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지이야기 ] 2003년11월19일 제485호 

‘경제’와 ‘노동’이 맞섰을 때

정부 부처 · 재계의 경제논리에 노동부 주눅… 청와대도 “노조 때문에”라며 발목 잡아

최근의 노-정 갈등은 노동문제마저 경제논리에 압도당하면서 노동부가 경제 부처의 입김에 포위된 데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 사실 정권 초기에는 4·20 철도민영화 유보 합의, 화물연대 파업 해결 등 노동부가 제 목소리를 내면서 노동문제를 이끌어갔다. 그러나 “노조 때문에 기업하기 힘들다”는 재계와 정부 부처 내 경제논리가 득세하면서 노동부의 입지는 축소되기 시작했다. 노동부 노민기 노사정책국장은 “권기홍 장관도 경제부처 논리에 맞서 외롭고 힘겹게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대변하려고 노력해왔다”며 “그런데도 민주노총이 거리 투쟁에 나서는 바람에 ‘노조가 경제 망친다’는 여론과 사용자의 비난 포화를 맞게 되자 민주노총에 야속한 심정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0개월 동안 노동부가 ‘경제’와 ‘노동’이란 가치의 충돌 속에 노사 양쪽으로부터 샌드위치 신세가 된 것이다.

경제부처 장관들은 현대자동차 파업에 긴급조정권 발동을 들먹였고, 산업자원부는 직접 나서서 사용자의 대항권 강화를 요구했다. 재계도 조흥은행 파업사태 이후 “이대로 가면 나라가 망한다”거나 “노조 때문에 외국인 투자가 지연되고 있다”면서 노동조합 고립화 전략을 폈고, 아예 “기업이 투자하지 않거나 문 닫고 해외로 공장을 옮기면 모든 책임과 피해는 노동자들에게 돌아간다”며 대놓고 협박하기 시작했다. 정부를 노조로부터 떼어놓는 한편 노조와 정부가 대립하는 구도로 몰아간 것이다. 여기에 친노동자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노심초사하던 노 대통령마저 기회 있을 때마다 대기업 노조에 대한 반감을 표출하면서 노동정책은 급속히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특히 청와대 노동비서실은 경제보좌관들이 대통령한테 제출하는 보고서에 노조 때문에 외국자본이 달아나고 투자가 안 돼 경제회복이 늦어지고 있다고 주장하면 거기에 대한 반박 논리를 만들어 설득하느라 바쁜 것으로 알려진다. 노동부 노민기 국장은 “정부 안에서 경제논리에 압박당하고 있는 권 장관의 어려운 입장을 감안해 민주노총이 부담을 덜어주는 쪽으로 도와주면 좋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노동자 분신자살 사태가 터진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 문제를 풀기 위해 권 장관이 노력하고 있지만 돈을 틀어쥔 기획예산처와 행정자치부의 반대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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