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으로 누르고 신고제로 틀어막고 세무조사로 조진다’는 게 10·29대책이다. 그런데 집값을 다스리는 데 쓰이는 또 다른 강력한 무기가 등장했다. 부동산 투기를 단박에 뒤지는 ‘부동산정보관리센터’이다.

정부가 최근 출범시킨 이 센터는 부동산 거래 및 보유 실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부동산종합전산망이라고 할 수 있다. 부처별로 또는 시·군·구에 따로 흩어져 있는 부동산 관련 자료들을 한데 묶어 통합관리함으로써 개인별·세대별 부동산 보유 현황과 소유권 변동이 실시간으로 파악된다. 내년 6월까지 이 전산망 구축이 완료되면 ‘김아무개’라는 이름만 쳐도 본인과 그 가족이 보유한 전국의 부동산과 시가, 부동산 거래 횟수·내역, 보유 부동산을 합친 총 실거래 가격이 낱낱이 튀어나오게 된다. 그동안 거의 모든 부동산 거래가 가격과 시세차익을 축소신고하는 은밀한 형태로 이뤄졌지만, 이 센터가 구축되면 그 어떤 투기자도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이런 부동산종합전산망 구축은 무슨 이유인지 역대 정부에서는 한번도 시도한 적이 없었다.

특히 다주택자들이 온갖 변칙적인 수단을 동원해 세금을 피하려 해도 이 센터가 가동되면 도저히 숨을 수 없게 된다. 투기 목적으로 집을 여러 채 갖고 있는 경우 전산망에 드러나는 자료를 기반으로 세부담이 급격히 늘게 되고, 결국 불필요한 집을 가진 게 고통스러운 세상이 되는 것이다. 정부는 보유세 중과세 유예기간을 둬 다주택자들에게 내년까지 집 팔 기회를 줬다. 그런 점에서 2005년은 집을 여전히 여러 채 갖고 있는 사람이 뼈아프게 후회하는 원년이 될 공산이 크다. 김성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10·29대책을 하나씩 뜯어보면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오판이다. 큰 틀에서 하나의 세트로 보면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대책”이라고 말했다. 보유세 및 양도세 중과세, 주택거래신고(허가)제, 부동산정보센터가 촘촘히 엮여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는 것이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