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지이야기 ] 2003년10월08일 제479호 

호남 지역주의를 부정하라

내년 총선, 지역주의 뛰어넘는 정당이 지역주의 정당을 크게 누르지 말라는 법 없다

민주당과 통합신당의 분당 결과를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그것은 일단 민주당이 분열됨으로써 거대 야당인 한나라당에 대항할 수 없게 되었다는 우려를 낳았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당을 같이 했던 민주당과 통합신당 양쪽에 그리고 이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에게 깊은 마음의 상처를 남기게 되었다.

물론 민주당과 통합신당의 앞날이 어떻게 귀결될지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내년 총선을 맞아 그렇지 않아도 소수 정당인 민주당이 다시 분열됨으로써 민주당과 통합신당이 심각한 패배를 당할 수도 있다. 그 반대로 구태의연한 정당이 아니라 지역주의를 뛰어넘는 새로운 정당이 등장함으로써 지역주의 정당들이 크게 위축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사진/ 노무현 정부가 호남 지역의 지지만으로 안주할 때 지역주의 극복은 요원하다. 지난 10월1일의 국민참여통합신당 창당주비위원회 사무실 개소식.(이용호 기자)

분당은 불가피했다

뒤돌아보면, 민주당에게 지역주의를 넘어서 현실적으로 당의 분열을 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난 연말 대선 승리 직후 민주당이 전혀 새로운 정당으로 환골탈태하는 것이었다. 즉, 대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 민주당이 내부 개혁을 단행하고 지역주의가 아닌 새로운 정체성을 가진 전국적인 정당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당 내부의 기득권을 둘러싼 갈등으로 인해 결국 관철될 수 없었고, 그 결과는 분당으로 이어졌다.

이같은 현실적인 조건에서 민주당과 통합신당의 분당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물론 과거의 지역주의, 특히 호남의 지역주의는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일정하게 이바지했으며, 이는 노무현 정부를 만들어내는 데도 상당한 기여를 했다. 그러나 역으로 노무현 정부가 호남 지역의 지지만으로 안주할 때 그것이 지역주의 극복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는 극히 의문이다. 노무현 정부의 ‘역설’(paradox)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호남 지역주의에 의해 만들어진 정권이 지역주의를 넘어서기 위해 그것을 스스로 부정해야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호남인들로서는 현재 분열된 민주당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이 호남 지역당을 전국적인 정당으로 전환시키고자 하는 진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그러한 의지가 없다면 그들의 행동은 그들 자신만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호남을 볼모로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이제 한국의 민주주의는 지역주의를 넘어 그 이상의 차원으로 발전해야 할 때가 되었다. 그런 점에서 한국 민주주의에 기여했던 호남 지역주의는 이제 전국적인 것으로, 그리고 새로운 것으로 대체되고 전환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그러한 전환은 제대로 순조롭게 이루어지지 못했고 심각한 부산물로서 민주당과 통합신당의 분당이 야기되었다.

그렇지만 분당의 부산물이 심각할지라도 사태를 원래대로 되돌릴 수 없으며, 또 그것이 전향적인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는 탈지역주의 노력 대안은 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민주당과 통합신당의 분당을 현실로 인정하고 그 현실 위에서 선택을 하는 것이다. 어떤 선택이 지역주의를 넘어 한국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것인지를. 호남인들과 유권자들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는 바로 그것이다.


정해구 |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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