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표지이야기 > 표지이야기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5년07월06일 제567호
당신의 일상에 배낭을 던져라!

여름휴가를 이용한 직장인들의 열흘짜리 배낭여행
세계지도 펴놓고 선배들의 조언 들으며 ‘절대 자유’를 만나자

▣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이른 아침 여행자의 잠을 깨우는 것은, 몸에 배인 리듬이나 습관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에 대한 기대감이다. 도시의 일상에선 ‘5분만’을 되뇌며 끈덕지게 알람시계의 버튼을 누르지만, 여행길에선 따로 시계가 필요 없다. 하루의 시공간을, 내가 계획하고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일상에서 직장인들은 시간에 쫓긴다. 시간에 쫓긴다는 것은 돈을 대가로 누군가에게 시간을 판다는 것이다. 일년에 단 한번 주어지는 여름휴가는 시간의 매판 행위가 잠시 중단되는 시기다. 하지만 한 떼의 직장인들은 시공간을 ‘패키지’로 구입해 리조트로, 고급호텔로 떠난다.

배낭여행은 패키지 여행과 달리, 비워진 시공간을 스스로 계획해 채운다는 점에서 비자본주의적인 여행이다. 마침 주5일제가 본격화되면서 직장인들에게 배낭여행의 호기가 생겼다. 돈은 있으나 시간은 없는 직장인들, 닷새 휴가 앞뒤에 주말을 붙이고 금요일에 출발하면, 열흘짜리 배낭여행을 할 수 있다.

이미 많은 직장인들이 열흘짜리 배낭여행을 떠나고 있다. 김유경(36)씨는 2001년부터 휴가와 추석연휴를 이용해 열흘짜리 배낭여행을 5번이나 다녀왔다. 뉴질랜드, 베트남·캄보디아, 이탈리아, 인도, 스페인을 섭렵한 그는, 이번 여름엔 러시아를 다녀올 참이다. 그는 단 열흘의 여행이 365일의 활력소가 된다고 말한다.

시공간의 주체적인 소비 경험을 남기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인터넷 블로그에 여행을 기록하는 트래블로거들이다. 지금 인터넷에선 트래블로거들이 여행의 시공간을 잡아낸 사진과 글들이 지천이다.

초여름 장마 뒤로 뭉텅이로 떨어진 여름휴가를 어떻게 할까. 세계지도를 꺼내 직접 갈 곳을 고르고, 열흘의 시간을 나눠보자. 직접 조사하고 체험하고 기록하는 동안에 여행은 어느새 삶으로 들어와 있다. 열흘짜리 배낭여행 선배들과 여행 전문가들이 열심히 뛴 발자취를 보내왔다. 모두들 쉽게 지나쳤던 여행의 기쁨을 발견하고, 세계지도의 공백을 채워왔다. 이처럼 배낭여행은 스스로 만들기 때문에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