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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표지이야기 등록 2003.07.17(목) 제468호

[표지이야기] 금실 좋아도 외도 꿈꾼다

〈한겨레21〉·명필름의 ‘부부 성생활 조사’ 결과… 46.7% 배우자에 만족, 혼외 성경험 43.3%

타인에게 드러내놓고 말할 수 없는 은밀한 부부의 성생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에 대한 정확한 통계수치를 얻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특히 유교적 문화가 견고하게 똬리를 틀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는 겉과 속이 다른 경우가 너무 많다. 그러나 <한겨레21>이 명필름과 함께 실시한 ‘부부의 성생활에 대한 조사’에서는 솔직한 결과가 나왔다. 우리나라 기혼자들의 성생활에 대한 인식과 실태가 비교적 소상히 드러난 것이다.

남녀의 혼외 성경험 비율 차이 커

먼저 혼외 성경험 비율은 43.3%로, 남성(67.7%)과 여성(12.3%) 사이에 큰 차이를 보였지만, 외도에 대한 남녀의 행동양식은 크게 달랐다. 즉, 기혼남성들은 유흥업소에서 매춘을 통해 성관계를 가진 것(36.6%)을 외도의 범주에는 포함시켜도, 애인을 사귀었다고 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애인을 사귄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남성 응답자의 42.2%만이 그렇다고 답변했기 때문이다. 반면 여성의 경우는 애인을 사귀어봤다는 응답(19.9%)이 혼외 성경험보다 더 높은 비율을 보였다.

남성의 혼외 성경험은 20대 33.3%, 30대 54.6%, 40대 69.2%, 50살 이상 76.6%로 연령이 높을수록 수치가 올라갔지만, 여성에게는 이런 경향이 뚜렷하지 않았다(20대 9.3%, 30대 10.9%, 40대 17.6%, 50살 이상 11.6%). 여성의 경우 40대까지는 높아지다 성에 보수적인 50대는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혼외 성경험의 남성 상대자로는 유흥업소 여성이 32.1%로 가장 많았고, ‘여러 다양한 경우’가 24.9%, ‘지속적 관계를 갖는 애인’이 22.4%, 인터넷이나 나이트클럽에서 일시적으로 만난 사람이 11.5%였다. 그러나 여성의 상대자로는 60.0%가 지속적인 애인이었고, 인터넷·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사람(13.0%)이 그 다음이었으며, 유흥업소에서 만난 사람(0.5%)은 거의 없었다.

주목할 만한 점은, 혼외 성경험이 있는 남성들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직업여성이 상대라는 응답 비율이 줄어들고 지속적 관계를 가지는 애인이 상대라는 응답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20대 11.1%, 30대 13.9%, 40대 24.3%, 50살 이상 24.7%). 남자들도 나이가 들수록 일회성 성관계로 끝나는 상대보다는 정서적인 관계까지 가질 수 있는 애인이 더 필요한 것일까. 여성들은 나이가 많고 적음에 따른 편차가 별로 없었다(20대 66.7%, 30대 60.6%, 40대 55.6%, 50대 75.0%).

혼외 성관계 경험이 없다고 응답한 이들(1924명) 역시 그에 대한 관심은 무척 높았다. 배우자 아닌 다른 이성과 성관계를 가지고 싶으냐는 물음에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고 답한 응답자가 58.1%였고, ‘자주 그런 생각을 한다’는 응답이 2.2%로, 응답자의 60.3%가 가끔이나마 혼외 성관계를 꿈꾸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신에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엔 24.7%가 ‘그렇다’고 대답해 기혼자 4명 가운데 1명 정도는 내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배우자가 외도를 한다면 이혼을 하겠느냐는 응답에 여성들이 좀더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그렇지만 반드시 이혼하겠다는 비율은 전체적으로 절반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드시 이혼할 것이라는 응답의 경우 남성이 29.9%, 여성은 35.4%였다. ‘외도=이혼’이라는 공식이 현실적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부부 성생활은 대체로 만족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혼외 성경험 비율이 상당히 높게 나온 데 비해 배우자와의 성생활 만족도는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긍정적인 응답자가 46.7%였다. ‘만족하지 않는다’는 대답은 13.4%, ‘보통’이라는 반응은 29.0%였다.

구체적으로 보면 ‘내 배우자는 성관계를 가질 때 나에 대해 세심하게 배려해준다’는 질문에 46.8%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 49.2%가 ‘(성)관계를 가질 때마다 혹은 거의 매번 오르가슴을 느낀다’고 했다. 반면 ‘내 배우자는 거칠고 난폭하다’(2.4%), ‘내 배우자는 내가 거부감이 드는 행위를 요구한 적이 많다’(7.2%), ‘우리 부부는 서로간의 부부관계를 할 때 서둘러서 끝내버리곤 한다’(13.2%) 등의 섹스 트러블 수치는 미미했다.

부부 사이라고 해도 성관계에서 거부감이 생기는 경우가 있느냐는 질문에 여성의 25.3%와 남성의 15.2%가 ‘그렇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14.7%는 ‘부부 성생활 불만족으로 이혼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반응했다. ‘현재 부부 성생활이 불만족스럽다’(13.4%)는 응답과 비슷한 수치다.

기혼자들은 부부 성생활에 비교적 만족하면서도 혼외 성관계를 강하게 꿈꾸고 있다. 20~40대 기혼자의 절반 이상이 일주일에 1∼2회 이상 부부 성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그 가운데 절반 가까운 이들이 혼외 성관계를 가졌다. ‘만족스러운 부부 성생활’이 곧바로 ‘성적 일부일처제의 유지’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결론인 셈이다. 응답자의 84.9%는 ‘인간에게 성행위는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대답했다(매우 그렇다 34.2%, 그런 편이다 50.7%).

이화주 기자/ 한겨레 여론조사팀 hol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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