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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에 ‘황금알’은 없다 쇼핑몰 시행사, 사채업자와 조폭, 분양 투기꾼들이 ‘치고 빠지는’ 복마전으로 변해
황금알을 낳던 거위가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했다.기승을 부리던 ‘투기 바람’이 ‘굿모닝 후폭풍’으로 뒤바뀐, 요즘 서울 동대문 일대 쇼핑몰 얘기다. 현재 동대문에서 분양 중인 쇼핑몰은 모두 3개. 동대문 상인들은 쇼핑몰 사업에 ‘후폭풍’이 들이친 게 아니라 이들 쇼핑몰 하나하나가 ‘태풍의 눈’이라고 입을 모은다. 알려진 것처럼, ‘알박기’로 신세 망친 윤창렬씨의 ‘알’이 이들 쇼핑몰 부지에 골고루 박혀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땅 사는 데 조폭 돈 끌어다쓰기’ ‘땅도 사지 않고 분양하기’ ‘건축허가 없이 사전 분양하기’ ‘분양대금 받아서 전체 땅 사들이기’…. 봉이 김선달식 사업방식이 윤창렬씨의 그것과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땅도 사지 않고 분양하기
그 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땅도 사지 않고 분양하는 행태다. 소매 쇼핑몰 라모도(중구 을지로 7가 105번지 일대)는 2002년 1월 홈페이지에 “90%의 땅 매입을 끝마쳤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해 6월부터 두달 동안 1차 분양을 했다. 투자자들이 몰린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이 일대 상인들은 라모도가 “2002년 7~8월부터 땅 계약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하고 있다. 시기상으로는 분양이 끝난 시점과 일치한다. ‘90% 부지 매입률’에 대해서는 당시 분양을 담당했던 직원마저 고개를 갸웃거린다. 분양업자 ㅇ(33)씨는 “분양 당시 시행사가 밝힌 부지 매입률은 70%대였다”며 “그나마 실제 계약 여부는 분양 직원으로선 알 수 없다”고 말했다. ㅇ씨는 지난해 7월 라모도 분양을 위해 부산에서 올라왔다가 올해 초 고향으로 돌아간 이른바 ‘철새’ 분양업자. 그는 “시행사가 시키는 대로 ‘2002년 말에 공사가 착공된다’고 손님들에게 설명했는데 아직도 착공이 안 됐느냐?”고 되물어왔다. 부지 매입이 가장 많이 된 곳으로 알려진 패션TV(중구 을지로 6가 21-21번지 일대)는 전체 1200평 부지 중 1000여평의 땅을 샀다. 전체 지주 33명 중 22명으로부터 사들인 땅이다.문제는 지난해 9월 계약을 맺은 이들 22명 지주에게 아직 잔금을 지불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7월 현재 패션TV로부터 토지 대금 잔금을 받은 사람은 단 두명. 땅 평수로 보면 10평에 지나지 않는다. 패션TV가 ‘완전하게’ 사들인 땅은 100배가량 부풀려진 채 알려져 있는 셈이다. 토지 매입 잔금 때문에 골치를 썩기는 라모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곳 주민 이혜숙씨는 “건립 예정지에 있는 건물의 절반 정도가 철거됐다. 허물지 않은 곳은 사지 않은 땅”이라며 “그나마 계약을 했던 곳 중에는 라모도쪽이 잔금을 치르지 않고 계약 해지도 받아들여주지 않자 지주들이 계약금에서 이자만 뗀 뒤 나머지 돈을 공탁해버린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쇼핑몰 파파밸리(중구 신당동 251-84번지 일대)는 1999년 윤창렬씨가 굿모닝시티에 앞서 손을 댄 곳이다. 파파밸리 관계자는 “총 21필지 부지 중에서 국유지 2필지를 제외하고 16필지에 대해 땅 주인과 계약을 맺었으며 등기가 완료된 것만 7필지”라고 말했다. 파파밸리의 문제는 이 16필지를 사들인 사업자가 4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각각의 사업자가 자기 지분을 내세우면서 따로따로 분양광고를 내기도 했다. 시공사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파파밸리는 땅을 매입한 지 3년이 지난 지난해 10월 무렵에야 하나의 시행사를 만들 수 있었다. 이들은 ‘파파씨엔씨’라는 시행사 이름으로 분양광고를 다시 냈지만 여기에도 시공사로 내세운 대주건설과는 가계약만 맺은 상태였다.
쇼핑몰 터 등기부등본은 누더기
파파밸리의 경우는 “100여명 안팎이 계약을 한 상태”라고 관계자는 말했다. 패션TV쪽 관계자가 밝힌 분양 계약자는 전체 2천여 점포의 72%. 하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실제로는 60%대 정도”라고 실토하고 있다. 라모도가 분양계약을 한 사람은 1천여명으로 알려졌다. 일단 분양은 받았지만 업체들은 굿모닝시티 사태 이후 공사가 오래 끌 것에 대비해 장기전 태세에 들어갔다. 패션TV는 분양 사무실을 현장 근처 빌딩을 임대해 사용하다가 굿모닝시티 사태가 터지자 지난 7월15일부터 공사 부지 안에 사들인 철거 예정 건물로 옮기고 있다. 이를 두고 인근 상인들은 “공사 장기화에 대비해 임대료라도 아껴보자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18일 오후, 한때 ‘철거 예정’이라는 플래카드가 붙었던 이 건물 3층은 때아닌 내부 공사를 하느라 어수선했다. 분양 사무실에는 투자자들의 문의 전화가 계속 걸려왔다. 철거 플래카드는 진작에 떼버린 상태다. 분양대금을 받아서 ‘딴 데’로 눈을 돌린 흔적도 엿보인다. 한때 분양 영업사원들이 썼던 한 쇼핑몰 사무실은 요즘 텅 비어 있다. 지난 18일 오후 찾아간 이 사무실 책상에는 ‘화성시 봉담지구’ ‘종로 귀금속 상가’ 등에 대한 투자 자료들이 쌓여 있었다. 이 두 곳은 윤창렬씨가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진 곳이다. 동대문의 한 건설업자는 이런 문어발식 투자에 대해 “현금이라고는 1억원도 없는 사람들(시행업자)이 갑자기 몰린 현금을 보고 몸살이 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동대문 쇼핑몰 시행업자들의 자금동원 능력은 사채업자들에게 손을 벌릴 만큼 열악하다. 이때 가운데서 다리를 놓아주는 것이 이른바 ‘어깨’들의 역할이다. 조폭들이 연결하는 사채는 ‘%’ 단위로 이자를 계산하지 않는다. 3개월 또는 6개월에 두배 하는 식이다. ㅍ쇼핑몰 관계자는 “특별한 조건이 붙지 않는 한 ‘6개월에 두배’가 이 바닥의 불문 이자율”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돈을 빌려주다가 사업 진척이 더뎌지면 채권자들은 사업 부지에 가압류 내지 가처분 신청 등을 낸다. 동대문 쇼핑몰 부지의 등기부등본을 떼어보면 유난히 가압류·가처분 신청이 많이 걸려 있어 누더기가 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시행사는 그렇게 높은 이자를 줘도 이익이 남기 때문에 돈을 가져다쓴다”고 말했다. 시행사가 남기는 이익에 대해 그는 “못해도 분양대금의 20~30%는 시행 업자가 챙긴다”고 말했다.
조폭들, 시행사업에 뛰어들다
이 엄청난 폭리를 노리고 조폭들이 아예 시행사업에 직접 뛰어드는 경우도 많다.세곳 쇼핑몰 중 한 업체 임원의 증언. “쇼핑몰 시행사 임원으로 스카우트돼서 갔다. 가서 보니 땅을 몇 필지밖에 사두지 않았으면서도 시행사 사무실에 직원은 30명이 넘게 북적댔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직원들 몇명 남기고 모두 잘랐다. 이사 직함 갖고 있는 사람들도 모두 사직서를 받았다. 알고 보니 내가 해고한 그 이사들이 모두 조폭이 심어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검은 양복을 입은 덩치들이 사무실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투기를 부추기는 것은 시행사뿐만이 아니다. 분양을 받는 사람들 역시 십중팔구가 투기 목적을 갖고 있다. 97년에 문을 연 쇼핑몰 사업자는 “입점을 한 뒤 상가 분양을 받은 사람과 그 중에서 실제 장사를 하는 사람의 비율을 비교해보니 10%도 채 안 됐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분양 프리미엄도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소매상가 헬로우에이피엠의 경우 1층 1.2평 점포가 2억원대로 분양된 뒤 개점 직전까지 프리미엄만 최고 1억원이 붙어서 거래됐다. 쇼핑몰 시행사, 사채업자와 조폭, 분양 투기꾼들이 ‘치고 빠지면서’ 그동안에 황폐해지는 건 동대문 상권뿐이다. ‘동대문관광특구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동대문에는 현재 재래식 도매상가가 13개, 현대식 도·소매 쇼핑몰이 13개로 모두 26개 상가에 2만9천여개의 점포가 들어서 있다. 현재 분양 중인 세곳 쇼핑몰이 예정대로 문을 열면 2005년에는 1만2천여개의 점포 수가 더해지게 된다. 상가 수가 늘어날수록 비어 있는 점포 수도 함께 늘어간다. 관광특구협의회가 밝힌 7월 현재 공실률(비어 있는 점포의 비율)은 20%. “재래시장은 50%대에 달하고 현대식 쇼핑몰은 10% 수준”이라는 것이 송명렬 관광특구협의회 사무국장의 설명이다. 송 사무국장은 “쇼핑몰의 경우 임대료나 관리비를 동결하거나 3개월 감면해주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상권 전체가 ‘미운 오리새끼’될 판
한때 분양권이 최고 3억원대를 넘나들었던 헬로우에이피엠의 경우, 정작 문을 연 지 3개월이 채 안 돼 한달 평균 250만원 하던 임대료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장사가 안 된다’며 보증금을 빼달라는 상인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숙녀복을 팔고 있는 상인 ㅎ(45)씨는 “지금은 1억3천만원에 내놓아도 점포를 사겠다는 사람이 나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3억원짜리가 반값도 안 되게 떨어진 것이다. 지난 6월17일 동대문 재래도매상가인 흥인상가 상인들은 중구청 앞에서 1인시위를 벌였다. 도매상가인 흥인상가를 헐고 소매 쇼핑몰을 짓겠다는 땅 주인과 구청쪽에 반발하는 시위였다. 하지만 이곳에서 상인들이 목에 걸고 나선 구호는 “무차별 난개발 앞장서는 투기세력 물러가라”는 것이었다. 흥인상가 상인회장 방경중(39)씨는 “상가를 분양하는 사람이건, 분양받는 사람이건 간에 동대문에서 장사하려는 사람이라면 한평 남짓한 점포의 분양가가 2억원에 달하는 비정상적인 거래를 할 수 있겠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동대문 상가는 이제 ‘옷 장사’보다 ‘분양 장사’가 잘되는 곳으로 바뀌어가고 있다.그나마 황금알을 낳던 분양 장사마저 ‘불임’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동대문 상권 전체가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 있는 셈이다.
글 김현/ <인터넷 한겨레> 기자 hkim@news.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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