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지이야기 ] 2003년09월05일 제475호 

“미녀응원단? 오버하지 말라”

여성주의자들의 언론보도 맹렬 비판…“북한여성 아닌 북한정권 대표”지적도

여성주의자들은 북쪽 응원단에 대한 언론보도를 매섭게 비판했다. 이들은 지난해 부산 아시아경기대회 때처럼 언론의 외모지상주의, 가부장적 시각을 문제삼았다.

언론들은 흰 저고리에 검은 치마를 입은 누이의 모습으로 북쪽 여성을 고정시키고 성형수술을 하지 않은 ‘자연미인’임을 강조했다. 일부 스포츠신문은 북쪽 응원단원에게 ‘실제 뽀뽀를 해봤느냐’ ‘성형수술을 했느냐’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미디어오늘> 온라인 칼럼에서 <월간언니네> 이선민 기자는 “북한 응원단의 ‘여성스러움’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북한은 여성화된다. 북한은 수동적인 존재가 되고 남한은 남성적이고 보호해줘야 하는 존재가 된다”고 주장했다.

<여성신문> 기자칼럼 ‘미녀 응원단에 오버하지 말자’는 “여성 응원단도 아니고 스포츠 응원단도 아니고 미녀 응원단이라니…. 응원단 여성들 개개인은 분명 나름의 아름다운 외양과 내면을 가진 여성들이라 믿는다. 그러나 ‘미녀’라는 단어 속에 웅크리고 있는 남성들의 대책 없는 감상적인 속내를 생각해보라. 응원단을 리드하는 ‘미녀’라는 단어는 심청이 앞의 ‘효녀’만큼이나 편협하고 전형적인 틀 속에 여성을 가둔다”고 지적했다.

또 “북쪽 응원단을 통해서는 도통 북한의 여성들을 볼 수 없다. 그들은 북한의 여성을 대표하지 않고 북한의 정권을 대표하고 있기 때문이다”란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렇다면 북쪽 응원단은 여성문제를 어떻게 생각할까. 유니버시아드 기간 중 <한겨레21> 취재진이 한 북쪽 응원단원에게 남쪽 여성운동을 설명하자, “우리는 탁아시설이 잘 돼 있어서 그런 거 필요 없다. 북쪽에선 삼태자(세 쌍둥이)를 낳으면 영웅 호칭을 받을 정도로 모성보호가 훌륭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자랑했다.

북쪽 대학에는 여성학과가 없고, 페미니즘이나 여성학이란 말조차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에서 개인의 요구나 발언권을 제약하는 집단주의 정책을 펴기 때문이다. 여성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쪽에서 이혼해서 엄마가 아이를 키울 경우 아이는 아버지 성을 따르고, 여자가 재혼하더라도 아이 성은 친아버지 성을 따른다. ‘부성 강제조항’은 남북이 같은 셈이다.

응원단 지휘자 최은주(평양음악무용대학 3학년)씨는 술에 대해 묻자 “여자들은 술 안 마신다. 술 마시면서 낭비할 시간이 어딨냐”고 반문했다. 최씨는 여성의 흡연에 대해서도 텔레비전에서 외국 여성들이 담배를 피우는 것을 봤는데 술이나 담배는 조선 여성의 아름다움을 해치는 짓이라고 펄쩍 뛰었다.

그들은 동아리활동으로 스포츠와 예술 소조활동을 하는데, 아르바이트에 대해서는 개념 자체를 낯설어했다. “아르바이트가 몹니까. 5점 만점을 받으면 위대한 수령님 장학금을 받을 수 있어 서로 경쟁적으로 공부합네다.” 이들은 세계정세에 대해서 토론하기를 즐긴다고 덧붙였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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