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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를 잡는구만! 사용자의 일방 탄압이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아…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 정규직 등도 위협받아
요즘의 노-정 대결 국면은 노동자들의 잇따른 분신자살 사태에서 촉발된 성격이 강하다. 극단적인 분신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만큼 개별 사업장의 노사관계는 더 이상 나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돼 있다. 민주노총 손낙구 교육선전 실장은 “더 이상 사업장에서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이 민주노총과 정부의 관계가 최악의 파국으로 치닫지 않은 길”이라고 말했다. 외환위기 이후 사업장마다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사용자의 힘 절대적… 노조 무력화 시도들
현대자동차노조 박유기 사무국장은 “현대자동차야 사정이 다르지만,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탄압이 있는 곳에 저항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며 “외환위기 5년 동안 밀리고 또 밀린 노조로서는 맞붙어야 현상유지라도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율적 노사관계를 표방한 김대중 정부 들어 국가가 노사관계에서 철수하면서 사업장은 절대적인 힘의 우위를 점한 사용자쪽에 의해 일방적으로 재편됐다. 사용자의 불성실한 태도로 교섭은 해마다 결렬됐고, 파업과 손배·가압류 소송으로 장기 분규 상태에 놓인 사업장이 숱하게 널려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사용자쪽의 노동조합 파괴 공세도 일상화돼 노조를 인정하지 않거나 적대적인 사용자 앞에서 노동조합마다 심각한 존립 위기에 처했다. 국가가 뒤편에 빠진 상태에서 사용자들은 부당노동행위를 마구 일삼으며 노조를 파괴하기 시작했고, 개별 노동자 및 노조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늘 투쟁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이처럼 외환위기 이후 사업장마다 억눌린 채 쌓여 있던 갈등이 한꺼번에 폭발하면서 노사분규 건수도 크게 늘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올 들어 노사분규는 지난 11월13일 현재 30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87건)보다 늘었다. 이는 지난 1990년과 지난 한해 동안 기록했던 각 322건 이래 가장 많은 건수로, 1990년대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할 전망이다.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노동자들의 위기감이 지금의 노-정 충돌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파업에 들어가면 즉각 업무방해죄로 고소·고발하는 것은 물론 손배·가압류 청구까지 동원해 “이번 기회에 노조를 손보고 길들이겠다”는 사용자의 전략 아래서 산업평화가 이뤄질 리 만무하다. 노조가 없어지기를 바라고, 뒤로는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정치자금으로 갖다 바치면서도 임금비용이 높다는 이유로 노동자들을 마구 자르는 사용자와 노동조합이 서로 동반자 관계를 맺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금속노조 심상정 사무처장은 “노동조합의 기본적인 시민권조차 인정하지 않는 사용자들에게 대항해 해볼 것 다 해보고도 안 되니까 최후의 저항수단으로 노조 간부들이 자살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소 · 고발 난무 속에 최후의 저항 선택
외환위기 이후 5년간 일방적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에 억눌린 채 막다른 골목에 몰린 노동자 개인들의 삶도 크게 악화됐다. 현재 비정규직은 772만명으로 전체 임금노동자의 56.6%에 이른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따르면 비정규직 급증에 따라 노동자간 임금소득 불평등도가 갈수록 커져 올해 상위 10%의 소득이 하위 10%의 5.6배에 이르렀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부소장은 “외환위기 이후 노동시장 상황이 급속히 악화돼 임금소득 불평등이 심화되는 등 노동자들이 인내할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며 “노동조합 핵심 간부들의 잇따른 자살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비정규직의 저임금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정규직 노조위원장이 자살한 것만 봐도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불안과 노동조건 역시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무현 정부는 “이제는 뭔가 달라질 것”이라는 노동자들의 대중적 기대 속에 출범했다. 그러나 민주노총 손낙구 실장은 “철도파업 공권력 투입과 주5일 근무제가 개악되는 과정에서 현 정부 역시 김대중 정권과 본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노동자들이 깨달았다”며 “노사가 발가벗고 싸우는 판에서 힘이 약한 노조는 계속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대정부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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