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절망적인 것은 빈곤지역 아동들의 마음 속에서 희망과 꿈이 점점 사라지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부스러기사랑나눔회 이경림 사무국장은 “열심히 일한다는 것에 대한 역할모델은 없는 대신 소비를 부추기는 주변조건이 아이들을 더욱 황폐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이같은 지적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내는 지역아동센터(공부방) 600여 아동들의 편지글 모음집인 <우리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법제화를 위한 지역아동센터 전국모임·사단법인 부스러기사랑나눔회 펴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시각장애인 아버지는 하루에 만원도 못 벌면서 손수레를 끌고 계시는데 우리집 생활비가 늘어나고 있어 너무 슬프다”(초등5)거나 “결식하는 아이들을 위한 무료급식은 거지를 위한 동냥이 아니예요. 무슨 선행이나 하는 것처럼 학교 선생님들이나 반 친구들이 쳐다볼 땐 기분 나빠요”(초등6) 등의 글을 보면 이들에게 빈부격차와 가난은 평생토록 가슴에 남을 상처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부모의 이혼으로 할머니와 살게 된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은 “전기요금, 이런 것을 내는 데 돈이 부족할 때가 제일 어렵습니다”고 호소했다. “우리 공부방이 추워요. 제발 기름값을 내게 돈을 빌려주세요. 따뜻하게 지냈으면 제일 좋겠어요”라고 말한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의 얘기도 가슴에 남는다.

“돈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현재 세상이 바뀌기를 바란다”(중3)는 남학생과 “우리 엄마가 일할 때 노력한 만큼 월급을 주세요”(초등5)라고 요구하는 여학생의 목소리에는 불평등한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이 녹아 있다. “돈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는 마음에 있는 것 같아요. 돈이 있는 사람은 있어도 안절부절, 돈이 없는 사람들은 마음만은 부자거든요”라고 가난을 긍정적 시각으로 본 한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의 글은 눈을 씻고 찾아보기 힘든 내용이다.

지역아동센터에서 일하는 한 교사는 “그나마 지역아동센터 같은 곳에서 머물면서 애정을 받을 때는 크게 엇나가지 않지만 고등학교에 들어갈 나이쯤을 전후해서 가난 때문에 생긴 좌절과 분노가 일탈로 옮아가면 걷잡을 수 없게 되고 우리도 손을 쓰기 힘들다”고 말했다.

600명 중 빈곤 상황을 언급한 188명(31.4%) 가운데 경제적 빈곤을 호소하는 글이 24.6%, 심리적 빈곤을 보여주는 글이 16.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들이 병을 앓는 어려움을 호소한 글도 14.6%에 달했다. 이밖에도 아이들은 △부모의 가출 △부모의 실업 △부모의 불화 △부모의 학대 △친구들로부터의 왕따 등에 대한 어려움과 고통을 호소했다.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