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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들도 “검찰 잘한다” <한겨레21> 긴급 설문 ‘104명 중 78명이 긍정’… “몰카사건과 송두율 교수 처리는 가장 잘못”
변호사들은 올해 검찰이 정말 달라졌다고 생각하며, 대선자금 수사과정 등을 통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사건처리의 공정성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변호사들은 또 ‘사건처리에 대한 전문성’이나 ‘인권존중’이라는 측면에서도 검찰이 지난해와 비교해 눈에 띄는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했다. 변호사들은 이와 함께 검찰이 올해 가장 잘한 일로 대선자금 수사와 재벌기업 수사 등을 꼽았고, 검찰이 가장 잘못한 일로는 청주지검 김도훈 검사의 몰카사건과 송두율 교수 사건의 처리 등을 지적했다. 이같은 결과는 <한겨레21>이 지난 12월15~20일 전국 변호사 104명을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나타났다.
정치적 중립성, 40.9점에서 59.2점으로
먼저 ‘대선자금 수사를 통해 거듭 태어나려고 하는 검찰이 올해 정말 달라졌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104명의 응답자 가운데 78명의 변호사가 그렇다고 답했다. 3분의 2가 넘는 변호사들이 올해 검찰이 보인 변화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셈이다. 23.1%에 해당하는 24명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타’를 선택한 변호사 8명은 대부분 ‘아직까지는 모르겠다’ ‘더 지켜봐야 한다’ ‘일부 달라지는 것 같지만 만족스럽지는 않다’ 등의 견해를 보였다. 검찰 변화의 성격에 대해 자세히 보충설명을 곁들인 변호사도 있었다. “달라진 것은 사실이나 그것은 복합적이어서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이 높아진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이는 검찰 스스로의 반성과 노력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의 의지에 따른 반사적인 것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고 실질적인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과도한 엘리트 의식을 깨지 못하고 있으며, 정치자금 수사과정에서 개혁되어야 할 대검의 조직과 인력, 그리고 권력이 오히려 강화되어 더욱 위험해진 측면도 있어 보인다.” 검찰의 변화 노력에 대한 평가를 계량화하기 위해 현재 시점과 지난해 말(2002년 말)로 나눠 ‘다음 항목을 100점 만점으로 평가한다면 몇점을 줄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4가지 항목의 질문에 대해 응답 변호사들은 올해 검찰이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큰 변화를 보였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래픽 참조).
응답 변호사들이 올해 말 기준으로 각 항목별로 준 점수를 비교해보면 전문성(66.3점), 정치적 중립성(59.2점), 공정성(58.8점)에 이어 인권존중(45.6점)이 가장 좋지 않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인권존중 항목과 관련해 지적된 내용들로는 △일방적인 피의사실 공표 등 인권침해 방식의 수사 관행 지속 △서울지검 강력부의 피의자 구타사망 사건에 대한 제도적 개선책 미흡 △피의자 신문 때 변호인의 참여권 보장 미흡 등이 대표적이다. 피의자 구타사망 사건은 지난해에 일어난 사건이었는데도 올해 일어난 것으로 착각하는 변호사들이 일부 있었다. 그만큼 이 사건이 주는 충격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올해 검찰이 한 일 가운데 가장 잘한 일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응답 변호사 가운데 80%에 가까운 80여명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 대선자금 수사를 첫 손가락에 꼽았다. 검사들의 직급을 단순화하고 호봉을 단일화한 것도 오랫동안 평검사들의 주장이었다는 점을 들어 좋은 평가를 내렸다. 이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정한 인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도 주류를 이뤘다. 재벌기업의 불법행위를 수사한 것을 두고도 좋은 평가가 나왔고, 특히 삼성 에버랜드의 변칙 상속 관련 기소가 이뤄진 것을 지적하는 변호사들이 많았다. 검찰의 독립을 위해 검찰 스스로 내부적으로 벌이는 노력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직무감찰권, 법무부로 이관해야”
이에 반해 올해 검찰이 한 일 가운데 가장 잘못한 일로는 청주지검 몰카사건이 가장 많이 언급됐다. 이 사건에서도 드러나듯이 내부비리 척결에 단호한 모습을 보이지 못한 점이 주로 비판의 대상이 됐다. 또 송두율 교수를 구속기소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검찰 공안부의 구태의연한 시각을 지적하는 변호사들이 많았다. 이 외에 △인사파동과 관련해 인사권자인 대통령을 향한 항명 △이후 검사와의 대화에서 드러난 과도한 엘리트 의식 △법무부와의 힘 겨루기 △감찰권을 법무부로 이관하는 것에 대한 반대 등이 잘못한 일로 조사됐다. ‘일반 사건의 처리진행 미흡’이나 ‘전관 출신 변호사에 대한 사건처리 혜택’ 등 역사가 오래된 검찰 조직의 고질적인 문제들도 일부 거론됐다. 한 변호사는 “특히 대기업 범죄의 변호인으로 검사장급 출신 변호사를 선임하는 경우에 은연중에 유리한 처분으로 해주는 일은 일일이 다 예시하기도 귀찮을 정도”라고 꼬집었다. 측근비리 수사와 기업의 비자금 수사 등에 대해서는 칭찬과 비난이 동시에 나왔다. 측근비리와 관련해서는 “청와대의 눈치를 보면서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야당과 견주어볼 때 너무 편파적으로 강하게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재벌기업 수사에 대해서도 “시작은 했지만 제대로 못한다”는 의견과 “재벌수사를 광범위하게 한다는 점 자체가 긍정적”이라는 시각이 혼재되어 나타났다. ‘검찰개혁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개혁과제 및 개선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들은 △정치적 중립성의 강화 △검찰 권력에 대한 외부적 통제 방안 마련 △정치적 중립성 확보의 전제조건이 되는 공정한 인사시스템 마련 △검찰 내부조직의 혁신 △수사과정에서의 인권존중 등을 꼽았다.
외부적 통제 방안으로는 직무감찰권을 법무부로 이관해야 한다고 지적한 변호사들이 많았다. 감사원이 직무감찰을 하도록 하자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낸 응답자도 있었다. 인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많이 나왔다. 검찰 내부조직의 혁신방안으로는 중앙집권형 조직구조를 지검·지청 등 하부로 분산시켜 일선조직에 실질적인 권한을 많이 주도록 조직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꽤 많았다. 검찰 내부 구성원의 인적 개혁과 관련해서는 검사선발 방식을 다양화하자는 의견과 법조 일원화를 통해 변호사 중에서 검사 충원이 이뤄지는 구조가 일반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관예우 근절과 기소독점주의 및 기소편의주의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 등 단골메뉴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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