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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표지이야기 등록 2003.11.05(수) 제483호

[표지이야기] 세계는 일하는 노년을 권한다

우리와 달리 고령자 고용 보장하는 추세 확산… 중장년층 실직자에게 맞는 고용 프로그램 개발

우리보다 일찍 고령화시대를 맞은 나라들은 ‘일’을 통해 건강하고 활동적인 노년(Active aging)을 보낼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왔다. 우리나라와 함께 전 세계에서 은퇴 연령이 가장 높은 일본을 보자. 일본에서 55∼64살 남성 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은 84%로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 55∼59살 남성인구 중 일하는 사람이 89.9%(임금노동자 62.9%, 자영업자 27%)이며, 여성은 59.7%가 직업을 갖고 있다. 60∼64살 남성도 66.5%가 여전히 일을 하고 있다. 흥미로운 건 일하는 60∼64살 남성 중 절반이 연금을 받으면서 동시에 일하고 있다는 점이다. 건강만 허락한다면 적어도 65살까지 일해서 생활비를 직접 마련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것이다.

지역마다 실버인력센터 설립한 일본

모든 국민이 65살까지 고용되는 사회는 일본 경제가 직면한 커다란 과제 중 하나다. 일본의 법정 정년은 오랫동안 55살이었다. 그러나 공적연금인 후생연금 수령 개시 연령인 60살까지 5년간의 ‘수입 공백’이 생기자 지난 1998년 법정 퇴직 연령을 60살로 높여 모든 기업이 지키도록 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일본의 법정 정년이 60살이지만 이는 최저선일 뿐 대부분의 일본 기업들은 정년을 60∼63살로 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나라 고령자고용촉진법이 ‘정년을 정할 때 60살 이상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음에도 실제로 60살 이상으로 정한 기업은 13.2%에 불과하다는 사실과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일본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후생연금을 탈 수 있는 나이를 단계적으로 65살까지 늦추기로 함에 따라 정년을 65살로 더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개별 근로계약서에 ‘종신고용’이란 문구가 명시돼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기업은 퇴직연령에 이를 때까지 암묵적으로 고용을 보장해줬다. 특히 일본 대기업들은 퇴직연령이 눈앞에 닥치기 전에 노동자들을 일부러 다른 계열사로 전근 보내기도 한다. 60살 넘어 자신에게 맞는 고용 형태와 직종을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것이다. 정부도 적극 나서 지역마다 실버인력센터를 세웠다. 퇴직을 앞둔 고령자들이 센터 회원이 되는데(2001년 초 64만명 가입), 센터에서는 가정·민간기업 및 정부기관들과 계약을 맺어 지역공동체에 도움이 되는 임시·단기 일자리를 마련해주고 있다. 사용자협회쪽도 고령자 고용촉진 방안으로 ‘노년층을 위한 고용개발협회’를 결성했다. 여기서는 50대 후반 노동자들이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인사관리 시스템을 고치는 방안을 연구하고 △다른 세대에 비해 중장년층 노동자들이 더 잘할 수 있는 일 △고령 노동자의 노하우가 젊은 세대에게 전수될 수 있는 일을 적극 개발하고 있다.

일본 노·사·정이 이런 고용자 고용 프로그램을 적극 펼치고 있는 배경에는 고령자들이 퇴직해서 수입이 없어지면 일제히 소비를 줄여 경기침체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일본은 또 지난 2000년부터 중년(45∼59살) 실직자를 고용한 기업들에게 공공취업보장사무소에서 1인당 30만엔(약 300만원)씩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중장년층 실직자들에게 자신이 쌓아온 경력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를 연결해주기 위해 취업알선기관에 경력상담사 5만여명을 집중 배치하기도 했다.

유럽연합(EU) 국가들 역시 2001년 스톡홀름 유럽연합 정상회의에서 2010년까지 55살 이상 노동자의 고용률을 5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유럽에서는 공적연금과 기업연금 수혜 대상이 되는 나이가 되면 50대 후반 인구의 정규직 취업률이 큰 폭으로 낮아진다. 그러나 나이 들었다고 곧바로 생애노동에서 완전 은퇴하는 게 아니라 파트타임으로 오랫동안 일한 뒤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떠나는 ‘부분은퇴’가 일반적이다. 국가 차원에서도 고령자의 파트타임 고용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55살 이상 고령 노동자에게 전일 근무를 파트타임 근무로 줄이도록 제안하고, 이를 선택한 노동자에게는 이전 급여의 80%를 지급하고 있다. 이 급여의 일부는 국가에서 보조금으로 지원한다. 프랑스는 또 50살 이상의 실직자를 채용하는 민간기업에 한달 500유로의 보조금을 주고, 정부와 비영리단체도 비이윤 조직에 임시직·파트타임으로 50대 고령자들을 고용하는 데 발벗고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노동법에 인원감축 때 나이를 유일한 기준으로 삼을 수 없도록 명시하고 있다.

유럽은 고령자 파트타임 고용 장려

대표적인 유럽 복지국가로 불리는 스웨덴에서 2000년 55∼64살 인구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남성 72%(한국 70%), 여성 65%(한국 48%)로 아주 높다. 흔히 말하는 ‘일하기 싫어하는 복지병’이라는 비난이 무색할 정도다. 이는 스웨덴이 “의무퇴직 나이를 67살 이하로 정한 노사간 단체협약은 무효”라고 선언해 60대 고령자가 일을 하면서 동시에 연금도 받도록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영국은 ‘뉴딜 50플러스’라는 50살 이상 고령자의 직업훈련과 임금보조금 제도를 연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고용에서 연령을 다양화하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전국적인 미디어 캠페인까지 벌이고 있다.

미국은 이미 1967년 연령차별금지법을 제정해 채용·해고·승진·급여 등에서 모든 나이차별을 금지하도록 했다. 그 뒤 미국은 법을 개정해 연령만을 이유로 강제 퇴직시킬 수 있는 나이를 70살로 연장했는데, 나중에는 정년제도 자체를 불법으로 정해 아예 금지시켰다. 정년제가 고령자 노동권의 제약이자 합리적 근거가 없는 차별이라고 본 것이다. 미국의 고령자 고용촉진 방안은 저소득층 고령자를 위한 ‘노인지역봉사고용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이는 55살 이상 저소득층 고령자를 위한 시간제 고용 프로그램으로, 수혜자는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지역 및 정부기관에서 일하게 된다. 미국에서는 65살 이상 인구의 46%가량이 이와 유사한 형태의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미국은 특히 ‘건강과 은퇴에 관한 조사’를 매년 실시하고 있는데, 동일 인물의 고용과 생활 상태를 장기간 추적한 자료를 별도로 구축해 ‘현실적인’ 고령자 고용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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