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주차장은 기본이고 방범등록까지 해야 하는 일본의 자전거 문화
▣ 도쿄= 황자혜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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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한 자전거 주차장. 자전거가 들고 나는 것이 가능하도록 정렬돼 있다. (사진/ 류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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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러브레터>, 자전거 페달을 돌려 밝힌 라이트에 시험지 답안을 맞추던 어스름 교정의 자전거 주차장. <쉘위댄스>, 반복되는 일상 속 집에서 역까지 주인공을 태워 달리던 자전거.
영화 곳곳에서 나오듯 자전거는 일본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이는 통계수치로도 명확히 확인되는데, 2004년 일본 전국 도도부현별 자전거 보유대수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인구 1억2668만8천명의 자전거 보유대수는 6859만대로 1.8 대 1, 거의 두 사람 중 한 사람꼴. 특히 도쿄는 이보다 더 높은 1.4 대 1로, 세 사람 중 두 사람이 자전거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자전거가 많은 만큼 주차공간도 필수. 아파트나 맨션에 자전거 주차장은 기본이다. 역 주변에는 반드시 유료 자전거 주차장이 있다. 주차비는 월 5만원 안팎. 도쿄의 경우 도로 정체가 극심하고 대중교통 요금도 비싼데다 땅값이 워낙 비싸서 주차비도 만만치 않다. 그러니 일반 시민들은 자전거로 역까지 가서 주차시킨 뒤,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것이 보통이다.
일본에서 자전거를 사면, 경찰에 자전거 방범등록을 해야 한다. 등록카드에는 등록번호를 비롯해 자전거의 제조회사, 색깔, 차종, 차체번호가 기록된다. 자전거 차체에도 같은 등록번호가 붙여진다. 그러므로 경찰은 모든 자전거 소유자를 파악하고, 수상한 사람이나 자전거에 대한 불심검문을 통해, 본인의 이름으로 정식 등록된 자전거인지, 빌린 것이라면 소유주가 누구인지를 물어, 현장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마치 도난 차량처럼 도난 자전거이거나, 도난한 사실이 확인되면 경범죄로 벌금형에 처해진다.
이런 필수품 자전거를 아무 데나 세워놓으면? 정답은 ‘설마가 사람 잡는다’. 자전거를 두대나 도난당한 적 있는 나는, 지인에게서 받은 낡은 자전거야 포기할 수 있었지만, 갓 산 새 자전거는 포기할 수 없었다. 다행히 며칠 안 돼 도난 자전거를 보관하고 있다는 연락을 받고 제법 먼 곳까지 버스로 가, 보관료 3만원을 물고, 또 그 먼 거리를 자전거로 돌아와야 했던 씁쓸한 기억이 있다. 도난 때 자전거 값의 반을 보상받는 보험에도 가입하고, 설마 하고 세워놨다가 쓴물 마신 게, 일본 자전거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겪어야 했던 통과의례 같은 것이었다고나 할까.
역 주변 관할 시가 지정한 장소에 무료 임시주차가 가능한 곳도 있다. 도쿄도 조후시의 자전거 주차공간에는 1천대는 족히 넘어 보이는 자전거가 빽빽이 늘어서 있었는데, 굳이 ‘통로에는 자전거 주차 금지’라고 쓰여 있는 팻말이 아니더라도 자전거가 들고 나는 것이 가능하도록 정렬돼 있다. ‘방치한 자전거는 수시로 철거하겠습니다’라는 팻말도 큼지막하다. 인도에 자전거를 주차하면 휠체어 등의 통행에 문제가 되므로. 철거 간판은 누군가 방치해둔 몇대의 자전거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