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지이야기 ] 2003년08월14일 제472호 

“오늘이 마지막은 아니겠지?”

조선학교 여학생 감금폭행 사건 이후 동포들의 이상한 증세…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주장도

재일동포 언론인이자 사업가인 신숙옥씨는 최근 펴낸 자신의 책 <재일조선인의 가슴속>(도서출판 십년후)에서 2001년 9월11일 미국의 세계무역센터가 공중테러로 붕괴되는 장면을 일본에서 보면서 겪었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뉴스를 보는 순간 그는 “이 테러가 북에 의한 것이라면 내일부터 밖에 나갈 수 없다”는 공포감이 들었다. 그리고 바로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집이라는 대답을 듣자, 그는 어머니에게 “문을 걸어잠그고 밖으로 나가지 마세요. 창문도 닫고 커튼도 치고 전기도 전부 끄고 전화가 걸려와도 받지 말고 핸드폰은 진동으로 해두세요. 내가 전화할 때까지는 절대 받으면 안 됩니다”라고 신신당부했다. 일본과 한국, 일본과 북한, 일본과 중국의 관계가 험악해질 때마다 그 파장은 반드시 재일동포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역사를 통해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2001년 7월 히로시마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한 일본 남자가 15살짜리 조선학교 여학생에게 다가가 테이프로 눈과 입을 막고 승용차 뒷좌석에 밀어넣은 다음 여기저기 끌고 다니다 길거리에 내던져버렸다. 남자는 차로 도망갔다가 잡혔고 경찰은 감금과 폭행 혐의로 조사를 시작했다. 악질적인 협박사건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경찰은 학생들에게 휴대용 방범기구를 지니고 다니도록 발표했다. <지지통신>은 이를 기사화했지만 기사 발신이 중단됐다. 기사가 나가면 학생 안전을 지킬 수 없다는 호소가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다름 아닌 조선학교가 경찰을 설득했다. 조선학교에 대한 범죄가 세상에 알려지는 순간, 비슷한 범행들이 한꺼번에 전국을 휩쓸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신씨는 친구가 겪은 피해사례도 소개했다. 일본 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친구는 매일 아침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면서 “혹시나 이것이 마지막이 되는 것은 아니겠지” 하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에 대해 “일반인들이 이런 소리를 들으면 피해망상이라고 하겠지만 재일동포들이 보이는 이런 현상은 심리적 외상 후의 스트레스 장애(PTSD)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과거에 일어난 많은 상처들이 치유되지 않은 채 현재까지 오면서 그 상처가 아프게 들춰지는 증상이라는 것이다. 최근 최소한의 민족적 자존심마저 짓밟는 모욕적인 매스컴의 보도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재일동포들은 이런 증상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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