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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표지이야기 등록 2003.12.03(수) 제487호

[표지이야기] “참여정부는 왔다갔다 안한다”

[인터뷰 | 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

부동산 거품은 국민 경제의 질곡… 집값 떨어지면 1가구1주택 보유자는 득 볼 것

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은 “10·29 대책 이후 집값이 계속 떨어지자 일부 언론에서 부동산 경기 위축을 경계하는 논조가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있다”며 “이는 비논리적이고 공격을 위한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이 실장과의 인터뷰는 11월28일 아침에 이뤄졌다.

-10·29 대책의 효과를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가.

=집값이 4주연속 떨어졌다. 거래는 많이 안 되고 있지만,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행정자치부가 발표한 세대별 주택소유 현황을 보니 집 없는 사람이 절반이나 된다.

=그동안 집을 많이 지었는데도 그렇다는 것은 문제다. 선진국의 경우에도 자가소유 비율이 50%를 넘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다. 주택은 많지만 구태여 소유할 필요를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안 갖고 있으면 손해라고 생각해서 기를 쓰고 집을 가지려고 했다. 앞으로 집값이 안 오를 것이라고 판단하면 구태여 안 살 것이다. 몇달 더 집값 추이를 봐야 하는데, 떨어지거나 적어도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3주택 이상 소유자엔 양도차익만큼 중과세

-집을 사두려는 심리를 줄이려면 보유세를 높여야 한다. 세율이 어느 정도 돼야 한다고 보는가.

=선진국의 경우 (시가의) 1% 또는 그 이상이다. 우리도 점차 그 정도까지는 올려야 할 것이다. 다만 중산층 이하에게는 중과세를 피해야 한다. 또 보유세가 늘어나는 만큼 거래세를 낮춰야 할 것이다.

-국회가 파행인데 법 개정에 어려움은 없다고 보는가.

=국회가 동의할 것이라고 본다. 지금은 국민들 사이에 집값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돼 있다. 지난 봄과 지금은 다르다. 집값 상승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폭발할 지경이다. 한나라당이 한때 보유세 인상에 반대했지만, 곧 주춤해지지 않았는가.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들에게 중과세를 해야 하는데 세율만 높여서 되는가.

=3주택 이상에 대해서는 양도세를 양도차익의 대부분에 이를 만큼 중과세한다. 2주택 보유의 경우는 선의의 보유자도 많다. 그래서 양도차익의 반 정도를 과세하는 것이다. 보유세는 누진세율이 적용되니까, 2주택 이상에 대해 별도로 중과세할 필요는 없다.

-집값을 어느 정도 떨어뜨리겠다는 목표가 있는가.

=구체적인 목표는 없다. 전국적으로 거품이 많고 특히 서울 강남은 거품이 너무 크다. 상당 수준 더 떨어져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얼마나 떨어져야 한다고 수치로 얘기하기는 어렵다. 한꺼번에 폭락하는 것보다는 서서히 거품이 걷히는 게 바람직하다.

-땅값의 경우 국내총생산과 국내 총 토지가격을 비교하는 방식이 있지 않은가.

=요즘 같으면 국내 총 토지가격이 국내총생산의 3배가량 될 것으로 본다. 선진국은 두배 안팎이다. 우리나라가 3배 정도 땅값이 부풀려져 있다. 다만 우리나라는 땅이 좁고 인구밀도가 높기는 하지만, 그래도 3배는 너무 높다.

-10·29 대책에 대한 언론의 평가를 어떻게 보는가.

=발표 초기에는 너무 약하다는 비판이 많았는데, 요즘은 정반대쪽에서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부동산 경기 위축을 경계하는 논조가 슬그머니 나타나고 있다. 비논리적이거니와 공격을 위한 공격이다.

-10·29 대책은 2단계 대책까지 내놓았다. 3단계 카드도 있는가.

=지금 집값 하락 움직임으로 봐서는 1단계 대책만으로 충분할 것으로 본다.

-2단계 대책은 ‘공개념’이다. 구체적인 준비가 이뤄지고 있는가.

=토지는 공개념을 적용할 여지가 많은데 주택·아파트는 적용이 쉽지 않다.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는 것은 대표적인 공개념인데 이미 발표했다. 공공과 민간을 포함해 10년간 150만채를 짓기로 했다. 그렇게 되면 임대주택 비율이 현재의 3%에서 15%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다. 주택거래 신고제도 공개념적인 발상이다. 거래허가 제도도 논의했지만, 주거의 자유에 대한 침해로 선의의 피해자를 낳을 수 있다. 1단계 대책으로 부동산 거품이 가라앉으면 좋고, 안 되면 허가제까지 실시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집값 올라 이득 보는 건 국민의 5%

-집을 가진 사람이 어쨌든 국민의 절반가량인데, 이들은 집값이 떨어지는 것을 싫어할 수도 있다.

=지난 수십년간 땅값, 집값이 올랐어도 실제 이득을 본 사람은 국민의 5%가량에 불과하다. 95%는 피해자다. 부동산 거품은 국민경제 전체가 무거운 바위를 지고 경주에 나가 다른 나라와 경쟁하는 것과 같다. 우리나라는 공장 부지값이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비싸다. 물류비도 많이 든다. 도로 건설비의 대부분이 땅값 보상비다. 집값이 오르면 임금인상 요구가 거세진다. 우리나라 빈부격차의 대명사가 바로 부동산이다. 부동산값 상승은 사람들의 근로의욕을 떨어뜨리고 생산적인 에너지를 투기로 낭비하게 만든다. 한마디로 국민경제의 질곡이다. 빨리 풀수록 좋지만, 하루아침에 폭락하면 경제가 감당 못하기 때문에, 장기간에 걸쳐 풀어야 한다. 집값이 떨어지면 1가구 1주택 보유자도 득을 본다. 그냥 갖고 있으면 아무 손실이 없는데다, 큰 집으로 옮길 때도 가격차가 줄어드니 옮기기도 쉽다.

-우리나라의 부동산값이 외국에 비해 이렇게 비싼 이유는?

=그동안 역대 정부가 부동산값 상승의 부작용을 너무 간과했다. 그때그때 경기부양 수단으로 이용했다. 그것은 당장은 (경기부양) 효과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부동산값을 끌어올렸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땅값, 집값을 만들었다. 과거 정부 위정자들은 책임을 느껴야 한다.

-이정우 정책실장 재임시에는 경기부양 목적의 건설경기 부양책은 없다고 봐도 되는가

=그렇다. 경기가 나쁘더라도 참고 견뎌야 한다. 다른 방식으로도 경기는 살릴 수 있다. 부동산을 일시적인 경기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엔 수십년간 부동산 신화가 존재했다. 많은 사람들이 투기에 동참했다. 그들을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도록 게임의 규칙이 만들어져왔다. 이것을 제도적으로 바꿔야 한다. 보유세 인상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행정부나 입법부가 반대하던 과거의 잘못된 관행이 앞으로는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다.

-10·29 대책 이전에도 수많은 대책이 나왔다. 왜 핵심이 되는 정책은 그렇게 늦었는가.

=지금까지는 행정부 안에서 얘기가 잘 안 됐다. 부처간 알력 때문에 찬성과 반대가 있어왔다. 하지만 이제 정부 안에서는 이견이 없다. 입법부도 반대할 명분이 없다. 참여정부 5년 동안은 확실히 이 방향으로 갈 것이다. 미심쩍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과거에도 왔다갔다하는 것을 봤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분명히 그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참여정부는 절대 부동산을 갖고 장난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정리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사진 이용호 기자 y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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