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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표지이야기 등록 2003.10.22(수) 제481호

[표지이야기] 그렇게 혼자 하시더니…

당·국회·지지기반 외면한 노 대통령의 ‘나 홀로 국정’이 위기 재촉해

이라크전 파병을 놓고 열린 10월19일 통합신당 의원총회에서 일부 의원들이 파병 찬반과 별개로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김근태 원내대표는 “우리가 정신적 여당을 천명한 상태에서 정부가 그저 따라오라는 자세를 취하는 것은 안 된다”며 정부가 신당과 아무런 사전 협의를 하지 않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대표는 같은 취지로 개인 성명도 발표했다.

파병이든, 재신임이든, 특검이든…

송영길 의원은 <한겨레21>과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통합신당이 노무현 대통령과 정치철학을 함께하기로 했는데도 노 대통령은 결정에 앞서 당쪽의 의견을 전혀 수렴하지 않았다. 파병 결정이든, 재신임 제안이든, 더 거슬러 올라가면 올 봄의 대북송금 특검 문제든 노 대통령은 우리 의견을 묻지 않거나 때론 물어도 전혀 존중하지 않았다. …3김 시대와 달리 국민참여 시대라면 결정과정에 여러 사람이 참여해야 한다. 그래야 결정을 함께 밀고 나갈 수 있다. 그럼에도 노 대통령이 중요한 결정에서 국민의 대표인 정당과 국회를 배제하는 것은 국민참여라고 보기 어렵다. 인치의 요소를 배제하고 시스템으로 국정을 꾸려간다고 하지만, 노 대통령 혼자서 매사를 결정하는 행태는 과거 정권보다 더 심해졌다.”

김근태 원내대표의 경우 노 대통령한테 가급적 신당에 늦게 들어오라고 주문했다는 점에서, 그의 주장이 다소 어색하게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나홀로 국정’ 스타일에 대한 신당 의원들의 문제제기는 나름의 타당성이 엿보였다. 이라크 파병 결정을 두고서도 노 대통령은 10월18일 오전 결론을 발표한 다음에야, 점심 때 김원기 신당 창당주비위원장을 불러 경위를 설명하는 데 그쳤다.

노 대통령의 ‘나홀로 국정’은 꽤 뿌리가 깊은 것 같다.

민주당 의원들은 참여정부의 첫 내각을 구성할 무렵 장관을 하고 싶다는 뜻을 노무현 당선자에게 여러 차례 전달했다. 이에 당선자쪽은 “의원 입각은 없거나 아니면 최소화에 그칠 것”이라고 버티던 끝에 비례대표인 김영진(농림), 김화중(보건복지) 두 의원을 기용했다. “취약한 정권의 기반을 당력으로 뒷받침해야”라는 명분에서 거론되던 임채정·이해찬·김경재·추미애 의원 등 당내 영향력 있는 인사들은 배제됐다. 2명의 의원이 입각했지만 ‘민주당 케이스’ 성격은 약했던 셈이다.

그뒤 노 대통령은 야당 당사를 찾아가는 등 파격 행보를 잠시 보이고는 정당 및 국회와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 여당인 당시 민주당을 향해서는 “당정 분리”라며 의원들의 면담 신청조차 받아들이지 않았다. 물론 민주당이 신·구주류간 당내 분란에 휩싸여 제 구실을 못한 탓도 있었다. 그러나 당권 다툼이 아닌 일반 국정 현안을 놓고도 청와대쪽에는 “국정은 우리에게 맡겨달라”며 당의 관여를 내켜하지 않는 분위기가 강했다.

원군 조직하는 데 서툴렀다

노 대통령은 대선승리의 주요 기반이던 시민사회단체·노동계와도 거리를 뒀다. 상반기 전교조 네이스(NEIS) 파동 와중에서 그는 전교조를 강한 톤으로 비난했으며 민주노총을 겨냥해 “파업부터 앞세우고 보는…”이라며 비판했다. 그러던 끝에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지난 9월이 되어 한국노총 및 민주노총 지도자들과 만남을 갖기에 이르렀다. 삼계탕집 회동을 비롯해 재계 지도자들과 여러 차례 만난 끝에 이뤄진 일이었다.

노 대통령의 위기는 일차적으로 기득권 세력의 흔들기에서 비롯된 측면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자신의 ‘원군’을 조직하는 데 서툴렀던 데 따른 자업자득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이라크전 파병 결정을 놓고 노 대통령의 정치적 파트너인 통합신당에서 ‘나홀로 국정’ 비판론이 나오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박창식 기자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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