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골적으로 ‘우향우’하는 대형교회 목사들… 내부 노선투쟁 속 정치세력화 움직임 폭발한다
 |
 | |
교회가 성도들에게 봉기할 것을 선동한다. 참여정부 이후 대형 교회 목사들의 ‘우향우’ 행보가 노골적이다. ‘구국기도회’라는 이름의 대규모 집회가 줄을 잇고, 정부의 각종 개혁안에 대해 성경의 이름을 걸고 결사적인 반대를 다짐한다. 한국 기독교는 왜 이러는가. 과연 한국 기독교의 근본주의엔 근본은 있는가. | |  |
 |
▣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전교조의 5대 강령 중 하나가 50대 기업을 까부수고 50대 교회도 파괴하라는 겁니다. 왜? 저 잘사는 놈들, 대기업가들 다 까부시고 나눠갖자. 좌경사상에 물든 노동자들은 사장을 노동자 피 빨아먹는 흡혈귀라고 생각해요. …우리 정부는 온갖 세금을 잘사는 사람들에게 붙여(내게 해)서 특별히 강남 사람들을 못살게 하려고 해요. 좌경사상은 있는 사람들 때려잡아서 다 평등하게 살자는 겁니다. …사학법까지 만들어서 학교 세운 사람이 이사장도 못하게 하고 교육이념도 다 없애버리면 나라 장래가 없어요. 기독교 때려잡자는 얘기이고 공산화하겠다는 얘기입니다.”

△ 기독교 우익보수 세력이 주최하는 구국기도회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1월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민족 회개와 구원을 위한 한국교회 통곡기도회'. (사진 / 뉴스앤조이 제공)
|
무시무시한 말들이 쏟아져나왔다. 지난 11월7일 서울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가 신도들에게 한 주일설교 내용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현 정부와 노조를 친북·좌파로 몰아붙였다. 김 목사는 “좌향좌 했던 나라들이 우향우로 바꿨는데, 우리나라만 유독 좌향좌로 기울어지면서 큰 위기를 맞고 있다”고 거듭 통탄했다.
그 설교, 무시무시하다
‘좌향좌로 기울어진’ 나라를 바로잡기 위한 목사님들의 ‘우향우 행보’가 부쩍 눈에 띈다. 교회 밖 장외 집회에 신도들을 끌고 앞다퉈 참가하는가 하면, 교회 안 예배에서는 연일 정부 정책에 붉은색을 덧칠하고 있다. 개별적으로 정치적 견해를 드러내는 차원이 아니라 62개 개신교 교단이 총망라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대표회장 길자연)를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어 더욱 주목된다.
지난 11월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기총 주최 ‘민족 회개와 구원을 위한 한국교회 통곡기도회’는 10월4일 서울 시청 앞 구국기도회를 그대로 옮겨놓은 모양새였다. 검은 양복에 어깨띠를 두르고 줄지어 앉은 목사와 장로들이 반복적으로 결의한 것은 “국가보안법 폐지와 사립학교법 개정을 목숨 걸고 저지하겠다”는 것이었다. 대표 회개기도를 맡은 이수영 목사(서울 새문안교회)는 “살생의 정치를 하는 정부, 개혁을 명분으로 개악을 하는 자들, 참여정부라면서 오만한 정치를 행하는 정부, 계층간의 미움을 증폭시키는 정부, 모든 책임을 야당과 언론, 건전한 시민에게 돌리는 후안무치한 자들”이라며 반복해서 현 정부와 여권 인사들을 비난했다. 이들은 몇주 전부터 각 교회에 기도회 안내문을 돌리며 “검은색 옷, 순교적 애국심, 손수건(휴지)”을 준비해서 나올 것을 독려했다. 한기총은 이 여세를 이어가 12월 초 청년대학생 기도회와 연말 성탄절 전에 대규모 구국기도회를 열 예정이다.
동네골목 청소의 복잡미묘한 이면
한기총의 움직임에 가장 반색을 표하는 이들은 우익보수 세력들이다. 류근일 조선일보 주필은 11월2일 칼럼에서 “‘낙동강 교두보’ 확보”라는 표현을 써가며 “천주교와 개신교 지도층이 중대 결단에 돌입하기 시작했다”고 불을 지폈다. 류 주필은 “로마제국 이래 기독교를 함부로 건드린 세력은 거의 예외없이 패배했다”면서 “한국의 애국 기독교 세력을 섣불리 건드린 ‘선무당 변혁가’들은 스스로 자해의 뇌관에 불을 당긴 꼴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애국 기독교 세력’과 ‘애국 사회 세력’은 이미 10월4일 구국기도회와 국가보안법 수호대회를 나란히 주최하면서 탄탄한 결속력을 확인한 바 있다. 당시 음향세트·스크린·스피커는 한기총이, 무대·현수막·시설대여는 반핵반김국민협의회쪽에서 맡았다. 또 대중 동원은 한기총이, 광고 선전은 반핵반김국민협의회쪽에서 책임졌다. 한기총 관계자는 “4대 개혁법안을 밀어붙일 때가 아닌데 그러는 걸 보면 이 정권이 총칼 대신 방송을 갖고 나라를 뒤집으려 하는 것 같다”면서 “뜻있는 교회 밖 많은 분들과도 활발하게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교회 목사들을 중심으로 한 한기총이 앞장서 정치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면, 아래에서의 ‘기독교 풀뿌리 세규합’ 움직임도 활발하다.
지난 2002년 월드컵 때 전국 10개 개최 도시에서 친절·질서·청결 운동을 전개했던 기독시민운동중앙협의회(상임회장 신신묵)는 11월17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서울남문교회에서 ‘깨끗한 서울 가꾸기 서초구 실천대회’를 열었다. 지난 6월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에서 선포식을 한 뒤, 용산·성동·서대문·성북·종로·금천·송파·구로·광진을 비롯해 광주광역시, 전남 영암, 대전광역시 등에서 실천대회를 연 뒤였다. 강동구 첫 실천대회 때 이명박 서울시장이 와서 축사를 할 정도로 이들은 한나라당쪽 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들과의 ‘연계’를 적극적으로 과시한다. 서초구 실천대회에는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과 조남호 서초구청장이 골목 쓸기에 참가하는 ‘우의’를 내보이기도 했다. 이들은 <깨끗한 나라>라는 노래를 만들어 서울 지역 590여개 교회에 뿌리고, 서울 지역 522개 동사무소와 전국 시군구청장에게 협조 공문도 발송했다.
매주 수요일 새벽 예배를 마치고 동네 골목을 깨끗이 청소하겠다는 단순명쾌한 취지를 밝혔으나, 이 운동을 주도하는 이들의 면면을 보면 복잡미묘해진다. 이 운동을 주도한 신신묵 목사(서울 한강중앙교회)는 기독교계 우익 세력의 ‘마당발’로 꼽히는 이다. 신 목사는 지난 6월 반핵반김자유통일국민대회 기독교준비위원장을 맡았고, 그에 앞서 한국기독당의 창당에도 적극 관여했다. 최근에는 ‘부시 미국 대통령 재선 축하 기독교사절단 파견’을 한기총에 제안한 뒤 ‘12월 중 1차 방미, 1월 취임식 때 초청 자격 획득’을 목표로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는 특히 각종 시국 집회에 관여하면서 대형 교회 목사들에게 자본과 동원력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목사로부터 단골로 ‘러브콜’을 받는 일부 대형 교회에서 그를 ‘디렉터’라고 칭할 정도이다. 기독시민운동중앙협의회의 조직표를 보면 짐작이 가능하다.

△ 동네 골목 쓸기로 신도들을 조직해 사회 정화 운동을 펼치겠다는 '깨끗한 서울 가꾸기' 실천대회가 서울 11개 지역에서 열렸다. 11월17일 서초구 서울남문교회에서 열린 서초구 실천대회. (사진 / 류우종 기자)
|
이 단체의 1대 대표회장은 김준곤 한국대학생선교회 이사장 겸 총재였고, 2대 회장은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당회장)였다. 이들 외에도 내로라 하는 대형 교회 목사 수십명이 조직표에 포함돼 있다. 신 목사는 “깨끗한 서울 만들기 운동은 정치와 무관한 운동”이라면서도 “동네를 깨끗이 하면서 기독시민들이 조직되면 사회 정화 운동에도 발벗고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내년 3월 말 세종문화회관에서 ‘서울시민 찬양예배’를 열고, 곧바로 4월 초께 서울 시청 앞에서 대규모 기독시민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기독시민운동중앙협의회 관계자는 “구국기도회와 함께 환경, 안보, 북한 핵 문제를 중점 거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목사님들의 교회밖 정치 행보가 불붙은 가운데, 이번에는 교계 최대 규모의 ‘중도보수’를 표방한 기독교 NGO도 등장했다. 이들은 극우 노선에 치우친 한기총과는 다른 길을 걷겠다고 밝혀, 기독교계 조직세력화와 노선투쟁의 ‘빅뱅’을 예고하고 있다.
‘기독교 사회책임’의 정권창출 의지
11월22일 서울 명동 YWCA 강당에서 출범한 ‘기독교 사회책임’(공동대표 김요한·김일수·박은조·서경석·윤경로·이성희·이승경·이정익·이화숙·인명진)은 ‘국민 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다. 이들은 출범선언문에서 “현 정권이 국민 통합과 민생 안정을 염원하는 국민의 뜻을 따르기보다는 정략적으로 개혁 과제를 밀어붙이고 있어 국론 분열과 이념적 양극화가 심각한 상태이다. 여기에 국가 정체성에 대한 의문과 불안까지 가세하는 형편이다”라고 주장했다.

△ 기독교계 안팎의 중도우파 세력 규합을 목적으로 한 '기독교 사회책임' 이 11월22일 서울 명동 YWCA 강당에서 출범했다. (사진 / 류우종 기자)
|
이들은 출범식에서 기독교계 인사들을 두루 망라한 조직표를 발표하며 세 과시를 했다. 과거 민주화운동 세력에게 신망을 많이 받았던 인명진 목사(갈릴리교회)와 장인(김준곤 목사)에게서의 세습 문제로 물의를 빚었던 박성민 목사(한국대학생선교회 대표)가 각각 공동대표와 지도위원으로 참가하는 등 참여인사의 스펙트럼이 넓다. 김진홍 목사(구리 두레교회), 손봉호 교수(동덕여대 총장), 이동원 목사(지구촌 교회), 이중표 목사(한신교회)가 고문으로 이름을 올려 명망성도 갖췄다. 이들은 교회별·개인별 회원 가입을 통해 전국 조직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기독교 사회책임은 출범 전부터 주요 인사들의 ‘전력’과 ‘정치적 의도’가 입도마 위에 오르면서 논란을 빚기도 했다. 단체 출범의 산파 역할을 한 서경석 목사(조선족교회)에 대해서는 “경실련의 옛 영광에 미련을 못 버린다” “명망가를 앞세워 기독교를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려 한다”는 공격이 잇따랐다. 애초 고문직을 제의받은 옥한흠 목사가 “단체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면서 불참 의사를 밝히는 등 출범식 하루 전날 밤까지 명단이 수정될 정도로 참여인사 선정에도 진통을 겪었다.
이런 안팎의 부정적 분위기를 막아내며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준 일등 공신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였다. 이들 신문은 단체 출범 전부터 단체 주도자들을 ‘뉴 라이트(New Right) 운동’(신보수 운동)의 기수로 부각하며 집중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11월16일치 “‘개신교 NGO’ 출범에 부쳐”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이들을 “새로운 대안세력”으로 이름 붙이고 “교계 지도자들의 균형 잡힌 시각과 비당파적 태도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독려하기도 했다.
서 목사는 지난 9월 말 단체 결성 준비모임 전후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들을 조직해서 차기 정권은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만들 세력이 집권하도록 하겠다”고 적극적으로 정권 창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서 목사는 출범 전 <한겨레21>과의 전화 통화에서 “우리는 중도를 지향하지만 사회 전체가 좌로 이동해 있어 중도우파로 분류되는 듯하다”면서 “다수의 목소리가 모아지면 당연히 정치적 영향력이 커질 테고, (좌우) 어느 쪽이든 의견을 같이하는 이들과 함께 할 생각이므로 정치 활동을 배제할 이유는 없다”라고 말했다.
일부 브로커 목사들이 문제다?
기독교계 우익보수 인사들의 정치 세력화 움직임에 대해 교계 안팎에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주목도가 높은 대형 교회 관계자들은 애써 의미를 축소하는 편이다. 서울 강북의 한 대형 교회 관계자는 “큰 교회의 담임목사라면 예배를 볼 때 친미반공적일 수밖에 없는데, 기본 동원력 때문에 개인적 의사 표출이 실제보다 증폭돼 보이는 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교계 내 영향력을 키우려는 일부 ‘브로커 목사’들이 자꾸 일을 벌이는 게 문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이 각종 시국기도회나 단체 결성을 통해 대형 교회의 지원도 받고 명성도 얻으려고 교회 밖 사회세력과 목사들을 연계한다는 얘기이다.
그러나 다른 쪽에서는 매주 고정적으로 사람들이 모이고 전국 네트워크가 돼 있는데다 목사의 한마디가 절대적 지도력을 갖는 기독교의 ‘구조적 특성’을 감안하면, 대형 교회 목사들의 정치 행보는 그 자체로 폭발력이 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국기독당의 실패를 뼈저리게 겪은 탓에 목사들이 정치적 영향력 확대의 필요성을 더욱 조급하고 완강하게 갖게 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기독교 사회책임' 의 산파 역할을 맡은 서경석 목사(왼쪽)와 정치적 행보를 강화 중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인 길자연 목사. (사진 / 류우종 기자)
|
올 초 한국기독당 출범에 주축이 됐던 대형 교회나 선교단체 관계자들은 1200만 개신교 신도라는 ‘초대형 유권자 시장’을 겨냥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기독당은 22만8천여표(1.1%)의 득표율을 얻는 데 그쳐 정당 해산이 되고 말았다. ‘교회 문만 나서면 다 잊는’ 한국적 신앙 태도가 반영된 결과이다. 이에 따라 기독당의 실패를 교훈 삼아 ‘직접 정치’보다는 ‘장외 정치’를 통해 자신들의 뜻을 대변할 세력에게 힘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정치 활동의 무게추를 이동했다는 얘기다.
“기업 문제는 교회투자·개발과도 연관”
교회 운영에 영향력이 큰 장로 집단 등이 대부분 사회적 기득권층이므로 현 정권에 반대하는 이들의 ‘정서’가 정치 세력화 흐름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 강남의 한 대형 교회 관계자는 “교계 인사들의 현 정권에 대한 불신은 국론 분열이니 안보 불안이니 하는 우려 수준이 아니라 그동안 누려왔던 기득권을 다 빼앗길지 모른다는 공포 수준”이라며 “교계 인사들이 4대 개혁법안에 대해 결사 항전에 나선 것도 ‘다음번은 우리 차례’라는 생각에 따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목사들도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기업 문제나 부동산·세금 문제는 헌금과도 관련이 있지만 교회의 투자나 개발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덧붙였다. 심리적이고 실질적인 욕구에 따라 점점 ‘우경화’되고 집단적으로 정치적 발언을 쏟아낸다는 해석이다.
한기총의 주요 관계자는 이런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 “왜 기독교가 정치에 참여하느냐는 질문만큼 우문이 없다”면서 “선교와 교세 확장을 최우선 과제로 하는 기독교인들이 이를 뒷받침할 정치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기독교적 소명의 하나”라고 말했다. 정치적 목적이 분명한 장외 집회와 단체 결성에 자본과 동원력을 갖춘 대형 교회 목사들이 빠지지 않는 것도 이런 이해관계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
 | |
조용기 목사는 왜 침묵에 들어갔나 한기총 구국기도회 이후 침잠… 열린우리당쪽에서 ‘껴안기’나섰다는 분석도
 |

△ 조용기 여의도 순복음교회 목사. 그는 요즘 청와대의 심기를 살피는 걸까.
|
시국기도회나 기독교 단체 결성 전 가장 문턱이 닳는 곳은 대형 교회이다. 신도 75만명으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당회장)는 늘 섭외 0순위이다. 기독교 우익보수 세력들이 잰걸음을 걸으면서 조 목사의 행보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조 목사는 지난 10월4일 서울시청 앞 구국기도회에 신도 5만명(교회 추정)을 이끌고 참석해 “군대가 울타리라면 국가보안법은 대문”이라며 “울타리가 튼튼해도 대문을 열어두면 적들이 안방까지 들어와 우리는 순식간에 멸망할 것”이라고 소리 높였다. 그러나 조 목사는 그날 이후 긴 침묵에 들어갔다. 한기총이 구국기도회의 여세를 몰아 열었던 11월1일 통곡기도회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그의 불참으로 참석인원은 애초 목표였던 1만명에 훨씬 못 미친 3천∼4천명 선에 머물렀다. 조 목사는 “너무 자주 나서면 불필요한 오해를 산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기독교계 일각에서는 “조 목사가 10월4일 이후 부쩍 ‘청와대 심기’를 살핀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국민일보> 창간 이후 운영자금과 관련한 잡음이 끊이지 않는데다, 조 목사가 이사장으로 재직했고 부인 김성혜씨가 총장으로 있는 한세대가 사학 분규를 겪었고, 최근에는 교육부 정식 인가 없이 미국 대학 서울 분교를 5년간 불법으로 설립·운영해 약식기소되는 등 ‘털어 먼지 날 일’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뒤따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열린우리당쪽에서 ‘조 목사 껴안기’에 나서 주목된다. 지난 10월22일 열린우리당 열린정책연구원 개원 첫 행사였던 ‘열린기독포럼 창립 준비 및 구국기도회’에 조 목사가 설교자로 초청됐다. 조 목사는 과테말라 순방 일정 때문에 불참했으나 다음 기도회에는 꼭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기도회에서는 길자연 한기총 대표회장이 설교를 맡았다. 여권 일각에서는 구국기도회와 정반대 성격의 시국기도회를 준비하며 조 목사쪽과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의도순복음교회 관계자는 “정부·여당 주최 기도회라도 일정만 맞다면 (조 목사는) 적극 참여하실 것”이라고 밝혔다. 열린기독포럼 관계자는 “교계 지도자들과 대화 기회를 많이 만들 생각”이라며 “정치 현안에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목사들을 끌어안으려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조 목사는 올 초 출범한 한국기독당의 상임고문을 맡고 산하 기독정치발전연구소에 수억원의 개인 헌금을 내는 등 꾸준히 ‘직접 정치’의 행보를 해왔다. 지난 탄핵 정국에서는 “젊은이들이 촛불시위를 통해 좌경화되고 있다. 교회가 뒷짐 지고 있을 처지가 아니다”라고 설교하고, 총선 기간에는 사실상 기독당 지지 행사 성격이었던 국민화합 기도회에 수만명의 신도들을 이끌고 참석하기도 했다. 은퇴를 앞두고 있는 조 목사가 부쩍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는 이유는 뭘까. 여의도순복음교회 관계자는 “정치적 헤게모니에 대한 관심보다는 선교에 대한 관심이 깊은 것으로 이해해달라”면서 “선교에 도움된다면 어떤 정권이라도 불편한 관계를 가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조 목사는 은퇴 이전에 500여개 교회를 개척할 계획을 갖고 있는데 현재 50% 달성률인 상태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 |  |
 |
 |
 | |
“주여, 사학을 지켜주소서” 기독교계가 종교계 74%…각종 기도회마다 “사립학교법 개정 반대”
기독교계 우익보수 인사들이 주최하는 각종 기도회에서 사립학교법 개정 반대 열기는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 열기를 누를 정도다. 통상적인 사학재단의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강도의 반발이다. 11월1일 통곡기도회에서도 가장 많은 박수와 아멘 소리가 터져나온 기도는 “사립학교법 개정을 막아달라”는 것이었다. 이원설 장로(한국기독교학교연맹 이사장)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성경교육과 채플을 못한다는 얘기는 없으나, 이사회에 설립자 친인척 비율을 낮추면 (성경을) 믿지 않는 교사들이 성경교육을 하는 것을 반대할 것이고, 교사·학부모·직원회를 법제화하면 우리 기독교 학교는 문 닫을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울부짖었다.
우리나라 사립학교 가운데 종교계에서 세운 학교는 기독교계 373개, 가톨릭계 27개, 불교계 55개, 원불교계 12개, 기타 23개 등 490개로 전체 사학(1955개)의 25%를 차지한다. 종교계 학교 중 기독교계는 74%로 압도적으로 많다. 사립학교법 개정에 가장 강경하게 반대하는 종단도 단연 기독교계다.
박충구 감리교신학대 교수(윤리학)는 기독교계의 반발 이유를 “다른 종단 학교에 비해 학생들을 선교 대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라며 “이에 따라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종교계 학교를 비종교화하는 법이라고까지 단정한다”라고 분석했다. 박 목사는 또 “기독교계 학교의 인사권을 한기총 목사들이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으니 개방형 이사제에 대한 거부감도 (다른 종교에 비해) 더 크다”고 말했다. 특히 창조론과 진화론을 대립적 교육 내용으로 보는 근본주의자들일수록 교육과정에 교사나 학부모 등 ‘외부’의 목소리가 끼어드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성향이 강하다고 박 교수는 덧붙였다.
1925년 미국 테네시주에서 있었던 이른바 ‘원숭이 재판’은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 진화론을 어느 정도로 적대시하는지 잘 보여준다. 그때까지 미국 남부의 각 주들은 진화론 교육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었다. 이에 도전한 한 교사가 근본주의자에게 고발되면서 세기의 법정 대결을 벌이게 된다. 밀려드는 인파를 감당 못한 재판정은 법정을 잔디광장으로 옮기고, 양쪽의 변호사는 5천여명의 관중 앞에서 설전을 벌인다. 이 자리에서 교사쪽 변호사는 입씨름 끝에 근본주의자쪽 변호사로부터 “성경을 문구 그대로 해석할 수 없다”는 답변을 이끌어내게 된다. 재판정은 교사에게 벌금형을 내렸으나, 여론은 압도적으로 교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 재판은 교육 내용에서 진화론을 축출하려는 비이성적 시도가 낳은 대표적인 해프닝으로 기록됐다.
서울 대광고 강의석군이 촉발한 학내 종교 자유 문제도 학생들을 선교 대상으로 보는 기독교계 ‘관습’과의 충돌이었다. 11월17일 서울 YMCA가 주최한 ‘학내 종교의 자유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토론회에서 김정섭 한국기독교학교연합회 사무국장은 “교육법에 공립학교에서는 종교교육을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는데, 이는 곧 사립학교에서는 종교교육을 허용한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강군 징계에 반대해 대광고 교목실장직을 사퇴한 류상태씨는 이에 대해 “종교계 사학 중 시간표에 종교교육을 넣는 곳은 기독교 학교밖에 없다”며 “기독교의 배타성을 드러내는 상징적인 사례”라고 비판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