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01월15일 제493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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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해 내딛는 한발

독자 5인이 약속하는 올해의 변화… 철저한 준비와 꼼꼼한 자기 점검부터 시작

2004년 한국인들은 어떤 변화를 모색하고 이를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까. 독자 5인에게 올해의 변화에 대해 물어보았다. 창업부터 마라톤 완주, 일본 일주 여행 등 각양각색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나 변화를 바라는 모두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기존의 틀을 깨기 위해서는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성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말에 발행하는 <한겨레21> 송년호에는 이들의 계획이 얼마나 이루어졌는지 점검하는 글을 실을 예정이다. 야심차게 시작한 당신의 계획을 함께 점검해보는 것은 어떨까.

전업주부에서 사업가로



결혼 뒤 맞벌이 부부로 10년을 보내면서 아이도 셋을 낳았다. 경제적으로 윤택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전업주부가 되었다. 시간이 흘러 아이들이 각자 삶을 설계할 수 있게 되자 갑자기 나 자신의 가치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허탈해졌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일을 해야 한다는 욕망은 더욱 깊어갔다.

우선 나라는 사람부터 분석해보기로 하였다. 아무리 뜯어보아도 전문지식이라곤 없고 그저 성실하고 사람을 좋아한다는 장점을 갖고 있을 뿐이다. 어느 날 한 사이트에 아파트 모니터 모집이라는 공고가 눈에 띄었다. 처음 들어보는 각종 건축용어를 공부하고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차곡차곡 지식을 쌓아나갔다. 그러던 차에 한 후배가 같이 이 일을 사업화해보자고 제의를 해왔다. 우리는 건설사를 돌아다니며 아파트를 분양받아 입주를 하게 되면 품질점검, 확인점검, 입주자 사전점검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각종 아이디어를 제공해주었다. 마침내 올해 온라인 사무실까지 출범시켰다. 서비스 업무 자료와 매뉴얼을 한달여 동안 밤새워서 만들고 신규 주부모니터를 모집해 교육시키고 기존 경력자를 관리하면서 주부의 일상에서 커리어우먼으로 변화된 삶을 막 시작해보려 한다.

우선 회사를 위해 나의 일상부터 변화시켜야 할 것 같다. 집안일과 사업을 같이 하려면 적당한 체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아침에 30분 일찍 일어나 간단한 맨손체조와 단전호흡으로 건강 관리를 할 예정이다. 집안일을 줄이기 위해 청소는 주 2회 정도만 하고 시장도 열흘에 두번 정도 계획을 세워 갈 생각이다.

또한 고객사에 대한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마련할 것이다. 현재 20여개의 업체 중 주부모니터 제도를 도입한 곳은 20%에 불과하다. 모든 업체들이 우리의 고객사가 되도록 주 4~5회 정도 반복해 방문할 것이다. 직원들의 복지도 생각해야 한다. 현재 등록된 200여명의 직원 관리를 위해 산재보험에 가입하고 직원 복지 향상을 위한 구체적인 자금 집행을 검토할 것이다. 이렇게 올 한해 내 인생의 승부수를 띄울 것이다. - 임해숙/ 주부

불혹, 나는 달리고 또 달린다



2004년을 맞는 기분은 어느 해보다 착잡하다. 귀엣말로 전해 들으니 올해가 입삼재(入三災)해란다. 사실 내가 정초부터 마음을 다잡지 못하는 큰 이유는 내년이면 마흔이 되기 때문이다. 마흔이 불혹이라지만 정작 난 맞벌이하면서 아이를 낳지 않는 딩크족으로 살기로 했다가 뒤늦게 27개월 된 딸아이를 키우느라 버둥거린다.

올해, 삶의 특별한 계기를 만들 필요를 느낀다. 인생이라는 시합의 전반전을 뛰고 후반을 기다리는 선수들이 새로운 전술과 힘을 보충하듯이. 나는 42.195km를 달리기로 결심했다. 요즘 뭇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달리기를 선택하지만 난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처럼 결코 오래 살기 위해 달리는 게 아니라, 설령 짧게 살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그 짧은 인생을 어떻게든 완전히 집중해서 살기 위해 달리는 것이다. 올해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먹고 구체적인 계획을 위해 인터넷 마라톤 관련 사이트에 들어가 검색해보니 지난해 한햇동안 열린 크고 작은 마라톤대회만도 200여개였다.

몇년 전에 이미 5km와 10km 코스는 뛰어본 경험이 있지만, 너무 오랜만이고 몸도 만들어지지 않은 관계로 10km부터 풀코스까지 차근차근 도전해나가기로 했다. 평소 훈련은 집 앞 일산 호수공원을 이용해 1주일에 4일간 달리기 연습을 할 것이다. 또 체계적인 훈련을 위해 마라톤 전문잡지를 구독하고 훈련일지도 쓰기로 했다. 필요하다면 마라톤 동우회에도 가입할 예정이다.

구체적 출전 일정으로 상반기에는 3월28일 상암동 코리아오픈마라톤대회에서 10km를 45분 내에 도전하고, 5월23일 상암동 서울신문하프마라톤에서 하프코스 규정시간(2시간30분) 내에 완주를 목표로 지구력 훈련을 한다. 최종적으로 풀코스 도전은 10월24일 경주 엑스포국기광장에서 열리는 경주오픈마라톤대회로 잡았다. 현재 모든 대회는 전자계측 칩으로 기록 측정이 이루어져 기록 단축 및 훈련 조절이 용이하다.

녹록지 않은 도전이다. 그러나 새해 벽두 나처럼 ‘변화’를 꿈꾸며 굳은 계획을 세웠던 <한겨레21> 독자들의 소망도 안고 올 한해 힘차게 달리고 싶을 뿐이다. - 최일우/ 대학 도서관 직원

오랜 꿈속의 겨울산, 그곳을 향해



스물을 넘긴 다음부터 해마다 1월1일이면 똑같은 꿈을 꾼다. 천지가 눈으로 하얗게 뒤덮인 홋카이도의 겨울산 어딘가, 훈훈한 김이 오르는 노천탕에 몸을 담그고 입김을 불며 느긋한 오후를 즐기는 꿈이다. 하지만 늘 그뿐이었다. 천성적으로 게으른데다 여행도 싫어하고 돈도 없었던 나는 매년 겨울을 꿈만 꾸며 보냈다.

그러나 올 겨울은 다르다. 직장 생활 3년차. 퇴근 시간도, 쉬는 날도 일정치 않고 야근을 밥먹기보다 자주 하는 잡지 기자 생활 만 2년에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쳤다. 이제는 정말 온전한 휴식, 혼자만의 시간이 절실하다.

결국 올해에는 일본 일주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마음만 먹는다고 훌쩍 떠날 수 있는 것은 아닐 터, 우선 여행 경비가 필요하다. 쓰고 남은 돈을 모은다는 생각은 애초에 접었다.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한번도 성공해본 적이 없는 방법이다. 1월 월급날 은행에 가서 7만원짜리 적금을 하나 들 생각이다. 용돈이 적잖이 줄어 힘들겠지만 간단하게나마 나만의 가계부라도 쓰기 시작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인사말이라도 배워보겠다고 사서 그날로 책상에 던져놓은 <완전 초급 일본어>도 찾아야 한다. 미소가 단아한 온천장 주인 아주머니에게 음식이 맛있다는 인사말은 해야 할 테니 말이다. 일단 매일 두 문장씩 기본 문장을 외운다는 계획을 세워본다. 내친 김에 매일 새벽 일본어 학원에 다닐까 하는 생각도 잠깐 해보지만, 아침잠도 저녁 야근도 피할 수 없기에 무리한 계획은 깨끗하게 포기하기로 한다.

차근차근 계획도 세워야 한다. 늘 하던 대로 남이 가자면 가고 또 가고 싶다고 훌쩍 떠나는 여행이 아니기에 서류 준비부터 꼼꼼하게 챙길 것이 많다. 계획성이 없고 늘 덤벙거려 하나쯤 빠뜨리기 쉬운 성격이지만 이번 여행은 정신 바짝 차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내 손으로 준비해야 한다. 얼개를 잡고 나니 일년을 꼬박 노력해야 이룰 수 있는 거대한 프로젝트가 되어버렸다. 계획 없는 경제생활에 나태해진 생활습관, 피곤을 핑계로 매번 미뤄왔던 자기계발까지, 한번에 고칠 수 있는 기회가 아닌가. 내년 이맘때 홋카이도 노천탕에 앉아 있는 나는 지금의 나와 많이 다른 모습일는지도 모르겠다. - 오용연/ 잡지사 기자

늦은 공부, 후회 없이 하련다



대학 다닐 땐 공부는 뒷전이고 온갖 딴짓은 도맡아 했던 내가 오는 3월, 남다른 학구열을 붙태우며 여성학과 대학원에 입학한다. 하지만 다른 집 자식들은 번듯한 직장에서 한 끗발씩 하는데 뒤늦게 대학원을 가겠다고 하니 부모님은 노발대발이다. 그래도 평소 단 하루를 살아도 후회 없이 살겠노라며 호언장담하던 나인지라 아랑곳하지 않았는데, 얼마 전 도착한 등록금 고지서에 잔뜩 주눅이 든 요즘이다. 천문학적인() 등록금에 놀라고, 감당할 자신도 없으면서 ‘알아서 하겠다’고 말한 내 무모한 용기에 또 한번 놀라고, 기다렸다는 듯 ‘그럼 네가 알아서 해’라고 하는 가족의 무심함에 나자빠질 지경이다. 그래서 아무래도 새해 계획은 거두절미하고 ‘대학원 사수’다.

그렇다면 ‘암중모색기’를 지나 무엇부터 해결해야 하나? 아무래도 가장 큰 문제는 돈이다. 평소 쟁여둔 돈도 없고 연고지도 없는 서울인지라 학비, 생활비 외에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을 복병들 때문에 궁핍한 생활이 눈에 선하다. 이를 위해 대학 시절부터 단련된 서빙부터 소소한 재택근무()까지 할 작정이다. 아침 운동 삼아 신문·우유 배달도 좋고, 야간 근무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도 마다하지 않겠다.

그렇다고 어렵사리 시작한 공부를 등한시할 수 없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말로만 듣던, 그러나 실천은 하지 않던 철저한 예·복습은 기본이고, 일주일에 3~4권씩 관련 서적 읽기, 각종 세미나 등을 통해 각양각색의 지식들을 쌓아갈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그치면 말짱 소용없는 일! 호주제, 모성보호법 등과 관련된 행사에는 어디든 가서 힘을 보태고, 현장에서 여성들과 부대끼며 조금씩 실천해나갈 것이다. 또 과욕일지언정 최소한 한 학기에 한번, 여태껏 보고되지 않은 여성 관련 문제들을 연구 발표해 여성학이 한층 더 발전해나가는 데 한몫 할 수 있길 바란다. 나아가 때는 바야흐로 ‘글로벌 시대’ 아닌가? 한국 여성뿐만 아니라 아시아, 유럽 등 각국 여성들을 만나 이야기하며, 연대해나갈 방안도 모색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루에 한 시간씩이라도 영어, 중국어 등의 어학 공부는 필수! 갑신년 올해, 원숭이띠인 내가 원숭이 특유의 재주와 ‘얄밉지 않을 정도’의 잔꾀를 십분 발휘해 ‘내 인생 최고의 해’가 되길 바란다. - 김장효숙/ 무직

출발! 평등하고 행복한 결혼생활



2004년 나에게는 결혼이라는 큰 변화가 생긴다. 지난해까지는 실감이 잘 나지 않았는데 해가 바뀌니 ‘이제 정말 결혼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올해 나의 계획은 행복하고 건강하고 평등한 결혼생활을 꾸려나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남자친구와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

우선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취미를 개발할 계획이다. 여느 연인들처럼 만나면 밥 먹고, 차 마시고, 영화 보는 그런 틀을 탈피해 새로운 취미생활을 개발하고 여가시간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싶다. 같이 산다는 것의 기쁨은 이런 데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이번 주말에 친구들과 같이 스키장을 가는데, 스노우보드는 어떨지도 생각해봐야겠다.

맞벌이 부부이니만큼, 가사분담을 철저히 하는 것도 평등한 결혼생활을 위해 필수적이다. 단순히 말로만 떠드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생활하면서 서로가 나눠 해야 할 일들의 목록을 논의하고, 이 일들을 강제하여 습관처럼 만들 계획이다.

2004년을 맞이하면서 가장 바라는 변화는 다이어트다. 약 4년간의 연애기간을 거치면서 남자친구와 나의 늘어난 몸무게를 합하면 20kg은 된다. 요즈음 TV에서 비만이나, 성인병 관련 기사를 볼 때마다 걱정이 된다. 결혼을 통해 본격적으로 서로의 감시 체제(?)로 들어갈 수 있으니 1년 동안 같이 할 수 있는 좋은 운동을 찾아 배워보고 싶다. 목표는 둘이 합쳐 10kg 감량이다.

마지막으로는 저축을 하고 싶다. 맞벌이긴 하지만, 부모님께 드리는 생활비가 있으므로 이를 제외한 금액을 저축하고 싶다. 합계 수익의 60%까지는 힘들 것 같고 50%는 충분히 저축할 수 있지 않을까 1년 동안 열심히 모아보겠다. - 박희진/ 평생교육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