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국가 인도네시아’를 두려워하는 크리스천들을 위한 무슬림 기자의 크리스마스 선물
형, 크리스마스라는데 그쪽 방콕은 어때요?
며칠 전에 전화로 이야기했듯이, 나는 가족들과 함께 반둥에서 이둘 피트리(Idul-Fitri) 휴가를 보냈어. 이틀 전부터 다시 회사로 출근하기 시작했는데,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아 죽을 맛이야. 크리스마스 분위기 탓인 것 같기도 하고.
△ 이맘 윤니(Imam Yunni) · <코란템포> 시사만화가.
참, 내가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해줄게. 반둥에서 자카르타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벌어진 일인데, 옆자리에 가톨릭 신부님이 한분 앉아 계셨어. 이 서양 신부님 배가 고팠던지 가방에서 빵 몇 조각과 햄을 꺼내 드시다가,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햄을 권하시더군. 근데 우리가 무슬림이잖아, 돼지고기 손대면 안 되는. 그래서 정중히 사양했지. 그 사실을 깨달은 신부님 웃으면서 왈 “어리석긴, 이게 얼마나 맛있는 건데, 왜 이걸 금지해?” 주변 사람들은 그저 웃기만 했지. 그러다가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는 한 승객을 그의 아내가 따뜻하게 맞이하는 걸 보면서, 신부님 앞자리에 앉았던 승객이 물었어. “신부님은 왜 아내가 맞아주지 않지요?”
그 신부님 놀라면서 한마디. “아, 우리는 결혼을 금지하잖아.” 그러자 다시 그 승객 왈 “어리석긴, 이게 얼마나 맛있는 건데. 하룻밤만 같이 지내보면 세상이 얼마나 황홀한지 느낄 텐데….”
말루쿠 분쟁의 본질은 종교가 아닌데…
사실은 진짜 이야기가 아니고 인도네시아에 떠돌아다니는 농담이지. 이런 농담은 사람을 좀 가려야 하겠지만. 자칫 무슬림이든 크리스천이든 그 ‘근본주의자’한테 걸리면 문제가 좀 심각해지겠지.
형이야 몇해 전 크리스마스를 자카르타에서 보내 잘 알겠지만,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라는 인도네시아가 12월 들어서자마자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뒤덮여 있다는 걸 바깥 세상에선 이해할 수 있을까 이 열대지방에서, 산타클로스란 자가 사슴이 끄는 수레를 타고 눈 맞으며 달리고 있는 풍경을 상상해보면 어때요? 2억4600만 인도네시아 인구 가운데 90%가 무슬림이고 나머지 8%쯤이 크리스천이란 걸 놓고 보면, 이게 예사로운 일이 아니지요?
1981년 인도네시아 이슬람지도자위원회(MUI)에서 “무슬림들은 크리스마스를 치르지 마라”란 결정을 내린 적이 있어요. “크리스마스 카드도 보내지 말고 찬양도 하지 마라”는 결정을 덧붙여. 그랬더니 난리가 났지. 강경파쪽 무슬림들이야 적극 지원하고 나섰지만 온건파에 속하는 이들은 ‘그럴 수 없다’고 되받아치면서. 3주 뒤에 결국 함카라고 당시 이슬람지도자위원회 최고 의장이었던 이가 그 자리에서 물러나는 걸로 매듭지어졌던 적이 있어요. 근데 이게 12년 뒤에 다시 도졌지요. 또 이슬람지도자위원회에서 같은 소리를 질러댔던 거죠. 그러자 이번에는 아예 시민들이 코방귀를 뀌면서 무시해버렸을 뿐 아니라 더 이상 이슬람지도자위원회를 믿지도 않는 분위기가 팽배해져버렸지.
형, 내가 늘 가슴 아프게 여기는 건 종교적 차이 때문에 벌어지는 분쟁들인데, 1999년부터 크리스천-무슬림이 충돌하고 있는 말루쿠섬이 좋은 예가 될 듯싶네. 그런데 사실은 그 말루쿠가 종교분쟁이 아니란 말야. 그 분쟁의 뿌리를 들춰보면 서로 다른 종교가 숨어 있는 게 아니라, 권력과 이권을 놓고 군부와 경찰 그리고 관료들이 복잡하게 얽혀 치고받고 있음이 드러난다는 말이지. 그런데 그게 정작 잎사귀를 내밀 때는 종교분쟁 꼴을 하고 터져나오니.
우리 <템포>도 그 작은 말루쿠섬에 현지 특파원을 둘씩이나 두고 있지. 한명은 크리스천으로 크리스천 지역에, 다른 한명은 무슬림으로 무슬림 지역에 각각 파견하는 식으로. 이런 비극이 또 어딨어!
이런 말루쿠 분쟁을 바깥에서 보면, 결국 인도네시아 전체가 무슨 종교분쟁을 겪고 있는 것처럼 여길 수밖에. 내가 아는 외국 크리스천 친구들 가운데는 겁이 나서 인도네시아에 못 오겠다는 거야. 이 크리스마스 잔치로 난리를 피우는 인도네시아 풍경을 두고!
“흐린 물에서 고기를 낚자!” 올 크리스마스에 내가 형에게 보내는 선물이야.
자카르타= 아흐마드 타우픽(Ahmad Taufik)/ 시사주간지 <템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