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를 염려하며, 파키스탄 무슬림 지식인이 미국인 친구에게
크리스티나양에게.
크리스마스가 문턱에 다가온 오늘, 무슬림 친구로부터 뜻밖의 크리스마스 카드를 받아들고 놀라워 할 당신을 떠올리며 기쁜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사진/ “크리스마스를 공존과 희망의 계기로!” 베들레헴 나티비티 교회에서 한 팔레스타인 사람이 크리스마스 촛불을 밝히고 있다.(GAMMA)
한데 편지지를 펼쳐놓고 보니 ‘9·11 공격’과 그 여파로 인해 올해 우리 세계 시민들이 겪은 일들이 하나둘씩 떠오르는군요. 늘 뉴스 속에서 살아온 기자라는 직업 탓인 모양입니다. 아무튼 참 다난했던 한해였지요? 이쪽 파키스탄에서도 크리스티나양이 살고 있는 미국쪽에서도 모두 마찬가지로.
그러고 보니 자주 만날 기회가 없는 우리 사이에도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깊은 우정을 쌓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리는 테러의 피해자입니다
올 한해를 돌아보니, 무슬림들이 미국으로부터 받은 분노는 가히 전 세계적 규모로 번져나갔고, 그 복수심에 불타는 부시 대통령이 벌이는 대량학살 풍경으로부터 해방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군요. 따라서 미리 크리스티나양에게 밝혀두고 넘어갈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대다수 무슬림들은 미국과 유럽 그리고 그 동맹국들을 전멸시키기 위한 테러에 전혀 상관없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말하자면 무슬림은 그 테러의 가해자가 아니라, 오히려 피해자라는 사실을 당신이 이해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먼저 우리가 함께 생각해볼 건 “왜 올 한해 동안 이 세상에는 그토록 많은 폭력들이 존재했던가” 하는 점입니다. 크리스티나양, 먼저 미국이 이른바 ‘대테러전쟁’을 벌이면서부터 세상은 더 불안정하고 위험한 상태에 빠져들고 말았다는 사실부터 짚어보기로 합시다. 부시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미국과 온 세상은 더 안전해진다고 말한 걸 기억하고 있겠지요? 그런데 그 결과는 정반대로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관용’이라는 인류의 가치는 급격히 줄어들었고, 무슬림은 격분하기에 이르렀고, 미국을 비롯한 유럽 시민들은 더 큰 공포에 시달리고 있으니 말입니다. 하루가 멀다 않고 미국 정부가 쏟아내는 ‘여행경고’와 ‘테러경보’는 세계 경제를 얼어붙게 만들었고, 그 틈에 미국 시민들은 이 세상 어디를 가도 상당한 위험을 겪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부시 대통령과 미국 정부가 이렇게 세상이 험하게 돌아가는 꼴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게 바로 문제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크리스티나양, 무슬림의 라마단 뒤 축제인 ‘이둘 피트르’(Ei-dul-Fitr)와 ‘크리스마스’는 우리 모두에게 반성의 시간으로 중요합니다. 그 둘이 비슷한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두 종교적인 축제로 가장 행복한 시간인데다 헤어져 있던 가족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도 마찬가지지요. 이 잔치 기간 동안은 가장 값진 옷을 입고 한껏 기분을 내며 선물이나 돈을 주고받는 크리스천과 무슬림에게 공히 풍족한 시간임에 틀림없지요. 그러나 양쪽 모두에게 부족한 게 있는데, 그건 바로 서로를 공동의 장으로 불러들이는 노력을 게을리했다는 점입니다. 이게 바로 오늘날 우리가 서로 고통을 주고받게끔 만든 중대한 실수였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렇게 상대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오해는 깊어졌고, 그 오해가 결국 상대를 해코지하는 무기로 변해버렸다고 하면 너무 지나친 표현일까요?
사진/ 지난 11월20일 터키의 영국 영사관 근처에서 벌어진 자살공격. 왜 무슬림들이 알카에다를 동정하는지, 미국은 알아야 한다.(AP연합)
예컨대 서양 언론들이 ‘무슬림 근본주의자들’ ‘무슬림 테러리스트들’ ‘무슬림 극단주의자들’ ‘무슬림 광신자들’이라는 용어를 아무 거리낌 없이 또는 의도적으로 사용할 때마다 무슬림들은 참으로 큰 통증을 느끼곤 합니다. 그러면서 내가 경험해온 많은 서양언론사 편집국들에서 ‘크리스천 근본주의자들’ 또는 ‘유대 근본주의자들’이라는 표현을 가급적 피해 가는 매우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이슬람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무슬림들은 모조리 근본주의자라 통칭하며 위험한 인물로 묘사하는 대신, 지저스 크라이스트의 뜻을 따라 실천하는 이들은 모두 ‘성실한’ 크리스천들로 표현해왔지요.
‘알카에다’를 잠재우는 길
이렇게 보면 됩니다. 알카에다 조직원들은 무슬림이 맞습니다. 그러나 무슬림들이 모두 알카에다 조직원이거나 지원자들은 아니라는 거지요.
마찬가지로, 알카에다를 쫓는 미국과 유럽 정부가 왜 무슬림들이 분노하고 있는지 그 원인을 찾아보겠다고 애쓰지 않은 데서부터 오늘의 비극은 시작되었다고 봅니다. 알카에다가 어디에 숨었는지에만 눈독을 들이고, 왜 많은 무슬림들이 미국의 대이슬람정책에 지독하게 저항한 오사마 빈 라덴과 알카에다 조직을 동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뜻이지요.
미국과 유럽의 이런 편향된 태도가 결국 알카에다에 호기심을 느낀 무슬림 시민들이 제 발로 찾아가 그 조직원이 되는 상황을 만들고 말았지요. 이건 또 팔레스타인을 비롯해 체첸, 캐시미르,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무슬림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영토를 침범한 적군을 향해 벌인 그 끔찍한 자살공격의 정체를 파악하는 일에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결국 미국과 유럽이 스스로 적을 양산했다는 말과 다름이 없습니다.
그래서 미국 안팎으로부터 많은 양심적인 전문가들이 미국 정부에게 일종의 자기성찰에 해당하는 대이슬람 외교정책을 확실하게 수정하는 일만이 제2의 ‘9·11공격’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는 현명한 결론을 내린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오사마 빈 라덴과 물라 모하마드 오말, 사담 후세인을 모조리 잡아죽여도 결코 이 만성적인 폭동은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또 새로운 인물들이 그이들을 대신해 등장할 것이고, 알카에다는 새로운 조직원들을 받아들여 계속 움직이겠지요.
크리스티나양, 당신의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잡쳐놓을 이런 잔소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는데, 서로를 이해하는 일이 무엇보다 의미 있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리라는 믿음으로 많은 말을 하고 말았습니다.
나는 크리스천들이 무슬림에 대해서 더 많은 사정을 알게 된다면, 그래서 대다수 무슬림들이 관용적이고 온건하며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면 더 편히 발 뻗고 잠들 수 있으리라는 믿음 같은 걸 전하고 싶었던 거지요.
무슬림들의 실수
나는 언론인으로서, 그동안 무슬림들이 저질러온 실수에 대해서도 망설임 없이 말할 수 있습니다. 무슬림들은 교육과 현대과학을 게을리 여겼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기술개발도 경제도 모두 정체되고 말았습니다. 정치적으로도 임금과 장군들이 대부분의 이슬람 국가들을 지배하고 있는 꼴이지요. 그나마 민주주의 이슬람 국가에 해당하는 인도네시아, 터키, 말레이시아,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마저도 제한적인 자유를 누릴 뿐이고.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개혁을 통해 시스템을 현대화해야 한다는 시급한 과제는 접어두고 그저 부정과 부패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정부와 관료집단도 문젯거리고.
게다가 그 소문난 무슬림의 ‘분열성’은 이슬람 국가들끼리 서로 싸워 이슬람회의기구(OIC)를 쓸모없는 조직으로 만들어놓기도 했지요. 이런 무슬림의 분열성은 수많은 종파를 만들어내 서로가 서로를 용납하지 않는 반이슬람적 문화를 만들어낸 주범 노릇을 해왔습니다.
그런 가운데 수니파와 시아파로 갈린 무슬림 형제들이 혈전을 벌인 겁니다. 뿐만 아니지요. 이 문명천지에서 아직도 여성을 정복 대상으로만 여기는 많은 무슬림 전통사회도 큰 문젯거리 가운데 하나지요.
크리스티나양, 이건 분명 지금까지 당신이 받아온 축하용 크리스마스 카드가 아니라서 혹시 기분이 상하지 않을까 염려스럽군요. 당신에게 이 편지를 써놓고 보니 마치 무슬림의 ‘통증보고서’ 같기도 하고 무슬림의 ‘결점고백서’ 같은 기분도 드는군요. 또 오늘날 모든 잘못을 미국이 대신 매를 맞는다는 인상마저 풍기는 무슨 ‘미국고발장’ 같기도 합니다.
어쨌든 너무 긴 편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크리스티나양, 우리 무슬림들은 이번 에이드 알 피터를 아주 평화롭고 즐겁게 지냈으니 이제 당신들의 크리스마스를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당신의 크리스마스가 평화롭고 즐거운 시간으로 넘쳐 우리 모두에게 희망의 징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전능한 신의 은총이 당신의 크리스마스와 함께하기를 빕니다.
페샤와르= 라히물라 유스프자이(Rahimullah Yusufzai)/ <뉴스> 편집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