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안의 ‘삼각 파도’로 술렁이는 검찰… 수도권 중견 검사 3명의 거침없는 속내를 들어본다.
▣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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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레이션/ 장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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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폭풍 전야다.
2003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로 국민들의 아낌없는 박수 갈채를 받아본 지 꼭 2년 만이다. 그해 검찰은 천국과 지옥을 오갔고, <한겨레21>은 대한민국 검사를 2003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연초 대통령과 평검사와의 대화로 생겨난 ‘검사스럽다’는 신조어는, 대선자금 수사 이후 ‘검사답다’로 바뀌었다. 검찰 조직에는 그때가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좋은 시절이었는지도 모른다.
올해 들어 검찰의 ‘불쾌지수’는 최고치를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취임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검찰총장에게 ‘사표 투쟁’을 요구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평검사들의 다소 과격한 주장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검찰의 불만은 크게 3가지에서 비롯한다. 사법개혁추진위원회(이하 ‘사개추’)가 추진 중인 형사재판의 공판중심주의 전환, 경찰과 협상 중인 ‘수사권 조정’ 문제, 공직자부패수사처(이하 ‘공수처’) 신설 등이 그것이다.
한 검사는 이를 두고 “‘삼각 파도’(상자기사1 참조)가 몰려오고 있다”고 했다. 이는 어느 정도 객관적인 진단이지만, 검사가 오해하고 있는 점이 있다. 몰려오는 것이 ‘파도’가 아니라 ‘쓰나미’라는 사실이다. 물론 이후 전개될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겠지만, 대세는 검찰쪽에 그리 우호적이지 않아 보인다. 검찰이 조만간 조직의 명운을 건 한판 싸움을 벌이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판단하는 이유다. ‘바람’과 ‘맞바람’이 몇번은 더 불 가능성이 높다.
<한겨레21>은 수도권에 근무하는 중견 검사 3명과 4월29일 밤 서울 소재 한 음식점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긴급 좌담을 벌였다. 좌담 참석자가 드러나게 되면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실명을 밝히지 못했고, 좌담에서 날아다녔던 몇몇 육두문자는 그대로 싣지 못했다. 다음은 토론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검찰은 ‘빛 좋은 개살구’ 될 것
A검사 말하기도 싫다. 정말 못해먹겠다. 검찰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당해야 하나. 뭐 만만한 게 홍××이라고 정말.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애초에 (검찰의 권한을 결정적으로 축소하려는) ‘큰 그림’을 (청와대가) 가지고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 (법무부) 장관도 (검찰) 총장도 다 ‘무른’ 사람들만 골라서 앉혀놓는 바람에 (검찰이 의도를) 간파하지 못해 그렇지. 누구를 탓하겠나. 어찌 보면 자가당착이기도 하다. (검찰 스스로) 만날 ‘피의자 인권’만 강조하다가 이제 와서 ‘피해자 인권’도 똑같이 중요하다고 하면 먹히겠나. 송광수 총장 때는 공수처 가지고 그렇게 맞받아도 어떻게 해보지를 못하더니, 총장 바뀌니까 어떻게 하고 있는지 한번 봐라.
B검사 하여간 지금 진행되고 있는 걸 주의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검찰은 ‘삼각 파도’에 휩쓸린 형국이 돼 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겠다는 (경찰과의) 수사권 조정이 이뤄지고, 사개추 안대로 (공판중심주의로 형사재판 구조가 바뀌게) 되면 경찰이 수사권의 거의 대부분을 가져가고, 검찰은 경찰이 수사해 보낸 것을 법정에서 공소 유지하는 정도 역할만 맡게 된다. 그럼 남는 것은 사회의 ‘거악’과 맞서 싸우는 부패수사 기능인데, 그것은 또 공수처에서 하겠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공수처가 단순히 수사권 갖는 ‘사경’(사법경찰관리) 정도가 아니라, 스스로 막강한 수사기관이 된다. 검찰 특수부가 해오던 일을 온전히 대체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검찰에 남는 게 뭐냐. 빛 좋은 개살구 아니냐. 쭉정이가 아니고 뭐냐 말이다.
C검사 지금 돌아가는 판은 현실을 잘 모르고 하는 얘기들이다. 지금 사개추에 파견 나가 있는 검사들이나 변호사들이나, 수사 현실을 잘 모른다. 만날 영미법계가 어떻고 대륙법계가 어떻고 하는데, 다 나라들마다 법률 제도에는 연원이 있다. 우리처럼 고소·고발이 많은 나라가 세상에 어디에 또 있나. 영미법계에는 차라리 ‘사인소추’(검찰 같은 공인된 국가기관이 아닌 개인이 행하는 형사소송)라도 있어서 법원으로 곧장 가기라도 하지. 우리는 그런 게 없지 않나. 사건이 걸러지지 않은 채로 전부 검찰로 온다. 게다가 우리나라 형사소송법 체계에서는 미국 같은 나라들처럼 ‘행위의 결과’ 그 자체로 처벌이 가능하지 않고,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고의성’을 입증해야 한다. 지금 사개추 안대로 해서 도대체 어떻게 고의성을 입증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A검사 사개추 안은 원래 사개위 안에 들어 있던 것도 아니다(이 부분은 사개위 제안서 중 ‘국민의 사법참여 제도’에 살짝 끼워진 것을 잘 눈치채지 못한 결과로 보임·편집자주). 그걸 ×××가 주동이 돼서 이렇게 키워놓은 거다. 거기(사개추)에 가 있는 검사들은 전부 법무부나 왔다갔다 한 ‘샌님’들 아니냐. 한마디로 전장에서 싸우면서 길러지는 전투력이 없는 거지.

△ 검찰총장에게 '사표 투쟁'을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대검찰청에 휘날리는 깃발(왼쪽), 김종빈 검찰총장이 4월29일 오후 대검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 박승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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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판중심주의,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형국
C검사 수사권 조정이나 사개추에서 공판중심주의 한다는 것 모두 형사사법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이다. 큰 사안들이다. 그에 대해서 좀더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한데 졸속으로 이뤄지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이 시스템들은 50년 이상 운용해왔는데, 사개위에서는 증거법의 관련 조항 몇 가지를 바꾸는 것으로 논의되다가 갑자기 사개추에서 형사사법 구조의 근본적 변화를 꾀하고 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형국이다. 절차상의 하자가 분명히 있다. 형사사법 구조는 지향하는 목표가 있다. 치안질서를 유지하고 범죄로부터 사회 구성원을 보호하는 과정에서 ‘공정성’과 ‘효율성’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어야 한다. 영미식 공판중심주의가 대세인 측면도 있다. 조서 중심의 수사가 밀실수사나 고문수사를 불러온 적도 있었으니까. 그렇지만 지금은 과거와는 다르다. 미국이 순수한 의미의 공판중심주의를 채택하고 있다고 해서 범죄율이 낮고 치안질서 유지가 잘되나. 조서를 증거로 채택하는 일본과 우리나라를 보자. 일본만큼 치안질서 유지되는 나라도 별로 없다. 그렇다고 일본의 형사 구조가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말할 수 있나.
A검사 이렇게 생각을 해보자. 예를 들어 평검사라고 치면 한달에 처리하는 사건이 240건 정도 된다. 약식 기소나 불기소 처리하는 것을 뺀다고 해도 한달에 30건 안팎이 기소하는 사건이다. 피의자가 자백하는 사건이 절반이고 부인하는 사건이 절반이라고 하면 최소한 15건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법정에서) 검찰 조서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본인 조서는 물론 참고인 조서도 부인할 것이다. 사개추 안에 따르면 이럴 때마다 검사 또는 참여계장이 법정으로 불려나가야 한다. 절도처럼 간단한 사건은 그렇다 치자. 사기 사건은 기록이 보통 3천, 4천쪽 되는데 검찰이 다 조사를 해놓고도 20명 이상의 참고인들을 모두 법정에 불러서 똑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증언해야 하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다. 피고인 의사 한마디에 따라서 모든 참고인의 조서가 휴짓조각이 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공판중심주의의 이상이라는 게 수사기관에서 적법 절차에 의해 증거 수집한 것을 재판에서 철저히 검증하자는 의미이지, 수사과정을 반복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됐을 때 현장에서 잡힌 놈은 범죄 사실을 인정하지만 부인할 사람들은 뻔하다. 뇌물사범이나 화이트칼라층, 정치인들이다. 좋은 변호사 사서 법정에서 다 부인하고 일반 잡범들은 자백할 거다.
송광수 총장이 그립다
B검사 수사 전문가를 인정하지 않는 시스템으로 가면 웬만한 사건은 기소도 될 수 없다. 50년 동안 운용돼왔던 시스템이라면 그만한 이유가 있다. 검찰은 수사에서 전문가다. 증거는 피의자 심문에서도 나올 수 있다. 정황 증거를 가지고 심문과 설득을 해 증거가 찾아지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를 검찰 밖에 있는 사람들은 잘 모른다. (사개추 안이 실행된다면) 그런 부분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실제 기소되는 사건을 분석해보면 확인된다. 소수 범법자들의 인권을 위해서 선량한 다수 피해자들의 인권을 더 많이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오는 셈이다. 내가 특수부 수사를 많이 해서 잘 알지만, 특히 뇌물 사건의 경우 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뇌물 사건에서는 뇌물을 건넨 사람, 즉 공여자의 진술을 받는 게 수사의 절반이다. 부패 사건의 고리라는 게 사업상이나 직무상, 인간적 관계 등으로 생기는데 검찰에서 이 관계를 끊는 게 얼마나 힘들겠는가. 가까스로 뇌물 건넨 사실을 진술한 뒤에 자살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공개된 법정에서 뇌물 건넨 사람이 말하는 게 얼마나 힘들겠는가.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높은 흉악범죄일수록 그런 경향이 짙어진다.

△ 2003년 3월9일 열린 대통령과 전국 평검사들간의 대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놓고 검찰이 다시 술렁이고 있다. (사진/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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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검사 정말 요즘 같아서는 국민들을 놓고 무슨 생체실험한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이 형법을 고치는 데 20년이 걸렸다. 인식구속을 포함하고 기본권 침해와 연관되는 수사와 재판이라는 주제를 놓고 몇 개월 동안 속도전을 치르고 있다. 사개추가 올해 초에 생겼는데 몇 개월 만에 제도를 만들었다. 무슨 ‘실험’ 하겠다는 거냐.
C검사 어쨌든 2003~2004년에 불법 대선자금을 수사하고 나서 너무 오랫동안 쉬었다. 그게 이런 사태를 자초한 거다. 한마디로 역풍을 맞은 거다. 대선자금 수사로 인기를 얻었지만 그것을 개인의 인기로 귀결하는 것이 아니라 좀더 낮추고 최대한 겸손한 자세로 우리의 할 일을 묵묵히 계속했어야 한다. 정치인 잡아넣고, 잊을 만하면 고위 공직자 잡아넣고, 그렇게 해서 ‘아! 검찰이 저런 것 때문에 있어야 하는구나’ 하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심어줬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안 했다. 강금실 장관 있을 때에는 이런 얘기 못 꺼내지 않았나. 물러터진 사람 장관으로 데려다놓고, 이제 대통령 마음대로 주무르는 형국이 된 거다. 송광수 총장이 그립다. 송 총장이 있었으면 이렇게 무르게 대응하지 않았을 거다.
“대통령의 보복” 이야기도 떠돈다
A검사 검찰이 막강한 권한을 지니고 있다고 부각된 것은 결국 불법 대선자금 수사 때문이다. 어쨌든 현직 대통령의 대선자금까지 쳤으니까. 그러나 사실 그 사건 말고 검찰이 지나친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은 없었다. 그동안에도 검찰과 관련해서 주로 문제가 된 것은 사건의 축소·은폐였다. 김대중 정부 시절의 옷로비 의혹 사건 같은 것도 그러지 않았나. 결국 제대로 행사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지 권한을 과도하게 행사해서 그런 것은 아니라고 본다.
B검사 이 정권이 내세우는 명분과 실제 실행하는 일이 잘 들어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하려면 검찰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검찰 특수부를 강화함으로써 그것이 가능하다. 그런데 공수처 같은 곳을 따로 만들겠다는 의도를 모르겠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대신 기관을 새롭게 만드는 방식으로 풀려고 하는데 현실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도쿄지검 특수부 얘기를 해서 안 됐지만, 거기에 가려면 검사 생활 7, 8년차 이상이 되어야 하고 또 한번 가면 오랫동안 눌러앉아서 사회 거악들의 범죄를 제대로 파헤칠 수 있는 전문성을 기르도록 해준다. 그런데 우리 검찰은 계속 뺑뺑이를 돌린다. 기계적인 평균주의가 적용된 인사정책 때문에 더욱 이런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 거악과 제대로 싸우려면 수사의 전문성, 검사의 전문성을 길러야 하는 것 아닌가.
C검사 검찰 내부 분위기가 무척 안 좋다. 그렇다고 누가 어떻게 하자고 선동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건 아니다” “지나친 것 아니냐” “우리가 이렇게 일방적으로 맞아터지고 권한을 빼앗길 만큼 잘못한 게 도대체 뭐냐”, 이런 얘기들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어떤 검사들은 “대통령이 자신의 돈줄을 뒤졌다고 이제 와서 보복하는 거냐”는 식으로 얘기하는 경우도 있다. 청와대에서 저항하는 검사들 명단 파악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분위기가 험악하다. 또 ‘직역이기주의’로 매도당할지 모르지만, 상황 전개에 따라서는 집단행동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총장이 사표라도 내야
A검사 지금이라도 이걸 막을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총장이 사표라도 내야 한다. 그거 말고는 지금 국면을 전환할 다른 방법은 없는 것 같다.
B검사 대통령은 왜 그렇게 검찰에 대해 집요한지 모르겠다. 대통령 취임 이후에 개방형 토론을 하자는 것이 두번이었는데, 초기에 검사와의 대화 자리가 첫 번째였고 이번에 경찰과의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그 얘기가 또 나왔다. 북핵이나 6자회담 문제처럼 중요한 일은 다 제쳐두고 왜 검찰 문제에 매달리는지 모르겠다.
C검사 언론에서도 자꾸 싸움 붙이거나 일방적으로 검찰이 저항한다는 식으로 기사 쓸 게 아니라, 객관적으로 봐줘야 한다. 이게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이냐. 이 모든 변화가 정말 국민을 위해서 하고 있는 거냐, 하는 시각을 갖고 냉정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지금 사개추에서 하자는 대로 그렇게 가게 되면, 비용이 지금보다 더 늘어난다. 판사 수 늘리고, 배심원제 운영하는 것도 다 돈이다. 아마 법원 건물도 증축해야 할 것이다. 일반 시민이 배심원이 된다는 것도 사회적으로 보면 그만큼 비용이 들어가는 거다.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살피면서 이 문제를 봐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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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판중심주의는 세계적 추세 마땅한 대응책 찾을 수 없어 고민만 깊어가는 검찰
형사 사건은 경찰→ 검찰→ 법원의 순으로 처리된다. 검찰이 최근 사면초가에 몰렸다는 점은, 형사 사건을 다루는 나머지 두 축이 검찰의 권한을 나눠가지기를 바라는 데서 잘 드러난다. 경찰과의 수사권 조정, 공판중심주의 문제 등은 모두 검찰과 법원, 검찰과 경찰 사이의 권한 배분 문제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서도 검찰이 가장 심각하게 보는 문제는 공판중심주의를 채택한 사개추위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이다. 범죄를 입증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 두 가지를 없앴기 때문이다. 즉, 피고인이 부인할 경우 검사가 작성한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인하고, 검사가 하는 법정에서의 피고인 신문을 못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검찰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김종빈 검찰총장은 4월27일 기자간담회에서 “사개추위 안대로 가면 공수처니 경찰과의 수사권 조정이니는 문제도 안 된다”며 “수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지는 것”이라며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검찰 일부에서는 경찰과의 수사권 조정 문제는 소폭의 변동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어차피 경찰과의 수사권 조정은 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대선 때 “경찰에 민생치안 범죄에 대한 독자적 수사권 부여를 추진한다”고 약속한 바 있다. 공수처 문제도 야당이 상설특검제 설치를 주장하고 있어 아직까지는 유동적인 상태다.
이에 비해 사개추위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검찰이 보기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복병이었다. 그러나 검찰의 진짜 고민은 사개추위의 개정안이 세계적 추세와 부합한다는 점에 있다. 검사가 작성한 조서의 증거능력 문제와 관련해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나라가 한국과 일본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지난해 말 나온 대법원 판례나 학계 의견도 대체적으로 ‘형사소송법 개정’을 지지하는 쪽으로 정리돼 있다.
사개추위 상황에 능통한 한 검사는 “검찰이 사실은 힘이 없는 상태”라면서 “그냥 휩쓸려갈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고 털어놨다. “검찰이 가끔씩 쓰던 ‘판을 깨는 방식의 저항’이 가능한 것 아니냐”고 기자가 묻자, 그는 “그런 것도 검찰이 힘 있을 때나 통하던 이야기”라며 “그런 식으로 하다가는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검찰이 대세를 타지 못한 점은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보이는 움직임에서도 엿보인다. 토론에 적극적인 쪽은 언제나 경찰이고 검찰은 수세적인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수사권을 찾는 사람들’(수찾사)이 <독도는 우리 땅>을 개사해 만들었다는, “경찰청 동남쪽 택시 타고 20분/ 무소불위 독재자 권력의 고향/ 검찰이 아무리 자기가 한다고 우겨도 수사는 경찰이”라는 노래가 급속히 확산되지만, 검찰은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종이 호랑이’ 수준을 넘어 ‘종이 고양이’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검찰의 우려는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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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라… 모든 것들을 버려라”
검찰 권력 견제는 참여정부의 철학… “검찰은 그런 큰 그림 못 보다 허를 찔렸다”
“누가 자기 권력을 내놓고 싶습니까? 그러나 결국은 불필요한 것을 가지고 있으면 있는 만큼 결국 쫓기는 신세가 되는 거죠. 시대를 앞서가는 조직이 아니라 만날 떠밀리는 조직, 변화를 강요당하는 조직, 법무부가 왜 그래야 됩니까?”
지난 4월21일 노무현 대통령이 법무부 업무보고 때 한 발언록의 일부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도 올라 있는 이 발언록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노 대통령이 이 문제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가 보인다. 지금 상황은 물론 앞으로 어떻게 일이 전개될지도 짐작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이 이날 법무부 간부들에게 한 말 가운데 가장 자주 쓴 표현이 “버리라”는 것이다. 반복적으로 쓰기도 했다. 이런 식이다. “정치적 요령 하나를 제가 제안해보겠습니다. 버리는 것입니다. 버리는 것입니다. 검찰이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것 중에서 국민들이 의심하고 있는 모든 것들을 버리는 것입니다.”
도대체 뭘 버리라는 걸까. 그는 또 이런 말도 했다. 법무부에 대한 신뢰는 아직 위험 수준이다, 특단의 결단을 해야 한다, 저항을 하면 노엽게 살게 되고 마지막엔 불명예스러운 이름만 남는다는 등의 얘기다. 결국 노 대통령의 말을 한 문장으로 정리해보면 이렇게 된다. ‘법무부와 검찰이 신뢰를 회복하려면 특단의 노력, 즉 불필요한 권력을 버려야 한다.’
이에 비춰보면 사개추 관련 논란은 검찰에 대한 참여정부의 철학인 ‘검찰 권력의 문민 통제’가 가시적인 제도화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권의 한 핵심 인사는 “검찰에 대한 원칙은 처음부터 일관됐다”면서 “그것은 정치적 독립은 주되, 그러면 무소불위가 될 수 있는 만큼 내·외부 견제를 강화하자는 것이었다”고 말해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도 “핵심은 권력 분산”이라면서 같은 맥락의 분석을 내놨다. “권력간 견제와 균형으로 가는 것이다. 과거 경찰국가 시대에서 군 국가시대, 군과 정보기관 야합, 검찰과 정보기관의 통치를 거쳐 DJ 정권에서는 국정원 기능까지 소멸했다. 이제 합법적 권력은 검찰만 남았고, 검찰 전성시대였다. 이제 검찰도 견제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최 의원은 또 “검찰이 그런 큰 그림을 못 알아보고 사개추 국면을 너무 단순하게 생각해 허를 찔린 측면이 크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그저 로스쿨이나 국민참여제 같이 일본식으로 바꾸나 보다 하고 생각한 데 비해 법원은 이미 지난해부터 ‘사법개혁의 끝은 공판중심주의이며, 그래야 절차적 민주주의가 확립되고 피의자 인권도 보장된다’고 설명하고 다녔다”는 것이다. 검찰이 넋놓고 있는 사이에 보기 좋게 당했다는 것이다.
검찰의 한 고위 관계자도 “대검에서도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보고를 받고 나서야 ‘어떻게 이런 결론이 날 수 있느냐’는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라면서 “지금 검찰의 움직임은 한마디로 말해서 ‘협상 실패’ 또는 ‘패배에 따른 후속대응’이라고 보면 된다”고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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