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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섹션 : 표지이야기 | 등록 2003.07.24(목) 제469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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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정치적 후원을 디벨로핑하라” ‘백’이 필요한 디벨로퍼와 거액의 뭉칫돈에 목마른 정치인들의 절묘한 공생관계
디벨로퍼는 정치인의 봉인가. 정대철 민주당 대표가 굿모닝시티 대표 윤창렬씨(구속)한테서 뇌물을 받은 혐의가 불거지면서 디벨로퍼와 정치인의 ‘부적절한 관계’가 입길에 오르고 있다. 사업의 성격상 ‘힘센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디벨로퍼와 거액의 뭉칫돈에 목마른 정치인들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면서 두 집단은 절묘한 공생 관계를 맺어온 것이다.
유종환과 정대철, 유종환과 박성범
정 대표는 굿모닝시티 대표 윤씨한테서 정치자금이 아닌 ‘뇌물’을 받은 혐의가 점차 드러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정 대표는 굿모닝시티의 인허가 및 한양(주) 인수를 위한 로비자금 명목으로 윤씨한테서 현금 4억원을 받았다. 윤씨는 검찰에서 “정 대표가 ‘김동일 중구청장은 내가 심어놓은 사람이니 그에게 부탁해 건축허가를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쪽은 이를 강하게 부인했지만, 검찰은 윤씨의 진술이 더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윤씨의 진술이 사실로 드러나면 정 대표는 정치자금법 위반(후원금 받고 영수증 처리 안 한 것)이 아닌 알선수뢰(돈 받고 공무원에게 청탁)로 처벌받는 것이다. 정 대표와 윤씨처럼 정치인과 디벨로퍼의 부적절한 유착 관계는 디벨로퍼 세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특히 대형 쇼핑몰이 몰려 있는 서울 동대문 지역 상인들 사이에서는 “누가 누구의 뒤를 봐주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실제로 정 대표는 윤씨말고도 자신의 지역구인 중구에서 대형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한 디벨로퍼에게 후원금을 받았다. 서울 동대문과 명동에서 밀리오레를 운영하고 있는 유종환 사장은 지난 7월18일 기자와 만나 “2000년 초 정 대표(당시 민주당 중구 지구당위원장) 후원회에 참석해 1천만원을 내고 영수증을 받았다”고 밝혔다. 정 대표쪽은 이에 대해 “후원회에서 받은 돈은 모두 영수증 처리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해명했다. 이 일을 계기로 밀리오레 상인들 사이에서는 “유 사장의 배후에 정 대표가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유 사장은 탈세 등의 혐의로 2000∼2001년 대검 중수부와 옛 경찰청 조사과(사직동팀)의 조사를 받았지만, 모두 무혐의로 풀려났다. 또 동대문 밀리오레 구분소유자들과의 소유권 분쟁으로 여러 차례 경찰과 검찰에 고발됐지만 역시 무혐의 처리됐다. 유 사장은 “내가 깨끗하기 때문에 풀려난 것일 뿐 정 대표와는 전혀 관계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밀리오레 구분소유자들은 “유 사장이 온갖 탈법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정 대표를 비롯한 거물 정치인들의 비호로 아직까지 건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무원을 구워삶아라!
정 대표말고도 동대문 상인들의 입길에 오르는 정치인이 또 있다. 지난 1996년 정 대표의 아성에 도전해 승리한 박성범 전 의원(현 한나라당 지구당 위원장)이다. 밀리오레 입점 상인들은 박 전 의원과 유종환 사장이 매우 친한 사이였다고 말한다. 유 사장이 박 전 의원의 ‘스폰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유 사장은 이에 대해 “지난 96년 말쯤 박 의원이 3억원을 건네주며 ‘돈을 좀 불려달라’고 부탁해서 주식 몇 종목을 골라준 적이 있다. 그때 박 의원이 약 1억원가량 벌었는데 이 사실이 와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사장은 “사직동팀에 불려가 조사를 받을 때 이 의혹에 대해 추궁당했지만, 조사팀에 증빙 자료를 제출해 모든 의혹이 해소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전 의원은 “그런 기억이 없다”며 “다만, 97년쯤인가 내 후원회 때 유 사장이 후원금을 낸 기억은 있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정 대표와 박 전 의원 모두 자신과 친분을 맺기 위해 애썼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정 대표를 한 중국음식점에서 만난 적이 있었는데, 나와 매우 친한 척했다. 그분의 행동을 금전적인 도움을 달라는 것으로 이해했지만 더 이상 후원금을 내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 대표쪽은 “정 대표가 유 사장을 직접 만난 적도 없고 금전적인 도움을 요청한 일도 없다”고 해명했다. 유 사장은 또 “99년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정 대표와 박 전 의원 모두 문상을 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전 의원은 “문상을 갔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만약 갔다면 지역구 활동 차원에서 간 것일 것”이라고 말했다. 디벨로퍼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은 비단 정치인들만이 아니다. 구청과 경찰서 등 ‘힘 있는 기관’의 일부 공무원들도 디벨로퍼의 ‘파트너’였다. 검찰은 굿모닝시티 사건과 관련해 지난 17일 중구청 전 일용직 직원 봉아무개씨를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했다. 봉씨는 중구청 공무원들이 굿모닝시티 사전분양을 묵인하도록 로비를 벌이겠다는 명목으로 윤창렬 대표한테서 3억여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봉씨는 중구청 담당 공무원들을 상대로 추석 등 명절 때 떡값과 휴가비를 돌리는 등 전방위 로비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중구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봉씨는 정식 직원이 아니라 일용직이기 때문에 관리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검찰은 옛 중앙정보부 직원 출신의 윤아무개씨도 같은 혐의로 구속했는데, 윤씨는 평소 주변인사들에게 국세청과 금융감독원, 검찰, 경찰 등의 폭넓은 인맥을 자랑하고 다녔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구청뿐만 아니라 동대문 상권을 관할하는 중부경찰서도 디벨로퍼의 유혹을 받았다. 실제로 동대문 밀리오레의 경우 지난 98년 개업 당시 중부경찰서 퇴직자 중 일부가 이 회사 보안 담당 직원으로 채용됐다. 밀리오레 구분소유자들은 “당시 중부경찰서에 유종환 사장을 고소한 사건이 많았는데 단 한건도 처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구분소유자들은 “유 사장과 중부서 고위 관계자들이 함께 술마시러 다니는 모습이 많이 목격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 사장은 “당시 중부서장과는 관내 모임에서 몇차례 만났을 뿐 함께 어울려 다니는 사이는 아니었다”고 부인했다.
대선 때 외국으로 피신하는 이유
디벨로퍼의 성공 여부는 경제 흐름을 꿰뚫어볼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이 능력에 한 가지가 더 요구된다. 정치권의 변화를 읽어내는 능력이 그것이다. 밀리오레 유종환 사장은 지난 대선 기간에 아예 중국으로 ‘피난’을 갔다. “총선이나 대선 때는 피해다녀야 해요. 그래야 이꼴 저꼴 안 보죠.” 하지만 정당하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사업을 진행한다면 굳이 피해다닐 이유가 없지 않을까. ‘사막에서 황금을 캔다’는 이 땅의 디벨로퍼들에게 묻고 싶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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