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지이야기 ] 2003년10월08일 제479호 

신당은 실패할 ‘PK당’

동서연대의 ‘전국정권’ 절실한 때… 지역갈등 완화 위해선 그릇된 정치제도 개혁부터

통합신당은 지역구도 타파를 명분으로 민주당에서 탈당해 총선민의를 파괴했고, 이어 노무현 대통령도 탈당함으로써 대선민의마저 배신하는 사상 초유의 정치패륜을 저질렀다. 대통령은 “호남에 10원 한푼 더 주지 않겠다”고 공언하는 것도 모자라 정당분열과 호남배신을 감행함으로써 공약에 배치되게 되레 국민통합을 파괴하고 있다.

대통령과 신당은 지역주의를 패륜을 불사하고라도 청산해야 할 ‘악의 화신’으로 간주하고, 지역구도 타파를 지고지선의 정치적 가치로 끌어올렸다. 그런데 결과는 늘 구호와 상반된다. 왜일까?


사진/ 동서연대의 ‘전국정권’은 동서를 대표하는 기존 정당만이 세울 수 있다. 지난 9월30일 여의도 민주당사 기자실에서 ‘야당선언’을 하는 민주당 지도부.(한겨레 김정효 기자)

그것은 지역주의에 대한 몰이해 때문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서유럽에서도 지역갈등은 불균등한 산업화 때문에 점차 심화되다가 20세기 말에 집중적으로 터져나왔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낙후지역과 선진지역을 대등하게 대우하려는 노선을 택한 것과 정반대로, 서구에서는 약자를 돕는 차원에서 낙후지역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는 지방분권화와 지원을 통해 지역갈등을 정의롭게 해결하려는 노선을 걸어왔다.

서구에서는 주요 정당이 지역 아성을 갖고 있고, 심지어 특정 지역에만 존재하는 명실상부한 지역당들도 수두룩하다. 이처럼 서구에서 지역은 정당 존립의 초석이다. 따라서 이곳에서는 ‘지역구도 극복’이 당노선으로 선보인 적이 없다.

우리의 지역주의는 서구에 비하면 훨씬 ‘양반’이다. 분리주의에 빠지거나 무력에 호소한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주의를 악의 화신으로 보는 것은 몰이해에 기인한다.

너희가 지역주의를 아느냐

노무현 신당은 바로 이런 몰이해의 화신이다. 신당세력은 ‘지역’의 긍정적 측면을 깨닫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신당세력 안에서 지고지선의 이념이 된 지역구도 타파론은 기존 정당의 지역 대표성을 공략하는 데 그럴싸한 명분을 주기 때문에 땅 없는 처지의 신당세력에게 자연스럽게 수용된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사활을 건 땅뺏기 투쟁을 벌일 신당은 역설적으로 더 지독한 지역주의자들이 될 것이고, 이 때문에 지역갈등은 더 격화될 것이다.

신당의 주력편제는 고향을 등진 전북 출신, 지역 대표성이 없는 부산·경남 출신, 그리고 과거 수도권 지역주의자(3김 청산론자) 등 3자의 지역연합이다. 고로 신당은 ‘PK대통령+전북 출신 당대표+수도권 출신 원내대표’의 모양을 취할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 때문에 주도권이 점차 PK·386코드로 이동하면서 신당 안에서는 곧 커다란 파열음이 날 것이다. 전문가들이 신당을 어디에서도 지역 대표성을 얻지 못한 채 실패할 ‘PK당’으로 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우리의 지역주의는 그간 부정적 측면도 많이 노정하였지만, 타향살이 출향민의 정치적 안식처 노릇도 해왔고 정당정치를 뒷받침하며 산업화와 민주화의 양대 국가과업을 성공리에 수행하는 등 긍정적 역할도 해왔다. 물론 지역대결이 국가 위기가 닥쳐도 으르렁댈 정도로 적대성을 띤다면 우리의 지역주의도 역기능에 빠져들 것이다.

우리는 지역주의 문제에서 심판대에 서 있다. 지금은 상당 기간 정쟁을 벌일 여유가 없을 정도로 국제통화기금(IMF)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경제불황과 북-미 갈등의 해결을 위해 국민의 힘을 결집할 동서연대의 ‘전국정권’이 절실한 때다. 그런데 이 전국정권은 동서를 대표하는 기존 정당만이 세울 수 있다.

지역갈등 완화를 위해서는 선거제도, 제왕적 대통령제 등 그릇된 정치제도의 개혁이 시급하다. 그러나 신당은 동서화합적 전국정권을 가능케 하는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에는 결사 반대한다. 결과적으로 신당은 동서화합을 저지하고 지역주의를 격화시키는 반개혁 세력으로 기능할 것이다.


황태연 | 동국대 정치학과 교수 ·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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