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지이야기 ] 2003년10월15일 제480호 

‘노풍’이 청와대 지켜낼까

벼랑 끝 전술에 지지자들 재결집 태세… 국정수행 능력에 의심의 눈초리도

노무현 대통령은 10월13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재신임의 시기와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안하면서 “재신임을 계기로 우리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기준이 바로 설 수 있다면 남은 임기 동안 국정운영을 통해서 이뤄낼 수 있는 개혁보다 더 큰 정치발전을 이루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렇게만 된다면 기쁜 마음으로 대통령직을 내놓을 각오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불신임될 경우 2월15일에 사임하고 다음 대선을 내년 4월 총선과 동시에 실시하겠다는 정치 일정까지 밝혀, 재신임안이 부결되면 대통령직을 그만둘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 노무현 대통령이 10월10일 노사모에 보낸 친필 편지.


노 대통령의 ‘벼랑 끝 전술’이 이번만은 아니다. 그의 핵심 측근은 “후보 시절에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을 때도 당시 노 후보는 ‘내가 더 밟혀야 지지율이 오른다’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자신의 지지율이 낮을 때 후보단일화를 전격적으로 수용하기도 했던 노 대통령은 이번에도 성공할까.

일단 재신임 선언 이후 여론의 흐름은 노 대통령쪽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노 대통령의 20~30%대의 낮은 지지율에 비해, “재신임하겠다”는 응답 비율이 눈에 띄게 높게 나온 것이다. 10월10일 <한겨레>가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 결과를 포함해 각 언론사·여론조사기관의 조사에서는 ‘재신임하겠다’가 42~50% 정도로 오차범위 이내에서 3~6%가량 높았다. 하루 뒤인 11일 한국방송 조사에서는 재신임이 불신임을 10%포인트가량 앞섰다. 노 대통령의 지지도가 다른 연령층에 비해 턱없이 낮은 60대 이상에서도 재신임 의견이 높았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를 ‘안정희구 성향’으로 분석했다.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은 “20·30대를 중심으로 지지층은 결속되고 있고, 지지하지 않는 보수층은 국가 지도자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의 일부 징후도 실제로 그런 전략이 먹힐 가능성을 내다보게 한다.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은 노 대통령의 재신임 기자회견 날인 10월10일 8만3천명이 채 안 되던 회원 수가 사흘 만에 8만6천명 이상이 됐다. 하루에 1천명꼴로 늘어난 것이다. 통합신당 이(e)파티 담당 실무자인 최민식씨는 “신당 온라인 발기인 신청자가 하루 100명에 머물던 것이, 재신임 정국 들어 2~3배 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선 때처럼 ‘노무현 바람’이 다시 일어날지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대선 때의 노무현 후보가 ‘약자’ 이미지로 응원심리를 촉발했으며, ‘낡은 정치’ 대 ‘새로운 정치’ 구도로 포지티브 캠페인을 벌인 데 반해 지금은 대통령으로 신분이 바뀐 상태이기 때문이다. 또 후보 노무현과 대통령 노무현의 메시지가 달라져 지지층으로부터 이탈된 세력이 적지 않고, 노무현 바람에 가리워졌던 국정수행 능력이 드러남에 따라 예전과 같은 결속력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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