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지이야기 ] 2003년08월14일 제472호 

민단은 좋고 총련은 나쁘다?

냉전시대 잣대에 마음 아파하는 재일동포들… ‘조선적’이라고 모두 북 정권 지지자 아냐

한(조선)반도에서 기침을 하면 재일동포는 감기에 걸린다. 재일동포 사회는 그만큼 조국의 분단상황이 그대로 반영된다. 그래서인지 이곳에서는 하나의 사물이나 사람을 두고도 부르는 표현이 여러 가지다. 사물의 표현이 여러 가지인 것과 그들의 정체성이 혼란스러운 것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먼저 재일동포들이 조국을 이르는 말은 한(조선)반도, 한국, 조선, 남조선, 북조선, 남한, 북한, 조국 등이 있다. 총련에서는 북을 공화국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일본 언론은 보통 대한민국은 한국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북조선으로 쓴다. 우리말도 한국어, 조선어 등 두 가지로 쓴다.

재일동포를 이르는 말도 여러 가지다. ‘재일한국인’은 한국쪽 입장을 지지하는 이들이 주로 쓴다. ‘재일조선인’은 북을 지지하는 이들이 주로 쓰지만, 북을 지지하지 않아도 역사적 관점이나 분단 이전 우리 민족을 일컫는 용어였다는 점에서 이 용어를 쓰는 이들도 있다. ‘재일한국·조선인’이나 ‘재일조선·한국인’은 남북 중 어느 한쪽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배려한 중립적인 명칭이다. 더 중립적인 표현으로는 ‘재일코리안’이 있다. 젊은층이 선호한다. 그냥 가장 간편하게 ‘재일’이라고 부르는 추세도 있다. 해방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 영주권을 얻은 이들은 ‘뉴커머’(new-comer)라고 불린다. 10만명 안팎인 것으로 추정된다. 동포 출신으로 일본인과 결혼해 뿌리가 한(조선)반도와 연결돼 있는 이들은 ‘더블’이라는 말로 표현된다.

국적을 기준으로 하면 한국 국적, 일본 국적, 조선적으로 나뉘는데 일본 국적을 얻어 귀화한 이들까지 포함한 재일동포의 수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한국 국적과 조선적을 지니고 있는 이들은 60만여명이다. ‘조선적’ 동포들은 1965년 한-일 국교수립 이후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이들로, 모두 북 정권 지지자는 아니다. 조국이 통일될 때까지 기다리려는 이, 일상에 매달려 국적에 신경쓸 수 없었던 이들이 섞여 있다. 조선적은 법률적 의미로 보면 국적이 아니라 출신지역을 나타내는 ‘기호’일 뿐이다.

그러나 80~90% 정도가 남쪽 출신인 재일동포들은 남쪽 정부가 한국 국적 취득을 전제로 고향 방문 사업을 벌이면서 급격히 조선적 대신 한국 국적으로 바꿨다. 또 최근 북에 대한 비판적 인식과 남의 민주화 진전으로 인해 조선적 대신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이들이 많다. 현재 조선적을 유지하는 동포들은 10만명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국적과 남북 지지는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 경향이 많다. 조선적을 보유한 이에게도 대한민국 여권(일회용)이 발급돼 총련 활동 경험이 있는 동포들이 남쪽을 방문한다. 또 조선적 동포가 민단 간부를 맡는 경우도 있다.

재일동포들은 오히려 자신들이 조국이라고 생각하는 남쪽에서 재일동포라고 하면 곧바로 민단과 (조)총련을 떠올리고 ‘민단=대한민국 지지=잘사는 동포, 총련=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지지=북 지령을 받는 집단’이라는 냉전시대 잣대를 들이대는 현실에 마음 아파하고 있다.

니가타·오사카=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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