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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세, 팍팍 올려야 한다 ‘1% 이상’ 외국 비해 우리는 현재 0.1%… 굳이 내 집 살 필요 없게 만드는 정책도 중요
지난 11월24일 행정자치부가 발표한 ‘세대별 주택소유 현황’ 자료는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중산층과 서민의 내집 마련 지원’이란 정책목표가 실은 말뿐이었음을 보여준다. 전국의 주민등록 세대 1673만 세대 중 절반을 넘는 841만 세대가 집을 소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반면 여러 채 집을 가진 사람은 많아, 집을 소유한 세대의 3분의 1(276만 세대)이 모든 주택의 59.4%를 갖고 있었다. 이들은 평균 3채(2.95채)의 집을 갖고 있었다.
그렇게 집을 많이 지어도…
그러나 이런 조사결과조차 주택 소유의 편중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는 못한다. 주거 문제는 농촌 지역의 문제가 아니고 도시 지역의 문제인데, 행자부의 자료는 이를 감안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소유 비율이 100%를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농촌 지역을 빼고 도시 지역만을 본다면 집 없는 세대의 비율은 훨씬 높을 것이 분명하다. 행자부 관계자는 “시간이 충분하지 못해 지역별 세부자료를 만들지 못했다. 자료가 미흡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1년 통계청의 주택센서스 조사에는 지역별 주택소유가구 비율이 집계됐다. 당시 조사에서 전국의 주택소유가구 비율이 58.9%로 나타났다. 조사방법에 차이가 있으므로 이번 행자부 발표와 직접 비교해 내집 소유 비율이 낮아졌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당시 조사에서 서울의 내집 보유 비율이 46%, 서울을 포함한 6대 광역시의 평균 내집 소유 비율이 54.8%로 조사됐다는 점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전국 평균에 비해 서울의 경우 10%포인트 정도, 6대 도시도 4%포인트 이상 내집 소유비율이 낮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이번 행자부가 발표한 자료를 역산하는 방식으로, 서울 지역의 집 없는 세대 비율을 추정할 수도 있다. 서울의 주민등록 세대는 2002년 말 현재 362만 세대다. 그런데 집을 가진 세대는 1주택 소유가 116만 세대, 다주택 소유가 44만 세대로 160만 세대뿐이다. 따라서 전체 362만 세대 중 55.2%인 200만 세대는 자기 집이 없다는 얘기가 된다. 서울의 내집 보유 비율(44.8%)이 전국 평균보다 낮은 것은 서울의 다주택 소유자가 전국 평균보다 높은, 평균 3.24채의 집을 갖고 있다는 점과도 맥락이 일치한다. 주거안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택의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리고 이런 정책에 따라 그동안 결코 적잖은 수의 집이 지어졌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1998년 30만6천채가 지어진 것을 비롯해 2002년까지 5년간 234만채의 집이 새로 지어졌다. 아파트만 해도 5년 동안 149만5천채가 지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주민등록상 세대 수는 1997년 말 1507만 가구에서 2002년 말 1648만 가구로 141만 가구가 늘었을 뿐이다. 집이 세대 수보다 90만채나 더 지어졌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내집 보유 비율은 당연히 늘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공공임대주택 비율 높여야
집을 아무리 많이 지어 공급해도 그것이 실수요자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면 주택의 초과 수요가 형성된다. 그리고 그것은 집값을 다시 끌어올리는 요인이 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집을 여러 채 보유하는 것이 그만큼 큰 부담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유세의 강화가 오래 전부터 거론돼왔지만, 지금껏 세금을 높이지 못한 것이 ‘주거안정’ 정책을 껍데기로 전락시켜온 핵심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국의 경우 보유세는 시가의 1% 이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현재 0.1% 수준이고, 이번에 우선 0.3% 수준으로 올리자는 게 정부안이다. 아직 갈 길이 먼 셈이다. 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은 “보유세를 강화하면 집주인이 세금을 임차인에게 전가하지 않겠는가”라는 지적에 대해 “양도세는 전가의 우려가 있지만, 보유세는 가장 전가가 안 되는 세금이다. 일부 전가될 수 있지만, 그 정도는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유세의 점진적 강화야말로 그동안의 주택 정책으로부터 확실한 이탈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주거안정 정책의 목표가 꼭 자가보유 비율을 높이는 것이어야 하는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집을 소유하는 것과 빌려쓰는 것에 기회비용의 차이가 크지 않다면 굳이 내 집을 살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영국처럼 자유시장 지향적 정책을 쓰는 나라들은 자가주택 보유율이 70%에 육박하지만, 독일이나 스웨덴 같은 국가는 자가주택 보유율이 40%에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서유럽 국가들의 주거환경은 훨씬 안정돼 있다는 평가가 많다. 자가주택 보유율이 낮은 국가들의 공통점은 공공임대주택을 많이 지어 집을 빌려쓰는 사람의 부담을 크게 덜어주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 주택에서 공공임대주택이 자치하는 비율을 보면 네덜란드의 경우 36%, 스웨덴이 22% 등으로 우리나라의 3.4%(2002년 말)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다. 자유시장 지향적인 영국의 경우도 공공임대주택 비율이 22%(1995년)나 된다. 우리 정부도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늘리는 쪽으로 일단 방향을 잡았다. 정부는 지난 9월3일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안정 지원대책으로 향후 10년간 공공임대주택 150만채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 중 100만채는 주택공사와 지방자치단체가 재정과 주택기금의 지원을 받아 시중 임대료의 절반 수준으로 최장 30년까지 임대하는 국민임대주택이고, 50만채는 민간부문에서 주택기금의 지원을 받아 10년간 임대하는 공공임대주택이다. 건설교통부는 150만채가 예정대로 건설되면 장기임대주택의 비중은 전체 주택의 15%까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 관계자는 “국민임대주택의 확산 의지는 매우 확고하기 때문에 그린벨트 문제 등이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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