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02월18일 제497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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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파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전략적 제휴관계’에서 퇴진압력으로… 정형근 의원 단수후보 공천 뒤 틈 크게 벌어져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한나라당의 최병렬 대표와 소장파 의원들은 갈라서는가.

최 대표와 최 대표의 2선 후퇴를 촉구하고 나선 소장파 의원들은, ‘찰떡궁합’ 정도는 아니어도 서로의 차이점을 존중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서로를 이용할 줄 아는 ‘전략적 제휴관계’였다. 이회창 총재 시절, 한나라당이 보혁 갈등이 심해졌다가 잦아들 때쯤이면 언제나 최 대표의 흔적이 보였다. 이때만 해도 원희룡 의원 등 초·재선 의원들의 모임인 미래연대 회원들은 최 대표를 “대화가 통하는 합리적 보수주의자”로 인정했다.

2003년 당 대표 경선 당시, 미래연대가 서청원 전 대표 지지와 최 대표 지지세력으로 갈렸을 때도, 최근 ‘깃발’을 들고 나선 11명 가운데 엄정 중립을 표방하면서도 최 대표를 암묵적으로 지지하는 이가 많았다.

양쪽의 ‘밀월관계’는 최 대표 체제 이후에도 이어졌다. 이회창 총재 시절 당내 중진들에게서 ‘철없는 문제제기 집단’ 취급을 받던 이들은, 최 대표가 당권을 잡은 이후 당의 주요 보직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원 의원은 기획위원장에 임명됐고, 남경필·오세훈 의원은 당내 최고 집행기구인 상임운영위원으로 선출됐다. 당시 당내에서는 ‘신주류 계파’라는 말이 돌 정도로 최 대표와 소장파의 관계는 돈독해 보였다. 원 의원 등이 지난해 8월 ‘60대 용퇴론’으로 당내 물갈이 논쟁의 불씨를 지폈을 때, 서청원 전 대표를 포함해 당내 중진들이 “최 대표의 사주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던질 정도였다. 오세훈 의원은 17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함으로써 중진 불출마 러시를 이끌어냈고, 결과적으로 최 대표의 ‘물갈이’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로 이어졌다. 최 대표가 퇴진 요구를 받고 이 3명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어떻게 당신이 내게 이럴 수 있나”라며 격노한 것도 이런 ‘과거’ 때문이다.

소장파들과 최 대표의 거리가 멀어지기 시작한 것은, 대선자금 비리가 터져나오고 최 대표가 대여투쟁을 강조한 재선 그룹(이재오·홍준표·김문수 의원)들에 의지하면서부터였고, 본격적으로 갈라선 시점은 인권탄압 시비가 일고 있는 정형근 의원이 단수후보로 공천된 이후였다.

남경필 의원은 최 대표가 자기희생적 결단을 내려야 하는 이유에 대해 “기득권을 버려야 최 대표도 살고 한나라당도 산다”고 답했다. 최 대표가 갖고 있는 기득권인 대표직, 출마할 권리, 좋은 지역구(서울 강남갑) 중 얼마만큼 버리느냐에 따라 지도력이 살아난다는 것이다. 물론 그 지도력은 한나라당의 환골탈태, 짧게는 “국민들이 볼 때 ‘이런 사람은 극복 대상’이라고 여기는 이들을 공천에서 배제”하는 데 쓰일 힘이다.

남 의원은 최 대표의 결단 여부에 따라 “최 대표를 몰아내는 극단적인 행동을 할 수도, 깃발을 내리고 최 대표를 위해 몸을 던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과거 최 대표가 이회창 총재와 소장파의 가교 구실을 한 것처럼, 현재 최 대표와 소장파 사이에도 가교가 있어 ‘극단’에 이를지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4·15 총선을 앞둔 소장파 의원들의 눈빛이 이전과 다르다는 점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