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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섹션 : 표지이야기 | 등록 2003.11.12(수) 제484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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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정치권, 제 정신인가 정치개혁하랬더니 ‘법인세 1% 정치자금화’등 숙원사업 해결할 궁리만…
지금 여의도 정가에 큰 시장이 섰다. 정치개혁 시장이다. 검찰이 대선자금을 고리로 정치권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자, 정치개혁을 바라는 국민여론에 밀려 앞다투어 제도 개선 방안들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신호탄은 한나라당이 쏘아올렸다. 최병렬 대표는 11월3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치자금법을 개정해 기업체가 정당이나 정치인에게 후원금이나 정치자금 등 어떤 명목의 돈이라도 직접 제공할 수 없도록 하겠다”며 ‘정치개혁 5대 방안’을 내놓았다.
대선자금 규모와 내역부터 밝혀야
그 안에는 △법인세 1% 정치자금화 △‘돈 먹는 하마’로 불리는 지구당 폐지 △수입지출 투명화 △전국구 돈 공천 배제 등이 들어 있었다. 곧이어 여야 4당은 지구당 폐지와 후원회 폐지 등에 의견이 모아졌다. 더 나아가 한나라당과 민주당 일각에서는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중·대선거구제 전환 등 개헌과 선거구제에 대한 의견까지 여과 없이 마구 쏟아져나왔다. 그러나 그동안 줄기차게 정치개혁 입법을 주장해온 학계와 시민단체쪽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의 정치개혁안에는 핵심인 ‘진실성’이 결여돼 있어 “국민들의 감동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사회학)는 “한나라당의 대선자금에 관한 사과와 정치개혁안이 신뢰를 얻으려면 대선자금의 전체 규모와 세부 내역부터 스스로 밝히는 데서 시작해야 하고 이것은 열린우리당도 마찬가지”라며 “현재의 상태는 얼렁뚱땅 봉합할 상황이 아니라 실제 정치개혁을 끌어내야 할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김민영 참여연대 시민감시국장은 “현재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내놓는 정치개혁안은 섣부르고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며 “게다가 기성 정치인들이 스스로 제 발목을 묶는 개혁안을 입법화하는 데까지 이를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 여야 4당은 학계·언론계·여성계·시민단체 등이 참여할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 구성에 합의해놓고도, 이를 국회 정치개혁특위(위원장 목요상 한나라당 의원)의 자문기구로 묶어놨다. 얘기는 듣겠지만 칼자루는 입법권을 가진 정치인들이 쥐겠다는 태도다. 이는 범국민정개협을 국회 정개특위와 동수로 구성하고, 정치권 바깥 인사들이 정치권의 의견을 반영해 마련한 정치개혁안을 정치인들이 가감 없이 입법하도록 하자는 시민사회단체의 요구와는 동떨어진 것이다. 게다가 정치권은 정치개혁 국면을 오랜 숙원사업을 해결하는 장으로 활용할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법인세 1% 정치자금화 방안과 완전선거공영제다. 한해 기업들이 내는 법인세는 대략 17조원이다. 법인세의 1%이면 1700억원이고, 연간 3억원 이상의 법인세를 내는 기업에 한하더라도 1천억원가량이 정치자금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정치를 하는 데 큰돈이 들어가고, 어차피 기업들이 많이 내온 것인 만큼 이를 제도화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각 정당들이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국고보조금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상태에다 법인세 1%까지 합법적으로 ‘인출’해 쓸 만한 근거가 어디에 있는지 반문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김민영 국장은 “국민의 세금뿐 아니라 기업들이 낸 세금까지 특정해 받겠다는 발상을 이해할 수 없다”며 “미국처럼 선거를 실시할 때 정치자금을 기부할 의사가 있는지, 어느 당에 기부할 건지를 묻는 체크 오프(check-off)식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완전선거공영제도 논란거리다. 현재도 유효득표 수의 일정 비율 이상을 득표한 후보에게는, TV·라디오 연설, 신문광고, 선거홍보물 등 국회의원과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의 법적 선거운동 비용을 보전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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