들은 변죽만 울리면서 시간을 낭비한다. 최근 쟁점은 대학들이 밝힌 ‘통합형 논술’이 본고사인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연구용역 결과와 전문가 의견 등을 모아 다음달 말까지 교육부가 허용하는 논술고사와 금지하는 본고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각 대학에 제시하겠다”고 밝혔는데, 기준 설정 과정에서 온 나라가 들썩일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10월로 예정된 서울대 예시문항 공개과정 역시 마찬가지다.
사교육비, 국가존폐의 위기
강호영 서울 성남고 교사는 “주요 사립대학의 이기주의 때문에 사교육 시장이 이전보다 더 팽창할 위기에 놓였다”며 “이렇게 가다가는 나라의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2003년 현재 한국의 출산율은 1.19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최하위다. 한국인구학회가 최근 전국 20∼40대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출산장려책을 조사한 결과 1위는 ‘여성의 일과 가정의 양립’(16%)이 아닌 ‘사교육비 등 교육비 경감’(40%)이었다. 출산율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이 감당하기 힘든 사교육비 탓이라는 것이다. 인구학회에 따르면 합계출산율이 1.2명으로 지속될 때 현재 4846만명인 한국 인구는 2015년 4904만명을 정점으로 줄기 시작해 35년 뒤인 2040년엔 4287만명, 50년 뒤인 2055년엔 3448만명으로 줄어든다. 2954년이 되면 지구상에서 한국인은 찾아볼 수 없다. 이제 국가 경쟁력이 아닌 ‘국가 존립’을 위해 사교육비를 잡아야 한다. 그 해결책은 무엇일까. 우리는 해답을 모르고 있는가, 아니면 실행할 용기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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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문제’가 사교육 부른다 토론식 교육과정 안에서 논술문제 내는 프랑스와 한국의 엄청난 차이
▣ 박수진 인턴기자 lenne21@freechal.com
프랑스 라부아지에 고등학교 1학년 과정을 마친 조응철(17)군이 2004년 9월 프랑스어 시간에 받은 책 목록은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왕>, 빅토르 위고의 <뤼 블라>, 몰리에르의 <여인학교> 등 4권이다. 한국 국어 시간이 단편 위주의 ‘밑줄 쫙’식 수업이라면 프랑스의 프랑스어 시간은 장·단편을 아우르며 각 책을 모두 읽고 토론하는 호흡이 긴 수업이다.
평가방식도 다르다. 시험 때마다 내신 전쟁을 치르는 한국과 달리 프랑스는 책 한권이 끝나면 선생님이 자유롭게 시험을 예고하고, 아이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글을 분석한다. 1번 답은 ‘3번’, 2번 답은 ‘4번’ 하는 식의 정답은 없다. 자신의 방식대로 비평하고 분석하면 된다.
이렇게 문학에서 시작된 관심은 곧 철학으로 이어진다. 프랑스에서는 고3 때부터 철학을 배우는데 인문계는 일주일에 9시간이다. 시험문제들 역시 ‘죽음에서 승리할 수 있는가’ ‘종교는 약자들을 위로하기 위한 환상인가’ 등이다. 이런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우리의 수능시험에 해당하는 바칼로레아의 철학 문제를 풀어낸다. 출제 문제는 ‘타인을 존경한다는 것은 일체의 열정을 배제한다는 것을 뜻하는가’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을 할 수 있나’ ‘감각을 믿을 수 있는가’ 등이다.
이에 비해 한국의 학교 수업은 본격적인 논술 준비와는 거리가 멀다. 시험은 대부분 객관식이고, 서술형 문제도 대개 단답형이다. 진도에 맞춰 교과서 내용 설명에 그쳐 깊이 있는 사고력을 키워줄 시간적 여유가 없다. 결국 본격적인 논술 준비는 대학입시 직전 ‘초치기’로 이뤄진다. 교사가 주요 고전의 핵심 내용을 뽑아 복사해 나눠주는 것이다.
이렇게 교육받은 한국 수험생들이 치르는 논술 시험은 프랑스만큼이나 어렵다. 2005년 서강대 정시 논술에는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 에즈라 파운드의 <지하철 정거장에서>, 엘리아스 카네티의 <군중과 권력> 등의 제시문을 준 뒤 “제시문들에는 실존과 대중(군중)의 익명성에 관한 관점들이 나타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오늘날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비판적 관점에서 논술하라”는 문제가 나왔다. 2005년 연세대 논술도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 티치아노의 <인간의 세 시기> 등의 제시문을 주고 “‘세월이 흘러감’에 대한 생각을 ‘욕망’과 연관시켜 분석하고 자신의 의견을 논술하라”는 것이었다.
프랑스에서 교육과정에 기반해 바칼로레아 문제를 출제하는 것과 달리 한국에서는 고교 교육과정을 넘는 문제들이 출제된다. 정진상 진주경상대(사회학) 교수는 “이런 차이가 사교육을 부추기는 것”이라며 “유럽처럼 대입시험을 자격시험으로 바꾸거나 고등학교에서 배운 걸 가지고 시험을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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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불’ 법제화 되는가 본고사 금지·고교 등급제 금지·기여입학제 금지 요구 거세져
한국 교육계의 최대 화두는 ‘3불’ 법제화다. 3불이란 △본고사 금지 △고교 등급제 금지 △기여입학제 금지 등 세 가지로 전교조·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 등 교육시민단체들은 “사교육을 죽이고 내신 위주의 입시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반드시 금지해야 하는 정책”이라며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아직까지 “3불은 안 된다”라는 원칙을 확인할 뿐 법제화에는 미온적인 입장이다. 3불은 참여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3불에 대한 정치권의 입장은 저마다 다르다. 한나라당은 ‘반대’, 열린우리당은 서울대 ‘통합형 논술’ 파문 이후 유보적인 입장에서 “법제화를 검토하겠다”고 찬성쪽으로 돌아선 상태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민주노동당이다.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은 지난 5월23일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국회 교육위원회에 제출해, 법안은 현재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최 의원쪽이 만든 개정안을 보면, “대학의 장에게 학생 선발 과정에서 출신 학교에 따른 차별을 두지 못하게 함”(34조의 2 제1항·고교등급제 금지), “대학에 대한 기여 정도를 입학전형 자료로 사용하지 못하게 함”(34조의 2 제5항·기여입학제 금지)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논술 외 필답고사’ 금지 원칙은 현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정확히 명기돼 있지만, 최 의원의 개정안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논술고사를 본고사 형태로 운영하는 것”(34조의 2 제3항)까지 금지했다. 이를 어기는 학교는 재정상의 불이익을 받고,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등의 형사 처벌을 받는다.
송경원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소 연구원은 “대학 서열 체제를 방치하는 한계 안에서 ‘3불 금지’는 한 사회를 유지하는 토대인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장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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