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조사권 축소 의도에 곤욕 치러… 선거사범 신고자 보호 조항 신설 등 막아
정치권의 ‘발목 잡기’로 곤욕을 치른 곳이 또 있다. 바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다.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지난해 12월 말 선관위의 조사권을 축소하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안을 마련해 이를 관철하려다 여론의 질타를 받고 현행 수준으로 되돌려놓았다. 선관위 관계자들은 조사권을 지켜낸 것에 안도했지만, 한편으로는 조사권 강화라는 애초의 개혁 취지가 햇볕도 보지 못하고 사라진 것을 안타까워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올 총선에서는 선관위가 음성적인 정치자금까지 적발할 수 있도록 경찰과 검찰의 수사권에 버금가는 조사권을 요구했는데, 정치권의 교묘한 방해로 실패했다”고 아쉬워했다. 과열·혼탁 선거를 막기 위해서는 단순한 행정적 조사권이 아닌, 수사기관이 보유하고 수사권에 맞먹는 조사권이 필요한데 선관위의 권한 강화를 달가워하지 않는 정치권은 이를 묵살했다.
선관위는 또 효과적인 단속을 위해 선거사범 신고자 보호 조항도 마련해줄 것을 정치권에 요청했으나 이마저도 거부됐다.
선관위 관계자는 “지방의 중소 도시나 농촌 지역은 서로 잘 알기 때문에 선거사범 신고자의 신원이 공개되면 그 사람은 그 동네에서 매장당한다”며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 신고자 보호 조항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는데 정치권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총선 때마다 경험하는 일이지만 정치인들의 ‘내 밥그릇 지키기’가 이젠 도를 넘어섰다”며 “유권자들이 선거에서 이런 정치인들에게 충격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