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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도박 vs 정치혁명 재신임 정국 해법 찾는 여야 3당 긴급 좌담회… 한나라·민주 “혼란 깊어가” 신당 “창조적 와해”
<한겨레21>은 노무현 대통령의 10월10일과 11일 두 차례 기자회견 직후, 재신임 정국의 전망과 정치권의 움직임을 알아보기 위해 긴급좌담회를 마련했다. 좌담회는 11일 오후 김도종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의 사회로, 홍준표(한나라당)·박주선(민주당)·송영길(통합신당)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한겨레신문사 5층 회의실에서 100분 동안 진행됐다.
출범 8개월만에 재신임은 정당한가
사회: 노 대통령의 ‘폭탄발언’ 이후, 국민들이 지지 여부를 떠나 혼돈스러워하고 있다. 그 배경을 놓고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다. 참여정부 출범 8개월도 안 된 시점에 재신임을 거론하고 나선 배경에 대해 말해달라.
신당을 띄워야겠는데 신당 지지도가 형편없으니 국민을 상대로 협박 정치를 하는 것 아닌가. ‘나 물러나면 국정혼란 오니까 알아서 판단하라’는 식으로 협박정치를 통해 (난관에 부닥친) 정국을 돌파하려는 책략에서 나온 것이다. 박주선 의원(이하 박): 국민을 볼모로 한 무책임한 정치도박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선자금과 측근비리 수사의 축소 은폐를 노리는 정략적 술수로 규정한다. 대통령직을 놓고 흥행사처럼 도박을 거는 것은 국민을 불행하게 만든다. 무슨 미사여구를 동원해도 정당화시킬 수 없다. 송영길 의원(이하 송): 노 대통령의 이번 재신임 선언은, 국정의 전면적 쇄신을 바라는 고뇌에 찬 결단으로 평가한다. 사실 한나라당이 어떻게 해왔나. 수없이 대통령 탄핵 운운했다. 잘못 뽑았다, 부정선거니까 무효라고 하면서 무책임한 정치공세를 벌여왔다. 대통령의 권한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환경 속에서, 이번 발언 이전부터 국정을 사실상 공백 상태를 만들어놓은 것 아닌가 하는 문제의식이 있었다고 본다. 노 대통령이 완벽한 대통령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북핵 문제 해결과 경제 살리기를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오지 않았나. 재신임을 계기로, 대통령을 뽑았으면 결과에 승복하고 야당은 야당대로 여당은 여당대로 노무현 시대 5년 기간을 같이 채워가겠다는 자세가 필요한 것 아닌가. 이번 재신임 정국이 그런 자세를 확립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사회: 재신임 발언의 배경에 대해서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인식차가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취임 1년이 안 된 상황에서 재신임이라는 방식을 제시하고 나선 것이 적절했는지는 의문이다. 송: 우리 헌법상 대통령과 국회라는 두 대의기관이 상충할 때 해결책이 마땅치 않다. 내각제 아래서는 국회를 해산할 수 있고, 미국의 경우 통합과 기능조절이 잘 발휘되는데 우리 실정은 그렇지 못하다. 국회는 한나라당이 지배하고 있고 여당은 극소수다. 사실 다수당 대표가 대통령 되는 것이 정상이나 선거시기가 다르다보니 교차된 대의기관 사이에 충돌이 발생한다. 노 대통령 입장에서는 국정을 끌어가는 데 뭔가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안 됐을 것이다. 대통령으로서 힘을 발휘할 수 없는 조건하에서는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불가능한 것 아닌가. 배터리가 떨어졌으니 헌법에 규정된 힘을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재신임 발언의 원인 제공자는 누구?
홍: 재신임 받겠다고 하면서 최도술 사건 얘기와 함께 국회와 언론을 언급하면서 통치환경이 좋지 않다고 했는데, 모두 대통령이 자초한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엔 한나라당이 다수당이었지만 자민련과 연정으로 국회를 이끌었다. 노 대통령도 민주당을 중심으로 하면 충분히 가능한데 대통령당을 만들겠다는 집념 때문에 국회 관계에서 스스로 자충수를 두게 된 것이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코드가 안 맞으면 정책을 통해 풀어가야지 공개적으로 전쟁 선포까지 하니 언론이 비판적으로 나갈 수밖에 없지 않나.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내년 총선 때 다시 싸울지언정 분열의 골을 메우고 여야 통틀어 안아달라는 것이다. 집권 초부터 야당에 대한 태도도 틀렸고, 집권당도 갈기갈기 찢어놨다. 화물연대 파업, 네이스 파동, 부동산 가격 폭등, 청년실업률 급증, 태풍 매미의 피해 등 현안 있을 때 대통령이 처방전을 내놓지 않았다. 야당이 발목잡아 일을 못하겠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 한나라당은 비난을 무릅쓰고 이라크 파병도 도와줬고, 주5일 근무제 도입, 고용허가제 등도 통과시켜주지 않았나. 박: 국정 혼란과 난맥의 책임이 왜 국회와 국민에게 있나. 행정부의 국정수행 능력 미숙, 대통령의 능력과 자질 부족에 있다. 국민들 지지도가 급락한 상태에서 측근들의 비리에 대한 비난여론이 높고, 이 비리에 대통령 본인이 연관됐을 가능성이 얘기되고 있는 시점이다. 노무현식 무모한 정치쇼를 하는 것이다. 국정이 어려워진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음에도 정치권의 책임으로 전가하면서, 국민들을 선동해 협박 내지는 회유를 하는 것이 이번 재신임 선언이다. 이 전략이 성공하면 신임독재가 벌어질 것이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이나 수행능력이나 자질은 개선되지 않으면서도, 신임독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3권분립 원칙은 파괴되고, 국회를 (행정부의) 시녀, 거수기 정도로 경멸하는 대통령관이 생성될 것이다. 노 대통령이 10일엔 최도술 전 비서관의 비리는 자신이 책임질 문제라며 도덕성에 상처를 입은 만큼 신임을 묻겠다고 했다. 11일엔 말을 바꿨다. 정치권 때문에 못해먹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진정으로 재신임을 묻겠다면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할지 대통령이 먼저 얘기해야 한다.
국정수행 능력 의심… 정치공세에 시달려
송: 노 대통령이 집권 초기에 야당 당사를 직접 찾아갔다. 대북송금 특검도, 남북정상회담의 역사적 성과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진행하자는 여야의 정치적 약속을 믿고 수용하지 않았나. 이라크 파병 문제도 마찬가지다. 그의 능력 부족을 지적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재신임 발표 이전에 대선자금 문제가 쟁점이 된 게 아닌가. 굿모닝시티 사건 이후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대선자금을 공개하려다 흐지부지되고, 최도술 전 비서관, 최돈웅 한나라당 의원의 문제로 다시 불거졌다. 대선과 총선 자금은 오랜 정치적 관행이자 2중적인 구조여서 누구든지 문제로 느끼면서 그냥 마무리돼왔다. 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국민이 뽑았지만 대선자금이 거액으로 거래됐다면 과연 이 사람들이 국민을 위해 제대로 일할 수 있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발생한다. 노 대통령은 이런 정치의 2중구조를 타파해보자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 그런 와중에 자신의 측근 문제가 발생해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느꼈을 것이다. 야당은 여권 관련 수사는 항상 축소은폐라고 하고, 자신들의 문제는 기획표적 수사 또는 야당탄압이라고 정치공세를 편다. 이제 국민은 검찰의 독립을 믿고 있지 않나. 정치권 전체가 여야를 떠나 한번 크게 바뀌어야 한다. 시스템에 의해 정치권이 혁명적으로 바뀌었으면 하는 열망이 있다. 박 의원이 신임 독재를 언급했는데 그것은 히틀러나 유신독재처럼 무한독재하에서나 가능한 것이다. 이번 재신임은 헌법개정과 결합된 문제도 아니다. 사회: 노 대통령이 재신임 카드를 꺼내든 배경이나 적절성 여부는 충분히 얘기된 것 같다. 재신임은 국민투표 방식으로 모아지는 것 같은데 시기와 내용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는 것 같다. 박: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순전히 대통령의 측근 비리 관리책임과 대통령의 능력부족, 자질미숙으로 인한 국정혼란 책임을 놓고 재신임 여부를 물어야 한다. 정치권에 책임을 전가시키면서 정치구도를 재편하려거나, 이른바 노무현 신당을 띄워 총선에서 1당으로 만들려는 총선전략으로 활용한다면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올해 안에, 신임 자체로만 물어야지 어떤 정책과 연계시키는 방식은 안 된다. 신임투표와 관련된 특별법을 만들면 된다. 헌법에 임기 중 신임과 관련된 투표를 하지 말라는 규정은 없다. 현재의 국민투표법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재신임 과정서 3당의 선택 엇갈릴 듯
송: 11일 기자회견에서도 신임 여부는 본인의 문제로 하겠다고 말씀했다. 행자부 장관 해임이나 감사원장 임명 부결 언급은, 본인의 재신임 결단이 국정공백을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하니까 이전부터 사실상 공백 상태 아니었느냐는 반론 차원에서 나온 예일 뿐이다. 일단 국민투표를 실시하기에는 헌법·법률상 검토할 문제가 많다. 헌법에 레퍼렌덤(referendum·법안의 승인과 거부에 관한 국민투표)은 할 수 있지만, 플레비사이트(plebiscite·영토의 변경·병합 또는 새로운 지배자가 그 권력의 정통성을 획득하기 위한 투표 등 정치적 중요사건에 관한 국민투표)는 규정이 없다. 여야와 시민들의 지혜를 모아 신속하게 정리해야 한다. 국민투표 방식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재신임을 묻는 방식이나 시기에 대해 더 공론화시켜보자는 입장이다. 홍: 국정공백 상태가 오래 지속돼서는 안 된다. 늦어도 내년 1월을 넘겨서는 곤란하다. 헌법학자의 다수설은 현재의 헌법 조항만으로도 신임투표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72조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여기서 외교·국방·통일, 기타 문제는 제한적 규정이 아니라 열거적·예시적 규정이라는 것이 통설이다. 대통령의 진퇴를 묻는 것만큼 국가안위에 중요한 것이 있나. 문제는 현재의 국민투표법에 대중집회나 텔레비전 토론 등을 통해 찬반 여론을 모을 수 있도록 했는데, 결정적으로 몇% 이상을 얻어야 찬성으로 한다는 조항이 없다. 따라서 민주주의 일반 원칙에 따라 과반수가 되면 신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이 국민투표법 개정을 언급했는데 개정하지 않고서도 헌법 72조와 국민투표법, 민주주의 일반원칙에 따라 가능하다. 사회: 실제로 국민투표에 부치게 될 경우 각 당은 어떤 입장을 갖고 임할지 궁금하다. 홍: 적극적으로 재신임 반대 운동을 펼치겠다. 국민들은 감성적이기 때문에 잘잘못을 떠나 한번 뽑은 사람을 그만두게 할 수 있나 하는 감성적 성향이 강하다. 지지도는 낮은데 재신임 여부는 비슷하거나 재신임하겠다는 여론이 높더라. 국민들이 혼란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처럼 대안제시형 국민투표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임하지 않는다면 누구를 지지하느냐를 동시에 묻는 것이다. 대통령이 불신임 받게 된다면 각 당이 어떤 식으로 정국운영을 할지 대안 제시를 동시에 하자는 것이다.
“재신임 받아도 통치력 떨어질 수 있다”
박: 국민들의 선택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아직 뚜렷한 당론을 모으지 못해 앞으로 토론을 해봐야 한다. 아직 방법과 시기를 대통령이 제시하지 않은 상태다. 그 뒤에 논의해 재신임과 불신임 가운데 어떤 입장을 취할지 결정하겠다. 개인 입장으로도 참 어렵다. 재신임 투표한다고 몇 개월, 다시 대통령 선거 과정 몇 개월, 취임준비와 업무파악으로 몇 개월 지나가는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또 재신임 받는다고 해서 대통령의 권위와 통치력이 그 이전만큼 그대로 인정되겠나. 송: 무척 곤혹스럽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얼마나 힘든가.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에도 한나라당이 총리 인준을 해주지 않아 애를 먹었다. 친북정권, 노동당 2중대란 비난을 들어가면도 남북화해를 위해 노력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 만큼 맷집이 세지 못한 것 같다. 도덕적 소신이 높아 못 견디는 점도 있는 것 같다. 3김시대를 끝내고 노무현 시대를 연 국민들의 결단은 여전히 유효하다. 노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갈아치우자는 의미는 아니다. 본래 정신을 회복해 잘하라는 기대다. 노 대통령이 재신임을 받으면 그동안 부족했던 점을 솔직히 시인하고 8개월 동안의 경험을 보완해 국가를 책임져나가도록 돕겠다.
홍: 정상적인 대화와 타협으로 분당도 하지 않고, 한나라당·자민련과도 정상적 루트로 이뤄졌다면 소모적 정쟁은 필요가 없다. 노 대통령이 책임감을 느끼고 국정운영이 곤란하다 하면 깨끗이 하야하면 된다. 하야하고 다시 뽑으라고 해야지. 목적이 정면돌파, 신당 띄우기라 또 다른 쟁투의 장을 만든 것이다. 재신임 투표는 권위주의 시대 때 독재를 정당화, 연장하려는 수단으로 쓰였다. 민주화 시대에는 곤란하다. 송: 어느 한 측면만 일률적으로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회의원을 4년 했는데 정치의 이중적 구조가 정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남북분단도 문제인데 이런 지역구도 정치, 역량은 떨어지더라도 김대중 전 대통령 욕만 하면 당선되는 이런 정치환경을 바꾸지 않고서는 안 된다. 이번 재신임 과정이 호적연합체적인 정치 구도를 혁파하고 공화국 수준의 정치를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박: 국정혼란만 가중시키고 소모적 정쟁을 유발했다. 통합이 아니라 친노와 반노로 양분화될 것이다. 이제 한반도는 남북으로 갈린 것이 아니라 북한과 친노·반노 공화국 3개로 갈리게 됐다. 대통령의 사명을 망각하고 책무를 포기한 것이다. 제도에도 없는 신임을 묻는 것으로 국민을 우롱해서는 안 된다.
정치적 타결과정은 이미 늦었다
사회: 1988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중간평가 공약을 논의하던 와중에 당시 김대중 평민당 총재가 중간평가를 실시하지 않는 데 동의해 무위에 그친 적이 있다. 정치권의 지각변동을 원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있나. 홍: 솔직히 국민혼란이 가중되는 만큼 정치적 타결과정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이미 늦었다. 노 대통령이 두번이나 기자회견을 한 마당에 야당이 양해한다는 것도 우습다. 정치권에서만 쑥덕거리면 국민들이 가만있겠나. 박: 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식언을 많이 해 100% 신뢰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국민들이 동의만 해준다면 철회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철회를 통한 혼란도 불가피한 만큼 최단기간 내에 국정혼란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결정해야 한다. 송: 이번 재신임 과정은, 대통령이 키를 잡고 파도를 헤쳐가는데 선원들이 바지 끈을 붙잡고 키를 놓고 내려오라니까 전체 선원들에게 다시 물어보는 절차 아닌가. 노 대통령이 모든 것을 포기하겠다며 던진 것이 아니다. 상당히 깊은 고민에 의해 나온 것인 만큼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정리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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