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01월29일 제494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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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에 새 길이 열리는가

대북송금 사면 방침과 총선 득표의 향방… “민주당과의 재통합 촉매로 작용” 기대도

청와대의 대북송금 사건 관련자 특별사면 방침은 4월 총선 구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정당들이 공식 방침으로 확정되기 전부터 엇갈린 논평을 내면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한나라당=홍사덕 원내총무는 “노무현 대통령이 총선을 위해서라면 못할 일이 뭐가 있겠느냐”며 “노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단행하려면 자기 자신은 물론 앞으로 어떤 대통령도 국민 몰래 북한에 돈 집어주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그리고 총선을 겨냥해 표를 얻으려 한다는 점을 털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진 대변인은 “DJ와 호남에 대한 구애작전으로 민주당을 고사시켜 총선을 ‘한나라당 대 열린우리당’의 양자대결 구도로 만들어보려는 속셈”이라며 “국기를 문란시키는 사면권 남용으로서 결단코 용납할 수 없는 천부당만부당한 일”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의 태도에서는 대북 ‘뒷거래’ 의혹을 다시 한번 부각시킴으로써 보수세력의 반노무현 정서를 자극하려는 의도가 읽히고 있다. 이와 함께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을 도토리 키재기 경쟁에 묶어두려는 기존 전략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우려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김영환 대변인은 “대북송금 특검으로 햇볕정책의 정신마저 부정했던 노 대통령이 총선을 앞둔 지금 느닷없이 관련자 사면·복권을 단행하려 한다”며 “노 대통령의 개혁은 모두 선거용일 뿐이며, 심지어 민족의 미래가 달린 햇볕정책마저도 선거용 소재로 삼겠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전형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에서 “한마디로 병 주고 약 주는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단독 통과시킨 대북송금 특검 법안을 취임 20일 만에 원안대로 수용했던 청와대가 총선이 3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특별사면 운운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태도에선 청와대가 DJ의 협력을 끌어냄으로써 호남표를 열린우리당쪽으로 몰아가려는 의도를 경계하는 기색이 뚜렷하다. 그러나 민주당의 한 고위 당직자는 “병 주고 약 주는 줄은 알면서도 약을 주지 말라고 반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민주당으로선 의도의 불순성을 부각시키는 것 외에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의 호재가 될 줄을 뻔히 알면서도 특검 관련자 사면을 반대할 수도 없는 난처한 처지를 드러낸 것이다.

열린우리당=신기남 상임중앙위원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게 아니라 대북 햇볕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통치행위를 한 것은 마땅히 용서받아야 하며, 관련자들은 이미 법 위반 대가를 충분히 치렀다”고 사면 방침을 지지했다. 김정길 상임중앙위원은 “단순히 대북송금과 관련해 형을 받은 사람들은 정책과 관련된 것인 만큼 당연히 사면을 받아야겠지만, 박지원 전 장관 등 개인 비리가 확인된 사람들은 법의 심판을 받는 게 옳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이로써 지지자들의 가슴에 쌓였던 응어리를 풀어냄으로써 총선 득표에 일대 호재가 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또한 일각에선 한 걸음 더 나아가 민주당과의 재통합 또는 연합공천 논의의 촉매제로 작용했으면 하는 기대도 일부 비치고 있다.

자민련=유운영 대변인은 “이적행위를 자행한 대북송금 관련자들을 사면한다는 것은 이적행위를 정당화하는 것으로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유 대변인은 “불법 대북송금의 실체와 진상이 분명하게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들을 사면하는 것은 국민 정서에도 반한다”고 주장했다.

박창식 기자 cspcs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