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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섹션 : 표지이야기 | 등록 2003.12.11(목) 제488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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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메리 크리스마스, 해피 뉴 월드!! 왜 우리는 예수의 생일을 앞두고 이슬람을 이야기하는가… 무슬림들의 축하메시지를 읽어보자
크리스마스 시즌에 떠오른 첫 번째 이야기. “근데, 자네 종교는 뭔가？” 인터뷰를 하던 중 그이가 느닷없이 되물었다. “없소!” 종교를 놓고 깊이 생각해본 적도 없고, 더구나 “사람이 신을 창조했다”고 믿어온 나는 그저 똑 부러지게 대답하고 말았다. “뭐, 종교가 없다고 그럼 자넨 어디서부터 왔나” 나는 날 낳아주신 어머니가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어물쩍 넘어갔다. 그이는 한쪽 발을 책상 위에 척 올려놓았고, 그로부터 인터뷰는 물 건너갔다. 이건 1996년, 카불을 점령한 탈레반 공보장관 아미르 칸 무타퀴와의 인터뷰 장면이다. 통역을 맡았던 베스멜라란 자는 장관실을 빠져나온 뒤 경악했다. “다음부턴 누가 묻더라도 그냥 지저스든지 붓다든지, 아무튼 둘러대요.” 초창기 탈레반을 취재하다 보면 어김없이 “당신의 종교는 뭐냐？”는 물음이 따라붙었다. 탈레반들이 극단적인 이슬람 교리를 들고 다닌다는 선입견 탓에 크리스천들 가운데는 사실대로 대답하기가 난감해 그냥 ‘무종교’라 하기 십상이었다. 문제는 거기서부터다. 탈레반들은 이 ‘무신론자’들을 무조건 혐오했다. 탈레반에게 무종교라 함은 ‘공산주의자’와 이음동의어에 해당했던 탓이다. 이건 소비에트로부터 침공받는 동안 몸에 익힌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편견이었다. 탈레반들이 제아무리 근본주의 교리를 지녔더라도 자신들의 ‘창조자’였던 미국이 크리스천이란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 이처럼 ‘반공주의자’였고 ‘친미주의자’였던 탈레반이 어떻게 미국과 철천지원수가 되고 또 반크리스천으로 변해갔을까？
크리스마스 시즌에 떠오른 두 번째 이야기. 무슬림 친구들 가운데 해외여행을 다녀온 이들은 저마다 같은 소리로 입을 모았다. 따지고 보면 무슬림 친구들이 겪는 이런 일들이 ‘9·11 공격’ 뒤부터 생긴 매우 특이한 사건도 아니다. 그동안 숨겨오던 ‘종교차별’을, 9·11 공격을 통해 ‘합법적’으로 드러낸 21세기형 현상이다. 장구한 역사를 지닌 인종차별에다 다시 노골적인 종교차별을 덧붙여가는 이른바 ‘문명권력’이 그 실체를 드러내는 과정이다. ‘화이트 크리스천’ 그들만의 세상을 향해! 그이들 앞에서는 ‘블랙’도 ‘옐로’도 ‘무슬림’도 ‘부디스트’도 모조리 수상한 대상일 뿐이다. ‘옐로 크리스천’은 예외라고？
크리스마스 시즌에 떠오른 세 번째 이야기.
크리스마스는 그렇게 ‘기쁨’인 모양이다. 이 세상 모든 이들, 그게 무슬림이든 크리스천이든 뭐든 간에 모두에게 공히. 그러나 고단위 ‘정치적 행위’가 아닌 다음에, 나는 아직 크리스천이 무슬림 금식월 라마단이 끝난 뒤 벌이는 이둘 피트리(Idul Fitri) 잔치를 마음으로 함께 즐기는 풍경을 본 적이 없다. 석가모니가 태어난 날이라고 크리스천들이 들떠 기쁨을 함께 누리는 풍경도 별로 본 적이 없듯이. 그렇다면 가히 전 세계적 규모로 벌어지는 이 크리스마스 잔치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식민주의의 뼈아픈 흔적이고 자본주의 상술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어쨌든 크리스천에 비하자면 무슬림이나 다른 종교들이 훨씬 더 너그러운 ‘관용’을 지녔기 때문일까？ 그런데 왜 하필 크리스마스 시즌에 이슬람 이야기냐고 의심하는 독자들이 있을 법도 한데, 그 대답은 이렇다. 첫째는 좀 공평해지자는 뜻이었다. 붓다나 모하마드 탄신일에는 이 세상 언론들이 아무 거리낌 없이 또는 의도적으로 크리스천 관련 기사를 마음껏 올려왔고 또 탓하는 이도 없었다. 둘째는 이런 ‘희한한’ 핑곗거리라도 대지 않고는 이슬람을 접할 기회도 이해할 방법도 별로 없다는 절박한 심정에서였다. ‘아시아 네트워크’는 독자들께 ‘무슬림≠테러리스트’ ‘이슬람 ≠ 극단주의’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바친다.
치앙마이= 정문태 | 국제분쟁 전문기자 · 아시아네트워크 팀장 asianetwork@ne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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