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카해협을 낀 동서 무역·교통 중심지로 15세기 무렵 빛나는 이슬람제국을 건설했던 아체는 1537~71년 포르투갈에게 공격받으면서부터 고단한 외침과 항쟁의 역사를 되풀이하기 시작했다. 이어 인도네시아를 손아귀에 넣은 네덜란드가 식민지 확대를 위해 1873년 대아체전쟁을 선포하자 아체는 35년 동안 기록적 항쟁을 했고, 다시 1942년 네덜란드를 물리치고 아체에 진출한 일본에 맞서면서 지난한 투쟁사를 이어갔다.

사진/ 가스와 원유를 비롯한 천연자원의 보고라는 아체. 그러나 그 땅에 살아온 이들은 박탈감만 느끼고 있을 뿐이다. 바로 아체 비극의 뿌리였다.(정문태)

아체는 1947년 네덜란드로부터 독립하던 인도네시아공화국의 특별자치주라는 이름을 달고 인도네시아와 한배를 탔으나, 인도네시아 정부가 1950년 아체의 특별한 지위를 무시한 채 수마트라의 한 부분으로 편입시키면서 비극적 운명이 싹트기 시작했다. 이에 맞선 아체가 1953년 이슬람공화국으로 독립을 선포하자 인도네시아 정부는 1955년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 수천명의 아체인들을 살해하면서 무력통치 시대를 열었다.

인도네시아 독립에 공헌한 아체에게 완전한 자치주 지위를 약속했던 수카르노 대통령의 말은 입에 발린 소리가 되었고, 수하르토 독재정권이 아체에 대한 무장통치와 경제착취를 강화하면서 아체인들의 분노는 폭발하고 말았다.

세계 최대 천연액화가스 생산지로 원유를 비롯한 막대한 천연자원에다 비옥한 농지가 있는 아체는 인도네시아 총인구의 2%에 지나지 않는 400만명의 인구로 그동안 인도네시아 중앙정부의 연간 예산 13%를 충당해왔다. 또한 인도네시아가 생산하는 가스와 원유의 30%, 인도네시아 전체 수출량의 11%를 차지할 정도로 아체의 경제적 비중은 인도네시아 정부에게 가히 절대적이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아체의 경제적 이윤은 고스란히 자카르타로 실려갔고 현지에는 5% 남짓한 지방세만 떨어져 아체 인구의 40%가 절대빈곤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2001년의 경우 인도네시아 정부는 원유 15%, 가스 30%, 기타 생산품 수익의 80%를 아체에 환원했다).

아체 주민들의 독립 요구는 정치적 이유에서보다 오히려 경제적 불평등과 박탈감에서 비롯됐다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자카르타가 게릴라를 양산해왔다.”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현지 젊은이들의 불만이 자유아체운동 게릴라전선을 강화시키는 현실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메가와티 정부는 2004년부터 아체에 특별자치주 지위를 부여하고 원유와 가스를 비롯해 아체에서 생산하는 모든 이익의 70%를 현지에 남기겠다는 카드를 빼들었다. 그러나 역사적인 불신감을 지닌 아체를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결국 지난 5월19일 아체에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다시 무력통치 강화로 선회하고 말았다.

반다아체·록세우마웨= 정문태 | 국제분쟁 전문기자·아시아네트워크 팀장 asianetwork@news.hani.co.kr