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신한 선거 캠페인과 진보적 정책으로 민주당 유력 후보가 된 하워드 딘은 누구인가
2004년 미 대선을 앞두고 지난 여름부터 수직 상승의 인기를 몰고 온 하워드 딘(54) 전 버몬트 주지사에 대해 “부시를 이길 유일한 후보”라며 민주당원들과 반전운동가들이 기대를 품고 있다. 1월 중에 실시되는 대선 가도의 첫 관문인 뉴햄프셔주 예선과 아이오와주 당대회 선거에서 딘 후보가 승리한다면 그는 7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지명을 받아 부시 대통령과 백악관 주인을 놓고 최후의 결전을 벌이게 된다.
네티즌 집에서 잠자며 밤샘 토론
민주당 후원을 위해 만든 온라인 정치단체 웹사이트인 ‘무브온’(MoveOn.org)이 최근 추진한 부시 때리기 텔레비전 광고문구 모집에 예상보다 호응이 높아 화제가 됐다. 평소 부시 대통령 반대 캠페인을 이끌어온 무브온은 ‘30초 동안 부시 때리기’(Bushin30seconds.org) 사이트를 만들어 광고를 모았는데 순식간에 1천건이 넘어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무브온쪽은 접수된 광고문구 가운데 우선 네티즌들의 투표로 15개의 우수작를 뽑은 뒤 다시 한국계 코미디언 마가렛 조를 포함한 저명인사들로 구성된 21명 심사위원회에 맡겨 심사하고 1월 초순 최종 우수작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들 심사위원회에는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부시 때리기’로 수상소감을 밝혀 전 세계에 화제가 됐던 마이클 무어 감독, <굿 윌 헌팅>의 연출자인 거스 반 산트 감독 등이 들어 있다. 최종 우수작은 부시 대통령이 새해 연두교서를 발표하는 주간에 전국적으로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방영될 예정이다. 부시가 연두교서로 인기가 높아지는 데 대한 맞불작전인 셈이다.
딘 후보가 전국에 ‘돌풍’을 일으키게 된 계기도 무브온이 제공했다. 2003년 6월27일 이 사이트가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넷 선거에서 무명에 가까운 딘 후보가 43.87%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특히 2위였던 데니스 쿠치니치 오하이오주 출신 하원의원의 23.9%와는 차이가 거의 배에 가까워 언론과 워싱턴 정계를 놀라게 했다. 비록 사이버 선거였지만 지난 2000년 대선의 부통령 후보였던 조지프 리버먼 상원의원과 수차례 대선후보로 거론된 리처드 게파트 하원의원 등에 견줘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낮았던 딘 후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딘 후보가 이처럼 인터넷 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단지 운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2003년 1월 대선 출사표를 던지면서 유권자들 속으로 뛰어들었다. 특히 그를 지지하는 후원자들도 ‘사랑방 모임’을 전국 곳곳에 만들어 딘 후보 알리기에 앞장섰다. 또 ‘미트업닷컴’(Meet-up.com) 웹사이트에 딘 후보 블로그를 만들어 사랑방 모임 캠페인을 펼쳐나갔다. 이같은 동호인 모임에 등록한 네티즌이 13만명에 달했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삼삼오오 짝을 지어 매월 사랑방 모임을 만들어 딘 후보 캠페인을 이끌었다.
여기에 발맞춰 딘 후보는 각 주를 방문하면서 이들 네티즌 집에서 잠을 자며 밤샘 토론도 하고, 근처 스타벅스 커피점에서 동네 사람들과 차를 마시며 담소했다. 또 맥도널드 식당에서 손님들과 함께 햄버거를 들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면서 이들이 정치인들에게 요구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사회적 문제를 놓고 토론을 벌였다. 이렇게 각 지역을 6개월 동안 방문하면서 딘 후보는 ‘보통 미국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터득했다. 인터넷 선거에서 그가 승리한 것은 이같은 그의 풀뿌리 유세의 결과였다. 딘 후보 진영은 공식 사이트 ‘아메리카를 위한 딘’(DeanforAmerica.com) 외에도 27개의 각종 사이트를 만들어 다양한 사이버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들 사이트 중에는 공화당 유권자들에게까지 손을 뻗친 ‘RepublicanforDean.com’이라는 사이트까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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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스턴 시내에서 지지자들이 들고 있는 민주당 후보들의 홍보 피켓. 1월27일 뉴햄프셔주 예선에서 후보들의 대선 가도를 점칠 수 있다.(corb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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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후보군 중 탁월, 부시엔 밀려
2004년을 맞는 딘 후보의 4대 목표는 우선 아이오와 당대회에서 승리하는 것이고, 둘째는 뉴햄프셔 예선에서 이겨 예선 가도에서 다시 돌풍을 일으키는 것이다. 셋째는 각 주에서 실시하는 예선에서 계속 승리해 7월 보스턴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지명을 받고, 마지막으로 이를 위해 유권자 1인당 100달러씩 선거기금을 모금하는 일이다.
대선 예선 행진의 스타트를 끊는 1월27일의 뉴햄프셔주 예선은 후보들의 대선 가도를 점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승리한 후보는 거의 당 전당대회에서 공식 지명을 받아왔다. 아칸소주의 주지사를 지낸 빌 클린턴도 1992년 뉴햄프셔 예선 승리로 그의 이름이 크게 알려지게 됐다. 이 예선을 위해 딘 후보는 지난 6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공을 들여왔다. 지금까지 57차례나 뉴햄프셔주를 방문했다. 다른 후보들에 견주면 엄청난 방문 횟수인데 그 가시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2003년 12월20일부터 23일까지 불과 3일 동안 그를 지지하는 현지 유권자 단체나 정치인들이 줄을 잇고 있다. 존 던컨 전 상원의원을 포함해 뉴햄프셔주 통신노조와 정치단체 UAW 등의 지지 성명이 발표됐다. 지금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대거 뉴햄프셔주에 투입되어 가가호호 방문을 통해 딘 후보를 선전하고 있다. 또 각 단체의 인턴십을 활용해 유권자들에게 편지쓰기를 하고 펠로십 프로그램 등을 통한 홍보활동도 펼쳐왔다. 인터넷 교류를 이용한 사이버 캠페인도 실시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양면을 모두 공략하는 전략이다. 다른 주의 딘 후보 지지자들은 뉴햄프셔주의 친지나 연고자들에게 이메일, 전화 또는 편지로 간접 캠페인을 벌인다.
뉴햄프셔주 예선에서 이기면 다음 목표인 애리조나주와 오클라호마주를 포함한 7개 주 예선일인 2월3일 공략에 나선다. 7개 주 예선에서 승리하면 딘 후보는 민주당 전당대회의 지명에 기선을 제압할 수 있다. 그리고 한달 뒤인 3월2일 캘리포니아주, 뉴욕주 등이 포함된 12개 주 ‘슈퍼 예선일’에 대세를 장악한다는 것이다. 지난 12월 현재까지 그는 3천만달러 이상의 선거기금을 모았다. 이 돈은 대기업 등에서 나온 뭉칫돈이 아니라 일반 지지자들이 한푼두푼 보낸 것들이다. 앞으로 뉴햄프셔 예선에서 이기면 폭발적인 기금 모금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딘 후보는 기금모금이나 선거전략에서 단연 다른 민주당 후보들을 제치고 있다.
미국에서 정치 및 정책 여론조사 사이트인 ‘폴링리포트’(Polling Report.Com)는 민주당 후보군 중에서 딘 후보가 지난 3개월 동안 계속 선두를 지켜왔음을 잘 보여준다. 그는 최근 조사에서 16%, 31%, 27%, 25% 등으로 1위를 고수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과의 경쟁에서는 아직까지 밀리는 추세다. 갤럽과 이 조사한 결과는 60 대 37로 패배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와 <월스트리트저널>의 공동 조사에서도 52 대 31로 밀렸다. 부시는 사담 후세인 생포로 최근 방송과 <워싱턴 포스트>가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59%의 지지를 받았다. 이 수치는 2003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더구나 부시의 이라크 정책에 대한 지지도 2003년 11월 중순보다 12%나 상승한 60%를 기록했다. 하지만 후세인 생포의 영향에 대해 딘 후보쪽은 “그 효과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면서 “이라크 사태의 유동성이 계속되고 후세인 재판과 국제사회의 여론 등으로 새로운 국면이 조성될 것”이라며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 진실이 밝혀질 경우 딘 후보의 승리는 확정적이라는 게 딘 후보쪽 주장이다.
소수민족들의 후원도 높아져
딘 후보를 위한 소수민족계의 후원도 높아가고 있다. 이미 ‘아시아, 아랍 및 태평양 하워드 딘 위원회’가 결성되었으며, 중국계 미국인이 선두에서 이끌고 있다. 또 ‘딘을 위한 라티노 위원회’도 조직되어 있다. 딘 후보 진영에서는 인터넷 사이트에 별도로 라틴계를 위해 히스패닉 언어로 사이트를 구축해놓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미국 사회에서 소수민족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왔다. 현재 로스앤젤레스(LA)를 포함해 소수민족들이 많이 거주하는 도시에 딘 후보 세포 조직이 늘고 있다. 한인들도 미 동부지역에서 브루스 리가 후원회를 만들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올 3월2일 캘리포니아주 예선을 앞두고 LA와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한인들과 접촉하고 있다. 딘 후보쪽은 음력 설을 중요시하는 동양계 미국인들의 정서를 감안해 설날인 1월22일 앞뒤로 동양인들만의 딘 후보 지지를 위한 ‘신년모임’ 가정파티도 계획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분석에 따르면 딘 후보의 인기 상승은 부시의 강력한 정책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민주당 지도부에 실망한 당원들이 딘 후보로부터 새로운 리더십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워싱턴 포스트>의 대표적 논객인 빌 크리스톨은 “딘은 훌륭한 캠페인을 벌여왔다”면서 “이라크 전쟁의 진실이 새롭게 밝혀지면 차기 대통령은 딘 후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는 최근 두 차례 딘 후보의 풀뿌리 유세를 동행 취재하면서 “딘은 민주당 진보파들이나 공화당의 개혁 성향의 유권자들에게 파고들고 있다”면서 “그의 선거 캠페인은 다른 후보들과 차별된다”고 전했다.
딘 후보는 버몬트 주지사를 지냈지만 워싱턴 정계의 정치 경력이 전무하다. 하지만 이는 큰 약점으로 꼽히지 않는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나 지미 카터 전 대통령 그리고 현 부시 대통령도 모두 주지사 출신이었다. 하지만 그의 새로운 정치실험과 거침없이 내뱉는 구호에 많은 중산층들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그의 일관된 주장은 ‘반전, 평화운동’이고 균형 예산과 보건과 교육 부문에 대한 조기 투자이다. 진보적 성향인 그는 총기 규제에 찬성을 보여 민주당 골수파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그가 지난번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체포됐을 때 “후세인의 체포로 미국이 더 안전해졌다고 말할 수 없다”라고 한 발언을 두고 동료 민주당 후보들의 비난이 따랐다. 그의 이번 발언으로 미국판 ‘병풍’ 논쟁이 재연될 조짐이다. 딘 후보는 베트남 전쟁이 한창인 1970년에 의료 징집유예 판정을 받았다. 10대 청소년 시절부터 허리 통증을 느껴 예일대 진학 뒤 병원진단서를 제출해 군복무를 면제받았다. 한편 해군장교로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존 케리 후보는 “그는 미국의 군 통수권자가 될 자격이 없다”면서 딘 후보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고 있다.
의사 출신 주지사의 화려한 성공
1948년 11월17일 뉴욕에서 태어난 딘은 71년 예일대학을 나와 한때 월스트리트에서 투자자로 활동했다. 그 뒤 월가를 떠나 78년 뉴욕의 아인슈타인 의대를 졸업해 내과의사가 됐다. 의대 레지던트 시절에는 한동안 지미 카터 선거유세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정치활동에 눈을 뜨는 기회를 가졌다. 의대 졸업 뒤 1년 정도 의사로 있다가 정치계에 투신했다. 1982년 버몬트주 하원의원에 당선되어 정치 활동을 하던 중 86년에 부지사가 됐다. 부지사로 근무하던 중 91년 당시 리처드 스넬링 주지사가 사망하는 바람에 주법에 따라 주지사가 됐다. 11년 동안 주지사를 지내면서 그의 진가는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전국 50개 주 가운데 인구로 볼 때 두 번째로 작은 주인 버몬트에서 그는 탁월한 행정능력을 발휘해 만성 적자재정의 주정부 살림을 흑자재정으로 바꿔놓았다. 의사 출신답게 그는 18살 이하 주민들에게 거의 완벽한 건강혜택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2000년 4월에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동성애 결혼을 허가하는 법안에 서명해 전국적인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이같은 그에게 2002년 11월 ‘알뜰한 개혁자’라는 별명과 함께 ‘올해의 공직자’라는 영예가 주어졌다. 그는 주지사로 활동하면서 94~95년에는 전국주지사협회 의장을 맡았으며, 97년에는 민주당 주지사협회 의장으로 활약했다. 특히 그는 주지사 시절에 50여개 나라를 방문해 교역증대와 문화교류 등을 통해 국제 감각을 넓혀왔다. 미국 내 유대계 최대 정치로비 단체인 ‘애이팩’(AIPAC)의 후원으로 이스라엘도 방문했다. 딘 후보는 의사인 부인 주디스 스타인버그와의 사이에 두 아이를 두고 있다. 딘 후보는 5회 연속 주지사에 당선됐다. 하지만 그는 6선에 도전하는 대신 지난 2001년 11월 ‘건강한 아메리카를 위한 기금’이라는 정치활동 단체를 세워 대선의 꿈을 드러냈다. 이 단체의 이념은 미국의 안정적 재정, 모든 이에게 건강보험 혜택 제공, 더 나은 환경조성, 그리고 평등사회 구현이다.
LA= 김지현 전문위원 lia21c@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