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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표지이야기 등록 2003.10.01(수) 제478호

[표지이야기] 열정이 아니라 기술이다

뜨거운 사랑은 일시적 화학 반응… 부부도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쿨’하게 살아야 한다

시간을 견디는 로맨스는 없다. 최근 미국 코넬대 인간행동연구소는 5천명을 상대로 한 조사결과, 사랑을 느끼는 남녀가 18~30개월이 지나면 대뇌에 항체가 생겨 더 이상 사랑의 화학물질이 생성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온몸의 세포가 열리는 듯한 뜨거운 사랑은 뇌의 작용에 의한, 그것도 일시적인 화학적 반응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가정을 이룬 남녀가 “이젠 너를 봐도 도파민이 분비되지 않아”라며 헤어질 수 없는 노릇. 사랑하는 ‘관계’를 지속시키는 힘은 열정이 아니라 ‘기술’ 또는 ‘훈련’일지 모른다.

부부도 ‘쿨’해져야 서로 만족

그래서 정신과 의사 김준기씨(‘마음과 마음’ 원장)는 그래서 “사랑이 사라지기 전에 사랑을 연습하자”고 외친다. 그는 이를 위해 우선 부부가 서로에게 ‘쿨’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부부들이 겪는 성생활의 어려움도 서로 훈련을 통해서 해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서로 문제가 무엇인지 냉철하게 인식하는 게 우선이겠지요.”

많은 남성과 여성들이 ‘함께’ 고통받는 발기부전도 남편이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부담을 가지기 때문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김준기씨는 “상대방의 눈을 지나치게 의식해 생기는 이런 실행불안(performance anxiety)은 내가 꼭 상황을 주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깨우쳐야 해소될 수 있다”고 말한다. 파트너를 생각하기 전에 먼저 자신이 느끼는 불만족·만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부치료에선 이런 남편에게 오히려 ‘소극적 역할’을 맡으라고 권한다. “남편은 가만히 누워 있고 키스·애무·마사지 등 섹스의 모든 과정을 아내가 주도하도록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남편은 자신이 열정적인 행동을 과시하지 않고도 섹스가 가능함을 배우게 됩니다.”

하지만 “부부가 ‘쿨‘해진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서로가 독립성과 개별성을 받아들이고 차이와 한계를 인정한다”는 뜻이다. 많은 부부들이 결혼이라는 끈끈한 관계에 억눌려 객관적인 상황을 바라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배우자를 고른다는 것은 그에 딸린 한 보따리의 문제들을 함께 선택하는 것이고, 오랜 세월 동안 한 사람과 지낸다는 것은 불가피하게 특정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과 살아간다는 뜻입니다.” 그는 이런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에 적응하고 그런 문제들을 악화시키지 않으면서 최대한 잘사는 법을 익혀야 한다고 강조한다.

“분노가 치밀더라도 부부싸움은 ‘쿨‘하게 해야 합니다.”

‘나’로 시작하는 쿨한 부부싸움

그가 제시한 쿨한 부부싸움은 ‘너’가 아닌 ‘나’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당신은 자꾸 설교하려고 든다” “조목조목 따지며 궁지에 몰아넣는다” “당신은 내 느낌을 이해 못한다”라고 말하지 말고 “당신이 설교하려든다는 느낌을 받으면 오히려 기분이 안 좋아진다” “당신이 그렇게 따지며 이야기하면 비난받는다는 기분이 든다” “지금은 네가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낀다”라고 바꿔 말하는 것이다. 또한 △간결하게 말해 비판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지 않으며 △어떤 일에 대해 평가하거나 판단하려 하지 말고 △말을 안 해도 상대방이 이해해줄 것이라 기대하지 말고 자신의 바람을 분명히 밝히는 것 등도 ‘쿨한 부부싸움법’이다.

김준기씨는 이처럼 부부가 쿨하게 싸우는 방법을 연극무대 위에서 일반 관객들에게 보여줄 예정이다. 그가 2년 전부터 부소장으로 몸담고 있는 결혼지능연구소(소장 이호영)와 공연기획자 김의숙씨가 함께 만나 토크플레이 ‘부부 쿨하게 살기’(10월22~25일 서울 정동 제일화재 세실극장, 02-762-9190)를 준비했다. 파경의 위기에 처한 부부가 쿨한 부부싸움으로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을 배우와 관객이 함께 만들어나간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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