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세계일주를 한 사람들은 앞으로 떠날 사람들에게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우라고 조언한다. 대충 떠났다가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이달 말 세계일주를 떠나는 가족 사물놀이단 공새미 가족은 3년 전부터 △1단계 계획 수립 △ 2단계 주변 정리 △ 3단계 여행준비 등 단계적으로 여행을 준비했다.

△ 세계일주를 계획하는 사람들은 세밀하게 준비해야 낭패를 보지 않는다. 여행객들이 인천공항 라운지에서 해외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한겨레 강창광 기자)

공새미 가족이 3년 동안 준비한 것들

2001년부터 2003년 8월까지 1단계에서는 △여행 계획 공유 △체력 단련 △홈페이지 제작 △여행국 자료 조사 △ 노트북·디지털 카메라 구입 △부모님 설득 △어학 공부(중국어) 등으로 짰다. 2003년 8월부터 12월까지 2단계에서는 △아빠 회사 퇴직 △여행 일정 확정 △여행 후원자 물색·확정 △집 정리·자금 확보 △가족 사물 홍보 △비자 준비 △어학공부 등을 했다. 2004년 1월부터 출발 전까지 3단계에서는 △여행기 시작 △항공권과 준비물 구입 △주변 인사 △ 자녀 학교 졸업·휴학 △짐싸기 등을 했다. 공새미 가족은 여행지도 △덜 알려진 나라 △도시와 시골 지역 △해외 교민이 많이 사는 곳 등의 기준을 세워 정했다.

세계일주를 어렵게 결심해도 일정을 정하고 교통편, 숙소 등을 연결하는 게 쉽지 않다. 4년 전 가족 세계일주를 떠났던 이성 서울 구로구 부구청장은 “당시만 해도 세계일주를 준비할 때 필요한 정보가 없어 고생했다. 여행은 길을 따라가야 한다. 예를 들어 프랑스 파리와 아비뇽에 대한 정보는 많지만 파리에서 아비뇽으로 가는 길에 대한 정보는 별로 없는 식이었다. 일부 지역은 교통편을 확인하지 못해 세계지도에 굵은 선으로 동선만 표시해놓고 현지로 떠나기도 했다. 현지에 도착해서 이동수단으로 버스나 기차를 결정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세계일주를 하면서 여행지별로 항공권을 구입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항공권을 따로 구입하면 여행지 연계도 쉽지 않지만 항공요금 부담이 너무 많아진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남미쪽 항공요금이 200만원이 넘는데 세계일주 항공권은 1인당 400만원 안팎이면 된다. 세계일주 항공권은 1년 안에 사용해야 하며, 출발 지점과 도착 지점이 같아야 하는 등 몇 가지 제약이 있다. 어떤 항공권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여행경로가 달라진다. 여행경로를 짜기 전에 세계일주 항공권부터 자세히 알아야 한다. 세계일주 항공권은 원월드와 스타얼라이언스, 스카이팀 등 3종류가 유명하다.

원월드의 경우 아시아는 거의 홍콩을 경유하고, 유럽의 경우 거의 런던을 경유하는 등 여행경로가 제한될 수 있다. 추천 대륙별 일정은 △3대륙(서울-홍콩-파리-뉴욕-홍콩-서울) △4대륙(서울-홍콩-시드니-런던-토론토-홍콩-서울) △5대륙(서울-홍콩-런던-리우데자네이루-뉴욕-LA-시드니-홍콩-서울) △6대륙(서울-홍콩-요하네스버그-런던-마이애미-부에노스아이레스-시드니-홍콩-서울) 등이 있다. 스타얼라이언스는 가장 많은 항공사가 참여하지만, 중·남부 아프리카 지역 일정이 부족하다. 스카이팀은 미국과 유럽만 여행할 때는 유리하지만, 사용 불가능한 비행기편이 있으므로 확인해야 한다.

항공권 천차만별… 사소한 사항 유의

항공권을 결정하면 대략적인 여행경로를 잡을 수 있다. 세계일주의 목적을 분명하게 정리해두고 해당 지역에서 무엇을 보고 올 것인지 결정하고 본격적으로 여행 지역 정보를 모아야 한다. 각 나라와 도시들의 날씨, 치안, 기본 정보, 숙박, 교통, 이동경로, 인접국으로 들어가기 위한 비자 필요 유무, 비자 취득 방법 등은 미리 알고 출발하는 게 좋다. 중남미와 아프리카 여행을 하다 비자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도 종종 있다.

△ 인터넷 사이트에는 세계일주 정보가 가득하다. 위부터 세계일주 다음 인터넷 카페. 웹투어의 ‘좌충우돌 세계여행 이야기’, 트래블 게릴라.

이성 부구청장 가족은 중동에서 시리아를 가고 싶었는데 들르지 못했다. 그는 “요르단에서 시리아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요르단에서는 시리아 국경 통과가 되지 않았다. 시리아와 요르단의 관계가 악화되어 국경 통과가 되지 않았다. 이런 정보를 모르면 헛걸음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웹투어(webtour.com) 해외여행 정보 중 ‘좌충우돌 세계여행 이야기’에는 세계일주를 한 사람들의 준비과정과 여행기, 현재 세계일주 중인 사람들의 생생한 경험이 올라와 있다. 여기에 올라온 이야기만 꼼꼼하게 읽어봐도 세계일주의 큰 윤곽을 그릴 수 있다. 트래블게릴라(travelg.co.kr)는 네팔·인도·타이 등 동남아와 서남아 정보가 풍부하다. 이 밖에도 유럽 배낭여행 정보 등 지역별 전문 사이트와 연결돼 있다. 배낭여행 웹진 ‘떠나볼까’(prettynim.com)에는 영국 등 유럽 지역 여행 정보가 풍부하다.

인터넷 카페(cafe.daum.net/owtm)는 특히 중남미 종단 여행과 유라시아 횡단 여행에 관심 많은 사람들에게 쓸모 있는 정보가 많다. 가다지구 돌기(myhome.shinbiro.com/~Backpak/frame1.htm)에는 아시아·유럽·중남미·아프리카의 여행기와 비자 받기 등 자세한 여행정보가 실려 있다. 예를 들어 남미에서 축제를 중심으로 한 여행일정 짜기 같은 생생한 정보가 돋보인다. 영문 사이트 중에는 ‘travel-library.com’에서 세계 각 지역의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여행 경험담 등 지역별 정보가 구체적이고 방대하다.

여행 지역에 따라 콜레라나 황열병 같은 입국에 필요한 예방접종과 건강 진단도 하고, 체력이 약한 사람은 꾸준히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실제 세계일주 중에 몸이 아파 포기하는 사람도 가끔 있다. 하지만 떠나기 전에 모든 상황을 완벽한 대비하기는 불가능하므로, 현지에서 부딪히며 해결할 각오를 해야 한다. 세계일주를 한 사람들은 “계획은 변경하라고 있다”는 농담을 할 정도다. 여행 중인 현지 사정에 맞게 융통성 있게 대처하면 된다. 세계일주 비용은 방문 지역, 숙소, 현지 일정, 도시간 이동 수단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1년 동안 세계일주를 하려면 평균 한 사람당 2500만원 남짓 든다. 4인 가족이 세계일주를 한다면 1억원 안팎이 든다.

△ 공새미 가족의 세계일주 여행 경비와 경로

방대한 정보 섭렵… 중학생 영어면 충분

언어 소통을 걱정하는 사람도 많다. 해외 여행을 많이 다닌 사람들은 중학생 수준의 영어만 구사해도 해외 여행에는 큰 지장이 없다고 말한다. 영어를 잘하면 좋지만, 잘해야 된다는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미국을 오래 여행할 계획이라면 영어공부를 해두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영어에 영 자신 없는 사람은 떠나기 2~3개월 전에 영어 사용권에서 어학연수를 받고 가기도 한다. 남미에서 오래 머물 계획이면 인사말 등 몇 가지 간단한 스페인어를 배워두는 것도 좋다. 해외 일자리 프로그램을 활용해 세계일주를 한 박혜준씨는 “비용, 언어, 자신감 가운데 해외여행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