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지이야기 ] 2003년11월05일 제483호 

‘점진적 은퇴’를 생각하자

노동시간 줄이거나 임시직·일용직·자영업을 거쳐 완전한 은퇴에 도달하는 방안

우리나라처럼 공적연금이 이제 막 출발 단계에 있는 경우 은퇴 이후 복지 문제는 거의 전적으로 개인에게 맡겨진다. 한국노동연구원의 2001년 한국노동패널 자료(55살 이상 은퇴자 500여명 대상)를 보면, 노후생활비 마련 방법(중복응답)으로 가장 많은 은퇴자가 ‘같이 또는 따로 사는 가족의 소득’(63.7%)이라고 답했고, ‘본인·배우자가 저축했던 돈’(26.0%), ‘본인·배우자의 연금과 퇴직금’(21.3%), ‘본인·배우자의 재산소득’(16.9%), ‘본인·배우자가 일해서 번다’(16.1%) 순으로 나타났다. 또 국민연금 가입자는 11.3%, 노령연금·공무원연금 등 사회보험 수급자는 16.7%에 그쳤다. 특히 재취업에 성공한 사람은 3.2%(16명)에 불과했다. 생활비 지출항목은 생계와 관련된 식비·의료비·주거비 지출이 68.6%로 가장 많았고, 교육비 지출도 12.9%를 차지했다. 한편, 때이른 명퇴로 인해 부부 또는 혼자 살고 있는 은퇴자( 38.8%)보다 미혼 자녀와 동거하는 은퇴자(47.9%)가 더 많았다. 은퇴 뒤에도 여전히 자녀교육비와 결혼에 대해 경제적 부담을 안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고령자들은 어떤 은퇴 경로를 밟고 있을까 한국 고령자들은 개인 사정이나 노후사회보장제도의 확대에 따라 자발적으로 은퇴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노동시장에서 강제로 밀려나고 있다. 흥미로운 건 고령자가 풀타임 노동에서 곧바로 비경제활동인구로 완전히 빠져나가는 ‘전통적 은퇴’는 정규직 임금노동자들에게 나타나고 있을 뿐 보편적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생산직·단순노무직 고령자는 풀타임 노동에서 바로 완전 은퇴로 전환하는 경향이 강한 반면, 관리직·판매서비스직의 3분의 1은 완전히 노동시장을 떠나지 않고 ‘부분은퇴’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풀타임으로 일하다가 갑자기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상태로 빠져드는 것 외에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이와 관련해 임시·일용직이나 자영업 창업을 통해 노동생애을 연장하다가 나중에 최종적으로 은퇴하는 대안적 은퇴과정을 가정할 수 있다. 오랫동안 일했던 분야 또는 다른 일자리에서 노동시간을 줄여 일을 계속하거나 임시직·일용직·자영업을 거쳐 완전한 은퇴에 도달하는 ‘점진적 은퇴’인데, 고령기의 건강 상태에 맞는 수준으로 일하면서 평생에 걸쳐 쌓은 능력과 노하우를 활용할 기회를 연장하는 것이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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