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분당 위기 긴급 여론조사, 국민선호도 박근혜 17.7%, 이명박 13.1%,…박근혜 , “그동안 뭘 보여줬나” 반발직면
▣ 박창식 기자 cspcsp@hani.co.kr
한나라당이 행정도시 건설특별법 후폭풍으로 최악의 내분에 빠졌다. 당내 일각에선 “도저히 한 배를 타고 가기 어렵다”며 분당도 거론한다.
한나라당의 내분에는 수도권 대 비수도권의 갈등, 박근혜 대표쪽 대 반박근혜 진영간의 다툼 성격이 담겼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2007년 대선을 향해 달리는 박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 등 세 ‘잠룡’간의 쟁패전이 저류를 형성한 점도 분명하다.

△ 한나라당의 대표주자 영역에서 이명박 시장의 기세가 무섭다. 2004년 8월31일 한나라당 주최로 열린 수도이전 토론회에서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시장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한겨레 김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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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은 이런 가운데 차기 대선구도와 관련한 국민 여론조사를 긴급히 실시했다. 하루하루 엎치락뒤치락하는 당내 갈등 양상에서 눈을 떼고, 좀더 큰 이면의 흐름을 찾기 위해서였다(여론조사기관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해 3월2일 전국의 20살 이상 남녀 1천명을 상대로 전화조사.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1%).
그 결과 차기 대통령 선호도로는 고건 전 국무총리가 29.3%로 단연 1위를 차지했다. 고 전 총리는 영남권(19.5%)이 다소 낮지만 수도권(32.0%), 충청권(27.2%), 호남권(38.2%)에서 고른 지지를 받았다. <한겨레21>의 지난해 추석 합본호에서 ‘차기 지도자 1위 고건’ 현상이 처음 발견된 이래, 여러 조사기관들이 거듭 주목해온 ‘고건 신드롬’이 재확인된 것이다. 다만 ‘고건 1위’를 새로운 소식으로 보긴 어렵다.
고건, 큰 격차로 여전히 1등
대신에 ‘한나라당의 대표주자’ 영역에선 주목할 만한 변화가 확인됐다. 박근혜 대표가 17.7%로 2위를 차지했지만 이명박 서울시장이 13.1%로 껑충 뛰어올라 박 대표를 바짝 추격한 것이다. 이 시장은 <한겨레21>의 지난해 추석 조사에선 1)고건 2)강금실 3)박근혜 4)이회창 5)정몽준 6)정동영 7)권영길에 이어 고작 8위에 머물렀었다. 두 조사는 질문 방식의 차이 때문에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 그러나 이 시장이 열린우리당 소속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간단히 추월하고 박 대표에 근접한 대목은 의미가 크다.
비슷한 경향은 ‘한국일보-미디어리서치’ 2월20일 조사(고건 28.3%, 박근혜 10.4%, 이명박 10.3%, 이회창 7.9%, 정동영 7.6%…)와 ‘동아일보-코리아리서치’ 2월19일 조사(고건 30.2%, 박근혜 13.3%, 이명박 12.7%, 정동영 10.4%…)에서도 나타난다. 이들 기관의 조사에서도 이 시장은 몇달 전까지 5% 안팎의 낮은 지지율에 머물다 약진했다.
이번에 <한겨레21>은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누가 가장 낫다고 생각하는가”도 별도로 물었다. 그 결과 박근혜 41.3%, 이명박 30.4%, 손학규 8.1%, 강재섭 1.8%로 나타났다. 손학규 지사, 강재섭 의원 등은 꽤 뒤처진 가운데 박근혜-이명박 양자대결 구도가 한층 분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이런 변화는 지난 1년여간 유지돼온 ‘한나라당의 대표주자는 단연 박근혜’라는 독주 구도가 붕괴하고 있음을 뜻한다. 나아가 2007년 대선과 관련해 범보수 진영의 대표주자가 교체될 가능성도 시사한다.
대중적 지지 측면의 대표주자 교체는 한나라당의 내분에도 심각한 파장을 몰고 올 게 확실하다. 박 대표는 당내에 자기 세력이 없었다. 지도력의 유일한 원천은 대중적 인기였다. 그것으로 지난해 총선 당시 빈사 상태의 한나라당을 잔다르크처럼 구해냈다. 그런데 그 힘의 기반이 지금 흔들리는 것이다. 당연히 반박근혜 세력의 도전이 한층 거세지게 마련이다.
이명박 추가 상승 가능성 많아
이번 조사에선 박 대표가 이 시장에 대해 근소하게나마 우위를 지킨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박근혜-이명박 구도의 ‘내용’을 뜯어보면 다르다. ‘한나라당 차기 대통령 후보 선호도’ 기준으로 볼 때, 남성은 박근혜 31.6%, 이명박 37.3%로 이명박이 우세했다. 반면에 여성에서 박근혜 51.0%, 이명박 23.6%가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박 대표가 20대와 60살 이상에서 강세, 이 시장이 30~40대에서 선전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지역별로 보면 박 대표가 영남권에서 강세, 이 시장이 수도권에서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지표들은 이 시장의 지지도가 탄력을 받고 추가 상승할 가능성을 일부 예고한다. 영남권의 박 대표 우세는, 한나라당의 텃밭 성격 때문에 의미가 반감될 수 있다. 이 시장은 경북 포항 출신임에도 서울 종로 국회의원, 서울시장 등의 경력 때문에 영남 사람임이 덜 알려져 있다. 이 밖에 고학력·고소득층 등 여론 주도력이 강한 계층에서 이 시장의 강세도 눈에 띈다. 선행지표 측면에서 이 시장이 나쁘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런 변화를 가져왔을까?

△ 이번 여론조사에서 손학규 지사(왼쪽)와 강재섭 의원은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시장에 크게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양자 대결 구도가 분명해진 것이다. (사진/ 박승화 · 김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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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로는 박 대표가 ‘강성 비주류’들의 끊임없는 흠집내기에 제물이 된 측면이 있다. 박 대표는 최근 행정도시 특별법 반대 농성장을 찾았다가 “대표의 대권욕 때문에 법안에 찬성하는 것”(안상수 의원)이라는 말까지 공개적으로 들었다. 박 대표를 겨냥한 비난은 ‘유신 공주’ ‘당을 사당화한다’ ‘발상이 구시대적’ ‘리더십이 없다’는 등 메뉴도 다채롭다. 소속 의원들이 공개석상에서 거침없이 ‘씹어댄’ 반면에 그를 엄호하는 우군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가랑비를 맞다가 결국 옷이 흠뻑 젖게 된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박 대표가 원인을 제공한 측면이 크다. 박 대표 본인의 지도력과 전략 혼선이 오늘을 초래했다는 이야기다.
그는 지난해 총선 당시 ‘상생의 정치’와 ‘정치 개혁’의 깃발을 내걸고 ‘박근혜 바람’을 일으켰다. 수구와 부패, 기득권 집착 이미지로 얼룩졌던 한나라당을 변화시킬 ‘구원투수’로 자리매김함으로써 대중적 지지가 폭발했던 것이다. 당시 ‘박근혜 바람’에는 박정희 향수 이상의 메시지가 담겼다.
그러던 그가 지난해 6월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다시 선출된 뒤 7~8월 정국에선 노무현 대통령을 상대로 ‘국가 정체성 논쟁’을 제기했다. 노무현 정권을 좌파정권으로 규정하고 공세를 편 것이었다. ‘상생의 정치’ ‘정치 개혁’ 같은 박 대표 고유 브랜드와 맞지 않는 일이었다. 그나마 그는 논쟁 제기 당사자로서 상대방이 ‘좌파임’을 입증하거나 범보수 세력을 투쟁에 동원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 한나라당 내분 사태 속에서 차기 대권주자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3월2일 행정도시 건설특별법이 통과되자 술렁이는 국회. (사진/ 한겨레 황석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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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네거티브형 성과로는…
지난해 정기국회에선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4대 입법 저지투쟁을 벌였다. 그 결과 박 대표는 “보안법 폐지를 막아냈다”고 자평한다. 또 최근 2월 임시국회에서 행정도시 특별법에 찬성한 다음에는 “그래도 수도 이전은 막아내지 않았느냐”고 자위한다.
그러나 박 대표의 성과에는 주로 ‘남이 무슨 일을 하는 것을 막았다’는 부정적 성취라는 한계가 담겼다. 김형준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국민들은 네거티브형 성과보다는 미래지향적 업적, 긍정적 성취에 좀더 점수를 많이 부여한다”며 “특히 대선과 관련해선 미래지향적이냐, 건설적이냐, 희망적이냐는 가치를 더욱 중시한다”고 말했다.
사실 야당 대표가 할 수 있는 ‘건설적인 일’이란 게 많지 않다는 원천적 한계는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이렇게 진단했다.
“박 대표가 가장 잘해낼 수 있는 일은 정당 개혁이었다. 대표가 된 직후 당명 개정을 비롯해 개혁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었으면 대세를 형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당시 김용갑 의원 등 영남 보수파 의원들이 ‘웬 당명 개정’이냐며 반발하자 유야무야하고 말았다. 자신의 강점을 살려 업적을 만들어낼 기회를 잃은 것이다.”

△ 신행정수도 여야 합의에 반대해 농성 중인 의원들과 얘기하는 박근혜 대표. 그의 리더십은 한계에 다다른 것인가.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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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박 대표의 위기는 궁극적으로 ‘업적 부족’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대표직 수행 초기의 높은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긍정적 업적을 쌓아야 할 시점에 타이밍을 놓치던 끝에, “그동안 뭘 보여줬느냐”라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이명박 부상, 수도권 신지역주의 경향 우려
반면에 이명박 시장은 무엇보다 지난해 행정수도 이전 반대투쟁의 선봉에 섰던 게 인기 상승의 원동력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여론이 들끓은 국면에서 그는 노무현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는 상징적 인물로 떠올랐다. 제1야당 대표를 제치고 일개 광역단체장인 그가 당당하게 범보수 세력의 구심점이 된 것이다. 이 국면을 계기로 보수 언론과 보수 성향 시민단체들의 시선은 박 대표를 떠나 이 시장한테 옮아가기 시작했다.
청계천 복원, 대중교통 체계 개편 사업도 인기 상승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두 사업은 시민들이 피부로 느낄 ‘가시적 효과’가 컸다. 겨울철을 맞아 시청 앞에 스케이트장을 조성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 시장은 시민의 편의와 함께 ‘퍼포먼스’ 측면도 정교하게 고려함으로써 현대 대중정치의 본질을 꿰뚫었다. 박 대표가 ‘네거티브 투쟁’에 매달린 반면에 그는 광역단체장이라는 이점을 살려 ‘포지티브 사업’에 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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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종로 보신각에서 시민들과 악수하는 이명박 시장. 그는 신행정수도 반대 투쟁의 선봉에 서며 보수층을 결집했다. (사진/ 한겨레 박승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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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떠오르는 이명박’을 마냥 장밋빛으로 그려내긴 어려울 것 같다. 당장 이 시장쪽도 최근의 급부상 흐름을 달갑지만은 않게 여긴다. 선두주자로 일찍 떠오르면 견제와 검증의 강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 ‘떠오르는 이명박’의 ‘내용’도 논란거리를 담고 있다. 김형준 교수는 “참여정부 들어 영·호남 지역주의가 퇴조한 반면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지역주의가 대두하는 경향이 우려된다”며 ‘이명박 지지율’ 이면에 드리운 지역주의의 어두운 그림자를 지적했다.
이 시장의 상승세가 한나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을 끌어모은 데 불과하다는 견해도 있다. 이를테면 조갑제 <월간조선> 대표로 상징되는 세력이 박 대표를 떠나 이 시장쪽으로 옮겨온 게 고작이라는 분석이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개혁적 중도세력을 끌어모으지 못하는 한 한나라당 대선후보는 될지언정 정권을 찾아올 순 없다”며 “이 시장이 고민해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박근혜-이명박 양자 구도’의 부상, 그리고 ‘박근혜→이명박, 대표주자 교체’ 가능성은 한나라당과 범보수 진영의 향후 세력 재편에 중대한 변수로 작용하리라는 점만은 분명한 것 같다. <한겨레21>이 한나라당의 일대 내분 와중에 긴급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도 이런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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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도시 3인3색 행보 박근혜 ‘타협 뒤 원칙 고수’ 이명박 ‘반대하나 수위 조절’ 손학규 ‘여야합의 존중’
한나라당의 세 대권주자들이 행정도시 건설특별법을 둘러싸고 3인3색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나름의 전략적 계산이 깔린 듯하며 그에 따른 고민도 제각각이다.
박근혜 대표는 12개 부처 이전을 뼈대로 하는 여야 합의가 이뤄지도록 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애초 정부 여당 원안이었던 16개 부처 이전에서 몇개 부처를 덜어냈다는 점, 그러면서도 충청권을 외면하진 않았다는 점을 그의 성과로 꼽을 수 있다.
또 박 대표는 정책 대안을 제시하면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실천했다는 점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의원총회에서 찬반 토론 끝에 표결로 당론을 확정하고 당론 결정 이후엔 꿋꿋이 원칙을 밀고 나가는 태도도 돋보인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대정부 비판을 강도 높게 해왔다. 그러나 행정수도·국가보안법 등 민감한 현안이 나올 때마다 ‘자신들의 통일된 당론’을 만들어내지 못함으로써 ‘대안 없이 발목만 잡는 집단’으로 비쳐왔다.
충청권은 ‘한나라당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박근혜 48.9%, 이명박 24.3%’의 의견 분포를 보였다. 충청권을 잃으면 차기 대선은 없다고 생각한 박 대표에게 충청인들이 나름의 보상을 한 것이다. 그러나 분당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지도력의 위기를 맞은 게 박 대표의 고민이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행정도시 특별법을 반대하면서도 실제 행동 수위는 신중하게 조절하고 있다. 2월26일 행정도시 특별법안을 비판하는 입장을 발표하면서도 시장이 직접 나선 게 아니라 시청 대변인의 입을 빌렸다. 문건 형식도 성명서가 아닌 호소문으로 낮췄다. 이 시장과 가까운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지난해 행정수도 이전 반대 투쟁과 달리 이번 사안은 전면 투쟁을 한다고 해서 되물리기 어려운 사안으로 판단된다”며 “이기기 어려운 싸움에 시장이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모습은 지난해와 무척 다르다. 당시 이 시장은 이석연 변호사, 최상철 교수 등을 직접 만나 헌법 소원을 제기하는 문제를 숙의했다. 이 시장은 이들에게 “시장이 헌법 소원을 내기 곤란하니까 학계나 시민단체가 앞장서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장쪽은 당시 몇몇 로펌을 접촉해 헌법소원 지원 실무를 맡아줄 수 있는지를 타진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손학규 경기지사는 ‘여야 합의 존중’ ‘수도권과 충청권의 상생 발전 도모’ 입장을 취하고 있다. 차명진 경기도청 공보관은 “수도 서울 지키기는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이뤄진 셈이며, 디지털 시대에 행정부처 몇개를 옮긴다고 심각한 비효율이 빚어지는 것도 아니다”며 “국가경쟁력과 상생 발전 두 가지를 조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손 지사의 선택에는 전통적 보수세력을 결집하는 데 머물기보다는 개혁적 중도세력을 포함해 지지 기반의 외연을 확대해야 한다는 중장기적 전략 판단이 깔렸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고정 지지층은 “투쟁하지 않는 손학규? 유약하다”고 본다. 그렇다고 개혁적 중도세력이 한나라당 소속인 그에게 눈길을 강하게 주지도 않는다. 손 지사의 지지율이 적어도 현재로선 정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데는 이런 배경이 깔린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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