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선 캠페인 준비하는 조희연 교수… 세계사회포럼에서 대장정의 첫걸음 뗄 계획
온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미국 대통령을 밀어내겠다고? 새해맞이 농담일까?
조희연(47)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이런 ‘꿈같은 이야기’를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2004년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전 세계적인 ‘부시 낙선’ 캠페인을 벌여 부시의 재선을 막겠다는 ‘야심찬’ 구상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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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시 낙선운동’을 벌여 부시의 재선을 막겠다는 ‘야심찬’ 구상을 펼치고 있는 조희연 교수. 1월16일부터 열리는 세계사회포럼에서 ‘대장정’의 첫걸음을 뗄 계획이다.(한겨레 이정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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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구슬 꿰는 작업 해야 할 때”
“2003년 정전 50주년을 맞아 열린 ‘평화포럼’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관해 이런저런 얘기가 오가던 중에 처음 얘기가 나왔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이었어요.”
‘엉뚱한 공상’처럼 들렸던 조 교수의 구상은, 뜻밖에 ‘적극적인’ 호응을 얻기 시작했다. 조 교수는 지난 여름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타이 등 아시아 평화운동가 40여명이 한자리에 모인 ‘아레나 평화캠프’에서 부시 낙선운동을 조심스레 제시해 좋은 반응을 얻어냈다. 힘을 얻은 조 교수는 내친 김에 2003년 11월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평화·군축·공생을 위한 국제회의’에서도 부시 낙선운동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선언문에 부시 낙선을 위한 국제연대의 필요성을 담는 데 ‘성공’했다. 뜻을 같이하겠다는 이들도 월든 벨로 필리핀대 교수와 손호철 서강대 교수, 이대훈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김민웅 목사 등 10여명으로 늘어났고, 국내 시민사회단체들도 속속 연대 소식을 알려오고 있다.
사실 ‘부시 반대’(anti-Bush) 움직임은 이미 세계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전쟁 분위기가 고조되던 지난 2002년 5월 자카르타 평화회의에서는 ‘세계는 부시에 반대한다’(World Say No to Bush)는 제목의 권고안을 내놓았고, 노엄 촘스키 등 미국의 좌파 지식인 43명은 ‘부시를 저지할 수 있다’(Bush can be stopped)는 네트워크를 꾸려 일반인들의 서명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 ‘악명’ 높은 조지 소로스는 2003년 8월, 반(反)부시 운동단체인 ‘함께 가는 미국’(America Coming Together)에 1천만달러(약 120억원)를 기부하기도 했다. 이 단체는 이미 “2004년 선거에서 부시 대통령의 낙선을 위해 모든 역량을 다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산발적인 움직임도 감지된다. 회원 수가 180여만명에 이르는 온라인 정치조직체인 ‘무브온’(www.MoveOn.org)은 미국에서 부시 반대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 이 단체는 부시 대통령을 비판하는 TV광고 경연대회를 열어 화제를 뿌렸다.
조 교수는 “이제는 ‘구슬을 꿰는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잘라 말한다.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부시 반대 움직임을 하나로 묶어내, 2004년 부시 낙선으로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의미다. 조 교수는 2004년 1월16일부터 21일까지 인도 뭄바이에서 열리는 세계사회포럼(World Social Forum)에서 낙선운동 ‘대장정’의 첫걸음을 뗄 계획이다. 전 세계 1600여개 사회운동단체와 10만여명이 모이는 세계사회포럼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홍보의 장이기 때문이다.
부시는 당선돼도 큰 부담 안을 것
“이미 ‘부시 낙선운동에 대한 전략적 논의’라는 제목으로 토론회를 신청해놓았습니다. 세계 NGO들의 합의를 이끌어낸 후, 언론을 통해 우리의 입장을 전 세계에 알릴 계획입니다.” 낙선운동의 의미를 담박에 드러낼 수 있는 표어도 고민하고 있다. ‘제국에서 공화국으로’ ‘부시 없는 세계는 가능하다’ ‘부시에게 4년이면 충분하다’는 등 여러 아이디어들이 ‘대기’ 중이다.
부시 낙선운동을 전폭 지원하겠다는 곳도 나타났다. <시민의 신문>은 부시 낙선운동의 ‘공식 서포터’로 나섰다. 조 교수는 도움을 받아 영어 홈페이지를 만들고, 1만여장의 선전물도 제작해 세계사회포럼 참가자들에게 나눠줄 계획이다.
구체적인 운동방법을 둘러싼 ‘즐거운 상상’도 쏟아지고 있다. 우선 전 세계의 운동가들이 벌이는 ‘백악관 1인시위’와 ‘부시 낙선을 위한 100만인 행진’ 의견이 있다. 또 미국안에서 반부시 포럼을 열거나 세계 지식인들의 연합 성명 발표, 미국 유권자에게 평화 메시지 보내기 운동 등도 검토된다.
특히 미국인이 ‘열쇠’를 쥐고 있는 만큼, 미국 안에서 반부시 단체나 미국 평화단체들과도 연계해 부시 낙선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조 교수는 “미국의 건국이념과 공화주의의 가치를 따져봐도 부시는 미국을 대표하는 인물이 될 수 없다”며 “미국 국민들에게 이를 세심하게 알리고 지지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부담도 만만치 않다. ‘과연 부시만 물러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인가’ 하는 회의적인 시각부터 ‘미국 국민들의 반감만 초래할 것’이라는 비판까지 다양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조 교수는 이에 대해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나 호전적 군사주의의 모든 근원이 부시 개인으로 환원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부시가 ‘세계 민주주의 질서의 파괴자’라는 데는 별다른 이의가 없지 않느냐”며 “부시 낙선운동은 부시로 대표되는 ‘무장한 세계화’에 대해 반대하는 일종의 상징 투쟁”이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또 전 세계적인 부시 낙선운동 분위기에서 당선된 미국 대통령은 큰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낙선운동의 결과로 부시가 낙선하면 그 자체로 운동이 큰 성과를 거둔 것이고, 재선되더라도 세계적인 압력 속에서 당선되는 것이기 때문에 미 행정부의 방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 세계가 부시를 좋아한다 해도 한반도 민중의 입장에서는 부시를 반대할 권리가 있습니다. 북핵 문제를 고리로 한국 정부를 위협하는데다, 미국의 공격적인 노선과 북한의 비타협적인 노선이 충돌하면 한반도는 언제든지 위험에 처할 수 있어요.”
한국 낙선운동의 노하우 전수한다
조 교수는 이와 함께 한국 낙선운동의 ‘노하우’를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희망도 내비쳤다. 조 교수는 “한국의 낙선운동이 성공한 것은 어떤 목표를 잡아 날카로운 집중전략과 ‘투표에서 찍지 않기’라는 쉬운 참여방법을 제시했기 때문”이라며 “부시 낙선운동은 전 세계에 퍼져 있는 반부시 분위기를 대중적으로 날카롭게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또 한국 시민사회운동과 전 세계 시민사회운동이 연대하는 ‘네트워크’를 만들어, ‘국민국가의 틀에 갇혀 있는’ 한국 사회운동이 국제화되는 계기로 만들겠다는 복안도 내놓았다.
“운동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은 많이 들었지만, ‘왜 하느냐’는 질문은 들은 적이 없다”는 조 교수는 “그만큼 ‘부시 반대’라는 공감대가 널리 퍼져 있다는 뜻”이라며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한’ 운동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교수가 말하는 ‘유쾌한 공상’의 결말을 점치기는 어렵다. 하지만 지난 2000년 한국을 발칵 뒤집어놓았던 낙선운동은 이제 전 세계를 뒤집어놓을 채비를 하고 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